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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0 00:06
적어도 일부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게 먼저고, 밀집한 집단이 먹고 살기 위해 농업이 본격화됐다는 설도 있더라고요. 사피엔스에서도 언급됐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21/06/10 00:14
우선 좋은 책 소개 감사드립니다.
님께서 소개해주신 문명비판론은 우선 오리엔탈리즘과 뭐가 다른가 싶기도 하네요. 예를 들어주신 "수렵채집인은 폭력의 기미가 보이면 한 쪽이 자리를 이동하면 그만이었습니다."라는 내용도 애초에 누군가에 의해 쫓겨나게 되면 엄청난 고통이지 그렇게 편하게 선택할 성질의 것이 아니죠. 다른 곳이 비어있다고 볼 수도 없고 인류의 위협이 다른 인류가 아닌 동물, 기후에서 오는 것도 많으니까요. 살만한데 인간이 없는 곳이 많았다면 그만큼 수렵채집이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구요. 수렵채집인이 더 건강했다는 건 그렇지 않으면 다 죽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바이킹, 사모아인, 몽골의 후손 피지컬을 보면... 또 에스키모인들처럼 극한 환경에서 사는 곳에서 영아살해 빈도가 높았죠) 현대인들도 보수가 조금 적더라도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직업 갖기를 훨씬 선호하죠. 그런 정신적인 스트레스 부분이 과소평가 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농업으로 삶의 예측가능성이 올라가면서 우리는 문명을 이루게 됐고 놀라운 발전을 이룩했죠. 과연 수렵채집생활로 '트와이스'가 나올 수 있었을까요? 크크 그런 과정이 없었으면 70억 인구가 존재하지 못했을테고 우리 중 많은 사람이 존재할 수 없었을테니 수렵채집생활을 부러워 할 이유가 별로 없다는 말입니다. 그건 마치 지금 인구가 절반 이상 줄어들면 살기 좋아질텐데와 동급인 명제라고 생각하니까요. 노동시간이라는 측면도 수렵채집은 실패율이 굉장히 높습니다. 그렇게 허탕치는 시간도 계산해야하고 농업 이후의 문명은 아예 노동시간이 0인 계급을 만들어 냈죠. 저 또한 업무시간을 이렇게 루팡하면서 댓글을 달고 있구요. 물론 끝없는 욕망으로 전체적인 삶의 질이 하락하고 자원을 급격하게 소모하는 현대문명의 단점이 크게 느껴지는 요즘이긴 합니다. 저 또한 현대 문명을 상당히 비판적으로 보고 살아왔는데 뱃속에서 탯줄이 목에 감겨있던 제 아들을 제왕절개로 낳게 되면서 많이 바뀌게 되더라구요. 예전 같았으면 저는 와이프와 아들을 모두 잃은 홀아비가 되었겠죠. 과거인들은 그걸 그냥 어쩔 수 없는 불운으로 치부하고 말았을테지만... 아니면 신을 저주하거나 혹은 신의 노여움을 풀기위해 제사를 드렸겠죠. 괜히 뻘 댓글 단 거 같긴 한데 그냥 이런 관점도 있다는 정도로만 받아들여주세요. 다시 한 번, 흥미로운 내용 소개 감사드립니다.
21/06/10 02:27
저는 혹시 pgr에 사피엔스를 읽은 분들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그 부분때문에 사피엔스에 대한 글을 쓰기 망설여졌는데 덕택에 판이 열렸네요. 감사합니다.
제가 고민하던 부분은 이 이후의 '제국'부분입니다. 사실 이 책은 굉장히 위험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종교도 국가도 사실 어떤 것 하나 숭고한 것은 존재하지 않고 단지 "공통된 사고를 공유"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윗 분이 말씀하신 오리엔탈리즘도 결국 틀린 이야기는 아닌것이 식민지 시대 때 유색인종들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서구인들은 같은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아주었죠. 그 분노가 독립운동들의 기폭제가 되었음을 명시하고, 현대의 제국은 피부색에 상관없이 제국의 핵심적인 "공통된 사고를 공유"할 때 그 공유한 사람들 사이에서 제국이 형성되는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로마 밖에서 로마금화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은 제국의 일원이고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제국의 일원이 아니라는 것처럼요. 즉 현대사회에서 제국의 일원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제국의 가치를 공유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라는 이야기도 됩니다. 그 제국은 국가 위의 개념이고요. 단순히 미국이 현대의 제국이다로 치환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 본문의 이야기인데... 생각해보니 그 내용은 나중에 적으시겠군요. 역시 어제 술먹고 적어서 그런지 판단이 흐렸습니다. 크크크 초반에 인간이 무리짓고 사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그 부분의 흡입력이 대단했지요...
21/06/10 03:01
농업의 혁명은 문명의 본질이랑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문명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할 수 있음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통제의 성질을 가지는 데 사피엔스가 얘기하는 농업혁명의 맥락이란 이런 통제가 내포하고 있는 함정을 얘기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맥락을 크게 늘려 오늘날에 비추어본다면, 예측가능함이 극대화된 현대 문명속에 불안정성과 완전히 단절된 채 살아가는 소위 젊은 세대가 불행함을 느끼는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더해서 비교했던 수렵채집이 가져다주는 의미란 실리적인 만족보다는 달리 생각해 인간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없음과 선택에서 또한 행복을 누리는 생물이라는 점이라고도 생각해볼 수 도 있겠죠 인간과 AI로 대표되는 문명의 차이라고 한다면 목적주의라고 생각합니다. 문명은 목표로 가지고 움직이도록 설계되었고 AI도 그러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작동하지 않고 망가져 버립니다. 인간은 목적만을 가지고 움직일 수 없습니다. 목적에 빠져 혀우적거리다간 어느새 행복과는 멀어져 버려요. 그렇다 한들 우리는 문명속에 살아가기에 문명의 방법을 따라야만 물질의 안녕을 기원할 수 있습니다. 문명의 좋고 나쁨은 가치판단할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인류가 눈깜짝할 새 거대해진 문명에게 잡아먹혀 있을 뿐이죠. 이를 우리가 활용하느냐 잡아먹히느냐가 관건입니다. 저는 지금 인류가 위기의 시기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위기의 시기가 있어왔지만 대부분 인류는 아직 완성되지 못했던 문명을 극도로 발달하는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은 다릅니다. 만약 지금 인류 자체가 정신적으로 성장하여 이런 목적중심적인 삶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현대의 개인으로서는 불행만이 남아 쇠퇴의 길만이 남아있을 거라고 봅니다. +) 문명은 계속해서 성장할 겁니다. 그러나 그 속에 인간의 역할이 얼마나 남아있을 거라 장담할 수 없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21/06/10 07:03
수렵채집인의 삶이 농부의 삶보다 행복하다는 주장이 합리적인지 의심스럽네요. 수렵채집에 적합한 영토는 제한적이고, 같은 인구를 부양하려면 훨씬 더 넓은 영역을 필요로 하며, 그 생산성은 농업에 비해 매우 불확실합니다. 수렵채집인은 전혀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오로지 생계를 위해 불확실한 매일매일을 두려워하며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는 부평초 같은 삶이었습니다. 사냥은 몸을 다치는 일이 다반사이며 심하면 목숨을 내놓는 일이었는데 말입니다. 전형적인 옛날이 좋았어라는 향수병 같습니다.
21/06/10 11:59
사피엔스 본문에서의 설명은 말씀하시는 그 "불확실한 매일매일"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목숨을 내놓는 일"이 별게 아니었다는 내용도 포함될 겁니다. 즉 생명중시나 죽음에 대한 과도한 공포 역시 농경사회의 산물이라는 거죠.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이 힘들어, 미리미리 대비해야지! 같은 생각 따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이야기인걸로...
21/06/10 23:04
내 생명만이 아니라 남의 생명, 사회 공동체를 인격화시키는 것까지 포함해서요.
그리고 나의 생명에 대한 의미 부여도 더 강해졌다는 거고요. 비유하자면 수십년전 분들은 안전장비같은 것도 없이 그냥 일하셨지만 그게 아무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하셨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죠. 사피엔스에 따르면 '인권'이라는 개념이 창조된 이후 확산 공유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라는거죠. 마찬가지로 농업혁명 이후로 "생명(실은 노동력)은 소중한 것"이라는 어떤 합의가 도출되었다는게 책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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