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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4/13 02:50:23
Name 풀잎
Subject [일반] [13]별거 없는 여행.

나는 꽤 늦은 나이에 군대를 갔다
이것저것 준비하다 놀다 뒹굴거리다 보니 26살이라는 나이에 입대가 결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실 그전에 운전면허를 따려고 했다.
별거 아닌 일이다. 운전면허는 1종보통이지 해서 그 달 초에 준비했고 형편없었던 날림의 음주운전 시험이던 시절이라
나도 그에 발 맞추어 시험을 치렀다. 그런데 입대가 다음달 1일이란다.
나는 학원에 부탁해 부랴부랴 30일날 운전 실기 시험을 치루고 연습때완 다르게 클러치를 조금만 뗴도 시동이 꺼지는 형편없는 포터를
운전했다. 망했다고 생각했지만 어머니가 준비해준 박카스 한박스가 효과를 발휘했던지 나는 1종보통시험에 합격했다. 내인생 최초의 국가자격증이었다.
물론 나는 그 사실을 입대 이후에 알 수 있었다. 면허증은 입대 후에 발급됐으니까.
논산 27연대였다. 시골출신인 내가 익숙한 마루바닥이 길게 놓여 있었다.
위압적인 분위기에서 한여름의 더위까지 이중고였다. 그들은 우리에게 당근을 던졌다. 점수제. 훈련소에서 훈련을 잘 받으면 전화를 할 기회를 주거나 px이용권을 준다고 했다.
나는 사격과 수류탄 투척에서 모두 우수한 성적을 얻었다. 두꺼운 안경에다 형편없는 완력치고는 꽤 괜찮은 성적이었다. 복도에 걸려있던 상점에서는 198명의 훈련생중 10손가락에 꼽을 만큼의 성적이었다. 그런데 며칠 후 우리가 훈련 나간 사이에 훈련을 열외하고 기간병이라고 불리는 행정병들의 일을 도왔던 훈련병들이 통화를 했던 사실을 뒤늦게 들었다. 물론 그 알량한 점수로 통화할 기회를 얻었던 인원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 중대에서 190여명 중에 해당 점수로 뭘 할 수 있었던 건 생활관 분대장을 맡아서 20점을 받은 친구가 px를 함께 갔다 온 것이었다. 다른 생활관도 비슷했다. 개새..
그는 고작 과자 두 봉지와 500미리 콜라 하나를 들고 왔을 뿐이었다. 선택권은 없었단다. 다행인 점은 커피가 먹고 싶었던 그가 탄산은 마시지 않는 사실이었다.
평소 콜라를 미.친.듯.이 좋아했던 나는 눈동자를 굴리며 그에게 한 목음을 구걸했고 한모금의 구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것저것 준비하다 놀다 뒹굴거리다 보니 26살이라는 나이에 입대가 결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실 그전에 운전면허를 따려고 했다.
별거 아닌 일이다. 운전면허는 1종보통이지 해서 그 달 초에 준비했고 형편없었던 날림의 음주운전 시험이던 시절이라
나도 그에 발 맞추어 시험을 치뤘다. 그런데 1일이란다.
나는 30일날 운전 실기가 있었고 시험을 치르고 연습때완 다르게 클러치를 조금만 때도 시동이 꺼지는 형편없는 포터를
운전했다. 망했다고 생각했지만 어머니가 준비해준 박카스 한박스가 효과를 발휘했던지 나는 1종보통시험에 합격했다. 내인생 최초의 국가자격증이었다.
물론 나는 그 사실을 입대 이후에 알 수 있었다.

우리 부모님과 누나들과 함께 논산에 함께 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애써 태연한 척 했다. 논산 앞에 있는 불고기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태어나 처음 먹어보는 맛의 불고기였다. 갑자기 닌자들이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을 맛이었다.
예의가 없었다. 그 비싼 돈을 주고 멀리서 온 사람들이 2년 가까운 시간을 20년이 넘게 키워온 아들을 떠나보내는데
그 따뜻한 밥 한그릇을 먹이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에 대한 예의가
전혀 없었다.
연신 맛있다고 내뱉으며 그 어설프게 채워진 공깃밥을  반도 비우지 못했다.

논산 27연대였다. 시골출신인 내가 익숙한 마루바닥이 길게 놓여 있었다.
나는 사격과 수류탄 투척에서 모두 우수한 성적을 얻었다. 18발 이상, 수류탄 목표점 투척 성공. 그런데 며칠 전 행정병들의 야간 작업에 끌려나간 훈련병들은 그들의 배려로 부모님과 통화를 했다. 물론 내가 받은 점수로 할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바보가 아니다. 먼 거리서부터 수영장을 닮은 실루엣과 평소가던 교회와는 먼 거리. 그리고 무엇보다 그전부터 시작된 조교들의 이죽거림.

"야 콜라에 흠뻑 취하러 가자."
"야 이 어린 양들이 깨끗하게 구원 받겠구나."
나는 너보다 4살이 많으니까 딱히 어리진 않다. 눈치가 유난히 빠른 나는 어린 조교의 유치한 도발에 일말의 불안감을 느꼈다.

아아. 우리 신자님
죄송합니다. 전 불교 신자입니다.
이쪽 물로 들어가면 됩니다
제가 왜 물로 들어가요?
침례교니까요

양심이 있으면
단한번의 기회는 줘야한다.
회개를 해서 개종을 하던가. 그것도 아니면 종파라도 달리하던가. 그것도 아니면 모태신앙으로 가브리엘같은 이름이라도 갖다대게

그냥 끌고 들어가 머리를 물에 담그고 어푸어푸
대가리를 들고 뭐라고 말하고 나는 침례교 세례를 받았다. 함께 오신 아주머니들의 수건을 건네 받고

나왔다. 약간의 물을 마신 나는 그 약간만큼 쿨럭이며 콜라를 받으러 갔다.
하아.
미친 놈들인가
펩시까지는 피토하는 심정으로 급한마음에 어쩔 수 없이 이해해 주려 했다
쥬시쿨인지 어쩌구 오렌지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과일 음료가 손에 쥐어졌다
애써 받지 않으려 했는데 쥐여졌다.

나는 그때 대한민국의 육군훈련소가 얼마나 열악한지 깨달았다.
그 불합리하고 인격이 무시당하고 또한 모독당한 상황에서도 나는 그 190ml남짓한 음료를 버리지 못하고 빨아 먹었다.

지금도 그때의 그 기분이 생각난다.
참으로 양가적인 감정이었다.
달콤한 과일쥬스를 음미하면서 거의 한달만에 물에 몸을 담근(비록 똥물이었지만) 기분과
코카롤라라는 말을 믿고 왔지만 그것이 거짓이었고 그럼에도 단 한마디도 항의하지 못하는 노예 그 자체의 삶.

나는 그날 울었다.
스물여섯의 나이로 군대에 가서 2주 가까이 변비때문에 똥 한번 싸지 못했던 그날에도 터뜨리지 않았던 울음.
그리고 마지막 까지 전역하면서도 정말 단 한번도 터뜨리지 않았던 울음을 그날 터뜨렸다.

나는 비루한 인간이었다. 일제시대때였다면 코카콜라 한 캔에 기꺼이 동지를 팔아먹을 인간이었다.
다행인 것은 내게는 팔아먹을 동지가 없었고
훈련이 끝난 날 자대로 가기 전날 가족 면회가 있다는 점이었다.
그보다 감사한 것은 시원하게 얼려온 코카콜라와 생수통에 맥주를 아이스박스 가득히 담아서 준비해줄 누나가 있었다는 점이었다.

지금도 조카가 묻는다. 우리 엄마는 어떤 사람이냐고
그녀는 내가 아는 이들 중 가장 현명한 사람이며
가장 어두운 곳에서 밝은 빛을 향해 걸어가는 자이며
내게 훈련소를 비롯하여 스무 통이 넘는 편지를 보내 준
나의 거룩한 누이였다고

그러니 나의 조카여
제발. 제발.
제발 좀. 말 좀 들어라. 제발 좀.
너의 어미는 나의 좋은 형제이자 존경하는 스승이며 사랑하는 가족이다.
그러니 말 좀 제발 들어라. 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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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두유두
21/04/13 08:40
수정 아이콘
우리 매형을 인정한 계기가 우리 부모님보다 제 면회를 자주왔지요 크크크
청춘불패
21/04/13 09:41
수정 아이콘
누님께서도 군대에 남친이라 친구들 보낸
경험이 있으셔서 그런 준비를 하셨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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