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새벽(1시 40분경)에 갑자기 눈이 떠졌다. 평소에도 잠을 자다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깰 때가 있지만 그날의 느낌은 달랐다. 나는 별일이 아니겠지 라며 화장실을 다녀온 후 물을 마시고 다시 누웠다. 그런데 정신이 너무 또렷해서 잠을 자기가 어려웠다. 그리곤 가슴에서 이상한 느낌이 일었다. 일시적인 것일 거라 생각하고 다시 잠을 자려고 했지만 그 느낌이 점점 더 심해졌다. 이내 가슴이 뜨겁게 타오르는 것 같았고 손이 떨렸다. 생전처음으로 겪는 이상하고 무서운 신체 반응이었다. 나는 즉시 119에 전화를 걸어서 증상을 말하고 지난 토요일에 백신을 맞았다고 했다. 구급대원은 주소와 연락처를 확인한 후에 바로 출발하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옷을 챙겨 입고 집밖으로 나와서 구급차를 기다렸다. 금방 구급차가 와서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한 후 증상이 조금 안정되는 것 같았다. 옆지기가 접수를 하러갔고 나는 의자에서 대기를 했다. 그때 응급실에서 두 여성이 울면서 뛰어나왔다. 가족 중의 누군가가 위급한 상태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백신 부작용은 아닌지 걱정했는데 마음이 더 불안해졌다. 나는 응급실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그때 다시 증상이 시작됐다. 정말 백신 부작용일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들었다.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응급실엔 많은 사람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누워있었다. 내 건너편 오른쪽 침대에 누워 있는 할머니는 갑작스럽게 발작이 일어나서 실려온 것 같았다. 앞서 봤던 딸로 보이는 두 사람이 울면서 “어떻게, 어떻게”라며 초조해했다.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위독해보였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다가도 신경이 거슬렸다. 공포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나도 발작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들었다. 다시 증상이 시작됐다. 누운 몸을 일으켰다. 증상을 다스리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옆지기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괜찮아, 괜찮을 거야”라며 두려움을 다스리려고 했다.
조금 증상이 안정이 됐다. 의사가 와서 심전도 검사를 했다. 별다른 이상은 없다고 했다. 피검사를 위해 피를 뽑고 수액을 꽂았다. 침대에 몸을 누이고 심호흡을 했다. 순간 건너편 왼쪽 끝에 있는 할머니가 보였다. 코에 호스를 꽂고 있었다. 백발에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보살피고 있었다. 검사를 받기 위해 할머니의 휠체어를 끌고 가는 할아버지의 양복바지가 운동화를 덮고 있는 모습이 왠지모르게 애처로워보였다. 나도 저분들만큼 백발이 될 때까지 옆지기랑 같이 살 수 있을까. 그래도 할아버지의 보살핌을 받는 두 분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잠시 여유를 찾은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 오른편에 누워 있는 할머니는 아들이 간호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집에서 잠을 잔다고 했다. 아내가 새벽에 응급실로 실려 왔는데도 잠을 자고 있는게 뭔가 남다른 사정이 있나 싶었다. 그렇지만 아내가 응급실에 있는데 집에서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는 남편이 몇이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할머니의 옆 침대에는 또 다른 할머님이 누워있었다. 간호를 하던 딸이 “왜 엄마는 가만히 있으라니까, 일을 자꾸 해. 고춧가루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엄마 제발 아무 일도 하지마”라며 책망하는 듯 했지만 그 말투엔 걱정이 깊게 묻어 있었다. 문득 전날 어머니가 반찬을 가져가라고 해서 저녁에 들렀던 일이 떠올랐다. 어머니는 올해까지만 김장을 하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그렇게 매년 마지막이라고 하셨다. 작년에는 아픈 허리를 동여매고 했다가 탈이 났다. 자식들과 같이 하기로 했는데, 할 일이 있으면 미루지 못하는 어머니는 자식들이 오기 전에 새벽부터 혼자서 김장을 하고 나서 후유증을 겪었다. 올해는 양을 적게 하겠다면서 정말 마지막이라고 하셨다. 대신 절임배추를 사지 않고 당신이 직접 절여서 하는 게 맛있다며 직접 절이겠다고 하셨다. 그 마음을 알지만 나로서는 어머니의 몸이 아플 게 뻔히 보이기 때문에 하지 말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타협안으로 자식들 것은 하지 말고 혼자 드실 거만 하라고 했다. 아니면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작년처럼 혼자서 하지 말고 자식들이 왔을 때 같이 하자고 했다. 어머니는 알았다고 했지만 아쉬워하셨다. 어쩌면 딸에게 핀잔을 듣던 그 할머니도 그런 심정이지 않았을까. 자식들에게 맛있는 김장을 담가주고 싶은 마음 때문에 다소 무리를 한 것은 아닐까 싶었다.
순간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 같았다. 자식들도 본인도 준비가 안된 갑작스러운 죽음 같았다. 차분했던 내 마음이 떨렸다. 거짓말처럼 다시 증상이 찾아왔다. 가슴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다시 심호흡을 하면서 생각을 다스렸다.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지만 몇 분이 지나서야 다시 안정을 찾았다. 소변검사를 하기 위해 화장실로 갔다. 돌아오니 왼편 침대에 어떤 할아버지가 와 있었다. 그는 가방에서 약들을 꺼내서 분류하고 있었다. 제법 양이 많았다. 약을 다 분류하고 나서 갑자기 살균솜으로 침대를 닦기 시작했다. 다음엔 링거 거치대를 닦았다. 그 손길은 내 침대로까지 이어졌다. 나는 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 할아버지는 옆에 있어서 자신이 닦아주는 거니까 고마워하라고 했다. 의사는 다가와서 우리가 매일 소독한다고 했지만 그분은 별다른 반응 없이 자신이 하던 일을 계속했다. 강박적으로 보이기는 했지만 그만큼 코로나로 인한 공포가 일상화된 것은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병원 풍경을 바라보며 무섭기도 했고, 평소에는 볼 수 없지만 이렇게 위태롭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삶이 있는 걸 잊고 사는 구나 싶었다. 의사가 와서 어떤지 물었다. 나는 아까보다는 좀 낫다고 했고, 의사는 피검사와 소변검사 결과가 나오면 교수님이 와서 종합적으로 설명을 해줄거라고 했다. 잠이 오지 않았다. 옆지기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말했다. 솔직히 가만히 있었으면 했다. 나 못지않게 놀란 옆지기가 자신도 두렵고 무섭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나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하는 게 느껴졌지만 내가 위로해주기엔 힘이 없었다.
검사결과를 가지고 교수가 왔다. 나처럼 백신을 맞고 부작용이 아닌지 걱정하며 오는 환자들이 있다고 했다. 대부분은 다른 이유라고 했다. 사실 나도 알고 있다. 평소 백신을 맞고 사망했다거나 부작용 등이 생겼다는 기사를 보도하는 언론을 볼때면 문제의식이 있었다. 선후관계를 가지고 마치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기사를 쓰고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언론이 감염병을 다루는 방식이 너무 비과학적이고 선동(정)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내 현실이 되고 보니 그렇게 이성적이지만은 않았다. 의사는 여러 검사를 해보니 백신 부작용 같지는 않다고 했다. 지금 내가 겪는 증상은 역류성 식도염에 더 가깝다고 했다. 나는 한 번도 이런 증상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하지 못했다. 지난밤에 비염약을 먹고 잤기 때문에 그게 원인은 아닌가 싶었다. 비염약 중에 스테로이드제가 있어서 백신을 맞은 후에는 그걸 빼고 먹었었다. 그리고 비염약을 처방해준 의사에게 스테로이드제를 빼고 먹어야 하냐고 물었더니 소량이라서 괜찮다고 해서 전날 밤에 먹었었다. 그런데 그런 증상이 생기니 바로 비염약(스테로이드제)으로 인한 백신 부작용은 아닌지 걱정이 된 것이다. 그런게 아니라면 백신 부작용이 며칠 후에도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던데 그래서는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나는 계속해서 원인을 찾아보면서 인과관계를 따져봤다. 사실 그렇게 따지면 백신을 맞기 전의 몸 상태나 음식물, 생활습관 등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건 더 어렵다. 나는 불안해서 설명하고 싶은 마음에 선후관계와 인과관계를 섞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은 결코 치료에 도움도 안 되고 복잡한 인간의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방법으로도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 내게는 설령 의문이 있다고 해도 전문가인 의사의 말을 신뢰하는 게 훨씬 더 올바른 태도였다.
교수는 자세한 설명을 한 후 괜찮을 거라면서도 혹시나 싶었는지 초음파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의사는 심근염이나 심낭염은 확실히 아닌 것 같다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나는 응급실에서 밤을 보냈다. 긴 밤이었다. 문득 응급실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친절하지도 그렇다고 불친절하지도 않았다. 어찌보면 너무나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럴 만 했다. 매일 오늘 같은 풍경이 반복되는 응급실에서 일하다보면 감정이입을 하거나 공감을 하면서 일을 했다가는 자신의 몸이 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자신도 지키고 환자도 지키기 위한 최선을 친절과 불친절의 그 어디쯤에서 찾아낸 것은 아닐까 싶었다. 나는 다행히 안정을 찾아서 퇴실을 했다. 약을 받고 병원 문을 열고 나왔는데 바람이 시원했다. 가을이 오고 있었다. 택시가 보호자로 보이는 사람을 태우고 들어왔다. 나와 옆지기는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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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백신 맞는데 뉴스에서 백신 맞고 사망했다는 기사가 메인에 계속 노출되니까 불안하긴 하네요.
백신 안맞을 경우 : 코로나 걸릴 수도 있고 안걸릴 수도 있음 -> 안 걸리면 좋고 혹시 걸리면 적은 확률로 위험할 수 있음 테크라서 한 차례 위험이 필터링 되는 느낌이거든요
근데 백신 맞을 경우 : 적은 확률로 죽거나 후유증 있을 수 있음 테크로 개념이 잡히다보니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