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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8/05 20:06:57
Name aureli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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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도서소개] 이와나미, “일한관계사 : 1945 ~ 현재” (수정됨)


이와나미에서 7월에 발간한 아주 따끈따끈한 신작입니다.

먼저 서론 부분만 잠깐 읽어보았는데, 꽤 재미있을 거 같더군요.
그 내용을 대충 번역(?)해서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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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전례없는 긴장감 고조

2020년 8월 28일 일본의 아베신조 총리가 지병 악화로 인해 사임을 표명했다. 아베정권은 박근혜 정권과의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그리고 일한국교 정상화로부터 50년이 되는 2015년 말, 현안이었던 위안부 문제 관련하여 일한정부 간 합의가 성사되어 관계개선의 빛이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그 합의는 피해자 자신의 양해를 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의 지원단체, 그리고 한국사회에서는 그것을 인정하기보다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에 의해 성립된 진보파 문재인 정권은 합의를 파기하지 않았지만 "합의는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라고 하여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합의를 기반으로 설립한 "화해·치유 재단"도 해체하였다.

게다가 이런 흐름에 발맞추어 2018년 10월 30일 한국대법원은 일본기업에 징용공에 대한 피해배상금 지불을 명령하는 확정판결을 내렸다. 그로부터 2년 이상이 경과한 현재 그 판결을 집행하기 위해 일본기업의 한국자산의 현금화조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한정부간의 긴장이 높아졌다.

2020년, 일본과 한국 양국은 코로나위기에 직면하여 잠시 휴전상태에 돌입했다. 그러나 정부간 타협이 성립하지 않으면 판결대로 현금화조치가 그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일본정부는 1965년 일한국교정상화와 동시에 체결한 "일한청구권협정"에 반하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판결을 비판했다. 만약 현금화조치가 실시되어 일본기업에 피해가 미치게 된다면 이에 대해서 보복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한국에서는 정부와 민간이 합심하여 대일보복행동을 촉구하게 될 것이다. 일한관계는 일거에 "아수라장"이 될 것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우려 때문일까. 한국정부는 좀처럼 현금화조치를 진행하지 않으려고 하는 분위기이며 경우에 따라서 차기정부권에 일을 미루려고 한다는 추측도 제기 된다.

■ 일한관계의 구조변화 - 비대칭에서 대칭으로

필자는 1980년대부터 일한관계를 관찰해왔다. 정재계가 일한관계를 독점해왔던 70년대까지는 양국 간 자유로운 교류는 없었고 게다가 상호이해의 기회도 적었기 때문에 중대사건을 계기로 관계가 한번에 나뻐지는 일도 있었다.

1980년대 이후 국력이나 체제 가치관이 근접해지고 교류 기회가 많아짐에 따라 일한 간 상호이해가 가능해지는 조건이 무르익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한국 양국 정부 뿐만 아니라 민간여론도 이렇게까지 대치하고 있는 상황은 달리 기억에 없다. 특히 일본사회에서 이처럼 대한강경론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은 어떤 의미로는 놀라운 일이다.

솔직하게 토로하면, 적어도 1990년대 필자는 일한관계의 금후에 대해서 상당히 낙관적으로 생각했다. "일본과 한국이 서로 비슷한 존재가 되어 교류가 심화되면 관계개선은 당연히 따라온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현재 상황은 그러한 낙관론을 보기 좋게 좌절시켰다.

일본과 한국 사이를 오고가며 일한관계를 관찰한 입장에서, 왜 이렇게 관계가 악화되었을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본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하여 집필한 책이다. 다만 관계악화의 원인을 최근의 사건에 국한시키지 않고 보다 근원적인, 1945년 이후의 한일관계가 비대칭에서 대칭으로 넘어가는 구조변화에 주목하여, 이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대응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 국제관계의 변화

70년대 이후 당초 정재계 간의 교류에 머물러있었던 일한관계는 사회문화와 같은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또한 밀접도 또한 증가하고 보다 깊은 관계가 형성되었다. 한국발 문화가 이처럼 일본사회, 심지어 국제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친 적은 솔직히 말하자면 놀랍고 의외의 것이었다. 그리고 냉전이 끝나고, 한국이 1990년대 민주화를 거치자 일본과 한국 양국의 시민사회는 중요한 행위자로 등장했다. 특히 일본이 과거에 한국을 침략, 지배했던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한국사회는 역사문제에 민감했고 시민사회간 관계도 중요한 구성요소가 되었다.

게다가 일한관계는 이로써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양국을 둘러싼 국제관계에도 깊은 영향을 받는다.

무엇보다도 일본과 한국 양국은 냉전기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미국과 동맹관계를 공유하고 있다. 바꿔 말하자면 일한관계의 상당부분은 일미한관계에 좌지우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서 대미동맹의 공유가 일한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것이 시기적으로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 주목하는 것도 일한관계를 분석하는 데 필수적이다.

한국은 남북분단체제 하에서, 북한에 대해 체제우위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일본과 협력하는 것이 필요했다. 일본 또한 아시아에서 반공진영을 강화하여 일본의 안전보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에 한국과 협력해왔다. 그러한 성과로 인해 한국은 경제성장과 정치적 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었고, 북한에 대해 체제우위를 확립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후 남북관계는 한국의 통일을 위한 평화공존 제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정되지 못했다. 북한은 한국과 일본 양국을 사정거리에 두는 미사일을 개발하였고, 일본인 납치문제, 북일국교정상화 등, 남북관계나 북일관계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는 일한관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은 북한을 도와주기 위해 한국전쟁에 참전하고 연합군과 싸웠기 때문에 일본과 한국 양국에게 "적성국가"였다. 그러나 1972년 일중국교정상화, 그리고 1992년 한중국교정상화 이후 관계가 개선되었고 정치, 경제 측면에서 중요한 파트너가 되었다. 그러나 중국의 강대국화, 그리고 미중관계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과 한국은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그리고 이것 또한 일한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이상과 같이 일한관계와 그것을 둘러싼 국제관계의 변용은 양국 정부 또는 국민의 선택으로, 양국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 본서에서는 이러한 일한관계의 전개과정을 분석하여 "일한관계가 왜 이렇게 악화되었는가"라는 질문을 재고하는 것과 함께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찰해볼 것이다.

■ 본서의 구성

본서의 구성은 이하와 같다.

먼저 제1장에서는 1945년 이전의 "전사"를 개관할 것이다. 구미열강에 의한 "서양의 충격"을 공유한 일본과 한국, 그리고 왜 "일본의 지배를 받은 조선"이라는 비대칭성으로 귀결되었는지 고찰할 것이다.

제2장에서는 1945년 일한관계의 개시로부터 70년대까지, 냉전의 최전선에서 일본과 한국이 어떻게 어렵게 교섭하여 국교를 수립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경제협력을 통해 서로 어떻게 안전보장을 확보했는지 등 일한관계의 기본구도를 형성한 과정을, 그것에 대한 비판을 포함하여 고찰할 것이다.

제3장에서는 1970년대, 80년대 중국을 둘러싼 국제관계의 변화와 같은 동아시아 냉전의 데탕트, 그리고 냉전이 종식과 같은 상황에서 보완적 협력관계였던 일본과 한국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어떠한 성과를 이룩했는지 등 당순히 정부와 재계의 관계에 국한되지 않고 어떻게 일한관계가 시민사회를 포함하여 풍부한 관계로 발전했는지 논할 것이다.

제4장에서는 1990년대, 2000년대 냉전이 끝나고 한국이 선진국화, 민주화되면서 비대칭적 관계가 대칭적으로 변화하는 구조변화를 맞이한 일한관계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나 일한간의 역사문제의 출현 등의 사건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떠하였는지 고찰할 것이다.

제5장에서는 2010년대 들어서 대칭적이게 된 일한관계의 경쟁적 측면에 한 층 더 주목하는 가운데, 미중대립의 격화에 대해 일본과 한국 양국이 어떤 대응을 선택하는지,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는 점을 밝힐 것이다.

종장에서는 이상과 같은 쟁점을 인식하면서, 현재의 일한관계의 어려운 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논의를 전개하여 본서를 마치고자 한다.  

PS. 한일관계의 최근국면을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겨레 길윤형 기자님의 "신냉전 한일전"을 꼭 구입해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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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노 메이
21/08/05 20:35
수정 아이콘
저자가 누군지 검색해봤는데 고려대 정외과 박사 수료하신 분이네요. 아마존 서평도 그렇고 한국쪽 입장도 다뤘을거 같아서 궁금은 한데.. 서점 가서 한번 슬쩍 읽어봐야겠네요
바나나맛슈터
21/08/05 20:50
수정 아이콘
번역서가 아니라 그냥 일본어로 된 책인거죠....?
나가노 메이
21/08/05 20:53
수정 아이콘
이와나미 신서로 7월20일에 막 나와서 번역서는 아직 없을겁니다
데브레첸
21/08/05 20:56
수정 아이콘
최근 시사를 넘어 근원적 구조를 파고들어가는 깊이있는 책이네요. 번역서 나오면 꼭 읽어야겠습니다.
샤카르카
21/08/05 21:33
수정 아이콘
믿고보는 이와나미 신서
Jedi Woon
21/08/05 21:34
수정 아이콘
번역본이 꼭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aurelius
21/08/06 08:51
수정 아이콘
이와나미 신서는 국내에 빈번히 번역되기 때문에, 이 책은 특히 한일관계를 다루고 있어 아마 이른 시일 내 번역되지 않을까 싶네요
SkyClouD
21/08/05 21:36
수정 아이콘
믿고 봐도 되는 저자입니다. 추천드립니다.
유목민
21/08/05 22:15
수정 아이콘
괜찮은 번역 기다리기보다는, 원서 읽는게 편하겠군요. 중간중간 파파고 번역의 힘을 좀 빌려가며
AaronJudge99
21/08/05 23:17
수정 아이콘
일본은 한미일관계를 일미한 관계라고 부르는군요 크크
자기네 나라가 앞에 오는거야 당연한데, 3개 정도 나라를 묶어서 부를때(예:한중일관계)나 자기 나라말고 다른 나라와 다른 나라간을 묶어서 부를때 (ex:미중수교) 맨 끝에 어떤 나라를 붙이냐에 따라 그 나라와의 우호 정도를 나타내는거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는 일본이 들어가는 조약이나 관계같은거는 일본을 뒤에 넣어서 부르더라구요 중일 수교라거나 미일수호통상조약이라거나...제가 지금까지 얕게나마 역사를 배우면서 일본이 앞에 간거는 일화평화조약밖에 없는데 이거는 순서를 바꾸면 화일...이 되니까 헷갈릴까봐 그렇게 한거같기도 하네요 크크크

글 잘 읽었구요 한번 보고싶은데...일본어가 딸리네요 영어로 번역해볼까...
에이치블루
21/08/06 10:59
수정 아이콘
언제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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