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08/26 21:06:27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역사] 1951년 샌프란스시코 협정 다시 보기 (수정됨)
연합국과 일본 사이에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강화협정의 결과물을 두고 흔히 샌프란시스코 체제라 부릅니다.
정작 그 샌프란시스코 조약 원문을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참에 한 번 읽어보았습니다.

내용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인상적인 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

(1) 이 조약은 말 그대로 강화협정입니다. 교전국 사이에 체결된 평화협정으로, 비교전국의 사정을 봐주는 협정이 아닙니다. 조약의 워딩은 철저히 승전국과 패전국의 향후 관계를 논하는 것으로, 승전국이나 패전국에 속해있지 않은 당사자에 대한 논의는 없습니다.

(2) 단, 일본의 연합국 외의 당사자와 양자협상을 통해 어업권, 상업, 무역, 해양문제 등을 논하는 것은 허용하는 것으로 본 협정에 들어있지 않은 내용은 양자 간에 알아서 하라고 나와있습니다.

(3) 베트남이나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이 일본으로부터 배상금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이 전쟁 중(2차대전을 의미) 일본으로부터 점령당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그들이 식민지가 아니라 피점령지였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본 식민지와는 하등 관계가 없는 일입니다. 조약문에 배상의 범위는 "전쟁 중 발생한 피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약 당사국이 아닌 나라들을 위한 특별조항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 나라들은 "중국"과 "한국(Korea)"입니다. 중국은 교전국 당사자가 맞지만, 공산당이 내전에서 승리하여 중국을 대변할 주체가 누구인지 의견이 갈려 (영국은 중화인민공화국 주장, 미국은 중화민국 주장) 초대되지 못했고, 한국은 진지한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5) 그래도 한국에 대해서는 조약 당사국은 아니지만, 조약 2조/4조/9조/12조의 권리를 확보한다고 나와있습니다

조약 2조는 일본이 한반도, 거문도, 제주도, 울릉도를 영구히 포기한다는 내용입니다. 한국은 조약 당사국이나 조약 주체가 아니지만, 조약 2조를 적용받는다고 명시함으로써, 본 조항을 통해 일본이 포기한 지역을 상속받는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그런데 독도에 대한 별도 언급은 없으므로, 이는 줄곧 화근이 됩니다.  

조약 4조는 점령지의 일본인 재산을 점령지에 진주한 연합국에 귀속시키겠다는 내용인데 여기서 연합국이란 미국을 의미합니다. 미군정이 일본으로부터 몰수한 재산을 정당화하는 조항이다.

조약 9조는 일본이 연합국과 조속히 어업권 관련 협상을 개시해야 한다는 내용인데, 이 권리를 한국에까지 확장하겠다는 것입니다.

조약 12조는 일본이 연합국과 무역, 상업, 해양문제 협상을 개시하고 최혜국 대우를 하여야 한다는 것인데, 이 권리를 한국에까지 확장하겠다는 것입니다.

요컨대 한국은 일본과 어업권, 상업, 무역, 해양문제 등을 일본과 양자협상으로 알아서 해결보라라는 뜻입니다.

이상을 살펴보면 샌프란시스코 조약은 식민지 배상 문제를 다루는 장이 아니며, 한국을 당사자로 취급한 조약도 아니고, 또 한국이 당사자로 취급될 이유도 없는 조약이었습니다. 세계대전 교전국 간 체결하는 조약이었기 때문입니다.

교전 당사국 지위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AaronJudge99
21/08/26 21:45
수정 아이콘
아하...그래서 없었구나...
VictoryFood
21/08/26 21:50
수정 아이콘
한반도, 거문도, 제주도, 울릉도 라는 건 한반도와 부속도서를 다 뜻하는 거죠.
모든 섬을 다 리스트할 순 없는 거 아닙니까.
제주도는 최남단의 섬, 울릉도는 최동단의 섬 식으로요.
(거문도는 영국이 점령한 적이 있어서 들어갔을 듯)
그런데 사실 대한민국 최남단의 섬은 마라도고, 최동단의 섬은 독도죠.
그런데 마라도에 대해서는 일본이 말이 없고 독도에 대해서만 뭐라 하는 거 자체가 스스로도 말이 안된다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1/08/26 22:02
수정 아이콘
(수정됨) 뭐 국제법상으로 엄밀히 하면 독도는 섬으로 칠수가 없...그렇게 계산하면...그래서 울릉도가 최동단의 섬이라고 하면...국제법상으로는 그게 오히려...
엄밀히 하면 암초(rock)니까요...그래서 EEZ 기준으로는 인정못받습...그대신 영토로는 선언이 가능하고요...
한국화약주식회사
21/08/26 22:22
수정 아이콘
뭐 저 선언이 있을때만해도 EEZ 개념은 없었으니까요.
닉네임을바꾸다
21/08/26 22:23
수정 아이콘
(수정됨) 뭐 EEZ야 독도가 섬이 아니라는걸 말하기 위해 꺼낸거고...
그대신 영토와 영해는 인정되니까 독도 주변 12해리는 따로 구분되는거구요...
저 조약상으로는 독도는 양자가 알아서 해라 이런걸로 봐야할거같다는 그정도려나요...
21/08/27 00:42
수정 아이콘
이 점에 관해서는 당초 초안에는 독도가 있었다는 점(즉, 반대로 정식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독도는 규율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반론으로 제시되곤 하지요. 물론 그에 대한 재반론도 있기는 하지만..
21/08/26 22:09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 빌어먹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떠올리자니, 한 20여년 전에 일본 대학생들과 독도 영유권으로 입씨름 했던 기억이 다시금 새롭게 다가옵니다.

00년이었던가 01년이었던가... 일본 XX대 학생들과 (저도 당시엔 대학생이었습니다.) 독도영유권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였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각종 고지도나 이런 저런 자료를 두고 독도가 어느 국가에 속하는 게 정당한지를 두고 논쟁했었는데요.
다른 이슈에 관하여는 서울대학교 국제법 교수님이셨던 백충현 교수님의 자료로 일본측의 자료를 압살(?)할 수 있었습니다만...
딱 하나 걸렸던 것이 그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었습니다.

시마네 현 고시로 타케시마가 일본령으로 편입될 때 운운이야 어느 정도 반박이 가능했는데요.
일본측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독도'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나왔더랬습니다.
그러나 우리 측에서는 조선 내지 대한민국의 모든 섬을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는 만큼 독도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명시되지 않더라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었죠.

그러자 일본 측에서 다시 반론을 해 왔던 것이, '한국측 주장대로라면 독도가 당시 조선- 내지는 대한민국 -의 동측 경계인데
이를 명시하지 않은 만큼, 독도는 여전히 일본령이 맞다는 취지로 반격해왔었더랬죠. 명시되지 않았으니, 여전히 일본령이라고요.

- 위에 VictoryFood님의 말씀도 일리있긴 합니다만, 마라도와는 일본과 영토분쟁이 있지는 않으니까요. -

부끄럽지만, 그 때 그 빌어먹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한국령의 경계(?)를 어떻게 확정했는지를 몰라서
(굳이 변론하자면, 그 때 전 스무살 이거나 스물 한 살로... 독도 문제에 관한 전문적인 이슈는 몰랐습니다.)
결국 그 당시의 토론은 판정패?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게 제 대학시절 여름방학 때 있었던 이야깁니다.

가을 학기 개강 후, 백충현 교수님께 그 때의 분함과 울분을 애써 감추면서 다시 여쭈어봤더니
안 그래도 백 교수님께서도 그 문제로 이미 골머리를 앓고 계시던 중이셨던 듯 했습니다.
때문에... 백 교수님께서 운명하시기 직전까지... 미군 문서보관소에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초안과 중간 시안까지 연구하시던 중에
건강이 악화되셔서, 운명하셨더군요.

오늘 이 글을 본 김에.... 백충현 교수님께서 얼마나 독도문제에 천착하셨었는지
그걸 소개하는 책 한권의 링크를 올려봅니다.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saNo=001&sc.prdNo=266897456
21/08/26 22:42
수정 아이콘
인터넷상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관련 논의를 하다보면, 한국이 한일기본조약의 체계를 무시하고 개인청구권을 내세우기 시작하면, 일본도 일본인이 한반도에 남겨두고간 재산(이른바 적산)에 대한 반환을 요구할거다, 라는 주장을 펴시는 분들이 종종 보이는데, 이는 완전히 사실무근이죠. 일본인의 해외자산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Articel.4 및 Articel.14에 의해서 연합국에 의해 적법하게 몰수되었고, 이후 한국 정부가 연합국으로부터 이 자산들을 적법하게 승계하였기 때문에 일본쪽의 청구에 응할 이유가 없는데 말이죠.

그래서 한일관계를 논하려면 샌프란시스코 조약은 한 번쯤 읽어봐야 합니다.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은 말 할 필요도 없고요.
아닌밤
21/08/26 23:02
수정 아이콘
1. 역사적으로 계속 되새겨보아야할 주제를 다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원문 전체를 읽은 적은 없고 이차 연구자료에서 다루는 내용들을 읽었을 뿐이고, 이 글이 원문을 직접 읽은 소감을 공유한 것이라는 맥락을 고려해야겠지만, 아래 다시 옮긴 이 글의 주장은 역사적 연구 성과와 일치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상을 살펴보면 샌프란시스코 조약은 식민지 배상 문제를 다루는 장이 아니며, 한국을 당사자로 취급한 조약도 아니고, 또 한국이 당사자로 취급될 이유도 없는 조약이었습니다. 세계대전 교전국 간 체결하는 조약이었기 때문입니다. 교전 당사국 지위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2. 먼저, 한국이 조인국으로 초대받지 못한 이유는 "교전 당사국"이 아니라는 형식 논리 때문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 사이의 막후 외교의 결과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또, 조약 체결 시점에 한반도는 한국전쟁 중으로, 글에서 언급한 중국처럼 대표성의 문제도 존재하였고, 위키피디아의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 항목은 이런 입장에서 서술되어 있습니다.

- '샌 조약' 한국참여 일본이 극비 저지 <- 함께 보는 한국근현대사 p.371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011212/7768365/1

- 월 23일 오전 10시 반 내지 정오 吉田 달라스 회담기록 (이미지)
: 해당 이미지 원문을 읽어 해석할 능력은 없으나 위 기사에서 언급한 회담이 존재했던 방증으로 링크를 공유합니다.
http://contents.nahf.or.kr/item/item.do?levelId=kjj.d_0018_0060

- 위키피디아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 미참가국 항목
https://ko.wikipedia.org/wiki/%EC%83%8C%ED%94%84%EB%9E%80%EC%8B%9C%EC%8A%A4%EC%BD%94_%EA%B0%95%ED%99%94_%EC%A1%B0%EC%95%BD#%EB%AF%B8%EC%B0%B8%EA%B0%80%EA%B5%AD
"한국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중 어디가 전체 한국인을 대표하는지의 문제로 초청 대상국이 아니였다."

3. 마찬가지로, "샌프란시스코 조약은 식민지 배상 문제를 다루는 장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1949년 중공 수립, 1950년 한국전쟁으로 미국의 관심이 전후 처리에서 일본 중심의 동아시아 세력 재편의 필요성으로 옮겨간 것과 이를 파고든 일본의 외교라는 틀에서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컨텍스트를 파악하는 해석들에서 볼 때,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은 그 시점에서 진행된 외교의 결과이지 원래 그런 장이 아니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4. 일제하 독립운동이 국제적으로 인정된 강력한 실체를 가지고 위력적으로 진행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라는 측면에서 "교전 당사국 지위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에 공감되는 면도 있지만, 이 글의 전반적인 주장은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을 역사적 컨텍스트 속에서 읽기 보다 텍스트만으로 읽었다고 생각됩니다.
21/08/26 23:27
수정 아이콘
(수정됨) 호.. 4월23일 요시다-덜레스 회담기록은 처음보는 문서네요. 감사합니다.
회담기록 내용은 그 위 동아일보 기사와 대동소이합니다. 일본 외교문서 아카이브에도 게재되어있는걸로 봐서는 틀림없는 내용인듯합니다.
aurelius
21/08/27 09:47
수정 아이콘
1. 한국의 교전국 당사자 관련 부분은 일본의 저지 노력뿐만 아니라 영국의 설득도 주효했다고 합니다. 당시 덜레스 국무장관은 한국전쟁 중이었기 때문에, 공산진영과 실제로 전투하고 있는 한국의 참가에 긍정적이었으나 영국은 구 식민지가 승전국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고 하네요.

2. 한편 식민지 배상이라는 개념 자체가 1950년대 맥락에서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3145 [일반] (스포)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애니 리뷰 [19] 그때가언제라도10790 21/08/27 10790 2
93144 [일반] '효'는 정말 우리만 갖고 있는 개념인가, 애초에 '효'란게 뭐지 [29] 나주꿀12139 21/08/27 12139 3
93142 [일반] 일본의 아프간 탈출작전 현재 상황 [208] 아롱이다롱이27322 21/08/27 27322 9
93140 [일반] 국내의 인터넷 서비스 환경은 점점 폐쇄적으로 되어가고 있지 않나? [37] 체온13200 21/08/27 13200 3
93139 [일반] 건강보험 임의계속가입제도 [12] 죽력고12700 21/08/27 12700 2
93138 [일반] [외교] 미국인 절반 이상, 대만 방어에 찬성 [117] aurelius19565 21/08/27 19565 7
93135 [일반]  [무료음악스트리밍]오랜만에 돌아온 저의 뮤직 플레이리스트 - zero sugar [4] 세바준9663 21/08/27 9663 0
93133 [일반] 92968후속; 아프간 친구들 한국 왔다네요, 다행입니다. [29] 이교도약제사17620 21/08/26 17620 72
93132 [일반] 한국사회의 혼인출산 특성과 이행에 관한 보고서 [27] rclay11581 21/08/26 11581 17
93130 [일반] [역사] 1951년 샌프란스시코 협정 다시 보기 [11] aurelius14495 21/08/26 14495 11
93129 [일반] 타인의 시선에 대한 공포 [18] 원미동사람들9903 21/08/26 9903 26
93126 [일반] (데이터, 스압) 이번 아프간 이송작전 사진들 [40] 길갈14429 21/08/26 14429 21
93124 [일반] 검객 어벤져스가 모였다. 영화에 등장하는 검객 유형들. [13] 라쇼16273 21/08/26 16273 6
93123 [일반] 정부 자문교수 " 9∼10월 이후 '부스터샷' 바로 진행될 수 있어" [36] 비온날흙비린내15356 21/08/26 15356 2
93121 [일반] 노마스크에 열받은 T-800을 보이콧하는 미국인들 [29] 나주꿀15849 21/08/26 15849 6
93120 [일반] 좋았던 PGR 글들 다시보기. [47] 雲庭 꿈꾸는구보16410 21/08/26 16410 26
93119 [일반] 한은 기준금리 인상…2년9개월간의 '초저금리' 종료 [100] 쁘띠도원21733 21/08/26 21733 1
93118 [일반] [외교] 미국-베트남 회담 보도자료 [5] aurelius15263 21/08/26 15263 3
93116 [일반] 이시국에 더욱 그리운 음식들.jpg (데이터 조금주의) [19] 모르는개 산책12580 21/08/26 12580 22
93115 [일반] 삼성 신제품 특이한 리뷰들 추천 [21] Zelazny15367 21/08/26 15367 4
93114 [일반]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동차 운전을 해봤습니다. [31] 피잘모모12820 21/08/26 12820 7
93112 [일반] 대한민국, 최적 내정의 길은? (1) 규모의 경제와 대량 생산 [14] Cookinie12662 21/08/26 12662 21
93108 [일반] 미국의 현재 코로나 상황, 백신 거부자들에 대한 간략 정리 [89] 김은동19260 21/08/25 19260 4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