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러분은 마법을 믿으시나요? 솔직히 저는 믿지 않습니다. 학창 시절 판타지 소설을 좋아했기에 마법에 관심은 많았지만, 마법의 존재를 긍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관심은 민속학이나 신비학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나게 되었고, 여러 마법적인 것들에 관심을 갖고 체험해 보고 있습니다.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우연한 기회에 오일을 접하게 되었고, 이 경험을 남기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가 사용해 본 오일은 행운별 상점의 골든럭키, 달, 화성, 안드로말리우스, 그레모리-예술의 광기 오일입니다. 마법에 회의적인 사람치고 굉장히 많은 오일들을 사용해 본 듯한데, 착각일 겁니다. 아마도.
2.
매직오일은 위치 크래프트의 비기로 만들어졌으며 마법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위치 크래프트. 이 얼마나 설레는 말인가요? 몸에 바르고, 캔들에 뿌려 불태우는 그것만으로도 이미 간략한 리추얼이며, 그 효과를 발휘한다고 합니다. 마법 의식을 치르기 위해 재단을 만들고 불을 피우고 주문을 외울 필요가 없다는 거죠! (물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의식을 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위치 크래프트는 주술을 넘어서는 일종의 사유체계로, 마녀들은 여러 형태의 자연령을 섬기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보호하며 사람들을 불행에서 꺼내고 행운이 깃들게 도와주는 존재들입니다. 그러한 마녀들의 주술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기회였기에 지난 몇 개월간의 기억은 제게 몹시 귀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3.
제가 처음으로 접한 매직오일은 <골든럭키>였습니다. 이름처럼 재운에 관련된 매직오일이라고 하더군요. 이 오일은 친한 누나한테 선물 받은 오일이었습니다. 그 당시 딱히 급전이 나갈 부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돈이 들어올 만한 이슈도 딱히 없는 상황이라 빠듯하게 생활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 답답함을 토로했더니, 무슨 광고 마냥 손에 쥐여 주었던 것이 바로 <골든럭키>였습니다. 대지의 원소오일에 이것저것 재운과 관련한 여러 허브와 광물을 블렌딩한 시그니처 오일이라고 하였습니다. 대략 사용법은 외출 시에 손목과 목덜미에 소량을 발라주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4.
우선 효과는 차치하고 향도 매력적이고, 개념이 재미있어서 좀 더 제대로 마법오일을 사용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법오일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마법오일 상담은 타로로 진행되는데, 상담해 주시는 분에게 용도와 기대하는 바를 말하면, 타로와 사이킥리딩을 통해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이를 해소할 몇 가지의 오일들을 추천해 주십니다. 사이킥리딩은 대략 영적인 오러를 관찰하고 그 오러를 통해 영적인 결핍(?)을 찾는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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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 당시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고 약간의 침체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사이킥 리딩결과 가족들의 과도한 관심 덕분에 그에 대한 부담감이 침체로 나타난다고 하더군요.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데모닉오일의 안드로말리우스 오일과, 행성 오일의 달, 화성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화성은 투쟁의 그리고 전쟁을 상징하는 행성으로, 과도한 부담감과 직접적으로 맞서 싸울 투지를, 달은 피로와 안식을 가져다줍니다. 그리고 안드로말리우스는 레게메톤의 72 악마 중 마지막 72위의 악마이며, 정의백(正義伯)이라고도 불립니다. 손에 뱀을 쥔 인간 남성의 모습으로 나타나며, 도둑을 잡거나 범죄자를 처벌하고, 숨겨진 진실, 보물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악마로, 부정한 것을 꿰뚫어 보고 와해시키는 통찰력을 가져다준다고 합니다. 악마인데 무슨 부정한 것을 꿰뚫고 범죄자를 처벌하냐구요? 내말이.......
5.
달, 화성, 안드로말리우스의 용법은 더 적절한 조응을 위해서 마법사님(?)이 발라야 하는 시기를 정해주셨는데요, 자기 전 안드로말리우스 오일을 발라서 안드로말리우스의 지혜와 조언을 내면화한 후, 일어난 후 치유와 안식의 달을 발라서 하루를 평안히 시작하게 도와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후에 공부하거나 일과를 시작하며 화성을 발라 마음을 뜨겁게 달궈주고 투쟁심을 길러 열정적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줍니다. 이들을 바를 때, 일종의 의식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내가 바라는 내 모습이 어떤 모습이고 이 오일을 통해서 내가 얻고 싶은 효능의 구체적인 모습에 대해 떠올리며 발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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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최근 들어서야 예술의 광기 오일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예술과 광기는 영 떼놓을 수 없는 단어이죠. 나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잘 꿰매어 세상으로 펼쳐놓는 일. 그렇기에 충동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일. 예술의 광기는 레게메돈의 72악마 중 56위그레모리의 힘을 담은 오일입니다. 그레모리는 매혹과 예술의 악마로 유일하게 여성의 형태를 한 악마입니다. 영감과 매혹, 사랑을 의미하고, 특히 그중에서도 예술의 광기 오일은 그레모리의 예술적 감수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보다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해주고 내면을 관조하는 데에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이를 세상 밖으로 내보일 용기를 준다고 하죠. 예술의 광기 오일은 특히 글을 쓰기 전에 한번씩 바르곤 합니다. 지금 이 글을 쓰기 전에도 예술의 광기를 발랐습니다.
7.
제가 사용해본 오일 중 오직 한 종류만이 외부의 변화를 소망하는 오일이고 나머지는 내면의 변화와 관련한 오일입니다. 특히 매직오일 상담을 받은 후 사용하게 된 달, 화성, 안드로말리우스 오일은 각각의 오일들이 조응하여 내면을 치유하고 분노를 밖으로 표출할 용기와, 상대방의 부정함을 벗겨낼 예리함을 불러올 오일이었는데요, 이 셋은 내면의 변화를 통해서 주변 환경을 바꿔나가는 데에 목적이 있는 오일이었습니다. 치유와 안정을 담은 달을 통해 하루를 시작하고, 틈틈이 화성을 바르며 분노를 표출할, 혹은 좀 더 쟁취하며 살 용기를 얻고, 늦은 밤 잠자리에 들며 안드로말리우스 오일을 바르며 분노를 정당한 방향으로 정당하게 분출하는 지혜를 얻는 것. 이것이 세 오일의 블렌딩을 통한 조응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을 바꾸거나 세상을 바꾸는 주체가 ‘나’라는 점입니다. 마법을 통해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마법’같은 일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죠.
8.
현재 사용하고 있는 예술의 광기도 바로 그러하죠. (이름부터 몹시 꼴릿하지 않나요?)
흔히 우리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혹은 예술을 하며 끊임없이 자기확신과 자기혐오 사이를 오갑니다. 자기확신에 가득 차 작품을 완성해내지만, 자기혐오 속에서 작품을 지우고 잘라내고 다시 씁니다.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일은 일종의 자기확신에 가득 찬 ‘나’를 부정하는 일이죠.
그러다가 자기확신이 자기혐오보다 더 작아지고 위축되는 때에 우리는 펜을 들 수가 없습니다. 아무런 생각도 없고 마냥 답답할 뿐이죠. 광기. 그야말로 자기확신의 결정판 아닐까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고, 작품을 완성해 나갈 힘을 주는 오일. 그것이 바로 예술의 광기입니다. 물론 혹자는 어떤 심리적인 이유로 모종의 영감을 얻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어떤 영감보다 스스로를 믿고 작품을 완성 시킬 수 있는 용기를 가져다줍니다.
9.
제가 참 좋아하는 말 중에, 내가 바라는 바를 자꾸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내 앞의 수많은 가능 세계 중 언급하는 말과 가장 유사한 가능 세계가 다가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이 또한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그냥 단순히 생각해서라도 내가 바라는 바가 무엇인가를 명확히 인지하고, 욕망을 주변에 표출한다면 어지간히 잘 못 살지 않은 이상은, 혹은 그 욕망이 보편의 사회정의와 영 딴판이 아닌 이상은 주변 사람들이 도와주겠죠?
대략 제가 사용했던 매직오일 들의 작용도 그런 외부요인에 대한 욕망의 표출과 상당히 유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
특히 개괄적으로라도 스스로 어떠한 욕망이 있음을 인식한다면 무의식적으로 그 욕망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찰하게 되고, 그러한 고찰이 욕망의 구체화를 불러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안드로말리우스 오일을 쓴다고 해서 거짓을 밝혀내고 추궁하는 능력이 향상되는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확실히 화술에 대해서 신경을 쓰게 되고, 의식적으로 보게 되는 경향들이 생기게 됩니다. 이런 사소한 무의식의 변화와 자신감의 향상이 매직오일의 효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합니다.
뭐 이러쿵저러쿵해도 악마의 힘이 담긴 오일이니, 리추얼이니 하며 조금 과몰입 해보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재미있으면 그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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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이 좋다면, 후에 새로운 매직오일의 이용에 대한 글들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