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6/23 00:42:24
Name 포졸작곡가
Subject [일반] 독일에서 잔디 깍기 알바 한 썰 푼다...(짤방 다수) (수정됨)
어디 부잣집 마당에서 잔디를 깎은 건 아니구요..

독일 라이프치히 레드불 스타디움에서 경기장 관리로 몇 년 일했습니다..

(물론 비정규직 알바로서~~~)



주로 경기장 안의 잔디를 관리했구요...

가끔 경기장 밖에 잔디도 깎아주기, 잡초 뽑기, 청소하기 자질구레한 것도 합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경기장 안 잔디 관리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26282ed0203256.jpeg?w=780&h=30000

저 잔디 구장이 엄청난 인력이 든다는 사실....

시작하겠습니다.

(글을 길게 쓰려니 정리가 잘 안 되서 장비 위주로 설명합니다~)


262bfd98f7aec4.jpg?w=780&h=30000

평소에 잔디 깎는데 쓰는 장비입니다.

경기 전에 깎는 장비도 이겁니다.

특징을 보자면 앞에는 바퀴 뒤에는 롤러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 무겁진 않은 장비입니다.

이 롤러가 깎는 방향에 따라 잔디를 눕히는 역할을 합니다.

왼쪽으로 눕히는 거랑 오른쪽으로 눕히는 거랑 똑같은 잔디이지만 색깔이 다르게 보입니다.

그걸 바탕으로 오프사이드 판정을 수월하게 하는거죠~~


그 작업 할 때는 줄로 팽팽하게 표시 해놓고, 한쪽 방향으로만 깍고 줄 넘어가서는 반대 방향으로 깍고...

그렇게 작업합니다.. 그 라인 다 되었으면 줄을 옮깁니다..


4 명이서 경기장 전체를 다 깍으려면 한 2시간은 걸립니다.


26288880765ca5.jpg?w=780&h=30000

이 건 경기장에서 절대 안씁니다.

경기장 밖에 잔디 밭 있는 곳에 대충 깍는 용도로 씁니다.

사진은 A급이지만 꽤 험하게 다루는 장비입니다.

뒤에 검은 주머니는 당연하겠지만 잔디의 잔해들을 모아 놓는 겁니다.

치우는 곳이 경기장 밖에 따로 있습니다.(잔디 썪은 내가 그냥~~~크크크)


262c6b6347a10f.jpg?w=780&h=30000

이거도 잔디 깎는 용도로 씁니다...

그렇게 쓰는 건데 주 목적은 따로 있습니다.

그건 경기장 땅을 단단하게 다지는 용도입니다.

상당히 무거운 장비이며 잔디 깎는 효과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주로 경기 전에 저걸로 땅을 단단히 다져 놓고,

첫번째 짤방의 장비로 잔디 색깔을 냅니다.

이 장비는 한낱 알바인 제가 다루게 하진 않더라구요~.


262cab57879917.jpg?w=780&h=30000

요것도 잔디 깎는 용이자 바닥 다지는 용인데

일단 빠르게 깎아놓고 그 다음 경기장을 정비하기 위해 쓰는 용도입니다.

경기 끝나고 정비할 때 씁니다.

경기전 준비용으로 이걸 쓰진 않습니다.


뭔가 사람이 탄다 싶으면 정직원이 다룹니다....


2629280cd87512.jpg?w=780&h=30000

축구장 바깥 라인, 페널티 라인, 중앙선, 동그라미 등등

다 이걸로 합니다. 당연하지만 수작업니다.

장비를 자세히 보시면 롤러식이 아닙니다.

라인의 두께를 맞춰 놓고 페인트를 분사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이 장비도 경험 많은 정직원님이 다루십니다.

?? ???.jpg

이건 비료 살포용으로 쓰는 장비입니다.

비료 종류가 하도 많아서 다 알지는 못하지만

하여튼 여러가지를 종류대로 뿌립니다.

그런데 농약은 저걸로 안뿌립니다.

농약 살포용 차량은 따로 있습니다.

아 그리고 잔디 씨도 저걸로 뿌립니다.

씨가 싹트는건 본적은 없는데

그래도 안뿌리는 것보단 낫다고 합니다.


저런 작업은 알바의 몫입니다~크크크


26297b26bfdd59.jpg?w=780&h=30000

잔디 관리에 아주 중요한 다용도 차량입니다.(물론 정직원만 다룹니다.)

지금 이 차량은 앞에다 땅에 구멍을 한꺼번에 많이 뚫는 장비를 달아놨습니다.

(자세히 보면 앞에 달린거에 하얀 이빨 같은 게 보임.)

이렇게 땅을 뚫어주어야 뿌리에 공기가 들어가서 안썩는다고 하네요~

그리고 비료를 줄 때 효과도 좋다고...


땅을 타공할 때 무턱대고 작업하다.

경기장 물 주는 기계를 건드리면 큰일나기 때문에

사전에 그 부분에 표시를 해두고 작업에 들어갑니다.

물론 제가 모시던 정직원 분은 그냥 하긴 하더라구요~

(어디에 뭐가 있는지 다 아시던 분...)


그리고 이 차량으로 농약도 뿌려줍니다.

차량 뒤에 뭐하나 달기만 하면 되는거라....


262d6263953f79.jpg?w=780&h=30000

경기가 끝나면 잔디가 장난 아니게 많~~~~~~이 파입니다.

슬라이딩 자국, 슛 자국 등등

잔디의 적은 뭐니뭐니해도 골키퍼죠~

골대 앞 잔디는 남아나지 않습니다.


경기 후에는 파인 잔디 부분을 떠 내고 저렇게 멀쩡한 잔디를 옮겨 심는 작업을 합니다.

이때는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력 사무소에서 인력을 땡겨 와서 일 시킵니다.


멀쩡한 잔디는 어디 있냐구요?

경기장 근처에 보조 잔디 밭이 따로 있습니다.

거기도 마찬가지로 깎아주고 비료주고 물주고 관리 다 합니다.

그리고 관리 다하면 울타리에 문 잠궈 놓습니다.

(누가 지나가다 몰래 풋살하면 잔디가 다 망가지기 때문에...)


참고로 제가 일했던 곳에서는 동그랗게 파내는 장비를 썼습니다.


2629f933c94cff.jpg?w=780&h=30000

이동식 골대인데 이건 순전히 훈련용입니다.

저거 둘이 들면 들립니다.

경기 때 쓰는건 따로 있습니다.


262a2b936daf07.jpg?w=780&h=30000

경기 때는 고정식 골대를 씁니다.

큰 폴대가 들어가는 구멍 따로 있구요~

뒤에 줄을 고정해주는 막대가 들어가는 구멍이 따로 있습니다.

평소에는 잔디 관리에 방해되기 때문에 뽑아서 다른데 치워 놓습니다.


262a519bb6f779.jpg?w=780&h=30000

퇴근할 때 저거 설치해다가 전등을 환하게 켜놓고 퇴근합니다.

밤에 빛을 보고 잔디가 더 잘 생장하라구요~~

저건 엄청 큰거고 작은 것도 있습니다.


262e1e432ad272.jpg?w=780&h=30000

보시면 위치가 골대 근처입니다.

저기 잔디들은 좀 더 특별 관리를 합니다.


262a8c071dae57.png?w=780&h=30000

골대 부근 잔디에 간이로 저런 온실을 따로 설치하기도 합니다.

짤방 처럼 생기진 않았는데 그나마 이게 비슷하긴 합니다.

(밑에는 바퀴가 달려 있어야~)


이렇게 온실로 해놓고 밤새도록 이산화탄소(?) 등등 식물 생장에

필요한 기체들을 공급합니다.


//////


그 외에도 장비들이 선풍기도 있습니다.

(엄청 큰 선풍기....)

이걸 경기장에 일렬로 쭉 10대 정도 깔아 놓고 밤새 틀어 놓습니다.

공기가 순환 되어야 잔디 생장에 좋다는군요~


물론 예초기도 써봤습니다.

경기장에서는 쓸일은 없구,

경기장 밖에 잡초 제거용으로 씁니다.

상당히 풀이 많이 튀어서 긴바지는 필수입니다.


경기 끝나고 그 다음 경기까지 잔디 상태 제대로 준비하는데

2주는 걸립니다.

최소 1주일은 줘야하죠~

그 안에 경기 일정이 있으면 잔디 상태 메롱인 채로 경기하는 겁니다.


벌써 일한지 8년이 넘었네요~

알바식으로 1년에 2개월 정도씩 나가서 일했었습니다.

그렇게 4년 일했었네요~

제가 처음 일했을 때 라이프치히 팀은 4부에 있었는데

점점 승급하더니...

2부까지 올라오는거 보고 제가 한국 들어왔었네요~


이상 잔디깍이 썰 마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2/06/23 00:45
수정 아이콘
참 신선한 소재의 글이다...
及時雨
22/06/23 00:46
수정 아이콘
이건 귀한 경험이네요.
인천 숭의아레나 잔디가 개판으로 악명이 자자한데 노하우 전수해주셔도 될 듯 크크
22/06/23 00:53
수정 아이콘
유럽은 잔디가 잘 자라는 생육환경이라 들었는데도 관리 비용이 장난 아니네요 한국은 더 하겠죠...?
싶어요싶어요
22/06/23 02:28
수정 아이콘
골프장 잔디관리 글은 많이 봤는데 축구는 처음 보네요. 잘 읽었습니다~
22/06/23 05:53
수정 아이콘
8년 하신 정도면 준정직원이겠네요
포졸작곡가
22/06/23 09:22
수정 아이콘
저 일을 그만 둔지가 8년이라는 뜻이었습니다~~^^
메타몽
22/06/23 06:17
수정 아이콘
희귀한 잔디깎이 및 관리 글인데 이걸 독일에서 하셨으니 더더욱 유니크 하네요 크크크

독일은 유학을 가셨던 건가요?
포졸작곡가
22/06/23 09:23
수정 아이콘
유학생활 중 파트타임으로 한 알바였습니다...

지금은 유학생활도 끝났고..
본업 전념이지요..
눕이애오
22/06/23 06:26
수정 아이콘
평소에 아무 생각도 안 한 건데 되게 과정이 많네요
참된깨달음
22/06/23 07:50
수정 아이콘
전혀 알 수 없었던 세계의 짐작하지 못한 내용들이라서 그런지 재미있네요. 감사합니다.
지니팅커벨여행
22/06/23 08:05
수정 아이콘
잔디 하니까 어렸을 때 아버지 회사 사보 맨 뒤 유머란에서 봤던 글이 생각나네요.

남편 : 여보, 잔듸 관리 잘하고 있지?
아내 : 네, 주인 외엔 아무도 못 들어오게 관리하고 있어요.

저도 잔디 좋아합니다 흐흐
키작은나무
22/06/23 08:29
수정 아이콘
와 진짜 재밌게 읽었습니다. 뮌헨에 갔을때 축구장 투어 중에 잔디정리하시는 모습을 본적이있는데 이렇게 디테일하게 어떤 일을 하는건지는 몰랐었네요.
애기찌와
22/06/23 09:04
수정 아이콘
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요즘은 잘 모르겠는데 예전 구장들보면 칸으로 나눠서 잔디 색도 다르게도하고, 동그랗게?? 구역마다 색이 다르고 하던데 그런것들도 다 저렇게 엄청난 관리로 만들어 놓는거겠네요!!
22/06/23 09:23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었네요!
생각한 거보다 훨씬 많이 관리가 들어가는 거였군요.
귀한 경험 글로 잘 보았습니다
22/06/23 09:34
수정 아이콘
마침 이번에 60평정도 잔디를 깔게 되어서 관리를 위해 유튜브 이것저것 보고 있는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Hammuzzi
22/06/23 09:35
수정 아이콘
잔디가 생각보다 품이 많이드는군요. 초록초록 배경 뒤에는 눈물과 땀의 노력이...
葡萄美酒月光杯
22/06/23 10:03
수정 아이콘
밤에 조명을 해주는건 일년내내 하는건가요?
저게 아마도 잔디가 꽃이 피고 종자를 만들려고 하는걸 막기 위한걸거라고 생각합니다.
화훼재배할때도 저런 방식을 쓰는데 이게 식물이 일조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아 가을이 되려고 하는구나 이러면서 종자를 만들려고 하는걸 강제로 못하게 해서 개화시기를 연장 조절하는건데 잔디도 아마 비슷할거 같아요.
저도 처음엔 저 정도 조명가지고 그걸 먹고 광합성비나 나오겄어? 이랬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포졸작곡가
22/06/23 10:23
수정 아이콘
제 기억으론 일년 내내는 아니었던걸로..,
葡萄美酒月光杯
22/06/23 10:26
수정 아이콘
그럼 아마 늦여름 쯤부터겠네요.
포졸작곡가
22/06/23 10:46
수정 아이콘
그 쯤 맞을겁니다...

잔디 생장이 목적인줄 알았는데
개화 방지가 목적이었군요~

일개 알바가 뭘 알고 일한게 아니어서...크크크
22/06/23 13:45
수정 아이콘
왜 재밌는데! 크크크
탑클라우드
22/06/23 20:15
수정 아이콘
아, 이 경험 귀하네요
22/06/23 20:31
수정 아이콘
와 진짜 색다른 이야기네요 감사합니다.
퀀텀리프
22/06/23 22:24
수정 아이콘
황금 잔디구나..
22/06/24 11:16
수정 아이콘
신선하다!
콩탕망탕
22/06/24 16:38
수정 아이콘
우와.. 잔디가 이렇게 세심한 보살핌을 받는군요.
세번째 사진의 잔디깎이(초록색/노란색)에 대해서도 예전에 어떤 분이 리뷰를 하셨던것 같은데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안군-
22/06/25 19:56
수정 아이콘
한국도 아니고 독일에서 잔디깎은 썰이라니... 이건 귀하군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5889 [일반] 100일 간 10키로 씩 두번 빼고 쓰는 다이어트 요령 [28] 7069 22/06/28 7069 14
95887 [일반] 공교육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맞벌이 가정의 교육적 기능이 무너진 것 [111] nada8214007 22/06/28 14007 43
95886 [일반] [웹소설] 지난 3년간 읽은 모든 웹소설 리뷰 [76] 잠잘까21335 22/06/28 21335 25
95885 [일반] 서울대에서 논문 표절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63] Meliora11660 22/06/28 11660 9
95881 [일반] [애니/스포O] 스파이 패밀리 1쿨이 끝났네요 [38] 이브이10615 22/06/26 10615 6
95880 [일반] 더 이상 로 대 웨이드에 의지할 수 없습니다 [281] 구텐베르크20954 22/06/26 20954 20
95879 [일반] 마지막을 함께한다는 것 - 을지면옥 [46] 밤듸11259 22/06/26 11259 37
95878 [일반]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 특별기획 - 배캠이 사랑한 음악 100(9) [15] 김치찌개6246 22/06/26 6246 12
95877 [일반] 기술사 필기시험 답안지를 적는법.(feat. 건축시공기술사) [10] 대왕세종8455 22/06/25 8455 11
95875 [일반] 종이의집:공동경제구역 - 사상최악의 1화 [90] 어서오고15151 22/06/25 15151 6
95874 [일반] 항공 매니아 입장에서 본 탑건 후기(약 스포) [45] 가라한9928 22/06/25 9928 17
95873 [일반] [팝송] 오늘의 음악 "에이브릴 라빈" [25] 김치찌개6988 22/06/25 6988 3
95872 [일반] 주식 하락을 새삼 실감하게 되는 어머니와의 전화 통화 [28] giants12019 22/06/24 12019 10
95871 [일반] 탑건: 메버릭 후기 Not today (스포있음) [25] 제3지대7762 22/06/24 7762 10
95870 [일반] 2022년의 소소한 목표, 다이어트 이야기-절반의 성공? [20] giants5828 22/06/24 5828 3
95869 [일반] '아는 맛'이 좋은 나이가 되었다 [14] 마스터충달9550 22/06/24 9550 14
95867 [일반] 비트겐슈타인, 야갤러, 공약불가능성 [13] 나는모른다10408 22/06/24 10408 6
95865 [일반] 골드만삭스 연준 금리인상 행보 코멘트 [138] 여의도클라쓰19201 22/06/23 19201 1
95864 [일반] 지인의 장례식 [30] CastorPollux11379 22/06/23 11379 24
95863 [일반] "2030은 호구였다"…강남 부동산 주워담는 두나무·빗썸 [93] 톤업선크림19563 22/06/23 19563 2
95862 [일반] NBA 2022 포스트시즌 후기 [36] 항즐이9740 22/06/23 9740 19
95861 [일반] 내 딸에게 쓰는 편지 - 첫번째 질문 [1] 카이.엔8016 22/06/23 8016 9
95859 [일반] 독일에서 잔디 깍기 알바 한 썰 푼다...(짤방 다수) [27] 포졸작곡가9584 22/06/23 9584 6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