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5/27 01:12:07
Name BK_Zju
Subject [일반] [성경이야기]기드온의 승리와 의도치 않은 결말 (수정됨)
안녕하세요.
재미있는 성경이야기. 오늘도 시작하겠습니다.


[☆이것은 성경을 주제로 적는 “소설”입니다. 역사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말이 안 될수도 있지만 너무 그런 것에 신경 쓰지 말고 성경 세계관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심리 상태에 동감을 하는 재밌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기드온에게 vs 미디안 13만 5천명의 낙타부대를 상대하는데 300명이면 충분하다고 하셨습니다.
근데 How? 어떻게 알보병 300명으로 13만 5천의 낙타부대를 상대하지?

이에 기드온은 하나님의 조언대로 목숨을 걸고 자기 직속부하 한명만 데리고 미디안 군대에 몰래 잠입하며 염탐을 합니다.
기드온도 적군이 13만 5천의 대군이라고 소문만 들었는데.. 실제로 눈으로 보니 정말로 거짓 없이 [병력의 수는 메뚜기와 같이 많고, 낙타의 수는 해변의 모래와 같이 많다]고 표현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기드온이 정탐을 해보니 미디안 진영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었습니다.
다수의 미디안 병사들이 비슷한 꿈을 꾸었는데, 그 꿈의 내용이
“꿈에 보리떡 한 덩어리가 우리 진영으로 굴러 들어오더니 우리를 다 물리치더라??”
그리고 미디안 병사들은 이 꿈을 이렇게 해석합니다.
“헐.. 그 보리떡처럼 비천한 존재인 기드온이 설마 우리와 싸워서 이긴다는 뜻인가? 설마 지금껏 조용하던 그 전설의 여호와 하나님 치트키가 이제야 발동하는 거임?? 우리 망한거 아냐?”


사실 미디안은 전에도 설명했듯이 예전에 하나님의 권세를 가진 모세의 군대와 싸워 대판 깨진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래전 일이라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였고,
또 7년전의 다볼산 전투에서는 미디안의 군대가 이스라엘 군대와 힘 vs 힘으로 싸워 크게 이긴 기억이 있습니다.

즉 힘 vs 힘의 싸움이면 미디안이 쫄 필요가 전혀 없는데, 이번에 이스라엘의 기드온이 전투를 앞두고
1. 갑자기 병력을 3만 2천에서 -> 1만명으로 줄이고...
2. 그 1만명을 데리고 전투를 앞두고 PT체조 훈련이나 하고...
3. 급기야는 그 1만명의 병력을 -> 300명으로 줄이네요?

미디안의 병사들이 생각하기에는 [“기드온이 미치지 않고서야 괜히 숫자를 300명으로 줄이지는 않았을거고.. 이번에 진짜 여호와 하나님 치트키가 발동되는거 아닌가?”] 라는 불안감이 생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디안의 병사들은 비록 불안할지언정 전투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설령 하나님 치트키가 발동한다고 하더라도 알보병 300명으로 13만 5천명의 낙타부대를 이기는 상황은 상상이 안가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소문을 적 진영에서 들은 기드온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누구보다 심각한 겁쟁이였기 때문에, 그 겁을 이용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재빨리 정탐을 끝내고 자기 진영으로 돌아와 300명을 집합시킵니다.


그는 안그래도 적은 수의 300명을 100명 x 3부대로 나눕니다.
그리고는 그 겁쟁이였던 기드온이 300명의 병사들에게 말합니다.
[니들은 겁먹지 말고 나만 따라와서 내가 하는대로 따라해라!!]


기드온의 전략은 이랬습니다.

1. 어두운 밤에 300명을 3부대로 나누어 적군에 몰래 접근한다. (100명의 소수 부대라 최대한 적군 가까이에 접근 가능합니다)

2. 이때 손에 무기는 들지 않는다... 왜? 무기 들 손이 없으니까...
한쪽 손에는 나팔을 들고, 나머지 한쪽 손에는 빈 항아리를 들어라. 그리고 항아리 안에는 횃불을 감추고 있어라.

3. 적군 가까이에 접근하면, 기드온의 신호에 따라 항아리를 깨고, 나팔을 불고, 횃불을 들면서 최대한 크게 [여호와의 장군 기드온이 나타나셨다!!] 소리질러라!


is3G9as.jpg


기드온이 이 행동을 하는데는 노림수가 있었습니다.
기드온이 먼저 목표로 삼은 것은 13만 5천의 미디안 적군이 아니라 그들이 이끌고 있는 수많은 [낙타] 였습니다.



위의 동영상을 보듯 낙타는 사실 겁이 많은 동물입니다.
그런데 기드온의 군사들이 행한 당시 상황을 상상해보면

1. 그 어두운 밤에 갑자기 항아리가 깨지는 엄청난 기분 나쁜 소음이 들린다.
--> 항아리 깨지는 소리 모두 아시죠?

2. 그 항아리가 깨지면서 그 안에 있던 횃불이 갑자기 튀어나온다.
--> 마치 도깨비 불과 같은 효과입니다.
wgyc8PJ.jpg

3. 그런데 그 갑자기 튀어나온 그 병사들이 나팔도 시끄럽게 불면서 온갖 소리를 지른다?
--> 낙타가 보기에는 사실상 아래 그림과 같은 공포의 군대 출현입니다.
T6gnx9J.jpg


겁이 많은 낙타들은 이러한 기드온의 공포스러운 행동에 크게 놀라 마구 날뛰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고작 이런 서프라이즈한 행동으로 낙타부대를 이길거면 전 세계 역사에서 낙타부대는 존재하지도 않을겁니다.
설령 낙타가 날뛰더라도 그것을 컨트롤하는 주인들만 정신을 똑바로 차린다면 낙타는 금방 주인의 말을 듣고 안정을 찾을 겁니다.

[문제는 이때 미디안의 군사들은 이미 다수가 기분 나쁜 꿈을 꾸며 같이 겁을 먹은 상태였다는 겁니다.]
그들이 불안한 마음속 에서도 그나마 의지한건 다수의 낙타였는데, 그 낙타가 갑자기 날뛰니 미디안 병사들은 낙타를 통제할 생각은 못하고 멘붕에 빠져 그냥 도망치고 맙니다.

그런데 낙타가 그렇게 많은 부대였으니... 낙타와 미디안 병사들이 서로 뒤영켜 퇴각하며 엄청난 사상자가 납니다.
기드온의 300명의 병사들은 칼을 들고 가지 않았기 때문에 미디안 군대를 죽일 무기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미디안 군대들은 이 후퇴 과정에서 서로 뒤엉키며 많은 이들은 낙타에 깔려 죽기도 하고, 또 자기들끼리 더 먼저 도망치려고 칼부림 치면서 많이 죽게 됩니다.


그러자 이제부터 기드온의 지옥의 추격전이 시작됩니다.
사실 현재 전투의 승리는 기드온의 재치로 상대를 후퇴시켰을 뿐이지, 실제로 죽인 숫자는 얼마 안되기 때문에, 적군이 후퇴 후 다시 정신 차리고 재침공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는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기드온은 한번 잡은 승기를 발판으로 최대한 추격을 하며 적군을 학살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원래 미디안의 정상적인 퇴각로는 아래와 같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BF4SSQ3.jpg

미디안 퇴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요단강]을 어떻게 건너냐는 것입니다.

기드온은 미디안을 추격하기 위해 한번 해산했던 이스라엘 북방 지파들 - 므낫세, 납달리, 아셀 지파의 군대를 다시 모아서 오른쪽 최단 거리의 요단강을 틀어막습니다.
그러자 미디안의 군사들은 어쩔 수 없이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간 다음에 요단강 도하를 시도합니다.

그런데 미디안의 군대들이 비록 혼란은 있었지만 여전히 주력은 낙타부대입니다.
낙타를 이용해 퇴각을 하다보니 알보병인 기드온의 군사들은 낙타의 속도에 맞춰 추격 속도를 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러자 기드온은 남쪽의 에브라임 지파에 급히 전령을 보내 요단강 나루터를 미리 점령해달라고 부탁합니다.

Kn18OaY.jpg

에브라임은 다행히 제때에 요단강 나루터를 미리 점령했고, 결국 퇴로를 잃은 미디안의 군대는 이 모든 전투에서 13만 5천의 병력 중 무려 12만명이 전멸하고, 1만 5천명만 겨우 살아서 요단강을 건너는데 성공합니다.
비록 안타깝게도 미디안의 두 왕이었던 [세바와 살문나]를 사로잡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기드온의 군사들은 미디안의 두 군대장관이었던 “오렙” & “스엡”을 사로잡아 죽이는데 성공합니다.


그야말로 기드온의 대 승리로 전투가 끝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마지막에 전투에 참여한 에브라임이 갑자기 기드온에게 따집니다.

에브라임 : 이 치사한 기드온!! 왜 너희가 미디안과 싸울 때 진작 우리를 부르지 않았느냐? 우리를 불렀으면 적을 한명도 다 남기지 않고 다 죽일 수 있었잖아!!

기드온 부하들 : 헐? 뭔 소리임? 처음에 미디안이 쳐들어올 때 내가 온 이스라엘에 지원군 요청하는 전령을 보냈는데, 그 전령을 씹은건 너희들 아님??

에브라임 : 뭔 소리야? 우리는 그런 전령 받은적 없다!!
[(실제 진실 - 에브라임은 그런 지원 요청 전령이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차피 미디안이 우리 땅을 침공한 것도 아닌데 왜 거길 도와줘야 하나? 라는 생각으로 일부러 부재 중인 것처럼 전령을 무시했음)]

기드온의 부하들 : 솔직히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뻔히 싸우기 싫어서 부재 중인척 연기했던거 우리가 다 아는데요...

에브라임 : 니들이 감히 이스라엘의 뼈대 있는 정통 후계자 가문 - 에브라임을 그렇게 평가한단 말이냐? 우리는 누구보다 용맹하고 형제를 돕는 가문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니들이 우리를 부르지 않은 것은 이번 전투 승리의 영광을 니들이 혼자 다 차지하려는 속셈 아니냐!!


에브라임의 이런 얼토당토 않는 따짐에 이스라엘 연합군의 분위기는 순간 내전이 일어날 정도로 험악해집니다.
그리고 이때 기드온이 나서서 말합니다.


기드온 : 아이고 에브라임 형님... 우리 형님 왜 이렇게 화가 나셨습니까~~
사실 이번 전투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가문이 에브라임 지파인거 하늘이 알고 땅이 압니다.
난 사실 이번 전투에서 한 것 아무것도 없어요.
다 에브라임 형님들이 요단강 나루터를 막아줬기 때문에 승리한 겁니다.

에브라임 : 말만 그러면 뭐해? 막상 적군 군대장관인 오렙과 스엡의 수급은 니들이 가져갔잖아?

기드온 : 아이고.. 우리 에브라임 형님 그것 때문에 속상하셨던 거네요.
이건 당연히 이번 전투의 가장 큰 공을 세운 에브라임 형님의 몫이죠.
애들아~ 빨리 저 오렙과 스엡의 수급을 에브라힘 형님께 바치거라..

기드온의 부하들 : 아니.. 고생은 우리가 다 했는데 왜 적장의 수급을 비겁자 에브라임한테 바칩니까??

기드온 : 잔소리 말고 주거라. 우리는 지금 시간이 없다. 우리는 더 큰 것을 노린다.
고작 군대장관 오렙과 스엡의 수급?
그딴 것이 뭐가 중요하냐.
우리는 지금 당장 요단강을 건너 [미디안의 두 왕] [세바와 살문나]를 추격한다!!


기드온이 요단강을 건너 추격을 한다고하자, 이스라엘 연합군의 반응은


이스라엘 연합군 : 이미 전투에서 이겼는데 왜 위험하게 요단강을 건넙니까?
기드온이여~ 이건 솔직히 당신의 전투력으로 이긴 것 아닙니다.
어쩌다보니 적군과 낙타들이 놀라서 알아서 후퇴한거 맞지 않습니까?
즉 힘으로 이긴게 아니라 우연이었어요 우연!!
또한 요단강 동쪽은 미디안의 본거지와 가깝기 때문에 미디안은 금방 힘을 회복할 겁니다.
거기서 미디안과 정면 대결을 벌일 필요도 없고, 또 이긴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기드온 : 그게 무슨 소리냐! 요단강 동쪽에는 우리 이스라엘의 3지파가 아직 있다.
그들은 미디안에게 핍박 받아도 된다는 것이냐?
그리고 지난번에는 칼도 없이 적군을 물리쳤었고, 이번에는 칼을 들고 공격할건데 뭐가 두렵다는 말이냐!!

이스라엘 연합군 : 요단 동쪽 3지파는 내가 알바 아니고~~ 어차피 금마들은 이미 미디안에게 붙은 배신자들이나 마찬가지임.
여튼 우리는 요단강 건너서 추격하는 것 지원 못하겠음!!


기드온 : 나를 따라 요단강을 건너 추격할 사람???
--> 결국 기드온을 따라 요단강을 건너 추격한 것은 최초에 전투에 참여했던 그 300명의 용사들이었습니다.



기드온은 300명만 데리고 미디안 두 왕 세바와 살문나를 추격합니다.
알보병으로 낙타들을 추격하려니.. 힘들고 지쳤던 기드온은 중간 [숙곳]이라는 도시, 그리고 [브누엘] 이라는 도시에 들어가서 그곳 주민들에게 양식을 지원 요청합니다.

기드온 : 밥 좀 주시오... 내가 미디안의 두 왕 세바와 살문나를 추격하는데 배가 너무 고프오.. 최대한 기동력을 살리며 추격한다고 군량도 제대로 챙겨오지 못했소.

숙곳 & 브누엘 주민들 : 당신이 고작 300명으로 세바와 살문나를 추격한다고??
이길수 있겠소?

기드온 : 우리는 이미 요단강 서쪽에서 300명으로 미디안 군사들 대부분을 다 죽였음.

숙곳 & 브누엘 주민들 : 에이~~ 우리도 소문 들었는데 솔직히 그건 미디안 군사들이 알아서 자멸한 우연의 일치지. 지금 세바와 살문나는 이미 거의 자기 땅 본거지로 돌아갔고, 미디안 병력 12만명이 죽었다고 한들 아직 미디안에겐 1만 5천의 병력이 남아있는데, 무슨 수로 300명으로 추격을 한다는 거야?
괜히 당신 도왔다가 우리가 나중에 세바와 살문나에게 보복 당하면 어떡함?
우리는 당신들한테 양식 못주겠음!!

기드온 : 아놔.. 나는 니들이 핍박 받을까봐 걱정되어서 요단강을 건넜는데 니들은 그냥 미디안의 지배를 받는게 좋다는 거임?? 니들이 그러고도 이스라엘 민족이라고 할 수 있냐??
두고봐라.. 내가 세바와 살문나를 죽이고 돌아오면 니들 같은 배신자도 꼭 처리할거다!!


결국 기드온은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외롭게 세바와 살문나를 향해 추격을 계속합니다.
한편 미디안의 군대와 그들의 왕 - 세바와 살문나는 무사히 자신들의 본거지 [갈골]에 돌아오는데 성공합니다.

jfSvxkB.png

미디안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악몽과도 같은 무서운 추격을 떨치고 겨우 본거지로 돌아온 것입니다.
그들은 이제야 살았다 안심하면서 짐을 푸는데...

xyrbE8N.jpg

결국 기드온의 용사들은 여기까지 추격하는데 성공했고, 안심하며 방심하던 세바와 살문나를 순식간에 사로잡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온 이스라엘 앞에서 미디안의 두 왕 - 세바와 살문나를 처형하면서 기드온은 그 위엄을 떨칩니다.
또한 자신의 도움을 거절한 숙곳과 브누엘 도시의 배신자들을 철저히 응징합니다.


결국 300명으로 전투도 승리하고, 집요하게 요단강을 건너 추격해 미디안의 두 왕까지 잡는데 성공한 기드온에게 이스라엘은 크게 감동합니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이방 민족들에게 핍박을 받느니, 기드온에게 앞으로 왕이 되어서 온 이스라엘을 통치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하지만 기드온은 현명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사사가 되어 [임시로 이스라엘을 통치하는 것]에는 찬성하였지만, 결코 그는 [자신의 후손들이 세습해서 나라를 다스리는] 왕의 자리를 탐내지는 않았습니다.
시저나 옥타비안처럼 말로만 황제에 오르지 않고, 실질적으로는 세습 왕조를 만든 그런 차원이 아니라 기드온은 정말 단순히 자신이 하나님께 충성하는 임시 사사로 끝나기를 바랬습니다.


[왕정]은 절대로 여호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제도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왕정]을 원하셨다면 애초에 명분과 실력이 있던 여호수아를 왕으로 삼았으면 제일 좋았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사람]을 의지하기 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의지하기를 바랬습니다.
다만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민족이 연약해 때때로 [임시로 사사 제도를 허락하셨을 뿐]입니다.


순수한 기드온은 욕심 없이 이런 하나님의 뜻대로 살기를 원했지만, 세상은 기드온의 뜻대로 움직이진 않았습니다.
기드온은 전쟁이 끝나고 왕이 되지 않는 대신 온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미디안 사람들로부터 탈취한 금 귀고리를 바치라고 명령합니다.
(당시 미디안 사람들은 모두 금 귀고리를 차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모은 금이 1,700세겔 = 19.38kg = 현재 시세로 약 14억 정도입니다.
솔직히 적은 돈은 아니지만, 이스라엘을 구원하면서 왕이 되는 것을 포기하는 것 치고는 소소한 수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기드온은 이것으로 황금 에봇을 만듭니다.

hh2Cpdx.jpg

에봇 - 이것은 사실 제사장이 제사를 드릴 때 입는 의복입니다.
제사장도 아닌 기드온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입니다.
그런데 기드온이 미디안 군사들로부터 탈취한 금으로 에봇을 만들어 자기 집에 보관하기로 한겁니다.

성경에 그 이유에 대해 정확히 나오지는 않습니다.
다만 기드온이 그 이후에도 사사로 이스라엘을 잘 통치한 걸로 봐서는 기드온의 의도 자체가 악했던건 아닌걸로 보입니다.

아마 순수했던 기드온은 단순히 전투에서 이겨서 전리품이 생겼고,
그걸로 근사한 기념품 - 황금 에봇을 하나 만들고,
그것을 볼 때마다 미디안 전투를 기억하는 하나의 추억거리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치 데뷔 첫 홈런을 친 타자가 그 홈런 공을 기념으로 가지는 것과 같은 느낌입니다.


문제는 다른 사람들이 황금 에봇을 그렇게 바라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기드온은 과거 여호수아에 비견할 만한 전쟁 영웅입니다.
그는 왕이 될 기회도 있었지만 스스로 그 기회를 물리친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의 후계자가 왕이 될 생각이 있다면 어떨까요?
그런 영웅의 집안의 후계자가 왕이 되고자 한다면 마땅히 왕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요?
[애초에 기드온 집안을 왕의 가문으로 세우길 원했던 것은 이스라엘 민족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드온 집안에 미디안 전투의 기념품 - 황금 에봇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기드온 집의 황금 에봇을 볼 때마다 “아.. 기드온이 참으로 훌륭한 전사였지”를 추억합니다.
미디안 전투를 추억하며 “아.. 그때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해주셨지~”를 추억해야하는데,
사람들이 엉뚱하게 “아.. 그때 [기드온이 우리를 구원해줬지]”로 추억하게 되는 겁니다.

[즉 황금 에봇으로 인해 사람들은 하나님보다 기드온을 더 실질적인 구원자로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기드온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황금 에봇은 사실상 사람들이 기드온 가문에 더욱 집착하게 되는 결과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또한 기드온의 아들들 역시 이 황금 에봇을 탐하기 시작했습니다.
고작 금이 탐나서? 황금 에봇이 멋있어서? 가 아닙니다.

황금 에봇은 곧 기드온의 영광을 상징합니다.
황금 에봇을 물려 받는다 = 곧 기드온 가문의 정식 후계자다 = 곧 언제든지 왕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는 공식이 성립됩니다.


그런데 기드온은 자녀를 정말 많이 낳았습니다..
얼마나 많았냐면 무려 71명의 아들이 있었습니다.
이 71명의 아들이 기드온 가문의 정식 후계자가 되기 위해 왕좌의 게임과 같은 치열한 권력 투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기드온 가문에 새로운 비극이 시작됩니다...

다음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포카칩은소금맛
22/05/27 07:54
수정 아이콘
71명 덜덜....정말 많이 낳았네요. 기력도 좋으셔라 ..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다음 편도 기대합니다
22/05/27 09:12
수정 아이콘
71드온이라 자녀들의 숫자가 71명이었던게 아닐까요(아니다)
22/05/27 10:50
수정 아이콘
혹시 사무엘 본인이신가요? (사무엘 : 아마 사사기 저자)
22/05/27 13:13
수정 아이콘
!!! 71드온 = 기드온
한글로 예언된 71드온의 아들 숫자.. 이것은 과연 우연일까? (우연이다...)
잠이온다
22/05/27 09:19
수정 아이콘
첩이 몇명이었을지 상상이 안가는...
계층방정
22/05/27 11:4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기드온이 첩에게서 아들을 낳아 이름을 '아비멜렉' 곧 '네 아비는 왕이다'로 붙여줬는데, 이는 기드온이 자신을 왕이라고 생각했다는 증거 아닐까요?
22/05/27 13:10
수정 아이콘
네 이것에 대한 해석이 여러가지가 있을건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것을 기드온이 아니라 기드온의 첩 = 즉 아비멜렉의 엄마가 의중이 들어간 이름이라고 봅니다.
다음 이야기에서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22/05/27 13:02
수정 아이콘
저는 기드온이 왕욕심이 없었다고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
일단 아들이 71명이라는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권세를 누렸다는 하나의 증거일테고요.
실제적 왕이라서 왕이라는 감투에 욕심을 안낸거지, 기드온의 말년은 욕심으로 가득찼던게 아닌가 싶긴 합니다. 자식들의 행적을 봐도 그렇고요.
22/05/27 13:11
수정 아이콘
기드온 말년에 대한 저의 해석도 다음 이야기에서 설명해보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5718 [일반] (노스포) 기묘한 이야기 시즌 4 파트1 간단후기 [22] valewalker8923 22/05/28 8923 1
95717 [일반] 요즘 본 만화 후기(스포) ​ [3] 그때가언제라도7040 22/05/28 7040 0
95716 [일반] [15] 아이들을 파블로프의 개처럼 다루면 좋은 이유 [19] 판을흔들어라8663 22/05/28 8663 37
95714 [일반] 연애하는 팁? 이 어떤 게 있을까요? [70] 대장햄토리11405 22/05/28 11405 0
95713 [일반] 현대사회에서 연애와 섹스가 어려운 이유 [84] 데브레첸18224 22/05/28 18224 22
95712 [일반] 이중언어 아이와의 대화에서 느끼는 한국어의 미묘함 [80] 몽키.D.루피9667 22/05/28 9667 31
95711 [일반] 결혼을 생각하는 자식과 부모님의 갈등, 근데 거기에 ADHD를 곁들인 [23] 여기에텍스트입력11961 22/05/28 11961 17
95710 [일반] '양산형 남친'의 시대 [134] 이그나티우스18459 22/05/27 18459 17
95709 [일반] 보다가 픽 웃은 만화. [3] 공기청정기6775 22/05/27 6775 0
95708 [일반] 30대 초반, 주변 결혼한 친구들의 모습 [45] 노익장17367 22/05/27 17367 15
95707 [일반] 그때의 난 미쳤었다랄까? [3] 쎌라비5574 22/05/27 5574 9
95706 [일반] 맑은 하늘 따뜻한 봄날씨 [10] 2004년6339 22/05/27 6339 0
95705 [일반] 경찰의 무대응으로 불타는 미국 총기사건 [77] 건방진고양이16488 22/05/27 16488 2
95704 [일반] [성경이야기]기드온의 승리와 의도치 않은 결말 [9] BK_Zju9769 22/05/27 9769 15
95702 [일반] 일본, 6월 10일부터 외국인 관광객 입국 재개 (내용추가) [64] Dresden14627 22/05/26 14627 1
95701 [일반] [15] 개똥철학 [2] 집으로돌아가야해4564 22/05/26 4564 3
95700 [일반] [15] 슈베르트 [4] PRADO4377 22/05/26 4377 12
95699 [일반] [15] 불안이 시작된 날 [5] 청순래퍼혜니4305 22/05/26 4305 6
95696 [일반] 원피스 극장판 스템피드 후기 [8] 그때가언제라도7110 22/05/25 7110 0
95695 [일반] 최근에 본 웹소설 후기입니다! ( 약간의 스포주의! ) [19] 가브라멜렉8706 22/05/25 8706 1
95693 [일반] 우리는 타인의 나태와, 위험한 행동에 오지랖을 부릴 권리가 있는가 [18] 노익장6036 22/05/25 6036 1
95692 [일반] [테크 히스토리] 한때 메시와 호날두가 뛰놀던 K-MP3 시장 / MP3의 역사 [47] Fig.1106352 22/05/25 106352 40
95691 [일반] 인플레이션 시대에 현금과 주식보다 코인을 보유하라 [28] MissNothing9355 22/05/25 9355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