최근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이 생겼습니다. 회사에 어떤 핵심 업무가 생겼는데, 그것의 배정과 관련된 일이었죠.
저는 그 일이 하고 싶었습니다. 현재 맡고 있는 일이 다음 주면 끝나서 다음 주부터는 그 일을 시작할 수 있고 하고 싶다고 간부와 면담을 했고,
그 간부는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정확히는 자네가 하고 있는 일이 다 끝날때까지 그 일에 다른 사람을 배정하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지난 주 금요일에 그 일이 다른 사람에게 배정됐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얘기를 전해준 사람은 다른 팀장이었는데,
간부가 너한테 미안해 하더라, 라는 얘기도 들려주었습니다.

그때부터 오만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간부 방에 쳐들어가서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나와 약속하지 않았냐고,
그렇게 약속 해놓고 다른 사람 배정할 거면 나한테 언질이라도 미리 줬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싸워야 맞겠죠.
그런데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화를 잘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화를 잘 내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살면서 화를 내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그 원인을 제 내부에서 찾고, 그 사람의 입장도 이해해보려 노력하고,
뭐 기타 등등 좋은 쪽의 원인을 찾을 수도 있겠으나 사실 근본적인 원인은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말로) 싸울 용기'가 부족한 사람입니다.

어린 시절의 패턴을 보면,  
그냥 참고, 허허허 하고, 부당한 일을 당해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그러다 어느 순간에 정말 심하게 상처 받으면 상대와의 관계를 냉정하게 끝내버립니다.
그리고 그렇게 끝내는 과정에서 상대에게 뒤틀린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화를 내는 것이 무서워지고,
내가 화를 내면 상대가 상처받았다면서 - 정작 잘못은 그 사람이 했는데 -  내가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생기면서,
이럴 바엔 참고 말지 하는 순간이 많아집니다.  
그렇게 나이를 먹다보니 이제는 관계에서 상처받으면 '너는 내 사람 아냐'라고 갈등을 회피하는 식으로 지냈습니다.  

지난 주에 그 일이 있고나서, 혼자 오만 생각을 합니다.
그 간부는 이제부터 내 사람 아냐. 같이 일 안 한다.
이직할까?
그래도 한 번은 따져야 되지 않나?
관계를 파괴하지 않을 정도로, 그러면서도 그 사람이 나에게 부채감을 가질 정도로만 '적당히' 화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같은 것을 고민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정작 그런 일을 제게 준 사람은 아무 생각도 없을텐데 말이죠.

다들 건강히 화를 내며 살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살면서 늘 가장 부러웠던 건 자신에게 닥친 부당한 일을 정확한 논조와 과하지 않은 감정으로 따박따박 얘기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팃포탯이라고 하나요? 니가 나를 때리면 나도 너를 즉각 때리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관계전략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상대에게 그런 신호를 건강하게 주고 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들 건강하게, 과하지 않게, 화 잘 내고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