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글 재주가 없어서 글을 쓸 때 며칠을 두고 여러 번 수정을 하면서 최대한 조리있게 쓰려 노력합니다만, 이번엔 생각 나는데로 쭉 적어서 매끄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감안해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원룸에서 살고 있습니다. 올해 12월 29일에 만으로 5년이 되네요. 집안에 빚이 좀 있어 그거 먼저 처리하느라 5년 동안 월세를 갖다 바쳤습니다. 멀리보면 어떻게든 돈을 구해서 전세로 넘어가는게 맞는데, 사람 인생이라는게 장기적인 것만 보고 살 수 있는게 아니다보니 이렇게 삽니다.
5년간 옆집, 윗집, 아랫집, 집주인 누구와도 트러블 한 번 일으킨 적 없습니다. 굳이 하나 뽑자면 세탁기를 3번이나 고장냈다는거 하나 마음에 걸리는군요. 제가 사는 지역 자체가 노후된 거주지역이고, 사는 건물도 그 중에서 평균보다 조금 아래의 시세인 곳입니다. 솔직히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집이지만 그래도 큰 불만없이 살았죠.
문제의 발단은 지난 달 25일이었습니다. 옆집에 아저씨 한 명이 이사를 왔죠. 당일에는 몰랐고, 다음날이 토요일이었는데 한창 유튜브 보던 중 큰 소리로 싸우는 것 같은 소리가 계속 들려서 나가봤습니다. 실제로는 딱히 싸우는 건 아니었고 그냥 목소리가 큰 사람이었습니다. 도중에 눈이 마주쳐서 가볍게 인사하고 돌아왔는데, 잠시 후에 저희 집에 찾아오더니 예의를 갖춰서 인사를 건내더군요. 나이도 4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데 굉장히 젠틀한 사람이라는 첫 인상을 받았습니다.
주말이 지나고 주중에 출퇴근 하면서 보니 옆집이 대문을 열어 놓는 경우가 왕왕 있었습니다. 지금은 더워 죽을 것 같은 날씨지만 3주 전만 해도 밤에는 에어컨 없이도 지낼만 했죠.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주말(7/3~4)에 집에 있다보니 아침 저녁이 아니라 잘 때만 빼고 계속 문을 열어두더군요. 대략 아침 7시~새벽 1시까지 계속 말입니다.
문제는 이 아저씨가 기본적으로 행동 자체가 소리가 크다는 거였습니다. 귀가 좀 안 좋은지 TV소리도 크고, 재채기 소리도 크고, 하품 소리도 크고, 전화 통화도 크게 하더라고요. 사실 딱히 정해진건 없지만 보통 아침9시~저녁 10시 까지는 엥간한 소음이 나도 익스큐즈하는게 불문율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데 그 이외 시간에 나는 소음은 문제가 있죠. 특히 잠자기 전, 깨어나기 전의 소음은 사람을 미치게 만듭니다.
일단 1주일을 지켜봤습니다. 7월이 되니 날씨가 급격히 더워졌는데, 한 낮에도 문을 열고 있더군요. 에어컨 틀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금요일(7/9) 피지알에 간략한 질문글을 올렸고, 집주인을 통해서 의견을 전달하라는 답변을 보고 집주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옆집 이야기를 하자마자 한숨을 쉬더니, 그 사람이 온 지 2주만에 1층과 2층 (저는 3층) 사람과 마찰이 있었다며 주의를 주겠다고 하더군요.
잠시 후에 옆 집에서 큰 소리로 싸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통화가 끝나고 1시간 후에는 집주인이 직접 찾아와서 온갖 욕설이 난무하는 상황이 이어졌죠. 결국 집주인이 보증금 돌려줄테니 나가라고 통보를 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전화로 미안하다며 다음주 금요일까지 내보낼테니 참아달라 하더군요. 알았다고 했습니다.
또 1시간 정도 지난 후, 집 주인이 다시 전화를 하더니 윗 층 405호가 공실인데 혹시 괜찮으면 그 쪽으로 이사하는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더군요. (아, 참고로 제가 304호, 옆 집이 305호입니다.) 4년 넘게 살면서 수리 한 번 안 하고 월세 꼬박꼬박 보내줘서 고맙다며 보증금이나 월세는 동결하고, 5월에 새로 수리한 405호로 옮겨준다는거였죠. 마침 7월 마지막주부터 여름휴가라 그 때 옮기겠다고 했습니다.
그 날 밤 11시 반쯤, 잠을 자려고 준비하는데 누가 문을 두드리더군요. 나가보니 옆 집 아저씨였습니다. 혹시 민원을 넣었냐고 물어보더군요. 말을 할까 말까 하다가 그렇다고 했습니다. 덧붙여서 그렇게까지 싸움이 날 줄은 몰랐다고도요. 만약 이 사람의 진상을 알았다면 그러지 않았을텐데 첫인상만 보고 실수를 했습니다. 옆 집 아저씨는 민원을 넣었다는 사실 자체는 딱히 얘기하지 않고, 자신이 그렇게 시끄러운지 이해할 수 없다고 계속 어필을 했습니다. 대문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아랫층에 내려갔다가 하면서요. 저는 계속해서 잠자기 전후로 소음 때문에 힘들다고 주장했으나 이야기가 평행선이라 그냥 알았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끝났으면 괜찮았을텐데, 제가 소음이 크지 않다고 간접적으로 인정을 하자마자 갑자기 급발진을 하며 집 주인 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아직도 논리 전개가 이해가 가질 않는데, 과장 1도 없이 적어보겠습니다.
집 주인이 뜬금없이 나한테 와서 민원이 있다며 시비를 걸었다 >> 그런데 들어온 민원에 근거가 없다 >> 정상인 사람은 그렇게 안 한다 >> 집 주인이 마약을 하는게 분명하다 >> 나는 집 주인과 관계가 안 좋으니 대신 경찰에 신고를 해달라 >> 이거 신고 안 하면 방조죄 될 수 있다
여기까지 듣자마자 느낌이 세한걸 넘어서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딱 들었습니다. 농담삼아 약 빨았냐 하는 것도 아니고, 마약이 쉽게 유통되는 나라도 아닌데 저런 논리 전개를 하고 있으니까요. 어찌저찌 상황을 무마하고 집에 들어와서 잠깐 고민을 하다가 바로 윗 층으로 이사를 가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이미 자정을 넘긴 시간이라 집 주인한테는 내일 아침에 통보하기로 했고요. 까짓거 월세 2중으로 내도 빨리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이불이랑 몇 가지만 챙겨서 새벽 1시에 405호로 올라왔습니다. 거기서 밤을 보냈죠. 그리고 토요일 하루종일 예정에 없던 이사준비를 하고 저녁 8시쯤에 대부분의 물건을 윗 층으로 옮겼습니다. 끝나니 밤 10시 50분 정도 되었습니다. 화장실에서 땀 범벅인 몸을 씻고 수건으로 몸을 닦는데, 갑자기 도어락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집 주인인가 싶어서 재빠르게 옷을 챙겨입고 문을 열었는데 아무도 없더군요. 술 취한 아저씨가 실수 했나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일요일(7/11) 저녁 6시 40분쯤 똑같은 일이 발생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집 주인에게 연락했더니 자기는 절대 그런 짓 안 한다며, 애초에 지금 지방에 내려와 있다 했습니다. 그리고 밤 10시 20분쯤 도어락 누르는 소리에 바로 튀어 나가서 문을 열었더니... 옆 집(이제는 아랫집, 305호) 아저씨가 서 있더군요.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대답 하지 않고 왜 405호에 있냐고 되묻더군요. 304호(원래 살던 곳)가 수리 예정이라 올라왔다고 하고, 다시 용건이 뭐냐고 물었죠. 위에서 쿵쿵 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올라와 봤다고 하더군요.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남의 집 도어락 번호를 누르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냐 라고 했더니 자기는 그런 적 없다며 발뺌을 했습니다. 나가서 보니 도어락 덮개가 올라가 있는게 뻔히 보이는데 왜 거짓말 하냐 추궁했는데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원래 그랬다고 하더군요. 더불어 어젯밤과 방금 저녁에도 그랬냐고 추궁했지만 역시나 발뺌을 했습니다. 어차피 증거도 없는지라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 얘기하고, 소음은 최대한 안 나도록 하겠다고 말했죠.
다음날 출근을 위해 잠에 들었는데, 또 도어락 누르는 소리와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휴대폰을 보니 새벽 1시 20분이더군요. 머릿속에 수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2시간 전 부터 누워있었으니 제가 소음을 유발한 건 아니고, 일요일 밤이라 다른 집에서 낸 소음일 가능성도 적었죠. 뭔가 다른 의도가 있을거라 생각했으나 일단 잠이 중요해서 다시 잠에 들었습니다.
7/12 월요일, 퇴근하고 저녁을 먹으려 하는데 저녁 7시쯤 또 도어락 누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바로 나가서 왜 자꾸 그러냐 했더니 층 수를 헷갈렸다고 합니다. 어제 새벽에는 왜 그랬냐 물었더니 역시나 발뺌을 하더군요. 집 주인에게 전화를 해서 사정을 얘기하니 자기가 말해봤자 소용 없을 것 같으니 경찰에 신고를 하라더군요. 다음 번에 또 그러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습니다.
7/13 화요일, 주말 + 월요일에 몸도 많이 쓰고, 스트레도 받고 해서 몸살 기운에 반차를 썼습니다. 집에 오니 2시가 좀 넘었는데, 부족헀던 잠을 청했죠. 하지만 그 부족함을 채우기도 전에 오후 4시 20분쯤 또 도어락 누르는 소리가 났습니다. 일어나서 문을 열었더니 그 아저씨가 복도를 나가는 뒷 모습이 보이더군요.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경찰분이 중요한 요점을 3가지 말하시더군요. 첫 째는 문고리를 잡았는가 인데, 문고리를 잡지 않았다면 주거침입죄를 묻기 어려울 수 있다고 합니다. 도어락을 눌렀어도 위에서 언급했듯이 집을 착각했다 등의 변명이 있어서요. 둘 째는 문을 어떻게 두드렸는가 인데, 문을 부술듯이 쾅쾅 발로 차거나 밖에서 욕설을 했으면 협박 등의 죄를 물을 수 있는데, 이 역시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그냥 쿵쿵쿵 세 번 정도만 두드렸거든요. 마지막으로 위 2가지 때문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건 305호를 찾아가 주의를 주는 것 뿐인데, 이 경우 제가 신고를 했다는게 자명하므로 보복성으로 더 심하게 괴롭힐 가능성도 있다는 거였습니다.
경찰로부터 보복성 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지난 금요일에 집 주인을 통해 민원 넣은거에 대한 보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옆 집에서 이사 준비를 하고 위층으로 올라가는거 뻔히 다 보이고 들렸을텐데 (대문을 열어놓고 생활하니) 제가 사는 걸 몰랐을리 없고, 실제 소음 때문에 올라왔다면 새벽 1시나 오후 4시에 올라온 건 말이 안 되고, 실수로 올라왔다면 아랫층인 205호나 제가 올라오기 전에는 왜 그런 일이 없었는지 설명이 안 되었거든요. 잠시 생각을 하다 집 주인에게 연락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이번주 금요일에 나가기 전까지 근처 모텔에서 지내기로 결정했습니다. 경찰분께도 모텔로 갈 예정이니 걱정하지 말고 말해달라고 얘기하고, 짐을 싸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금요일(7/16), 오후 4시 반쯤 집 주인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305호는 해결 되었는지요. 안타깝게도 다음 월요일로 얘기가 바뀌었습니다. 그 사람이 아직 집을 못 구했다며 월요일에는 꼭 내보내겠다고 하더군요. 주말 동안 비싼 모텔비를 내면서 지내고 월요일 아침 출근 길에 꼭 해결해달라 문자를 보내놓았습니다. 그런데 퇴근길에도 답장이 없어 전화를 했더니, 그 사람이 먼저 앞으로는 이웃들하고 잘 지내겠다며 조용히 월세 내며 살테니 봐달라 했답니다. 현실적으로도 집 주인이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할 명분이 없다며, 저렇게까지 얘기 했으니 한 번 지켜봐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1주일만에 모텔 체크아웃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행히도 월요일에는 조용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화요일(7/20), 저녁 8시 경 이번에는 도어락 소리는 없이 문만 쿵쿵쿵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군요. 나가보니 역시나... 그 아저씨였습니다. 혹시나 사과하러 왔나 싶어 왜 왔냐 했더니, 지난 주에 안 보이길래 궁금해서 와 봤다고 하더군요. 이제 확신이 들었습니다. 진짜 나한테 뭔가 고의적으로 이런 짓을 하는구나 라고요. 불편하니까 오지 말라고 하니 위에서 시끄럽게 하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냐고 이건 자기 권리라 합니다.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집 주인에게 바로 전화해서 이사갈거라고 말했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결국은 그 사람은 자기가 내보낼 방법이 없어서 도와드릴 수가 없다며 이사 가는 부분은 최대한 도와준다고 했습니다. 만약 집을 구하는게 늦어져서 이번 달 29일이 지나도 다음달 월세는 안 받기로 하는 등요.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 회사에 오늘(7/21) 쉬겠다고 했습니다. 푹 자고 아침부터 부동산을 돌아다니려 했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서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 뜬 눈으로 밤을 세우다가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었나를 회상하면서 글을 써봤습니다. 이제 씻고 다시 모텔로 갈 짐을 싸서 나가야겠네요. 다음 번에 글을 쓸 때는 모든게 해결되어 있기를 바랍니다. 물론 전부 제가 헤쳐나가야 되는거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