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10/30 20:37:59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2553579143
Subject [일반] <아네트> - 하나의 컨셉트 앨범 같은 블랙 코미디(강스포)
<아네트>는 기묘한 영화입니다. 뮤지컬의 탈을 쓰고 있고, 극 중에서 극과 무대가 중요하게 다뤄지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묘하게 얽힌 서사와 기묘하게 뮤지컬의 가공성, 인공성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극과 무대 위의 이야기가 어느 순간 무대 아래로 내려와 우리를 쳐다보기도 합니다.


<아네트>를 본다는 건 그런 점에서 기묘하고 독특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솔직히, 영화를 마치고, 뒤에 딸린 인터뷰와 이동진 평론가의 나름대로의 '해석'을 보고도 이해하기엔 독특한 영화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영화를 보면서 아마 가장 먼저 대하는 기묘함은 '아네트'라는 인물, 더 정확하게는 인형입니다. 인터뷰에선 그 '아이가 자람에 따라 캐스팅을 해야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지만 제가 생각하기로는, (제가 느끼기로는) 하나의 코미디 같은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영화가 시침을 뚝 떼고 이 캐릭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어렵게 만들다가, 최후반에 직접 헨리가 대면하는 장면에서 진짜 배우를 등장시킴으로써 완성되는 하나의 뒤틀린 코미디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또 다른 기묘함은 영화의 무대가, 어느 정도는 극적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단순히 영화 자체가 몇몇 공간에서의 상황이 중심에서 다뤄지는 것 뿐만 아니라 영화가 보여주는 시각적 시스템이 묘하게 저는 극장을 연상시키는 데가 있었습니다. 특히 배 위에서 벌어지는 장면은 (영화만이 가능하긴 하지만) 굉장히 연극적인 무대로 기능합니다.


단순하게 바라보면 영화는 한 사람이 배우자와의 차이로 인해 배우자를 살해하고 끝없이 추락하는 이야기로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아네트'를 통해서 반전을 꿈꿔보지만, 본인의 잘못으로 다시금 그 아래로 추락하게 되는 이야기이죠. 재밌는 점은 이러한 추락의 끝, 맨 마지막 대사가 '뭘 보쇼'의 뉘앙스가 강하게 풍겨져 나오는 대사라는 점일겁니다. 영화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존재합니다. 영화는 이제 시작한다는 보이스 오버와 오프닝곡, 이제 끝났다는 엔딩과 엔딩곡이 나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이 영화는 (스파크의 음악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나의 컨셉트 앨범을 듣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듭니다. 성-쓰루(Sung-Through)방식을, 그리고 춤을 상당부분 배제한 영화라는 측면에서 때때로 영화는 뮤지컬이라기 보단 컨셉트 앨범의 시각화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냐구요? 음, 저는 하나의 비극적 코미디를 본 느낌이라고 말씀드릴 수 밖에 없겠네요. 자신은 나쁜 아버지가 아니라고 어필하는 헨리는 앤에게는 아주 나쁜 남편이고, 아네트에겐 아주 나쁜 아버지입니다. 부정하고 외면해보지만 어느 순간 본인의 손을 떠난 '진짜 사람' 아네트에게 버림받는 그런 이야기요. 그리고 어느 순간 결국에는 어둠 속에서 불빛을 바라보는 사람들 - 그러니까 관객들이겠죠. 에게 뭘 보쇼?라고 되묻는 그런 이야기요.


p.s. <라스트 듀얼> 때도 느꼈는데, 애덤 드라이버는 묘하게 어긋나거나 아웃사이더 기질이 충만한 캐릭터를 정말 잘 연기하는 것 같습니다.

p.s. 2 15세.... 음... 맞나?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1/10/30 20:46
수정 아이콘
Sparks가 13곡을 만들어줘 뮤지컬에 사용했으니 하나의 앨범처럼 느껴질 겁니다. 그리고 특유의 색상인데 헨리를 녹색으로 안은 붉은색으로 적색과 녹색은 보색이죠. 마지막 장면에서 헨리가 붉은색 죄수복을 입고 녹색의 감옥 모서리에서 끝나는 장면이 인상 깊었네요. 라라랜드가 장조 뮤직컬이라면 아네트는 일관되게 단조(Minor) 음계의 뮤지컬이네요.
aDayInTheLife
21/10/30 20:51
수정 아이콘
단조로 여러분들을 위해 춤추고 노래하는 영화였습니다. 흐흐 스파크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21/10/30 20:49
수정 아이콘
애덤 드라이버가 연극 연출가 역할로 출연했던 '결혼 이야기'와도 겹쳐보여서 더 재미나게 봤습니다.
aDayInTheLife
21/10/30 20:51
수정 아이콘
어느 정도는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크크
파랑파랑
21/10/30 20:56
수정 아이콘
아네트 너무 재밌어 최고야 짜릿해
aDayInTheLife
21/10/30 21:01
수정 아이콘
재밌게 보셨군요 크크
핑크솔져
21/10/30 21:18
수정 아이콘
다음주에서도 상영관 있으려나요... 이터널스 개봉이라... 오늘 보려다가 시간대가 다 요상해서 안나갔는데
aDayInTheLife
21/10/30 21:33
수정 아이콘
없…을거 같은데요ㅠㅠ
21/10/30 22:00
수정 아이콘
ps2는 격하게 공감합니다. 이게 왜 15세..?? 어쨌든 나름 재밌게 봤습니다. 독특한 영화라 초반에는 조금 당황했지만 다 보고 나니 다소 긴 러닝타임이 아깝지 않은 영화였어요.
aDayInTheLife
21/10/30 22:49
수정 아이콘
독특하고 기묘한 관람이었습니다. 길지만 꽤 알차게 쓴 러닝타임이라는데도 동의하구요. 크크
그냥켑스
21/10/30 23:44
수정 아이콘
뮤지컬이라고만 들어서 라라랜드같은거 상상했다가 화들짝 놀라면서 봤습니다. 애덤 드라이버는 이제 완전 거물로 느껴지네요.
aDayInTheLife
21/10/31 06:08
수정 아이콘
애덤 드라이버의 코미디 씬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3931 [일반] 얀센접종후 부스터샷 모더나 맞은후기!! [80] 마이바흐16830 21/11/02 16830 38
93930 [일반] 만나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56] BMW24566 21/11/01 24566 148
93929 [일반] 10월에 찍은 사진들 [26] 及時雨12375 21/11/01 12375 13
93928 [일반] [도시이야기] 경기도 수원시 - (2) [14] 라울리스타9598 21/11/01 9598 9
93927 [일반] 리얼돌이 드디어 들어옵니다 [78] 착한글만쓰기15148 21/11/01 15148 46
93925 [일반] 우리회사 남녀직원의 차이 [40] 쿠라18806 21/11/01 18806 17
93922 [일반] 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전자계집이랑 놀고 있냐, 밖에 좀 나가 [42] 오곡물티슈20094 21/11/01 20094 16
93921 [일반] [주식] 기업 분석 연습 (세정 산업) [11] 방과후계약직10650 21/11/01 10650 1
93917 [일반] 내 이름은 코난 탐정이죠. 명탐정 코난 The Best OP&ED 20 [27] 라쇼13852 21/10/31 13852 4
93916 [일반] 양육비 관련 짧은 생각들 [74] 노익장14939 21/10/31 14939 50
93915 [일반] 건의게시판에 물어봐도 명쾌한 답변을 못 받았던 질문들 [53] 서대원13498 21/10/31 13498 1
93913 [일반] 무술이야기 02 중국무술, 혹은 k쿵후 [4] 제3지대8307 21/10/31 8307 16
93912 [일반] 나의 면심(麵心) - Monologue of Angel Hair Noodle [19] singularian9290 21/10/31 9290 14
93911 [일반] (스포) 꽈투룹 공범 재미있게 보신 분? [79] 협곡떠난아빠13823 21/10/31 13823 7
93910 [일반] [팝송] 토니 베넷,레이디 가가 새 앨범 "Love For Sale" [8] 김치찌개8489 21/10/31 8489 3
93909 [일반] [도로 여행기]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이 올라가는 도로, 만항재와 두문동재 [19] giants9660 21/10/30 9660 17
93908 [일반] <아네트> - 하나의 컨셉트 앨범 같은 블랙 코미디(강스포) [12] aDayInTheLife7334 21/10/30 7334 0
93907 [일반] 백혈병 이겨내고 결혼합니다! [124] 방주14609 21/10/30 14609 230
93906 [일반] 스타링크 시대가 가져올, 볼수 없을 풍경 [50] 한국화약주식회사17642 21/10/30 17642 7
93905 [일반] KT 기간망 사고의 원인 [33] 아케이드16506 21/10/30 16506 23
93904 [일반] 아마추어 개발자 이야기 [29] 빈센트13188 21/10/29 13188 18
93903 [일반] '머니 게임'의 공중파 각색 버전? '피의 게임' 프로그램 소개 [55] 은하관제17221 21/10/29 17221 4
93901 [일반] 극장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백신패스관 도입 [20] 오곡물티슈10057 21/10/29 10057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