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12/25 20:54:10
Name aDayInTheLife
Subject [일반] 연말, 틱틱붐, 자소서 쓰다 쓰는 개인적 이야기들.


안녕하세요. 항상 영화 관련 글만 쓰다가 이번에는 다른 글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20대 중반입니다. 휴학 1년과 군대 2년(조금 안되는) 이라는 시간을 거쳐 드디어 졸업반을 거쳐 (아마 별 문제없다면) 심사를 거쳐 공돌이 졸업생이 될 것 같습니다. 이 놈의 학교는 어째 학부생에게 원하는게 많... 크흠.

그래서 저는 아무런 준비 없이 취업 시장으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올해만 쓴 자소서가 40개를 넘어가더라구요... 흐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몇 개는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좋은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실망스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마음을 갖고 저는 아무래도 내년 상반기를 다시 또 준비하며 하루를, 일주일을, 한달을 준비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럴 때 마다 참 이런 저런 후회와 아쉬움들이 듭니다. 변명일지 몰라도 저는 아직까지 불안과 우울에 관련한 신경증을 겪고 있고, 약을 먹으며 '버티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스펙도 없고, 학업도 내세울만한 성적이 아니고... 내가 멀쩡했다면, 그러지 않았다면... 하는 아쉬움과 걱정들이 들 때가 아직은 많네요. 떨쳐내는 것이, 덜어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뭐 시험기간에 영화를 보러다니는 미친 짓도 해봤구요. 크크;

<틱, 틱... 붐!>의 오프닝에서 주인공은 90년대에 30살이 되어버렸다고, 이룬 것도 없이 나이만 30대가 되어버렸다고 노래합니다. 그리고 영화 상에는 이런 대사도 있죠. '스티븐 손드하임은 26살에 브로드웨이 데뷔를 했다고!'
제가 아직 30살은 아니고, 스티븐 손드하임의 나이에 여전히 더 가깝긴 합니다만, <틱, 틱... 붐!> 을 보면서 그렇게 공감했던 건 아무래도 제가 이뤄낸 것들이 없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저에게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연말입니다. 이제 며칠만 더 지나면, 저는 한 살을 더 먹게 되고, 아직 한 살 한 살이 신체적 영향을 끼치는 나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뒤쳐졌나 싶은, 내가 조금 느린건 아닌가 싶은, 그리고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고민이 더해지겠지요. 어쩌면 제가 죽는 그 날 까지도 저는 고민하고 또 고민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약간은 들긴 합니다.

주변의 친구들의 상황과, 주변 어른과 가족들의 기대, 그리고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거는 기대감과 예상들을 무시하고 지나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친구들은 점점 취직하고, 길을 찾아 떠나고, 그리고 몇몇 친구들은 이제 조로해버린 듯한 이야기들을 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불안과 걱정, 아쉬움들은 점점 현실화되고 거대화되어갑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저는 자꾸만 영화 속 주인공처럼, 틱, 틱, 틱 하는 초침 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언젠가 터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언젠가 내가 무너져 내려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들 속에서 하루 하루는 다시금 지나갑니다.

때때로 저는 제가 박자를 놓친 드러머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혹은 박자에 쫓기는 채로 드럼을 치고 있는 드러머요. 많은 것들을 놓쳤거나, 놓치고 있거나, 혹은 놓치게 될까 하는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엉성하기도 하고, 조급하기도 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저는 이말이 참 좋네요.) 저는 저만의 박자와 저만의 리듬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심도 들기도 합니다. 이상과 욕구, 현실과 의무는 서로 충돌합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저는 고뇌하고 또 괴로워하며, 저의 사상과 생각을, 그리고 행동 방식을 구체화하는 과정에 서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과정들 속에서 저는 내년에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요? 글쎄요. 솔직히 자신은 없습니다. 어쩌면 내년이 더 힘들 수도 있겠죠. 먼저 졸업한 친구들 대다수가 하는 말이 '야 취준생이 학생 때보다 훨씬 지읒같앸크크크크크크'라고 하니까요. 흐흐.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서 내년에도 영화를 보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집에서 유일하게 놀고먹는... 사람이 안되길 바래야죠. 크크

저는 어렸을 때부터 어른의 행동 양식을 보고 따라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덕분에 어른스럽다, 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그 반대급부로 지금 현재, 여기서 청소년기에 겪어야 했던 방황과 고민을 지금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이 되면, 모든 게 해결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내년에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현실과의 대면을 잘 처리해보고자 합니다. 풀리지 않는 문제일지도 모르지만요. 어쩌면 문제를 풀다가 폭탄이 터지듯, 붐! 하는 폭발음을 어디선가 듣게 될지도 모르겠지만요.

저는 어느새 스티븐 손드하임의 나이를 지나고 있습니다. 조나단 라슨처럼 30대가 되기 전에 무언가를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저의 머리에 가득합니다. 요절한 쥬스 월드는 What's The 27 Club? We Ain't Make It Past 21라는 가사를 남기고선 21세에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원래 하루하루를, 혹은 1년이라는 단위에 대해 별 다른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저는 계속 학생이었고, 뭐 어떻게든 되겠지 싶은, 어울리지 않는 긍정?도 있었구요. 근데, 올해는 뭔가 느낌이 다르네요. 이제는 울타리가 없다고 해야할까요. 이제는 사회 초년병으로서 생업 전선에 뛰어들기 위해서 노력해야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X나 불안합니다. 걱정돼요. 크크 하지만, 길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준비해 나가야겠죠.

이 글을 왜 쓰게 되었느냐, 퇴고도 안할거고, 피드백하기도 더더욱 애매한 이런 글을. 음. 그냥 털어놓고 싶었어요. 그리고 뭔가 다짐 같은걸 해볼까 하면서 썼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한탄만 된거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제가 군대 가기 전에 올린 글에 어떤 분이 댓글 달아주셨던게 기억 납니다. '여전히 a day in the life를 듣고 눈물을 흘릴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요?' 정확하게는 기억 나지 않지만 그런 내용이었는데요. 네, 저는 내년에도 열심히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그런 1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행복한 크리스마스 저녁, 행복한 연말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9렙고정
21/12/25 20:58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그러다 하나 걸리면 이제 그거 밟고 또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겁니다
저도 스물여섯에 제대하고 회사다니면서 야간으로 대학 4년 마치고 공기업 가고 싶어서 계약직 하다 결국 뚫어낸게 2년전 서른살이었네요
그때 취준하면서 쓴 자소서 수십개는 아직도 가끔 술마시면서 꺼내보곤 합니다.
aDayInTheLife
21/12/25 20:5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흐흐
Janzisuka
21/12/25 21:15
수정 아이콘
틱틱붐 잼나게봤어요 영화로도 렌트 좋아해서 가끔 다시 보는데...틱틱붐 대사나 노래가사나 표현등에서 렌트의 장면이나 내용들이 나오니 찾는 재미도 있더라구요

그리고...올해는 더 잘되고 행복하실꺼에요! 화이팅!
aDayInTheLife
21/12/25 21:15
수정 아이콘
틱틱붐 재밌었습니다. 크크 공감가는것도 있고, 재미도 있고...

말씀 감사합니다.
문재인대통령
21/12/25 21:45
수정 아이콘
화이팅입니다!! 다 잘되실겁니다.
aDayInTheLife
21/12/25 21:4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세인츠
21/12/25 22:07
수정 아이콘
입학보다 졸업이 가까운 공대생인 저도 문득 하고 있는 생각들인데, 글로 자세히 포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틱틱붐 보러가야겠네요!
aDayInTheLife
21/12/25 22:08
수정 아이콘
틱틱붐 재밌습니다. 크크
할러퀸
21/12/26 12:41
수정 아이콘
글쓴님보다 연상이긴한데..성숙함이란 나이와 상관없는 것 같습니다. 본인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부럽습니다. 다 잘 되실 거에요. 영화관련글 아주 잘 읽고 있습니다. 계속 연재 부탁드립니다.
aDayInTheLife
21/12/26 12:4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글로 자주 만나뵙고 싶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4553 [정치] [여론조사] 윤석열·이재명 '동반 하락' 속 안철수 지지율 7.5% '껑충' [76] 호옹이 나오19415 21/12/26 19415 0
94552 [일반] (스포) 넷플릭스 영화 돈룩업 후기. [29] 캬라18358 21/12/26 18358 12
94551 [일반] (스포주의) 크리스마스날 본 스파이더맨 후기 [21] 랜슬롯7509 21/12/26 7509 9
94550 [일반] (스포) 스타워즈 오리지널 (에피소드 4 5 6) 시청후기 [50] 원장7290 21/12/26 7290 3
94549 [정치] 이재명 36.6%, 윤석열 27.7%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 국민의힘 지지자 36%, '후보 교체 필요' + @ [170] 올해는다르다24512 21/12/26 24512 0
94548 [일반] <노스포> 약간은 실망 스럽지만 잘 본 고요의 바다 후기 [15] 마빠이9182 21/12/26 9182 1
94547 [일반] 마법소녀물의 역사 (1) 70년대의 마법소녀 [8] 라쇼17978 21/12/26 17978 15
94546 [일반] 여친있는 남자가 그제 레알 불쌍한점(24일 프로포즈 후기) [67] 42년모솔탈출한다16239 21/12/26 16239 38
94545 [일반] [팝송] 웨스트라이프 새 앨범 "Wild Dreams" [4] 김치찌개5988 21/12/26 5988 2
94544 [일반] 국익관점에서 바라본 시사 평론 [10] singularian12402 21/12/26 12402 0
94543 [정치] 또 다른 "Yuji" [59] 어강됴리16339 21/12/25 16339 0
94542 [일반] 연말, 틱틱붐, 자소서 쓰다 쓰는 개인적 이야기들. [10] aDayInTheLife8488 21/12/25 8488 12
94541 [일반]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최신 정보 업데이트 [51] 여왕의심복16473 21/12/25 16473 114
94540 [일반] (스포있음)(스파이더맨 스포) MCU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21] 삭제됨7230 21/12/25 7230 0
94539 [일반] 우크라이나 여성징병 승인 [89] 오곡물티슈18824 21/12/25 18824 7
94538 [일반] 크리스마스 인사 겸 여러 웹소설의 간단한 후기입니다! [27] 가브라멜렉9969 21/12/25 9969 2
94537 [일반] 걱정마 울어도 돼 사실 산타는 없거든 [25] 키모이맨12350 21/12/25 12350 12
94536 [정치] 삼프로TV 대선특집 - 이재명 & 윤석열 [282] 어강됴리36509 21/12/25 36509 0
94535 [일반] 최강의 우주망원경이 드디어 우주로 갑니다! [42] 우주전쟁11318 21/12/25 11318 23
94534 [일반] [팝송] 알렌 워커 새 앨범 "World Of Walker" [5] 김치찌개7121 21/12/25 7121 2
94532 [일반] 월간 정론 1월호 - 사쿠라이 요시코의 일본 국가 개조론 [36] 도쿄는밤7시8865 21/12/24 8865 4
94531 [정치] 윤석열 후보의 직속기구 '새시대준비위원회' [100] wlsak20312 21/12/24 20312 0
94530 [일반] <노스포> 고요의 바다 후기 - 에일리언 아류가 아니다!! [34] 카트만두에서만두12417 21/12/24 12417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