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이 대체역사 얘기도 하셨는데, HOI의 여러 대체역사 모드의 내용을 정리하다보면 웃긴 게 꽤 많아서 써보려 합니다.
HOI라는 건 스웨덴의 패러독스 인터렉티브 社의 2차대전을 다룬 대전략 게임인데 10년 정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카이저라이히부터 온갖 대체역사 모드가 활성화 되어 있습니다.
위에서 썼지만 좀 웃기게도 공통되는 점이 있습니다.
1. 카이저라이히(Kaissereich)
1차대전에서 독일이 이겼다는 설정입니다. 현실에선 치머만 전보 때문에 1917년에 미국이 참전했지만 여기선 치머만 전보 사건이 없어서 미국이 참전을 안 했고, 역사대로 독일의
대러시아 결전병기 레닌의 활약으로 1918년에 러시아는 브레스트-리톱스크 조약으로 땅을 왕창 뜯기고 이탈 했고 이후 1919년에 프랑스는 파리가 기어코 함락 되었고 이어서 이탈리아도 항복하면서 1921년에 "명예로운 평화"로 1차대전이 종결 되었습니다.
이후 한창 내전에 한창이던 공산 러시아가 위협으로 다가와서 독일은 브레스트-리톱스크 조약 이행을 조건으로 백군을 지원하여서 러시아 내전도 백군의 승리로 막을 내리고 케렌스키가 이끄는 민주정부가 들어섰고, 영국과 프랑스는 패전의 여파로 사회주의 정부가 수립 되었고 구 정권은 각각 캐나다, 북아프리카로 도망쳐서 권토중래를 노리고 이 독일제국의 전후 체제는 20여년간 지속됩니다.
하지만 1936년 베를린발 경제 대공황으로 독일의 경제가 무너지고, "프랑스 코뮌"은 같은 사회주의 동지인 "브리튼 연방"과 북이탈리아에 세워진 "이탈리아 사회공화국"과 연합해서 1939년 9월에 알자스-로렌 반환을 이유로 독일에 선전포고 하며 2차대전이 시작됩니다.
역사 분기 포인트 :
미국이 참전 안 함.
2. 퓌러라이히(Führerreich)
위의 카이저라이히 세상에서 출판되었다는 설정이었던 소설을 다시 모드로 만들었습니다. 원래는 "서부전선 이상없다"로 유명한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가 쓴 소설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턴가 윈스턴 처칠이 쓴 소설로 바뀌어서 처칠은 작품 내외적으로 "갈리폴리에서 말아먹은 거 소설이나 쓰면서 자위하냐?"라고 욕 먹게 되었습니다.
이쪽은 현실과 비슷하게 독일이 패전했습니다. 근데 현실이랑 완전 같은 건 아니고 라인란트 쪽에는 "라인란트 자유국"이라는 나라가 세워져 있고(현실 프랑스도 라인강 이서 땅을 떼어놓고자 했는데 실패했고 라인란트에 군대 주둔을 못 하게 하는 정도로 타협해야 했습니다), 러시아는 내전에서 승리하여 공산 러시아가 되었는데 현실에선 35년에 사형 당한 세르게이 키로프가 러시아의 수장으로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에는 현실 나치당 창당자였던 "안톤 드렉슬러"를 패러디한듯한 "오토 드레슬러"가 제창한 "발키즘"에 의해 지배되는 독재 국가이고, 이후 발키즘 독일은 사방팔방 어그로를 끌다가 결국 프랑스, 소비에트 러시아와의 2차대전에 돌입합니다.
역사 분기 포인트 :
미국이 참전 함.
3. 붉은 홍수(Red Flood)
2번과 마찬가지로 카이저라이히 세상에서 출판된 소설이란 설정입니다. 리투아니아의 소설가 "이그나스 세이니우스"가 지었습니다.
분기점은 더 거슬러 올라가는데 스톨리핀이 현실보다 더 오래 살아서 러시아는 더 강력했기 때문에 러일전쟁도 이기고, 1차대전에서 독일과도 마지막까지 잘 싸웁니다.
프랑스는 니벨 공세를 현실보다 더 심각하게 말아먹는 바람에 군인들이 드러누워버렸고 결국 이탈합니다.
미국은 참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독일과 러시아가 서로 싸우다가 둘 다 사회주의 혁명이 나버려서 공멸해버리고 대전쟁 자체는 결국 협상국의 승리로 끝났지만 중도 하차한 프랑스는 한 세대가 갈려나갔는데도 하나도 얻은 게 없는 꼬라지가 되어서 사회가 대혼란에 빠지고, "촉진주의"를 이끄는 "앙토냉 아르토"에 의해 프랑스는 개막장 나라가 되어버립니다.
촉진주의에 대해서도 좀 길긴 한데 괜시리 기니까 그냥 패스.
역사 분기 포인트 :
러일전쟁에서 러시아의 승리.
미국 참전 안 함.
프랑스의 공세 실패 및 중도 이탈.
독일에서 공산혁명.
4. 신질서 : 유럽 최후의 나날(The New Order: Last Days of Europe)
2차대전에서 추축국이 승리한 후 미-독-일 간의 삼파냉전이 이어지는 1962년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건 개발진 공인으로 어떻게 해도 추축국이 이기고 그 상황을 60년대까지 끌고 갈 방법이 도저히 생각이 안 나서 의도적으로 추축국을 버프하고 연합국을 너프했다고 합니다.
독일 : 현실보다 훨씬 강해서 폴란드, 프랑스, 소련, 영국 차례로 순식간에 격파해버리고 미국의 맨해튼 계획보다 더 빨리 핵개발에 성공해서 하와이에 핵폭탄을 떨궈버리는 것으로 미국마저 전쟁에서 이탈 시키고 패권국에 등극합니다. 아인하이츠팍트(Einheitspakt)의 주도국입니다.
소련 : 현실처럼 1920년대에 성립하였지만 부하린이 집권하였고 스탈린은 숙청 되었습니다. 경공업 발전까지는 잘 되었지만 중공업에서 삐걱거렸고 대숙청도 없어서 장교단의 알력도 제어하지 못했기 때문에 1941년에 독일의 공격에 삽시간에 밀려나서 우랄산맥 너머로 도망쳐야 했고, 이후 그마저도 내분으로 조각나고 맙니다. 이후 1950년대 초반 독일의 경제위기 속에서 옛 붉은 군대의 잔당들이 뭉친 "서러시아 혁명전선"이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까지 접근하면서 독일군을 대위기에 몰아넣었지만 결국 실패하고 그 여파로 완전히 공중분해 되었습니다. 수십개 군벌로 나눠진 러시아를 통일하고 다시금 강대국으로 세계질서에 복귀시키는 게 본편입니다.
미국 : FDR은 사망해서 대통령이 못 되었고 현실의 미국 대통령인 존 F 케네디의 아버지인 조지프 케네디가 대통령으로 있었지만 뉴딜도 없으니 대공황의 여파도 제어 못 했고 그 때문에 훨씬 약했습니다. 현실보다 훨씬 숫자도 적었던 해군을 전부 진주만에 묶어 놨다가 진주만 공습으로 요크타운 세 자매가 한방에 용궁 가버리고 유류 저장고까지 터졌습니다. 현실보다 훨씬 불리한 상황에서 독일군이 영국 본토 상륙에 성공하면서 아이젠하워는 영국군과 연합하여 끝까지 저항했지만 영국은 결국 항복하고 후퇴하였습니다. 반면 태평양에서는 그래도 미국이라 일본군을 밀어붙이고 이오지마까지 진격했지만 일본 항모 아카기에서 이륙한 독일 폭격기가 하와이에 핵을 투하하면서 전의를 상실하고 아카기에서 평화 협상을 하는 처지가 됩니다. 본편인 1962년에서는 자유국가기구(Organization of Free Nations)의 주도국입니다.
일본 : 진주만 공습으로 미 해군을 한방에 쓸어 담았는데도 밀리다가 독일의 핵폭탄펀치 한방에 미국이 나가 떨어지면서 아카기 조약으로 하와이를 획득하고 이후 거칠 것 없이 중국을 공략하여 47년에 중국 최후의 저항을 분쇄하고 승리하여 대동아공영권을 완성합니다. "공영권"의 주도국입니다.
역사 분기점 :
미국에 FDR이 없음.
소련에 스탈린이 없음.
독일이 미국보다 핵 개발을 먼저 성공 시킴.
일본이 진주만 공습에서 3차 공습까지 성공 시킴.
미국의 참전이 훨씬 늦음.
소련의 중공업화와 군부 숙청에서 실패.
5. 천주 제국(Thousand-Week Reich)
위와 비슷하게 독일이 2차 대전에서 승리하였고, 일본은 미국에게 두들겨 맞고 패전 하였고 그와 반대급부로 장개석의 중화민국이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하여 미국과 대치하게 됩니다.
독일 : 현실과 같이 유럽 국가들을 격파하고 유럽 제1의 강대국으로 부상하였습니다. 하지만 1952년 히틀러가 사망하면서 흔들리게 됩니다.
미국 :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짱짱센 초강대국으로 "토론토 조약"의 주도국입니다. 아직 독일은 핵폭탄도 만들지 못해서 낑낑대고 있는데 52년에 수소폭탄까지 만들어 내면서 핵전력에서 압도적 우위에 서 있습니다. 실제로 해보면 독일이 내전이 일어나서 킬각 뜨자마자 독일 주요도시에 핵을 뿌려버리면서 독일을 삭제해버리는 어마어마한 위엄을 자랑합니다.
소련 : 2차대전에서 패전하면서 여러 국가로 나뉘었습니다. TNO처럼 심각한 수준까진 아니고 3~4개 국가로 나뉘어져 있는데 자유 러시아 군단의 블라소프가 연해주에서 민주주의 국가를 하나 세우고 있습니다.
중국 : 일본이 미국에게 먼지나게 두들겨 맞고 패전하였고 중국 본토는 국민당이 통일하게 됩니다. 이후 50년대부터 성장하여 미국과 냉전을 할 정도의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게 됩니다.
한국 : 여기선 소련도 중화인민공화국도 없으니 한국이 분단 되는 일도 없어서 통일된 채로 급성장하여 현실의 대한민국보다 더 강력한 나라가 됩니다. 한국이 이렇게 대접 좋은 대체역사는 처음 보는 듯.
역사 분기점 :
미국이 유럽전선에서 제대로 참전하기 전에 연합국이 패전함.
소련이 독일에게 패전하여 분열됨.
국민당이 중국을 통일함.
결론 :
암만 대체역사라 해도 미국이 FDR 나와서 뉴딜정책 걸고 풀파워로 나오면 도저히 답이 없기에 미국이 참전 안 했다든지, 참전 했어도 뉴딜 정책이 없어서 빌빌대는 미국이라든지 이런 저런 설정을 무조건 붙이고 시작합니다.
경제? 그건 뉴딜로 처리하면되.
군대? 그것도 미국이 사준다.
FDR은 무적이다.
미국은 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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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대체역사는 미국 짱짱맨이죠 흐흐.
이 쪽은 양질의 작품이 죄다 서양 쪽에서 나와서 아쉬워요.
서양 역덕은 많아서 유럽 쪽은 진짜 전황이나 세력 구도를 별의 별 세세하게 다 파고 들고 다채롭게 진행되는데 동아시아는 이해도가 낮다보니 대충 '일본 짱짱맨' '중국 짱짱맨'으로 끝나버리니.
(수정됨) 영국이 전쟁에 개입해 남군편에서서 두 개의 미국으로 갈라놓는 미래가 가능하긴 했겠죠.
현실은 퍼머스턴이 참전이라는 패를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링컨이 노예해방선언을 똭! 과연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 사망으로 참전을 못한게 결정적이었는지, 그냥 핑계거리였을 뿐인지...
퍼머스턴이 이후의 미래를 봤다면 무조건 참전했겠지만요. 사실 미국의 1차대전 참전만큼이나 자연스런 흐름이긴 했는데...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