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개별 소아과가 아니라 아무런 지침도 없이 높은 수가를 덥썩 던져놓은 보건소의 행태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비상시국이라지만 일반 병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하게 해두었으면, 심지어 인당 6만원에 달하는 수가라는 미끼까지 던져 놓았으면, 정말 아주아주 최소한의 지침(예약 확인 문자 등을 통한 공지, 동선/진료실 분리, 의료진 보호장비 등)이 있어야 하는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단지 으름장 뿐인 의무화라도요.

각 병원에서 알아서 잘 해주기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소아과가 말라죽어가고 있는 상황에 원장님들 눈 돌아가는거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환자 개인의 배려에도 전혀 기대하지 않습니다. 백신 접종때도 소아과 가면 주사 안아프게 놔주고 뽀로로 밴드 붙여준다며 소아과를 일부러 찾아가 백신 맞았다는 간증글이 유행이었는걸요. 이런건 정책으로 시스템으로 잡아주는게 당연한 겁니다.

걱정해주신 분들 덕에 아기는 밤새 미열조차 없이 푹 자고 아침에도 분유 200미리 원샷하고 꿀 낮잠을 자주기에 저도 심적 안정을 찾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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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4개월 아기가 있습니다.
임신했을 때부터 혹시 코로나에 걸리면 무조건 제왕절개에, 심지어 받아주는 출산 병원도 찾기 어렵다 해서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만 처박혀 있었어요.
아기 태어난 후에도 백신 접종도, 마스크 착용도 불가능한 아기가 혹시 코로나에 걸릴까 당연히 집에만  있구요.
그래도 여태 큰일 없어서 다행이다 곧 끝나겠지 하고 지냈는데.. 오늘은 정말 화가 나네요.

오늘 아기 예방접종 날이라 소아과에 갔습니다.
처음부터 이상했어요. 똑닥(병원 예약 앱)에 보니 오픈 시간 되자마자 대기인원이 15명이길래 아니 뭔 일이지 이상하다 하며 갔는데, 소아과에 도착하니 애는 없고 성인이 대기실에 드글드글 가득 차있는겁니다.
뭐지?뭐지? 하는데 간호사님들은 페이스실드를 쓰고 왔다갔다 하고.. 알고보니 다들 신속항원검사와 pcr을 하러 온 코로나 의심자(?) 들이더라구요.
집으로 돌아가야하나 고민했는데, 예방접종이 이미 1차에서 2주 정도 밀렸던지라 2차 예방접종을 더 미루기도 부담스럽고, 코로나 정점이 지나려면 한두달 걸릴텐데 하루이틀 미룬다고 될 일도 아니고 해서 일단 접종을 하고가야겠다 하고 소아과 밖 복도에서 아기는 유모차에 넣어놓고 불안해하며 기다렸습니다.
진료 차례라고 호명이 되어 진료실에 들어가려는데, 저희 아기 바로 앞에 진료를 본 사람도 성인이더라구요?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러 온..
아니, 동선 구분은 커녕 진료실 구분도 안해놓고, 선생님도 그냥 일반 마스크를 쓴 채로 코로나 검사를 한 진료실에, 당연히 소독이고 환기고 없이 바로, 마스크도 못쓴 아기가 들어가서 접종을 해야하는 상황인겁니다.
일단 접종은 하고 나오며 보니, 아까까지 제가 서있던 복도에 마찬가지로 아기를 유모차에 넣어둔 엄마들이 병원에 들어가지는 못한 채 띄엄띄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접종을 하고 와서 검색해보니 신속항원검사 수가가 워낙 높아서 (인당 5만원 정도라고..) 병원들은 앞다투어 신청을 해놨고, 보건소에서는 동선이나 진료실 분리 등의 아무런, 정말 아무런 지침도 내지 않아서, 이미 이 동네 소아과는 모두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러 온 성인들로 북새통이라고 하더군요.

코로나가 이제는 모두가 한 번씩 걸려야 끝난다는 것도, 이제 정말 코앞이라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백신조차 맞을 수 없고, 만약 코로나에 걸리면 코로나 자체 뿐 아니라 단지 열이 오르는 것만으로도 위험해지는 아기들을 돌보는 소아과라면(저희 아기는 그나마 4개월이지만, 신생아들은 단지 열이 39도까지 오르는 것만으로 위독해집니다. 저희 아기도 아직 해열제를 한 종류밖에 쓰지 못하는 월령이구요), 신속항원검사를 할 수 없도록 지침이 있었어야 하지 않을까요? 하다못해 진료실 분리라도 의무적으로 시켰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코로나가 이번에 창궐한 것도 아니고 이미 만으로 2년이 지났는데, 이렇게까지 고위험군에 대한 아무런 준비가 없을 수가 있나요..?

만약 아기가 열이 나면, 접종열이든 코로나 가능성이 있는 열이든, 그냥 119에 전화해서 코로나 확진 여부를 확인하고 (이미 이것만으로도 시간이 하염없아 걸린다고..), 확진이기라도 하면 병상이 없어서 당장 지방으로라도 받아주는 병원을 어떻게든 찾아 달려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심지어 만의 하나를 대비해 알아보니 비대면진료도 오늘 환자초과라 상담가능한 의사가 없대요. 서울 한복판에서 무슨 의료난민같은 상황인가요..

며칠 동안은 아기가 혹시 열이 나지 않는지 신경이 곤두서서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그냥 접종을 하지 말고 나왔어야 하나 계속 후회가 됩니다. 정말 너무 화나는 날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