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일기장이 어렴풋한 추억 속의 그 무엇이 아니던 시절, 저도 분명히 그곳에 누군가 알아보지 못할 암호문과 다름없는 주저리같은 글들을 많이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참이라 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여전히 궁금한 점들이 있습니다. 왜 저는 그런 글을 썼을까요.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있었을까요. 누군가 알아봐 주었으면 하는 글들을 알아보기조차 힘들게 썼던 일들은 무엇을 위함이었을까요. 그 이유야 그 시절의 저 자신만 알겠지만 확실한 건 그 자신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알기 힘들다는 것이겠지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을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부류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 수 없는 부류입니다. 그 의도를 가늠할 순 없지만 확실한 것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꼭꼭 숨겨두고 주위의 것만 에둘러 하나둘 꺼내 놓는 경우이지요. 그럴 때 많은 갈등에 휩싸입니다. 제가 그 뜻을 알아 달라는 것일까요? 혹은 제가 그 뜻을 몰랐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오는 행동일까요?
그러나 요즘엔 비슷한 피로감을 직설이 미덕이라 여김에 망설임이 없던 온라인에서도 느끼는 중입니다. 물론 이전부터 그래왔던 것을 제가 유독 최근에 체감하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고요, 실제로 그런 경향들이 강해져 왔을 수도 있고요.
'나는 XX가 좋아요. 혹은 싫어요.' 이보다 더 명확한 문장이 있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보다 더 남들이 하여금 자신의 의견을 이해시키기에 명확한 문장이 있을까요. 하지만 최근 많은 글은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 대신에 이야기를 대신할만한 이야깃거리들을 주욱 늘어놓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물론 쓰이진 않았지만) 이런 느낌으로 끝나죠.
"그래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맞혀보세요. (아마도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것이 맞을 테지만요.)"
조금 더 직설적인 이야기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는 이 공간에는요. 누군가는 무엇을 좋아할 것이고 누군가는 무엇을 싫어할 것입니다. 누군가는 무엇을 무조건 사랑할 것이고 누군가는 무엇을 억지로라도 까고 싶어 할 것입니다. 다들 이해하시잖아요 그 감정들을? 그리고 (서로를 바보라고 생각하지 않는 하에야) 그런 생각들이 알게 모르게 드러나리라는 것은 다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무조건 쉴드를 치는 글에도 쉴드는 아니지만, 이라는 시작보다는 솔직한 그 심정이. 억지로 까는 글에도 억지로 까는 건 아니지만, 이라는 것보다 그냥 억지로 까는 겁니다 라는 진짜 이유가 드러나는 것이 좀 더 온라인 커뮤니티에 어울린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요. 왜냐하면, 사실은 서로 다 알고 있지 않을까요. 그것을 포장하고, 또 포장을 벗겨내고 하는 피로감들이 사실은 많은 분들에게는 그 피로감이 '재미'이지만 저만 피로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요.
사회에서 또 주위에서 수많은 '돌려 말하기'를 겪으면서 그 피로감이 극에 달해서 느껴지는 '별것 아닌 것에 대한' 아니꼬움일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한 번쯤 그랬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계속 드는 부분입니다. 저는 확실히 뜻을 숨기고 빙빙 둘러 이야기하는 많은 이야기가 싫습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대로 하는 것이 조금 더 널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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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일이 있을 때 솔직하게 말하는 게 참 어렵죠. 자신의 실수나 치부가 엮여 있어서, 혹은 자기 약점을 드러내자니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해서 말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이를 말로 풀어내기 어려울 정도로 궁지에 몰린 상황일 수도 있구요. 상담사들과 정신과 의사들이 돈 받아가면서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건 그만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생각은 차치하고 일단 반박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환경과 처지에 따라 생각을 그냥 휙휙 바꾸는 사람도 많고요. 펀쿨섹좌처럼 언제든 발 빼고 싶어 말 돌리는 사람도 있을 거고요. 본인도 본인이 뭔 생각하는지 모르는 사람도... 생각이란 걸 포기한 사람도;;;;; 만나면 쉽게 간파할 수 있는 것들이 인터넷 활자에 가려 잘 안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와는 별개로 다른 사람이 '난 이래' 하고 말하면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면 될 일을 쉽게, 무섭게 비난하는 사람이 많아서 무섭더라고요. 피쟐에서 놀란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본심을 감출 수도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