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20대 중반에 유아체육 강사와 어린이 축구교실 강사를 했었습니다. 한5년 정도.
(사짜 아닙니다. 관련 전공 졸에 자격증 소지자 입니다. 크크)
3살 짜리 아이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가 저의 수업을 듣는 친구들이었는데요,
사실 3살 정도 짜리 유아는 축구를 가르친다라기보다는 공을 가지고 즐겁게 뛰어노는
레크레이션 수업에 가까웠고, 실질적으로 축구라는 개념이 제대로 적용되는 수업은
5살반 부터였습니다.
5살 이 친구들에게 "축구" 라는 걸 가르치기 위해서는 일단 축구가 무엇인지부터
인지시켜주어야 하는데요,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다행히도 제가 강사를 하던 그 시절은 2002년 월드컵 이후에
온 나라가 축구로 들썩거리던 시절이라서 그런지, "축구" 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따로 인지시키지 않아도 5살 친구들도 어느 정도 축구가 무엇인 것에 대해서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강사님들마다 가르치는 스타일과 철학은 다 다르게 있겠지만서도
아마도 대부분 축구수업을 처음 하는 친구들에게 주지시키는 내용은 공은 "발"만을 이용해서 노는 것이라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처음 축구수업을 진행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재미있는 현상이 있습니다.
공을 발로 차면서 약 10미터 일직선 상앞의 저 곳까지 공과 함께 이동을 하자 는 미션, 네, 드리블이라는 것을 처음 시켜보면요,
1. 어린이는 공을 발로 찹니다.
2. 발의 어느 부분에 어느 정도의 힘으로 차야 할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발끝으로 뻥 차버리고는 멀찌감치 공을 차내버립니다. 드리블이 아닌 게 되어 버리지요.
3. 그런 경험을 겪은 후 우리의 미션은 "공과 함께" 이동을 해야 하는 것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이야기 해주며
요렇게 요렇게 내 발 앞에서 공이 멀어지지 않게 살살 차면서 함께 이동을 해야한다고 알려주면,
4. 처음 해보는 어린이들이 살짝 차낸 공은 본인 앞의 일직선으로 가는 경우가 거의 드뭅니다.
높은 확률로 좌우로 흘러나가는 일이 대부분인데요, 여기서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5. 많은 수의 어린이들이 이때, 옆으로 삐져나간 공을 [손끝으로 살짝] 끌어 자기 발앞에 가져다 놓습니다.
6. 그리고 다시 발을 이용해서 살살 차보기 시작합니다.
7. 위와 같은 행동을 개선하여 온전히 "발"로만 차는 축구까지 만들어 내는 과정은 생각보다 금방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꽤나 많은 반복과 학습이 필요합니다.
강사를 처음 하던 시절에는 축구는 "발"로 하는 것이라는 것을 재차 강하게 주지시키며, 저런 행동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몇년간 하면서 지속적으로 처음 축구를 접하는 친구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에 대해서 크게 재미를 느꼈습니다.
이러한 행동 반응에 대하여 어린 친구들의 사고의 과정이 너무 궁금했었는데요,
사실 해당 내용과 관련된 정확한 학문적 결론을 배우는 기회는 아쉽게도 제게는 없었습니다.
다만, 경험을 토대로, 그리고 그때 그때 어린이들과 대화를 나누어 본 결과로 제 나름의 분석을 해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1. 강사의 시범과 코멘트를 듣게 된 어린이는 나름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완성됩니다.
2. 강사와 같이 문제없이 발을 이용해 축구공을 드리블을 하는 자신을 먼저 상상하게 되지요.
3. 실제로 행동에 옮겼을 때는 상상했던 본인의 이미지와는 다른 형태의 결과가 도출됩니다.
발로 찬 공이 자신이 원하던 일직선상 앞 방향으로 굴러가지 않고 옆으로 삐져나가게 되는데요.
4. 그러면 자신이 그렸던 이미지를 벗어난 이 순간을 원래 그렸던 이미지로 돌리기 위한 행동을 실시합니다.
자신이 상상했던 일직선 상의 궤적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손을 이용해 축구공을 다시 궤적위로 복귀시킵니다.
5. 여기서 최초에 본인이 그렸던 이미지는 "축구"라는 카테고리 안에 있지만,
예상 외의 결과가 도출되어 그것을 원상복귀 시키기 위한 순간의 행동은 자신의 안에서는 "축구"가 아닌 것이지요.
본인이 정한 선 안에서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축구",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축구"가 아닌 것 이라는 자신만의 룰과 범위를 만들어냅니다.
나름의 분석 이후로는 "발"로 차기 시작한 순간부터 어떠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지금 이 순간은 "축구"라는 것을 강조하며,
자기중심적으로 본인들이 그린 이미지가 룰이 아닌, 그 룰이라는 것은 타의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이고, 자기 위주로 순간의 범위를
바꿀 수 없다라는 것을 조금 더 인지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그렇다고 되게 갑자기 바로 개선되었던 것도 아닌 것 같긴 하지만요.
가끔 그럴 때가 있습니다.
나는 잘못한 거 같지 않은데, 남들은 내 행동이 잘못 되었다고 한다.
나는 분명 내가 생각하는 도덕과 정의감에 따라 행동했고 내 안에서 분명 옳다고 판단한 행동인데, 그러한 나의 행동의 결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고 있다.
그럴 때 제3자의 시각으로 해당 상황을 보게 되면, 자신의 실수와 잘못에는 쓸데없이 관대한 상황을 발견하게 됩니다.
누가 봐도 실수고 잘못이지만, 자신이 저지른 실수와 잘못은 현재 상황에 적용하지 않으니 의견이 일치할리 가 없습니다.
이를테면 내로남불 이라고 표현하는 상황인 것이죠.
내가 저지른 실수나 잘못은 현재의 상황과는 번외인 것이며, 그것은 내가 내 안에서 그렇게 정했다 라는 본인만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사고과정이 스스로를 상쇄시킵니다. 그리고 다시 내가 정했던 현재의 상황을 돌아와서 보면 나의 잘못은 없었던 것이 되곤 하지요.
하지만 그러한 본인만의 마음속으로 정한 번외의 행동규범을 다른 이들에게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여기에서 많은 오해가 일어나더군요.
누구를 특정하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론속에서 많이 보이고 있는 내로남불의 정치인들과 유명인들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라는 듯한 태도와 행동을 보면서 문득 그 예전 5살짜리 아이들과 축구 수업을 하던 그 시절이 떠올라 글을 써봅니다.
그래도 5살 아이들도 몇번 가르치면 어느 순간에 깨닫고 고치거든요.
룰은 내가 내 맘대로 만드는 게 아니고 남이 만들은 룰 안에서 행동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저 스스로부터 제 안에 제 맘대로 정한 룰속에서 내로남불 하고 있는 건 없는지 뒤돌아봐야 겠습니다.
#무슨 말을 주저리주저리 논리적으로 쓰고 싶었는데 쉽지 않네요.
#이 역시 제 머릿속에만 있는 이미지만을 뱉어낸 것 같아 반성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쓰고 나니 없애기는 아까워서 그대로 올립니다.
#마음껏 비판해주세요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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