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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9/24 18:05:44
Name Farce
Link #1 유럽식 이름에 대한 가이드 https://ppt21.com/freedom/88347
Subject [일반] 아랍 이름에 대한 대략적인 가이드 (수정됨)
같이 보면 좋은 글도 있습니다! 링크를 확인해주세요!

앞선 글에서 사용했던 개념과 농담이 많이 등장할 것이기에, 먼저 보시고 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D
===

아랍 이름!
이야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머리가 아픈 분야가 아니겠습니까?

이들과 수백년을 교류해온 유럽인들도 골치가 아픈 주제이며,
한국인에게는 정말로 이질적이고 특이한 이름 뭉치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특히 중동의 정세에 대한 소식을 들으려고 하시다보면, 러시아인들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길고 복잡한 이름이 나와서 당황스러운데요.

누군가가 이걸 정리해주면 참 좋지 않겠습니까?
걱정 마십시오. 제가 왔습니다!
다만 결코 쉬운 여정은 아닐 것입니다 후후후후...

일단 가볍게 머리를 풀어보기 위해, 생각나는 것들을 모아봅시다.
압둘? 압둘라? 하산? 무함마드? 뭐 그 정도가 떠오르는 이름이 아니신가요?

자~ 이제 흥미가 생기셨다면, 약관을 내밀어드릴 시간이군요!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몇가지 양해를 구할 내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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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이 글은 표준 아랍어만을 기준으로 합니다.]
이번 글에서 사용할 '푸스하'라고 불리는 아랍어 문어체는, 아랍 세계에서 '표준어'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으나
현실은 다양한 국가들이 '암미야'라는 각 지역의 입말을 사용하여 (먼 지역끼린 소통이 안되기도 함),
표준어와 철자를 다르게 적거나, 서로 같게 적어도 발음을 다르게 읽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나 매번 한가지 단어를 적을 때마다, '각 지역에서는 이렇게 읽습니다'라고 다양한 변형형태를 병기하는 것은
오히려 전달만을 어렵게 한다고 생각하기에 과감하게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몇몇 예시에서는 이 문제가 언급이 될 것입니다.

둘째. [원어를 병기해야할 때는 아랍어가 아니라 로마자로 하겠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제가 부끄럽게도 아랍어를 읽을 줄 모르기에 제대로 인용이 되는지 확인할 수 없어서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아랍 문자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기 때문에, 한국어와 섞어쓰면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며, 적어도 보기가 흉합니다~.

자 약관에 동의하셨나요? 그러면 여러분이 다들 아실 첫번째 예시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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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가 여태까지보던 '아랍 군주'가 아니라네. 나는 살라딘! 살라딘이다!"]
십자군 전쟁을 다룬 명작 영화 "킹덤 오브 헤븐"에서, 십자군과 협상을 하던 살라딘은,
상대방이 여태까지 다른 아랍의 군주들은 협상의 내용을 잘 지키지 않았다고 토로하자,
자신의 이름을 두 번 강조하는 것으로 위엄을 보입니다.

여기서, '살라딘'은 '살라흐 앗 딘(Salah ad-Din)'을 유럽인들이 들은 대로 옮긴 것입니다.
(방언에 따라 '웃딘' 또는 '알딘'도 가능합니다. 중세의 사람이기에 음성자료가 남아있진 않습니다.)
살라흐는 정의, 앗 딘은 신앙의라는 뜻이므로, '신앙의 정의'내지는 정의로운 신앙을 의미합니다.

와! 이름의 해석이 끝났어요!
하지만 이제 수업은 시작입니다. 착석해주세요. '살라딘'의 '풀네임'은 무엇이었을까요?
예나 지금이나 옛날 사람 이름이 더 길고 복잡합니다. 저번 글에서 다뤘듯이 따져야할 핏줄도 많고, 작위명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아랍 이름도 옛날 사람들 이름의 예시에서 시작해서, 최근에는 어떻게 간략화되고 있는지를 다뤄보겠습니다.
순서를 거꾸로 하면, 온갖 복잡한 개념들과 전통을 놓치게 되니까, 복잡해도 좀 참아주세요 히히!

역사서에 기록된 살라딘의 이름은,
'알 말리크 안 나시르 아부 알 무자파르 살라흐 앗 딘 유수프 이븐 아이유브 이븐 샤디 알 아이유비'
(Al-Malik an-Nasir Abu al-Muzaffar Salah ad-Din Yusuf ibn Ayyub ibn Shadhi Al-Ayyubi)입니다.

핫하! 쉽지 않죠? 한국 이름도 옛날에는 연개소문이나 흑치상지가 있었듯이, 옛날 아랍 이름도 쉽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여기서 부분별로 하나씩 뜯어보면 지금의 아랍 이름을 만드는 '다섯 가지 요소'가 등장합니다.

그렇습니다. 제대로 들으셨습니다. '다섯 가지'요! 그러니 저렇게 이름이 길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걱정마세요. 현대사회에서는 사라진 것도 있습니다.

1) 가장 기초적인 것은 바로 '이즘(Ism)'입니다. 이것이 과연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어의 '이름'과 발음이 비슷합니다.
말 그대로, 이름입니다. 사람이 태어나면 주는 것입니다. 살라딘의 이름에서는, '유수프 (성경의 요셉)'이 해당합니다.

서양식 이름에서도 본래 그랬듯이, 이런 이름은 본래 가문의 족보 안에서 돌려쓰는 이름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어감만 좋다면 새로운 이름도 많이 쓰지만, 원래는 가문원 안에서 반복되는 것이 느껴지도록 사용되었습니다.

'이즘'은 그래서 종류가 다양하지 않습니다. 가장 흔한 것은 '압둘라(Abdullah)'입니다.
압둘라는 본래 '압둘 알라(Abdul Allah)' 그러니까 '하나님의 종'이라는 뜻인데 발음의 편의상 합쳐진 것입니다.
이 '종' 부분, 그러니까 '압둘-'은 여러가지 다른 인명에서도 쓰입니다.

'압둘아지즈(Abdul Aziz)'의 경우에는 직역하면 '힘의 종'입니다만, 의역해서 '전능하신 분의 하인' 정도의 뜻을 가집니다.
쿠란에서 유일신을 부르는 다양한 호칭이 나오는데, 그것 앞에 압둘을 붙이는 변형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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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미안하지만, '압둘' 자네 이름은 밥맛이 맞아~. 압둘 자체로는 실제로는 아랍어에서 인명으로 쓰이지 않습니다.]

그 밖에는 쿠란에서 나오는 인물의 이름을 씁니다. 이건 성경에서 나온 이름 (괄호 안)을 쓰는 유럽과 크게 다르지 않지요.
무함마드, 무사 (Musa, 모세), 하룬 (Harun, 아론), 다우드 (Daud, 다윗), 이브라힘 (Ibrahim, 아브라함) 등등이요.
방금 보신 살라딘의 이즘, '유수프' 또한 '요셉'이라는 이름이 있는 한국인과 뜻과 근원이 완전히 동일합니다.

물론 또한 유럽 이름이 그러했듯이, 아랍 언어에서 나온 고유어 이름도 있습니다. (물론 이 이름들이 쿠란에 없는 것도 아닙니다)
하산 (Hassan, 잘 생긴), 바크르 (Bakr, 젊은), 칼리드 (Khalid 영원), 알리 (Ali, 높은) 등 입니다.

여성의 이름의 경우에는, 아이샤(Aisha), 파티마(Fatima), 라비아(Rabia) 등등 쿠란에 나오는 이름을 주로 썼었으나,
근대 이후로는 남성형 이름에 '-아' 소리를 끝에 더해서 여성형을 만들어 쓰기도 합니다. (하사나, 칼리다)

2) 그 다음 중요한 것은 '나사브 (Nasab)'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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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서 아부지 뭐하시냐고~]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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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사우디 왕세자를 흔히 '빈 살만' 왕세자라고 부릅니다만, 이 뜻은 그냥 '아버지 이름 (곧 '이즘')이 살만이신대요?' 입니다.]
실제로도 아버지 이름은 살만 빈 압둘아지즈였습니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성함(='이즘')이 압둘아지즈시네요?

러시아어의 부칭 (성별에 따라 -비치/-노바, 이바노비치/이바노바, 알렉산드로비치/알렉산드로브나)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아랍어 단어 빈(bin)과 이븐(ibn)은 아버지의 이름 앞에 붙고 같은 기능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바꿔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니고, 보통 이름을 정할 때 어감에 따라서 하나를 골라서 정합니다.

그러니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를 부를 일이 혹시나 생기신다면,
'어? 빈이랑 이븐이랑 뜻이 같다던데?'하면서 이븐 살만이라고 부르면서 뽐내지는 맙시다 흐흐흐!

여성형은 빈트(bint) 하나만 씁니다.
예를 들어 쿠란에서 다양한 파티마가 등장하지만 가장 유명한 파티마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딸인 '파티마 빈트 무함마드'입니다.

3) 자꾸 뭔가 '알'이 보시지 않으시나요 크크크. '니스바(Nisbah)'의 차례입니다. '본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랍어 단어 '알(Al)'은 영어의 정관사 'The'에 해당합니다. 한국어에는 동일 개념이 없으니 번역하기는 참 난감하죠~

아까 말씀드린 사우디의 왕족들의 맨 마지막은 '알 사우드 (Al Saud)'로 끝납니다.
'니스바'로서의 '알'은 이런 기능을 하신다 보시면 됩니다.
(사우드 자체가 가문 이름입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사우드'의' 아라비아라는 소유격이에요.)

다만 이런 명문가만 '니스바'를 쓰는 것은 아니고요. 주로 출생지를 적습니다.
둘눈 알 미스리 (Dhul-Nun al-Misri, 여기서 둘눈은 '이즘'이 아님!)라는 이집트에서 유명한 성직자가 있습니다.
여기서 알 미스리는 미스리라는 가문의 출신이라는 뜻이 아니라, 미스르(Misr) 그러니까 아랍어로 '이집트' 출신이라는 뜻입니다.
'이집트인 둘눈'이라는 뜻이 되고, 혹시나 이집트의 종교논쟁에 관심 있는 청자라면,
'아 왜 그 이집트인 (알 미스리) 있잖아!' 하는걸로 어떤 대상을 지칭하는 건지 잘 알 수 있겠지요.

서민 성씨라고 하면 좀 그렇습니다만, 현대에서 쓰이는 대부분의 '니스바'는 이런 식으로 지명에서 따옵니다.
진짜 본관이죠 크크. 본래는 출생지마다 바꿔야하지만, 요즘에는 후술하듯이 그냥 '가문 성씨'로 '니스바'를 하나로 박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 명분가도 니스바가 '알 마디니 (al-Madini, 메디나의 가문)' 같은 형태일 수 있는데 이건 '분봉'된 '분가'여서 그렇습니다.
서양 귀족사의 비슷한 예시로는. 프랑스 카페 가문이 부르봉이라는 영지를 쪼개줘서 부르봉이란 가문이 생기고, 후대에 방계승통하죠.)

'시리아'는 아랍어로는 샴이라고 부릅니다. 알 샤미(al Shami)는 그러면 뭘까요? 시리아인이죠
(강조했듯이, 특히 근대에선 출생지보단 본관내지 가문명입니다. '니스바'가 알 샤미라고 그 사람이 시리아 출생일 필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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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가 자랑하는 시인 '잘랄 앗딘 무함마드 루미(Jalal ad-Din Mohammad Rumi)']의 이름에서]
'루미'의 뜻은, '룸'이라는 지역 출신이라는 뜻입니다.
('어 이븐으로 이어지는 '나사브'가 없잖아!?' 라고 놀라시는 분의 관찰력을 존경합니다. 이건 페르시아어라 규칙이 좀 다릅니다.)

자 잠시 쉬어가는 시간입니다.
여태까지 말씀 드린, '이즘', '나사브', '니스바'를 아랍국가에서는 서양 이름의 삼요소,
그러니까, '네임', '미들네임', '라스트 네임'으로 1대1 대칭을 시켜서 많이 씁니다.

방금 '빈 살만' 왕세자가 그래서 뉴스에서 풀네임을 쓸거면,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라고 써달라고, 서구언론 및 한국언론에도 요청하곤 합니다.

미들네임이 서양에서도 상대적으로 규격이 자유롭듯이 (정확히는 제대로 된 이름으로 안 치니까 멋대로 쓰는 경향이 있죠 크크크),
'나사브'는 옛날에도 그랬고, 현대에서도 두번 (그러니까 할아버지)까지는 쓰기도 합니다.
역사서에서는 족보를 밝혀적는다고 막 길게 한번쯤은 적어주곤 했는데, 그건 특이하게 족보를 읊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고,
전근대의 아랍 사람들도, 할아버지까지 갔으면, 그냥 '니스바'로 구분해! 라는 원칙을 많이 썼습니다.

아까 살라딘의 그 기나긴 이름도, 현대식으로 쓴다면, 그러니까 이집트의 운전면허증을 발급받는 일이 온다면,

'알 말리크 안 나시르 아부 알 무자파르 살라흐 앗 딘 유수프 이븐 아이유브 이븐 샤디 알 아이유비'
(Al-Malik an-Nasir Abu al-Muzaffar Salah ad-Din Yusuf ibn Ayyub ibn Shadhi al-Ayyubi)
->
'유수프 이븐 아이유브 알 아이유비'가 됩니다.
(Yusuf ibn Ayyub al-Ayuubi)

현실에서 살라딘과 커피를 마시면서 (어허 어디서 무슬림에게 술을!) 대화를 한다면, 살라딘은 여러분에게
'유수프라고 불러 그게 이름이야'라고 할겁니다. '성이 뭐야?'라고 물어보면, '알 아이유비'라고 할 것이고요.
방금 사귀신 여러분의 친구 이름은 '유수프 알 아이유비'입니다 흐흐흐! 어때요 쉽죠?

자 여기까지만 배우시고 글을 닫으셔도 됩니다. 현대 아랍인과 대화하고 뉴스에서 이름을 따라가는 것에는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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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설마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시나요?
나머지 두 가지를 설명 안하셨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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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살라딘'이 뭔지도 설명 안했다고요? 생각해보니 이건 좀 큰 문제네요. 근데 어려운 문제인데 괜찮으시겠어요?]

4) '살라흐 앗 딘 ', '잘랄 웃딘', '누르 앗딘(Nur al-Din)' 같은건, 도전과제 '칭호' 같은겁니다. 아랍어로는 '라캅(Laqab)'이라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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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캅'의 범위는 수백년 동안 서버가 닫히지 않은 온라인 게임처럼 엄청나게 넓고 많습니다.]
'유수프 알 아이유비'의 '라캅'은 '살라흐 앗 딘' 뿐만이 아니라 앞 부분의 '알 말리크 안 나시르'도 포함합니다.
'말리크'는 '왕/군주'라는 뜻이고, '안 나시르'는 '돕는자/싸워 이기는자'이므로, '승리한 왕'정도로 의역하면 될 것 같습니다.
맨 처음에 말씀드려서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살라흐 앗 딘' 자체는 '정의로운 신앙'이었고요.

다시 배치해보자면 (아이고 지겨워라),
'승리한 왕', '정의로운 신앙' 유수프 (이제 이름이 나옴 크크), 아이유브의 아들이고, 아이유비 가문원임, 정도 된다는 것이지요.

보이세요? 살라딘도 로스트아크를 하고 있었다니까요. 조합식 칭호입니다. 크크크.
본래 '라캅'은 하나씩 쓰기는 하지만, 이 경우에는 전근대의 대부분의 군주처럼 두 개입니다.
왜냐면, 적어도 '하나'는 왕이라는 호칭을 포괄해야하니까요 흐흐흐. 왜 왕을 하는데요! 남들이 왕이라 불러주니까 하는거 아닙니까!

예를 들어 아바스 왕조의 '칼리프' 그러니까, 이슬람 세계의 통일된 지도자는, '라캅' 하나만으로 호칭을 통일했습니다.
동시대의 가톨릭 교회의 교황들이 "---- 몇세" 한것이랑 완전히 동일한 방식이었습니다.

'알 만수르 (al-Mansur, 승리자)', '알 마문 (al-Ma'mun, 신뢰받는자)' 같은 식이었지요. 이렇게 정해진 방식은
후대의 수많은 참칭자들에게도 영향을 줘서, 이집트의 미치광이 칼리프 '알 하킴 (al-Hakim, 가장 지혜로운자)' 같은 사람도 등장합니다.
(알 하킴의 이야기는 정말로 재미있어서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데요.
이 글의 내용과는 상관 없으니 언젠가 다른 글로 찾아뵈겠습니다 크크!)

생긴게 '알-'의 조합이라 '니스바'가 생각나실 수도 있는데요. 이건 가문에서 돌려쓰는 것이 아니므로 니스바가 아닙니다.
'라캅'은 1인당 하나씩 다르게 쓰는게 특징입니다. 적어도 그 정도로 대단한 호칭이여야했지요.

그러나 호칭작의 시대는 끝나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현대에선 '라캅'은 이름의 일부로는 잘 쓰이지 않습니다.
칼리프들이 '라캅'을 하나씩 자신의 공식칭호로 쓰던 전통도,
1517년 투르크 사람들의 오스만 제국의 술탄이, 무력으로 칼리프 작위를 무찌르고, 양위 받아 겸하게 되면서
사라지게 됩니다. 오스만의 술탄들은 이후로 별도의 칼리프 칭호를 만들진 않았거든요.

5) '쿤야(Kunya)', 휴우, 드디어 마지막 관문입니다! 이건 한국의 '호'와 똑같습니다. 지금은 밀려서 공식석상에서는 안 쓰인다는 것도요.

다시 살라딘의 이름을 외쳐봅시다!
'알 말리크 안 나시르 아부 알 무자파르 살라흐 앗 딘 유수프 이븐 아이유브 이븐 샤디 알 아이유비'
(Al-Malik an-Nasir Abu al-Muzaffar Salah ad-Din Yusuf ibn Ayyub ibn Shadhi al-Ayyubi)

이제 남은 부분은 '아부 알 무자파르(Abu al-Muzaffar)' 밖에 없습니다!
혹시 다른 부분이 헷갈리신다면 다시 위에서부터 읽어오셔야합니다... 복습! 복습!

남성의 '쿤야'는 '아부(Abu)'로 시작하고, 여성은 '움(Um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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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압둘'이 그랬듯이, 이것도 혼자 못 쓰이는 단어입니다. '아부' 너도 이름이 참 꿀맛 아니고, 밥맛이야!]

주로 일단 '맏이'의 이름('이즘')이 들어갑니다. '이븐'을 통해서 조상님 위로 가던 '나사브'의 반대라고 보시면 쉽습니다.
아들 이름이 셀림(Selim)이면, '아부 셀림', '움 셀림'이라고 부모님을 부를 수 있다는거죠.
한국어로 하자면, '셀림이 아빠'랑 '셀림이 엄마'입니다 진짜로요 크크크크크.

하지만 살라딘의 아들 이름은 '알 무자파르'가 아닙니다. 이건 그냥 표현이에요 '신앙자/신심있는자'라는 뜻입니다.
다시말해 쿤야는 본래, '가족사이의 애칭'에서 '애칭'으로 의미가 확대된 이름이다보니, 자식이 아니라 상징적인 가치도 잘 씁니다.
살라딘의 '신앙이 있는 자들의 아버지'말고도 다른 예시를 보시지요.

무함마드가 하늘로 승천하고, 최초의 칼리프가 된 '아부 바크르'는 온전한 이름이,
아부 바르크 압둘라 이븐 우스만 이븐 아비 쿠하파(Abu Bakr Abdullah ibn Uthman ibn Abi Quhafa)였습니다.

자 이제는 쉽죠? 압둘라가 이즘이고 이름입니다. 우스만은 아버지 이름이고요.
아랍어에서 '바르크'는 '젊다/어리다'라는 뜻도 있지만, 여기서는 동음이의어입니다. '낙타'라는 뜻입니다.
네? 농담같지만 진짜입니다. 무함마드의 이슬람 포교활동의 어마무시한 물주이자, 낙타가 줄줄 이어지는 대상단의 소유자였고,
동시에 그 자신도 낙타를 아꼈으며, 관련된 지식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아부 바크르'라는 '쿤야'를 썼습니다, 진짜로요!

'나사브'를 통해, '이븐'으로 할아버지의 이름을 이었는데, '아비 쿠하파'죠? 이건 문법규칙 때문에 바뀐겁니다.
할아버지 함자는 '아부 쿠하파'였건 것이지요, '이즘'이랑 섞어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쿠하파 자체는 이슬람 이전의 이름인데다가 특이한 이름이라 의미 추정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근대 이후로는, 출생신고를 하는 곳에 가서, "'아부 --'라고 이름을 넣고 싶은데요?"라고 한다면,
담당 공무원이 피곤한 사람이 왔다고 한숨을 쉴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식이름에는 거의 넣지 않습니다,
일상에서는 계속해서 '누구누구 아빠', '누구누구 엄마'라고 쓰이고 있는 어휘로 유지되고 있지만요.

그래서 혹시 주변에 아는 아랍인이 있으시다면, 한번 이 표현을 써보세요.
아랍 문화를 깊게 아는 아랍잘알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래서 한 때, ISIS가 준동했을 때, 그 집단의 우두머리의 이름이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였는데요.
이건 전형적인 가명입니다. '쿤야'에 막연한 '니스바'의 조합이니까요. 현대엔 이렇게 이름 짓는 사람이 절대로 없거든요.
중동의 정세를 뉴스를 따라가시면서 보다보면 엄청나게 많은 '아부'가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활동명 내지 코드명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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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기나긴 고통의 시간이 끝났습니다! 여러분은 아랍 이름의 다섯 가지 요소를 모두 배우셨습니다.
여기 짧은 요약입니다.
0. 아랍어 이름은 다섯가지 요소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각각 '이즘', '나사브', '니스바', '라캅', '쿤야'입니다.
1. '이즘'은 개인의 이름입니다.
2. '나사브'는 아버지의 이즘과 '이븐/빈'을 더한 것입니다.
3. '니스바'는 가문명이고 성씨입니다. 주로 본관의 지명을 씁니다.
4. '라캅'은 전근대 시대에 쓰이던 다양한 칭호들입니다. 지금은 이름에 넣지 않습니다.
5. '쿤야'는 일상에서 아들의 이름을 통해 남을 부르는 애칭입니다. 지금은 이름에 넣지 않습니다.

이상입니다.

여태까지 가장 힘들었던 아랍 이름은 어떤 이름이었나요?
한번 여러분의 아랍세계와의 경험을 공유해주시겠어요?

*이번 조사에서 얻은 지식은 제 크루세이더 킹즈 연대기의 소재조사에 보탬이 됩니다. 
으으윽 반드시 아랍인이 주인공인 수백년의 역사를 쓰고 말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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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4 18:10
수정 아이콘
선생님 재밌어요..
21/09/24 18:48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은 더 재밌는 주제로 찾아뵈겠습니다~
나주꿀
21/09/24 18:14
수정 아이콘
오, 이걸 읽고 아랍 친구를 깜짝 놀래켜줘야지 했다가 디테일에 놀랐네요.
아무래도 친구를 깜짝 놀래키긴 힘들듯합니다. 개어려워...
21/09/24 18:47
수정 아이콘
이즘-이름, 나사브-부칭/미들네임, 니스바-성씨라고 짝 지어보시면 매우 서구적이지 않나요 흐흐흐.

역시 이름이든 닉네임이든 세글자가 가장 안정적인가봅니다!
compromise
21/09/24 18:20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21/09/24 18:5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21/09/24 18:28
수정 아이콘
pgr 자게에는 이런 글들이 필요해요...

추천
21/09/24 18:46
수정 아이콘
이 크킹 플레이어는 중세역사를 공부를 무료로 해줍니다.

순간적인 플레이로 빠른 연대기 소재를 찾기를 원합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소주파
21/09/24 18:37
수정 아이콘
[잘랄 앗딘 무함마드 루미]면 룸이니까 로마출신인가! 하고 찾아보니 진짜였군요. 동로마가 지배하던 아나톨리아 = 로마땅 → 그 동네 출신 = 루미
21/09/24 18:43
수정 아이콘
크킹하는 사람은 룸 술탄국의 존재때문에 모를리가 없죠 크크크
21/09/24 18:44
수정 아이콘
앗! 제가 왜 룸을 도시라고 생각했을까요 크크크. 코옴(Qom)이랑 순간 머리 속에서 섞여버렸군요. '룸이라는 지역'으로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크으 역시 진정한 로마는 룸 술탄국이...? 갑자기 케밥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크크
거짓말쟁이
21/09/24 18:38
수정 아이콘
"민석 아범" "지은이 엄마"가 아랍에도 있었다니..
21/09/24 18:49
수정 아이콘
이게 과연 우연일까요?

,라고 하기에는 저는 아시아를 크게 묶은 유럽 애들이 더 대단합니다. 극동 중동 근동 서로 정말 다른데 너무 쉽게 아시아로 퉁쳐버렸단 말이지요~
카라카스
21/09/24 18:40
수정 아이콘
어려워..! 근데 재밌어..!
21/09/24 18:49
수정 아이콘
크킹에서 이슬람의 군주로 노는 것도 어렵고 재밌습니다 크크크크. 조만간 정리해서 올려볼텐데요. 확실히 워낙 자식이 많다보니 맨날 칼빵 맞고 젋게 젊게(?) 가더라고요 크크크
리자몽
21/09/24 18:50
수정 아이콘
['알 말리크 안 나시르 아부 알 무자파르 살라흐 앗 딘 유수프 이븐 아이유브 이븐 샤디 알 아이유비'
(Al-Malik an-Nasir Abu al-Muzaffar Salah ad-Din Yusuf ibn Ayyub ibn Shadhi Al-Ayyubi)입니다.]


이 문장을 보는 순간 쭉 내리고 추천 박았습니다

나중에 머리가 맑을 때(?) 천천히 읽어보겠습니다!
21/09/24 18:52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아니 이건 한국이나 다른 동북아의 군주님들도 공식 묘호 같은건 정말 장난 아니게 길다고요! 아랍어의 문제가 아닙니다 크크크크. 오늘 밤에 잘 부탁드립니다~ 재미 있으실거에요!
소주파
21/09/2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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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우리도 [유 명 수군 도독 조선국 증 효충장의적의협력선무공신 대광보국숭록대부 의정부 영의정 겸 영경연 홍문관 예문관 춘추관 관상감사 덕풍부원군 시 충무공]을 줄여서 보통 [킹갓제너럴]로 부르지 않습니까.
21/09/24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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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 승리하시는 장군님, 이걸 이집트식 방언으로는 나시르가 '나세르'가 된다고 하니까, 사실 '충무공'과 '나세르'는 같은 개념이 아닐까요!? (아니다)
전자수도승
21/09/24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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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상삼한삼중대광개부의동삼사수태사문하시랑동중서문하평장사상장군상주국병부어사대판사태자태사

왕도 아니고 이름도 아니지만 뭐가 참 길죠
21/09/2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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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누구십니까...

아 검색해보니 최충헌이군요 크크크크.
아랍세계의 쇠퇴도 맘루크와 투르크로 대표되는 무사계급 용병들의 정변이 연속되면서 이루어졌습니다.
이게 혹시 우연일까요 크크크크.
21/09/2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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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복잡하네요 이름으로 자가소개 다 될듯
21/09/2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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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군이 쳐들어왔을 때, 서양의 기사고 일본의 사무라이고, 평상시에 하던대로, 진형 앞에 나와서

"적장은 들으라! 나는 어디 가문의 몇대손 누구누구고 어느 주군의 충실한 신하다! 나의 칼을 받으라!"라는 식의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크크크크. 아주 이상한 허례허식은 아니고, 각자 자신의 문명 세계 안에서만 전쟁을 수백년 하다보니, 아무래도 전쟁은 순간이고, 귀족끼리 친분과 명성은 영원해서 그런 절차가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몽골군은 '쟤네 뭐하냐?'하면서 활로 쏴버렸다고 하더라고요.

중동의 아랍인들도 그런걸 했다고 합니다 크크크크. 보편적인 이슬람 세계는 아무래도 특징이 비슷했었나봅니다.
21/09/24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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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딱히 그런걸했단 소리는 없어서 일본만의 문환줄알았는데
의외로 다양한곳에서 행했군요!
지식이 늘었다.
21/09/24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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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걸 보면 도대체 조상님들이 무슨 전쟁을 하셨는지 상상도 안갑니다. 세계의 평균은 그냥 한가지 세계가 있고, 그곳의 군소군주들이 그냥 투닥투닥거리면서 소유권만 조금씩 바꾼 것인데 (유럽의 기독교 세계, 일본의 다이묘들의 시대, 중동의 이슬람 세계), 우리 조상님들은 남들이 몽골 같은걸 보면서 외치던 '세상에 말도 안 통하는 것들이 어디선가 몰려왔어! 우린 다 죽을거야! 모든게 불탈거야!'가 일상이셨다는 것이잖아요 흑흑...
Janzisuka
21/09/24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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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딘! 세헤라자드! 무파사! 사피알딘! 샤프리야르!이스파히니! 누리파샤! 등등...떠오르네요
21/09/24 19:15
수정 아이콘
알 파라비부터 이븐시나 등등 다 실존인물에서 따온거더라고요 크크
21/09/2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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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기다리던 댓글입니다! 이 글을 쓴 가치가 있었군요! 살라딘!
21/09/24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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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쿤야는 처음 알았어요 재밌습니다 선생님
21/09/24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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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크크크 외국인이 한국어 이름을 배운다면서, 씨, 호, 자 같은걸 한꺼번에 배우는 느낌일까요. 되게 다양하고 긴데 지금까지도 영향이 있어서 다 적어야만 했습니다. 역시 가장 쉬운 언어는 모국어고, 가장 어려운건 접해본적 없는 언어군요 크크크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aDayInTheLife
21/09/24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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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해를 못한건 백신 땜에 머리가 멍해서 일겁니다.
아무튼 그렇다고요!
21/09/24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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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알라께 기도를 올리고, 메카로 성지순례를 다녀오시면 났지 않으실까요(?) 이블리스에게 지시면 안됩니다!

흐흐 이번 글은 저도 정리하면서 정말 힘들었습니다 흑흑
21/09/24 19:21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인거 같은 느낌은 드는데 제대로 못 읽어서 죄송합니다
21/09/24 20:53
수정 아이콘
아닙니다 흑흑. 아무래도 저는 크킹으로 이미 절여져서 이 정도 글에 만족했나봅니다. 중동 많이 좋아해주세요! 정말 슬프고도 재밌고도 복잡한 땅입니다! 다음에는 더 재밌는 주제로 찾아오겠습니다 ;) !
로드바이크
21/09/24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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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크람
21/09/24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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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잉 감사합니다 슈크람!
냥냥이
21/09/24 19:32
수정 아이콘
서양 왕에게도 라캅같은 별칭 혹은 그냥 특성의 별명이 있죠. 아마도 가장 유명한 건 사자심왕 리처드, 리처드의 동생인 실지왕 존, 정복자 윌리엄, 심지어는 대머리왕, 미남왕 이런 것도 있지요
21/09/24 20:55
수정 아이콘
오! 정말 옳으신 말씀입니다. 문화와 언어가 달라도 그 시대의 군주들이 원했던 것은 은근히 인간적으로 거기서 거깁니다 크크크크.

그래도 저는 좀 신기하더라고요. 이걸 원래 이름에 집어넣고는 했다는게, 사소한 디테일이 또 문화권의 차이를 가르는 것 같고 그래서 신기합니다. 확실히 동양권의 거창한 시호 같은 것이 익숙해지다보면 서양권은 진짜 그냥 '대빵 성주 하나'식의 평등한 칭호를 돌려쓰는게 참 신기해요 크크크크
21/09/24 20:13
수정 아이콘
양질의 글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21/09/24 20:55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제가 크킹을 할때 중동에서 시작하는걸 좋아하다보니 몇가지 '덕질(?)'을 자연스럽게 하게되더라고요! 다음에는 더 재밌는 덕질로 찾아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간손미
21/09/24 20:47
수정 아이콘
누구신가 했다가 보다보니 크킹 글 쓰시던 Farce님이셨네요! 빨리 연재를 다시 시작해주세요 ㅠㅠ
21/09/2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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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짬짬이 시간내서 십자군을 여러번 막았습니다... 제대로 된 중동 컨텐츠... 제발 추가해주세요 흑흑흑흑!
Enterprise
21/09/24 21:10
수정 아이콘
Nothing… Everything!
21/09/24 21:24
수정 아이콘
초기 십자군은 참으로 낭만적인 느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장성지순례 (뭐 침공이지만요 크크크)에 고귀한 귀족들이 주축이 된 무사집단의 원정군에, 상대방도 동등하게 무사적인 전통이 있던 전사들이었죠.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고, 몽골군이 아랍세계를 산산조각내면서, 어쌔신도 등장하고, 이전 세대의 영웅들은 죽고, 십자군도 산으로 가고 콘스탄티노플로 가기 시작하죠.

참으로 씁쓸한 역사의 디테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결국 예루살렘이란 그걸 원하는 사람의 명예만큼만 가치가 있는것인데 말이지요.
깃털달린뱀
21/09/24 21:41
수정 아이콘
그냥 븐, 이븐으로 부계 조상 이름 쫙 나열하고, 결혼하면 보통 장남 이름까지 넣고, 좀 자기네 가문 거들먹거리고싶어하는 놈들은 뒤에 알 하고 가문명 붙인다 이렇게 간단히 배웠는데 바리에이션이 꽤 넓네요 크크크크. 그래도 뭐 현대인과 상대할 때는 이 정도만 알아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흐흐흐.
니스바는 왕족이나 그 동네 유지 가문만 쓴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그냥 다 쓰나보네요. 하긴 성씨라는 게 원래 그런 개념이긴 했죠. 우리는 너희와 달라! 특별해!로 시작했다가 평민에게까지 퍼지는데 평민들은 그냥 하라니까 대충 아무렇게나 때워버리는... 많이 이질적이고 달라보여도 결국 어느 문화권이나 다 비슷비슷하지 싶습니다 흐흐흐흐.
이번에도 잘읽었습니다!
21/09/25 12:40
수정 아이콘
이건 좀 민감한 주제입니다만, 전근대에서는 오직 지배계층만 성씨가 있고 평민은 성씨가 없다가,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갑자기 위에서 '하사해준' 것으로 보급을 받게되는 것이 어느 지역에서나 일어나는 형태인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성씨는 결론적으로 상당히 특이하게 보급되었지요.

흐흐흐흐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더 재밌는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21/09/24 21:45
수정 아이콘
나사렛 사람 예수 같은 느낌이겠거니 하고 들어왔다가 유익한 지식 얻고 갑니드아아

동서를 막론하고 이름에 담긴 정보가 많았네요
현대에 들어서 이름에서 얻을 수 있던 정보가 중요하지 않게 된 건 개인을 구별할 수 있는 다른 수단들이 많이 생겨서일까요
21/09/25 12:46
수정 아이콘
이사 알 필리스티 (팔레스타인의 예수) 정도는 당장 팔레스타인 사람 중에서도 많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렇죠? 저도 찾아보면서 많이 놀랐습니다. 아무래도 중앙집권과 관공서의 발달이, 요즘 세상에서는 예전에는 애칭에나 적용될만한 '어감 좋으면 됐지'가 가장 이름 짓기에서 중요한 목표가 된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의 신원을 밝히는 것은 이제 기나긴 이름을 늘어놓는 일이 아니라, 공무원과 경찰의 일이 되었지요. 반면에 그런 존재가 없었던 전근대에는 본인이 혀를 잘 쓰지 않으면 위험할 상황이 많았을 것이고요.
파다완
21/09/24 22:35
수정 아이콘
담에 크킹 DLC 나오면 중동 가봐야겠습니다. 크크
21/09/25 12:50
수정 아이콘
크크크 제가 중동에서 크킹을 실제로 하다가 (저 시아파 엄청 좋아합니다. 적어도 크킹에서 팩션 고를 때는요 크크) 이름들이 워낙 뒤죽박죽에 형태도 마구 섞여서 이걸 못참고 크킹 끄고 잠시 조사를 해봤습니다~

중동 재밌습니다! 크킹의 어느 지역이나 그렇지만, 다양한 왕조들끼리 각자 다양한 뽕을 가지고 역사의 승자가 되려고 경쟁하는데, 하나를 골라서 다른 것들을 때려잡으면 아주 재밌지요! 후후후, 튀르크인과 페르시아인으로부터 아랍세력으로 중동의 종주권을 지키는데 성공했습니다... 후우 쉽지 않더라고요 크크크크.
21/09/25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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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 부친이름 들어가는 거 보면 옛날부터 느그아부지 뭐하시나나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가 흔했나봅니다
21/09/25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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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에도 제 아버지의 '라떼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니, 아버지 시대의 한국은 자기소개가 비슷했을 것 같더라고요 (남천동은 역시 한국의 고유한 영토!) 사람들이 다들 도시에 모여살기 이전인 시골은 말할 것도 없고, 도시조차도 옆집에 의존할 것이 많은 집이다보니, 그냥 길을 지나가다도 결코 '네가 누구냐'가 아니라 '너는 어디 집 애냐? 아버지 어디서 일하냐?'로 꼭 이니시를 걸고 소문내고 그랬다지요.

저는 그래서 가끔 한국 사람들끼리도 말이 통한다는게 새삼스럽게 신기해지고는 합니다. 말씀만 들어보면, 전혀 다른 시공간의 나라가 한 3개 정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안군-
21/09/25 01:23
수정 아이콘
성경에도 보면 "눈의 아들 여호수아" 같은 식으로 나오는 인물들이 있는데, 유례가 비슷한 거로군요...
우리나라 식으로 하면 "김철수의 아들 말죽거리 출신 개똥이고 호는 쾌변이오" 쯤 되려나요?
21/09/25 08:04
수정 아이콘
역시 PGR의 아들!!! ^^
21/09/25 12:56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그렇습니다! 요즘에는 서구의 이름 양식에 맞춰서, My name is 개똥/ 빈 철수/ 알 말죽거리 (이름/미들네임/성씨)가 되는 것이고요.

이건 말하면 양측 당사자 모두 싫어하는 주장입니다만, 원래 이스라엘은 중동 문화권의 일부였으니까요 크크크.
아랍측 편파중계를 하자면, 지금의 이스라엘은 먼과거의 이스라엘 왕국을 참칭하는 유럽이민자들의 식민정권이라는 프로파간다가 대충 나온 욕이 아니라 이런식의 인식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12년째도피중
21/09/25 01:25
수정 아이콘
Farce님이 크킹플레이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나저나 애들에게 잘못된 지식을 전달해준 것 같아 움찔하게 되네요. 예전에 '무함마드 빈 압둘와하브'를 물어보는 아이에게 "그거 그냥 루드비히 판 베토벤같은거여" 하고 말았는데. 걔는 빈이 귀족 칭호같은 건줄 알겠죠. 힝.
21/09/25 13:04
수정 아이콘
오! 축하드립니다. 아드님과 다시 한번 대화를 할 기회를 얻으셨군요! 또는, 사실 지식이라는 것이 자신이 흥미를 느끼고 그 분야를 알아보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 그걸로 충분한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저도 한번 해봅니다~ 제가 중동 덕후가 된 것의 원동력 중 하나는 크킹이고, 크킹은 게임주제에 '아니 근데 이게 왜 여기서 이렇게 됨?'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저에게 던져주거든요! 힝.
12년째도피중
21/09/25 14:1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앗 오해가 두 개나 있게 적었네요. 자식이 아니라 학생이고, 성별은 여자아입니다. 크크크.
크킹해보라고 권했다가 걔 부모님한테 눈치보였었죠. 지금은 못만나서 아쉬울 따름... 수정의 여지가 없네요.
Supplemental
21/09/25 03:41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이름에 쓰이는 표현 중에 엘 하지 (이슬람 신자의 의무인 메카 성지순례 후 쓸 수 있는 것)는 칭호인가요? 라캅에 포함될까요, 아니면 독립된 또 다른 분류일까요?
21/09/25 13:14
수정 아이콘
라캅이 맞습니다!

전근대 중동에서는 이를 이름의 일부로 보아서 분명히 밝혀적거나 섞어적는 경우가 역사적인 인물에 한해서 많은데요. 지금은 그냥 호칭내지 별명으로 다시 돌아온 상태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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