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나 개인 관찰이긴 하지만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남자들에게는 각자 사정이 있지만, 반대로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남자들은 대개 비슷한 캐릭터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나지 않은 성격에, 인싸여서 주위에 친구가 많고, 180을 넘는 키에 남친룩을 무난히 소화하며, 적당히 날티가 나면서도 너무 불량하지는 않은…"

일본의 밴드 SHISHAMO의 노래 중에 量産型彼氏(양산형 남친)이라는 제목의 곡이 있는데요, 가사의 내용과 무관하게 '양산형 남친'이라는 표현이 위의 여자들에게 선호되는 남자들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뭐 좀더 밈화시켜 포현해 본다면 남친 스타터팩이라고나 할지. 양산형이라고 해서 나쁜 의미로 쓰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남성들을 보면 대개 편차가 적다는 의미로 쓴 것이지요. 애당초 우리가 누리는 이 윤택하고 쾌적한 생활은 20세기에 인류가 이뤄낸 양산화의 결과물 아니겠습니까.

한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연애율과 혼인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도 위와 같은 '양산형 남친'의 공급이 수요에 비해 크게 부족한 것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라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여성들은 건물주 딸이나 고소득 전문직부터 기초생활수급자까지 가리지 않고 특정한 타입의 남성을 요구하는데,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개인 간 편차가 큰 남성집단 내에서 그런 기준을 만족하는 부류는 극히 일부일 테니까요.

남자 입장에서 본다면 친구들 중에 저런 양산형 남친스런 녀석들은 극히 일부입니다. 아마 여성들은 남친 스타터팩을 과락기준으로 보겠지만, 남자들 입장에선 애당초 속성 자체가 너무 뚜렷해서 노력해도 그런 기준을 만족 못시킬 녀석들도 많죠. 여성들의 선호와 주위 남성들의 특성을 견줘보면, 기본적으로 여성의 선호가 남성 인구집단의 실재와 잘 매치가 안 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경향성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고, 남친 스타터팩 없이도 잘 연애하고, 잘 결혼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걸 부정하는 것은 아닌데, 다만 개성이 강해서 여자들의 선호를 벗어나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연애와 결혼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연애와 결혼은 다르기는 한데, 그 다름의 격차가 시간이 흐를수록 빠르게 메워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어르신들의 결혼을 보면 남자가 매력 면에서 좀 떨어져도 경제력이나 장래성 등등으로 이걸 메워간다는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경제적 능력은 기본에 남친 스타터팩을 장착하지 못하면 결혼까지는 가기가 쉽지 않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여기서 뇌절의 위험을 무릅쓰고 한걸음 더 나가본다면 작금의 격렬한 남녀갈등의 밑바탕에는 위와 같은 수요공급의 미스매치가 자리잡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성들 입장에서는 '연애할 만한 남성'이 너무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고, 반면에 남성들 입장에서는 연애의 입구컷이 왜 이렇게 높은거냐고 느끼는 것이 아닐지. 그리고 이런 남녀간의 입장 차이가 서로에 대한 반감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하게 되네요.

말미에 덧붙이자면, 저는 이 글을 여성과 남성들을 비판하려고 쓴 것은 아닙니다. 여성들이 비교적 통일된 기준을 가진 것이 잘못이라는 것도, 반대로 남성들이 그런 기준을 못 갖추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보다는 '짚신도 짝이 있다'는 류의 유치한 통설에서 벗어나서 좀 연애에 대해 현실적으로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으면 해서 몇 글자 적게 되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밑에 올라온 30대의 결혼 관련 썰을 보면서 댓글로 달려다가, 본문 내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별도로 발제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서 새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