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룩 업>은 프리-아포칼립스 코미디입니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종말 직전'의 코미디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혜성을 발견하고 그게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돈 룩 업>은 상당 부분 감독의 전작인 <빅쇼트>와 닮아있습니다. 천천히 끓어오르다 차갑게 식어버리는 영화의 스타일에서 그런 향기가 가장 짙게 나타납니다. '인간의 욕망'을 가까이서 포착하는 카메라와 서사의 구조도 그렇습니다. (<바이스>는 제가 못봐서 포함을 못 시키겠네요.)


결국 영화는 불타 오르는 인간의 우스꽝스러움을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지구 종말이 다가와서도 정신줄을 놓고 있는 인간들에 대한 풍자와 블랙코미디인 셈입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조금은 과장된 색채를 띄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소위 말하는 '호불호'가 갈릴 만한 지점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쉽게 비교해서 <빅쇼트>가 가지고 있던 실화 기반, 현실적인 이야기에 반해, <돈 룩 업>은 황당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끝까지 밀고 나갑니다. 물론 지금의 판데믹과 여러 반지성주의의 상황으로 단순히 웃을 수만은 없는 기묘한 상황이긴 하지만요. 결국 이 소재에 대해서 영화의 태도도 왔다갔다하는 느낌은 종종 듭니다.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애매한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 같은 태도가 보이긴 해요.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해서 캐릭터들의 연기는 대단합니다. 상당 부분, 영화는 설정의 힘보다는 배우들의 힘으로 납득시키는 것 같기도 해요. 개인적으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연기를 한다'를 조금 느끼는 편이긴 한데, 여기서는 그런 느낌이 안들었네요. 특히 막판 끝끝내 폭발하고마는 순간의 연기는 더더욱 그랬구요.


자 스포일러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결말은 '애매하다'고 생각합니다. 신나는 음악과 마무리되긴 하지만, 음울하기도 하구요. 개인적으로 이러한 결말이 좋은 결말인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셨듯, 영화가 조금 더 통쾌하게 끝나도 좋았을거 같기도하고, 이 통째로 '헛소동'에 가까운 이야기들의 결 상으로 영화가 조금은 헛된 결말을 냈어도 나쁘진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지만, 좋지도 않았다'에 가까운 느낌인 것 같습니다. 프리-아포칼립스라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소재와 흔히 말하는 '멍청한 미국인' 밈을 쓰면서 매력적으로 시작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영화의 말하자면, 맵고 짠 정도가 조금은 밍밍하다고 해야할까요. 현실의 기묘한 상황을 저희가 접하고 있는 입장에서, (혹은, 접했던 입장에서) 영화가 조금 더 매콤하게 직접적으로 까든지, 혹은 덜 맵게 돌려깠으면 좋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