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관 조지 케넌은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그가 저술한 장문의 전보(The Long Telegram)는 냉전의 기본적 전략을 수립한 보고서로 많은 미국 외교전략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던 문서입니다. 이에 이에 영감을 받은 또 하나의 보고서가 나왔군요. 제목은 가장 긴 전보(The Longest Telegram)입니다. 중국에 맞서기 위한 대전략이라고 합니다. 중요부분을 번역해서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스포주의: 사실 이거 만우절 기념 풍자 기고글인데, 곳곳에 은근히 뼈 때리는 말들이 있어서 꽤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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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미국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도전은 중국의 부상이다. 이것이 미국의 외교 전문가들에게 불편한 진실이다. 2000년에 들어서 미국은 인도태평양에 집중하기보다 마치 타조처럼 그 머리를 중동의 황폐한 모래바닥에 처박았다. 그리고 미국이 잠자는 동안 중국은 꿈을 꾸었다. 그리고 중국의 꿈은 미국의 악몽이었다. 마침내 미국이 천천히 그 전략적 실패에서 깨어나면서 스스로 재앙적 상황에 몽유병자처럼 걸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와 같은 지정학적 혼돈 끝에 미국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다만 시간이 촉박하다. 세계는 현재 전례없는 변곡점에 서있다. 세계의 지정학적 상황은 역사적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수세기 동안 지구를 - 군사적, 경제적, 이념적, 기술적, 목적론적, 그리고 공간적으로 - 지배한 유럽-대서양의 패권이 점점 동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와 같은 새로운 시대의 특징은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대부분의 전략가들은 세계의 미래는 아시아에서 판가름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팍스 아메리카나 수십년 후, 우리는 동방의 십년 혹은 태평양의 세기가 아니라 중국-아시아의 천년(Sino-Asian Millenium)을 목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치학자들은 이를 "The Big SAM"이라고 부른다.
중국의 도전이 미국 국익의 모든 측면을 위협한다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대륙 스케일의 경제와 최첨단 기술능력으로 중국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버터가 가득한 잉글리쉬 머핀이 우리의 혈관을 수축시키는 것처럼 위협하고 있다. 자유의 혈관을 공산주의와 부패로 막고 있다.
우리에게 지금 당장 전략이 필요하다.
(중략)
중국은 지금까지 미국이 상대한 그 어떤 라이벌과도 다르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난 250년 동안 미국은 대영제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으며, 피비린내 나는 내전 끝에 노예제를 폐지했으고, 지구를 지배하려고 했던 전체주의적 추축국을 패배시켰으며, 또 인류운명을 위협했던 수십년 간 지속되었던 냉전에서 소련제국을 패배시켰다. 그런데 중국은 이 모든 적수들을 합한 것보다 훨씬 더 큰 위협이다.
물론 중국은 맞설 수 없는 거인이 아니다. 반대로 중국의 체제는 여러 모순과 약점을 안고 있다. 중국 경제는 부패로 왜곡되어 있으며, 국가의 인구구조 또한 시한폭탄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중국은 부자가 되기 전에 늙어버릴 것인가? 중국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향후 다가올 연금폭탄은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천안문사태 이 모든 것을 합한 것보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럼 중국은 부상하고 있는걸까 아니면 쇠락하고 있는걸까? 대답은 뻔하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위험하다. 이는 미국에게 일종에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지만,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한다. 우리는 과연 그렇게 할 것인가? 아직 지켜봐야 한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인가? 어떻게 보면 그렇다고도 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중국에 대한 수많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에는 이 도전의 중압감에 상당하는 진짜 전략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수많은 정부기관들과 싱크탱크들이 수많은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현재 우리는 그 이상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포괄적이고 초당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미국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 목표에 맞는 능력을 구비해야 하며, 중국의 의도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50개 주를 엮듯이 촘촘히 엮어서 민간-군사 간의 상호보완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물론 겸손하게 말이다.
자 그럼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먼저 우리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돌이켜봐야 한다.
미국의 원죄는 50년 전 닉슨 대통령과 헨리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과 협상하면서 탄생했다. 그들은 이상주의자였으며 인간의 근본적 선함을 믿었고, 또 모든 인간이 자유를 갈망할 것이라는 믿음 하에 중국을 세계경제와 연계시키면 이들을 우리와 비슷한 국가로 만들 수 있다고 보았다. 키신저는 그의 첫번째 저서 - 회복된 세계(A World Restored) - 에서 맥도널드가 있는 두 나라는 서로 전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물론 미국은 닉슨과 키신저가 중국을 접촉함으로써 부수적 이익도 있었다. 중국과 소련의 동맹을 갈라놓았고 미국을 정점으로 한 삼각외교가 진행되었다. 그런데 중국공산당이 미국과 같은 다당제 민주주의를 채택하지 않은 것을 보면 닉슨과 키신저가 얼마나 단순한 세계관을 가졌었는지 보여준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은 중국을 상대하는 데 또 실패했다. 순진하게도 역사는 끝났다고 믿어버렸다. 그럼 대안은 무엇이었나? 1990년대 초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예상하고 냉전동맹들, 가령 일본, 호주 그리고 한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또 새로 떠오르는 국가들 가령, 인도와 베트남과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고, 또 중국을 배제하는 새로운 지역경제협정을 맺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 막 떠오르는 IT혁명을 이용해 세계최고의 사이버능력을 배양시킬 수도 있었다. 그런데 미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태를 더 악화시킨 건 9.11테러였다. 미국은 쓸데없이 중동의 혼돈 속에 스스로를 뛰어들었다. 이슬람 극단주의와의 전쟁은 매우 길었고 미국의 힘을 갉아먹었다. 돌이켜보면 알카에다와 같은 문제에 신경쓰기보다 미국은 진짜 적수, 그러니까 중국에 집중했어야 했다. 불행하게도 미국은 푸젠성에 상륙작전을 감행하기 보다 미국은 귀중한 피와 땀을 테러의 재발을 막기 위해 낭비했다.
과거의 실패는 그렇다치고, 미국은 세계를 바라는대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한다. 다행히도 미국은 중국을 상대하는 전략을 위해 멀리까지 갈 필요가 없다. 오히려 우리의 귀중한 전략적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 레이건의 이상주의, 트루먼의 실용주의, 태프트의 넓이, 쿨리지의 따뜻함, 윌리엄 헨리 해리슨의 명쾌함, 그리고 시어도어 루즈벨트의 이빨 등 말이다.
(중략)
소련과의 오랜 대결은 미국에게 지금도 적용 가능한 몇가지 교훈을 준다. 하나는 승부는 노골적인 힘보다 보편적 이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는 현재 이미 잊어버린 냉정한 현실주의 전술(Realpolitk)을 다시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역사는 우리 편이라는 점에 자신감을 가지면서 동시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때 아닌 만족감에 빠지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냉전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수많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불가피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소련과의 오랜 대결은 총알 한발 쏘지 않고 무사히 끝났다. 물론 한국전쟁,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아프가니스탄, 그레나다, 앙골라, 에티오피아, 욤키푸르 전쟁, 콩고, 그리고 기타 등등을 제외하면 말이다. 따라서 역사는 우리에게 낙관적인 전망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준다.
중국에 맞서기 위한 전략에 필요한 핵심 기둥은 다음과 같다.
(1) 동맹국들과 동맹해라: 미국의 방대한 동맹 네트워크는 중국을 상대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장점이다. 미국과 달리 중국은 변치않고 흔들리지 않는 결속으로 묶인 동맹국들이 없다. 미국은 터키, 헝가리,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필리핀 등과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을 맺고 있다.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동맹국들과 불필요한 마찰을 밎고 핵심적 국제기구에서 탈퇴했었지만, 중국과 경쟁하려면 미국은 다시 무대에 복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사건이 일어나는 모든 곳(The room where it happens)에 가입해야 하는데, WHO나 UN인권기구, 그리고 상하이협력기구, 한자동맹, 제마 이슬라미야 또는 보헤미안 클럽이든 모든 곳에 가입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유롭고 개방되어 있으며 핵비확산을 목표로 하는 (Free, Open, and Non-Proliferated Zone) 인도태평양 엑설런스를 만들어야 한다. 편의상 이름을 FONZIE(폰지)라고 부르자. 여기서 미국인들이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의 번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폰지를 이룩하기 위해 미국은 어디서 싸울 것인지 신중히 골라야 하며 중요하지 않은 곳에 불필요한 자원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우선순위는 다음과 같다: 제1,2 도련선, 말라카해협, 히말라야산맥, 소말리아반도, 지브랄타해협, 국제우편연합, 타이탄의 달, 잠베지, 프록시마 켄타우리 등.
그리고 모든 국가 중에 한 국가가 눈에 띈다. 인도 말이다. 인도는 아시아의 거인이며 또 민주주의 국가이기도 하다. 인도는 서태평양에서 아프리카의 해안까지 이르는 공간에서 세력균형을 위해 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이다. (중략) 이를 위해 미국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뿐만 아니라 무엇에 반대하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 미국은 독재, 강압, 빈곤, 부패, 달걀 그리고 햄에 반대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미국이 집중해야 하는 또다른 공간은 남태평양이다. 이곳은 미국과 오래되고 깊은 친밀감 있는 곳이다. 세계대전 중에는 군사기지로 사용했고 냉전 중에는 핵실험 장소로 사용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인들은 나우루, 바누아투, 모투누이, 부카티니 등을 지도에서 찾기 어려워한다. 따라서 의회는 130억 달러를 투입해서 인도태평양사령부가 미국 전국 초등학교에 세계지도를 보급하게 해야 한다.
(2) 세계화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지난 반세기동안 세계의 지도자들은 국민들에게 세계화의 장미빛만 보여줬다. 무역장벽을 낮추고 경제성장을 높이면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이다. 비록 세계화가 수백만명을 빈곤으로부터 구제하고 많은 이들의 삶을 개선시킨건 사실지만, 마찬가지로 고통스러운 부작용을 초래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발로 포퓰리스트들이 부상했다.
(중략)
중국과의 경쟁은 사실 근본적으로 우리 미국 중산층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이들은 학자들이 탁상공론처럼 얘기하는 "또 다른 9.11의 예방"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이들은 자기 자신과 자기 가족에게 실제로 영향을 주는 이슈에 관심이 있다. 예컨대 남중국해의 방공식별구역이나 또는 인도네시아가 실리콘 벨리가 개발한 배달앱을 사용할지 아니면 상하이에서 개발한 배달앱을 사용할지에 관한 이슈 말이다.
(중략)
미국과 중국 경제의 일종의 디커플링은 불가피하다. 매우 무서운 전망이다.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의 많은 국가들은 안보파트너 미국과 경제파트너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따라서 미국은 이와 같은 현실을 인정하고 동맹국과 파트너들에게 압력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 어떤 국가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 선택할 필요는 없다. 일부 민감한 영역을 제외하면 말이다. 예컨대 군사적 협력, 디지털 정책, 법치문제, 인권정책, 인프라정책, 국제기구, 해양정책, 자원정책, 지적재산권, 백신외교, 핸드폰 앱, 바이오테크, 대만문제, 서커스 동물들, 플라스틱, 그리고 스포츠구단과 같은 주제만 제외하면 된다.
(3번 중략)
(4) 협력할 수 있는 곳에서는 협력하라. 미국과 중국은 세계패권을 향해 경쟁하면서도 다른 생산적인 이슈에서 협력할 수 있다. 사실 홍콩문제, 남중국해, 센카쿠 제도, 대만문제, 사이버공격, 신장 위구르 문제, 유전공학 문제, 인공지능, 인질외교, 우주의 군사화 등과 같은 문제는 기후변화 관련 생산적이고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이하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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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