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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5/11 00:27:05
Name 맑은강도
Subject [일반] [생각] 조직에서 애매한 방해 요소는 어떻게 도려내는가
#1

요새 운동을 다니고 있습니다. 헬스 GX나 크로스핏 같이 코치 한 명을 두고 여러 명이 하는 단체 운동인데 한 달여 전부터 눈에 띄는 회원이 있습니다.

표현을 완화했지만 정확히는 거슬린다고 봐야 합니다. 우선 여기 시스템에 관해서 설명하자면 여느 헬스 GX와 마찬가지로 수업 시간대가 정해져 있고 아무 시간이나 자기 편한 시간대에 와서 운동하면 되는 시스템입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늦는 회원들도 있고 안 오는 회원들도 있고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시간 되면 한 명이 되었든 열 명이 되었든 운동은 시작됩니다.

그분은 항상 15분쯤 늦으십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나중에는 좀 신경이 쓰이더라구요. 왜냐면 늦게 오시면서 되게 느긋하게 행동을 하십니다. 들어올 때도 밝게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옷도 천천히 갈아입으시고. 남들은 준비운동은 벌써 끝나고 본 운동 한창 들어가고 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준비운동 할 거 다 하시고 코치님에게 오늘 운동 뭐해요 해맑게 물어보십니다.  

사실 그분이 연세가 좀 있으신 분이고. 몸이 좀 안 좋으신 편이며.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항상 15분씩 정확히 지각하시는 이유도 일 마치시고 바로 와도 그 시간인 것 같습니다. (이건 추측입니다. 그냥 지각하셨을 수도 있어요.) 이런 정상참작에도 불구하고 그분이 거슬리는 이유는 이게 단체운동이기 때문입니다.

오마카세 같은 경우도 여러 명이 정해진 시간에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 10분 정도는 기다려 줄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무리죠. 왜냐면 그분 한 분 때문에 여러 명이 기다려야 하고 피해를 보니까요. 이분도 그렇습니다. 이분이 나타나면 운동 흐름이 끊길뿐더러 그분은 몸이 안 좋으시기 때문에 저희와 같은 운동이 아닌 다른 쉬운 난이도의 운동을 필요로 하십니다. 그럼 코치님은 저희에게 운동을 가르쳐 주다가 그분이 나타나면 또 따로 봐 드려야 하고 그러다 보면 나머지 회원들에게 신경을 못 쓰거나 운동 흐름이 끊기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그분이 나타나는 시간대를 피하고 있었는데 오늘 일이 터졌네요.

오늘도 여전히 그분은 늦으셨고 느긋하게 할 거 다 하셨고 코치는 그날도 우리 운동 가르치느라 그분 봐 드리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운동이 끝나고 그분이 코치를 부르더니 한참을 얘기하시더라고요. 대충 옆에서 들어보니 왜 나를 신경을 안 써주느냐. 요새 계속 소홀한 것 같다. 서운하다. 라고 불만을 토로하시는 거 같았고. 코치는 안 보는 거 같아도 다 보고 있다. 다른 분들도 신경 쓰는 입장도 이해해 달라. 아까 동작 같은 것도 봐 드리지 않았느냐. 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코치님이 계속 설명함에도 그분은 그분 할 말만 계속하셨고 결국은 화를 내고 가셨네요.

근데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닙니다. 예전부터 계속 자신을 더 봐달라고 요구하셨고 코치는 달래고 설명하고 그러다가 결국 오늘 작정하고 말씀하시는 거였지요.

옆에서 보면 그냥 저 회원 포기하면 안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현실은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주 고객이 주로 누님들. 즉 아주머니 들이고 거의 유입이 입소문으로 나기도 하고 또 코치님이 나이 드신 분들이나 몸이 안 좋으신 분들. 즉 다른 곳에서는 수영이나 재활 센터 찾아가라고 거절할 분들. 을 또 맡아서 가르치십니다. 돈 욕심일 수도 있을 텐데 오래 지켜봐 왔지만 그런 건 아닌 거 같고 아마 이분들을 내가 도와 줄 수 있다 라는 일종의 도전 의식 같은 거 같습니다.

그럼 지가 사서 고생하는 거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옆에서 지켜봐 온 바로 서는 코치님은 최선을 다하고 계시고 그분은 코치님을 가스라이팅. (이 단어 요새 남용해서 쓰고 싶지 않지만 정확한 표현이 이거더군요.)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 고생하시는 것 같아 그분 가신 다음에 코치님 하소연 들어드리고 나왔지만, 마음이 복잡하더군요.

그분이 난동을 부린다거나 기물을 부순다거나 다른 회원에게 해코지한다거나 하는 명확한 귀책(?) 사유가 있다면 그분을 내보내기 편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 그분 입장에서는 니가 나 맡아서 해준다고 하지 않았냐. 책임져라! 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는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2

사실 이 글을 쓴 이유는 코치가 불쌍하다 혹은 저분을 욕해달라. 이런 건 아니고 옛날 어떤 일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제가 대학생 시절 어떤 모임에 들어가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회장까지 돼서 그 모임을 이끌어 가게 되었는데 이런 비슷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어떤 회원이 들어왔었고 처음에 적극적으로 활동하길래 좋게 보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뭔가 다른 것이 보이더군요. 저희는 책 토론모임이었었는데 책에는 관심이 없고 뒤풀이나 사람 사귀는 데에만 관심을 가지더군요. 근데 사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활동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서서히 모임 분위기를 헤쳐가더군요. 책을 아예 안 읽고 온다거나. 그 일이 자주 있거나. 여자 회원에게 사적으로 과도하게 연락하는 등. 모임의 본질과는 다르게 행동하여 모임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을 벌이더군요. 그게 회장의 눈에는 너무나도 의도가 명확히 보였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했던 것처럼 그 사람이 큰 잘못을 저지르거나 난동을 피우거나 그런 책잡힐 만한 짓은 또 하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가 곤란한 상황이였습니다. 그렇게 저 혼자 끙끙 앓다가 그분이 고맙게도 제풀에 흥미를 잃고 나가주셔서 어떻게 해결은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해결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아마 교회에 숨어들어온 신천지같이. 조직에서 명확한 악이 아닌 애매한 악. 하지만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는. 거기다 조직에는 방해 요소가 되는 것이 명확한. 그런 분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요. 여러분들은 그런 경험이나 또 자신만의 해결(?) 방법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제가 글재주가 미천하여 제대로 의도가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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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몽
22/05/11 00:44
수정 아이콘
그룹피티를 하는데 매일 15분 지각하면서 운동 흐름 끊고,

몸이 안좋아서 전체 운동 레벨이 내려가서 효과를 보기 힘들 정도면

그 사람의 사정이 어떻든 남에게 민폐를 주는게 맞다고 봅니다

다른 사람들이 공짜로 수업받는것도 아니고 다 개인의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하는거니까요

그리고 제가 다니는 헬스장은 몸이 불편하신 분들은 맞춤형 PT를 받지 GX에 넣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분들은 일반 프로그램 따라가지도 못하기 때문이죠

제가 저 상황이라면 저분이 오기 전, 수업 시작하기 직전에 건의할 껍니다

그분도 사정이 있겠지만 제 시간과 돈은 더 소중하니까요
니가커서된게나다
22/05/11 00:52
수정 아이콘
한쪽에서 달구면 반대편에서도 달궈줘야죠

코치님 요즘 운동이 효과가 없어요 흐름도 자주 끊기구요

서비스직에게는 반대편에 선 사람의 목소리만큼 핑계대기 좋은게 없으니까요
무언가 주의를 주려고 해도 근거가 없으면 코치의 불편에 불과한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절이 싫어지려하면 일단 수리해보고 안되면 떠야죠
메타몽
22/05/11 01:09
수정 아이콘
이 방법도 괜찮네요

한명을 붙잡으려다 나머지가 떨어져 나갈꺼 같으면 트레이너가 누굴 잡을지는 뻔히 보이죠

사실 트레이너가 중간에서 조율을 잘 했으면 별 문제 없었을텐데

어설프게 양쪽 다 잘해주려다가 양쪽 모두에게 욕을 먹는 모양새인거 같긴 합니다
싶어요싶어요
22/05/11 02:4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책을 아예 안 읽고 온다거나. 그 일이 자주 있거나. 여자 회원에게 사적으로 과도하게 연락하는 등
뭐 이정도는 애교죠. 조직의 회장인데 이런 사람이 하필이면 친화력이 너무 좋아서 짜르고 싶어 경고를 주는데도 다른 사람들이 뭐 그럴수도 있지 하며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을 옹호하고 감싸고 이러면 참 골치아파지죠. 더 나아가 여자 회원과 사귀게 되었는데 싸우거나 헤어지게 되면 모임 분위기기 더 이상해지고...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에서는 해결방법이 없어보이고 초창기에 빨리 스스로 나가게 하거나 애초에 들어오지 못할 분위기를 만드는게 정답이죠.
마텐자이트
22/05/11 17:41
수정 아이콘
대학 동아리나 성인 취미 동아리에서 흔히들 겪는 일이죠 크크크 트롤러가 기존 동아리 여자라도 꼬시는 날에는 정말 머리아파지더군요
파이프라인
22/05/11 04:39
수정 아이콘
민폐에 대한 규정을 만들고 이를 근거로 아웃시켜야 할것 같습니다
22/05/11 05:55
수정 아이콘
사회가 백프로 규정대로 이론대로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사업을 운영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유도리-톨레랑스-가 없으면 굴러가지 않아요. 하지만 이런 톨레랑스를 행함에 있어 중요한 건 톨레랑스를 악용하는 선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정해서 선을 넘어가는 경우에는 과감히 쳐내야 하는 겁니다. 이건 사업자의 의무입니다.
나른한날
22/05/11 08:05
수정 아이콘
그릅피티 쉬는 시간에 때 직접 그분에게 이야기 해보시는게? 사실 별것도 아니잖아요. 같은 돈 내고 운동하는 사람들일뿐인데

애매한 사람들은 뭐가 틀린지 몰라서 애매한 경우도 많다고 보거든요.
22/05/11 08:20
수정 아이콘
돌직구 날리면 짱돌 들고 달려드는 분도 많습니다.

가스라이팅 이란 단어 쓰는거 보니 느낌이 쎄한데요. 스포츠센터도 운영진도 산전수전 다 겪은 분들 많으실텐데. 딱 봐서 견적 나오니 피하는거겠죠.
22/05/11 08:51
수정 아이콘
그러다가 일터지면 오히려 모난돌 취급 받을수도 있을거 같습니다.
막상 다른분들이 괜찮은데 왜 나섬? 이런식으로 나오게 되면
결국 본인이 주변 눈치보여서 그만둬야 할 수도 있죠.

오히려 그분을 제외한 그룹의 다른분들과 이야기 해보고
모두의 의견이라는 식으로 코치라는분에게 건의하는 쪽으로 가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빛
22/05/11 09:45
수정 아이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수'라고 생각합니다.
코치님 한 분에게 그 분과 1:1로 해결하도록 압박만 하기보다는,
그 한 명으로 인해 피해보고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여럿이 같이 나선다면 해결이 좀 더 수월하지않을까 싶습니다.
단, 여기서 과격한 표현이 나오지않도록 대화에 나선 구성원들 간에 합의가 꼭 필요할테고요.
22/05/11 09:49
수정 아이콘
단체운동인데 운동을 따로 봐준다라.. 애초에 시스템을 잘못 꾸린 것 같습니다.
클래스를 초급 중급등으로 나누고
- 일정 인원이상 모이지 않는 경우 폐강될수 있다
- 클래스 수준에 맞지 않으면 거부할 수 있다는 회원규약이 필요할 듯 싶습니다.
혹은 클래스에 들어가기 위한 체력테스트를 요할 수 있다 등등..
22/05/11 10:02
수정 아이콘
윗분들 의견처럼 이거는 고객분들이 나서서 클레임을 걸어야 될거 같습니다.
그쪽이 고객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진상이라도 대처가 쉽지 않은건 사실이거든요.
그룹 여러분들이랑 얘기해서 코치한테 클레임을 걸면 코치한테도 명분이 생길수가 있어서요.
Betelgeuse
22/05/11 10:05
수정 아이콘
와우 레이드 정공하면서 굉장히 많이 겪어본 일이네요 흐흐. 공대장해보면서 세상에 굉장히 다양한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을 한 점으로 묶는 구심점이 뭘까 많이 고민해봤던거 같습니다.
조직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하고 문제점은 공론화 해서 확실히 짚고 넘어가는 쪽이 초반엔 잡음이 많은 거 같아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정석적인 해결책인거 같습니다.
22/05/11 10:08
수정 아이콘
이래서 공대장이 취업이 잘되는군요.
무한도전의삶
22/05/11 10:06
수정 아이콘
10명 정도의 모임을 이끌며 성의 없고, 늦고, 삐딱하게 굴고, 친목질 하는 친구를 굉장히 미워했는데
세월이 지나 생각하니 제가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어느 집단을 가나 그런 세력은 있을 수밖에 없고
단호하게 내치거나 설득하거나 끌어오는 게 리더의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린언니
22/05/11 10:57
수정 아이콘
어떻게보면 정치같은 거네요 악의는 없지만 내가 원하는 조직의 방향에 반하는.
유유할때유
22/05/11 13:32
수정 아이콘
(수정됨) 2번 같은 경우는
모임 가입전, 해당 내용 적발 시 강퇴사유라고 미리 안내를 하고
내부 고발(?)이 몇번 접수되면 당사자 확인 후 강퇴 처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건 당하는 사람의 기분이 나쁘냐 오히려 좋으냐(?)라고 생각을 해서....
당하는 사람이 기분이 나쁘지 않다면 운영자님한테 얘기 안하고 넘어가겠죠 반대의 경우는 불쾌하다고 얘기를 할거구요

제가 참석하고 있는 모임에서는 그렇게 하더라구요
22/05/11 18:12
수정 아이콘
극소수겠지만
회사 중에서도 이런 제도
운영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구성원들이 항상 긴장해야 하고
매우 피곤해하지만
서로서로 조심하게 되는 효과는 확실하다더군요.
임전즉퇴
22/05/11 23:51
수정 아이콘
한국어에서 착하다는 말이 정말 싸죠. 착하다는 사람 다 착했으면 이렇게 힘들지 않습니다. 착한사람 기분 상하게 하면 나쁜사람.. 이 프레임 자체를 걷어내야 사회가 사회가 됩니다. 사회성이 사회 망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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