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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7/15 22:35:42
Name 사계
Subject [일반] 이직과 강아지와 뮤지컬, 이런 저런 근황 (수정됨)

안녕하세요, 3월에 강아지 아들 보내고 무겁고 무거운 자유게시판 글쓰기 버튼을 연달아 두 번 눌렀던 사계입니다.
이번에는 그냥 소소한 근황을 이야기해보고 싶어서 또 무거운 자유게시판 글쓰기 버튼을 누르게 되었습니다.

딱 4개월 전 오늘, 3월 15일이 우리 콩이 마지막 생일 이었고, 살아서 밤을 보낸 마지막 날이었어요.
제 글에 남겨주신 위로에 하나하나 덧글을 달지 않았지만 그래도 틈만 나면 읽어보았습니다.
그때는 그 어떤 것도 아들 잃은 날 위로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4개월이 지난 후엔 그래도 많이 와닿았어요.
위로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여전히 밤마다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는지, 매일 아침 팅팅 부은 눈에 덕지덕지 붙은 눈곱 지우기가 이제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많은 분이 추천해주신 것처럼 병원에 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여러 방면으로 슬픔을 덜어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 노력을 근황으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이직을 했습니다.
강아지가 떠나고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게 너무 힘이 들었어요.
수요일마다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했는데, 그 수요일이 딱 우리 아들 떠난 날이라 프레젠테이션 준비도 쉽지 않더라고요.
반복되는 루틴에 지옥처럼 떠오르는 우리 강아지의 마지막 시간들이 오버랩이 되어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이직했습니다.
심지어 업무도 바꾸어서 이제 콩이 떠날 때 까지 하고 있었던 그 일들이 되풀이되지 않아요.  
연봉도 올랐고, 업무 여건도 좋아졌고, 바꾼 업무도 저에게 더 잘 맞는 기분이 들어서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사를 했습니다.
여름에도 어두운 북향 원룸 자취방에서, 베란다 밖이 뻥 뚫린 뷰의 남향의 소형 아파트로 이사했습니다.
재택근무긴 하지만 기분 전환 삼아 언제든 출근하기 쉽게 이직한 회사 근처로 이사했어요.
원룸에서 혼자 오래 있을 땐 그토록 그리웠던 사람의 목소리가 그립지도 않거니와,
우리 강아지가 떠나고 계속 환청처럼 들리던 소리가 이젠 들리지 않습니다.
다만 이사를 오고 삼일 뒤 새벽에, 생전 우리 강아지 마룻바닥을 걸어 다닐 때 나던 소리가 1분 정도 들렸어요.
우리 아들이 이사 간 엄마 집 한 번 왔다 갔나보다 여기고 있어요.

뮤지컬에 빠질 것 같습니다.
수도권에 상경한 친구들이 하나같이 뮤지컬에 빠지길래 저게 대체 뭐가 그렇게 재미있을까? 했었습니다.
실제로 1월에 홍광호 님의 지킬 앤 하이드를 1층 중간 앞 열에서 봤음에도 큰 감흥이 없었어요.
사실 '홍광호'란 이름도 몰랐고, 뮤지컬에서 '넘버'라는 게 뭔지도 몰랐거든요.
아, 주인공님 노래 잘하고 연기 잘하는 건 알겠는데 스토리 때문에 졸 뻔했다 정도가 첫 뮤지컬 감상이었습니다.
우리 강아지가 강아지별로 떠나고 난 후 친구가 이제 다른 취미로 뮤지컬 정말 추천한다고 또 마타하리를 보러 가자고 하더라고요.
티켓팅은 옥주현 엘리자벳 논란 전에 했고, 자리는 1층 중간 앞 열 이었고, 옥주현이 그렇게 잘한다고 유명하니까 궁금해서 가봤습니다.
옥주현 무대 장악력도 좋았고 노래도 마음에 들었고, 무대 연출 중에도 꽤 마음에 드는 게 있어서 오히려 지킬 앤 하이드보다 더 잘 봤습니다.
그래서 연타로 마타하리 한 번 더 예매했고, 엘리자벳도 옥주현으로 무대인사, 커튼콜 데이 예매 둘 다 성공했어요.
요즘은 온종일 뮤지컬 넘버 듣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절 보면서 가족과 친구들이 안심하더라고요. 돈은 많이 쓰겠지만, 새로 좋아하는 일들이 생겨서 정말 다행이라고.

운동도 합니다.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곤 다 산책을 나갔어요. 비싼 돈 주고 워킹화도 샀고, 이제 만 이천 보 정도 걷는 건 일도 아니네요.
사실 자전거도 사고 싶은데 장마가 끝나길 기다리다 보니 보고 있는 자전거의 가격대가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분명 알톤 썸탈 정도 사야겠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저도 자이언트 에스케이프2 정도는 사야 하지 않나 하고 있고요.
친구와 스케쥴 맞춰 테니스 아카데미 등록할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내 테니스 동호회에 들고 싶다고 했더니, 초보는 배우고 오라며 거절 당했어요.
지금은 저도 이제 막 회사에 입사했고, 친구도 여름까진 많이 바빠서 9월쯤에 테니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슬프다는 글만 세 번을 쓰는 것 같아 면목 없지만, 강아지를 잃은 건 여전히 많이 슬픕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도 지나가는 말티즈를 보면 눈물이 나고, 친구들 반려동물 사진을 보면 왜 우리 애만 먼저 가야 했는지 원망스러워요.
아직도 강아지를 잃은 것도 이렇게 아프고 힘든데 자식이 먼저 떠난 부모들은 어떨까 생각도 들고요.

제가 계속 안 좋은 생각에 계속 잡혀 있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 강아지 아들이 엄마 잡아먹은 놈으로 보일까 그게 싫어서
하루하루 정말 열심히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고, 재택 중인 환경을 정돈하고 새로운 취미와 흥미를 찾았습니다.
그러니 하루빨리 내 생이 끝나 내 강아지와 빨리 만나길 바랐던 마음은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아요.

아직은 제 남은 생에 울지 않을 날이 올지 상상이 되지 않지만, 그날이 올쯤엔 저 무지개다리 건너에서 우리 아들 다시 안아볼 수 있겠죠.

다시 한번 그때 위로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많이 나네요. 우리 콩이 너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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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키
22/07/15 23:16
수정 아이콘
인터파크를 죽입시다 인터파크는 나의 원수

아참 아이다에서 최재림 한번 봐보세요. 정말 추천드립니다.
22/07/16 03:22
수정 아이콘
아이쿠 혹시 엘리자벳 티켓팅이 잘 안되신건가요? 저도 전 인터파크 대기번호 12000번을 봤지만 친구에게 구조당했습니다. 아이다는 안그래도 한 번 볼까 하고 있었는데, 최재림으로 영상 좀 챙겨보고 봐야겠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리버차일드
22/07/17 15:05
수정 아이콘
인터파크를 죽입시다 인터파크는 나의 원수222
22/07/16 00:02
수정 아이콘
오늘 데스노트 티켓팅 망하고
4층 하나잡고 4층을 갈까말까 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처럼 초대형 뮤지컬들 연달아 올라오는데 타이밍 잘 잡고 들어오셨네요
22/07/16 03:25
수정 아이콘
오늘 데스노트도 참전했고 4층 마지막 하나 남은거 잡을 수 있었지만 포기했어요.. 크크 뮤린이지만 여태 뮤지컬을 다 대극장 1층 중블 6열 안으로만 봐서 그런지 도저히 4층을 갈 자신이 안생기더라고요..

내년에 그런 초대형 뮤지컬들 나오는 줄은 몰랐고 엘리자벳 10주년과 레베카 10주년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뮤지컬 입덕 시기를 굉장히 잘 잡았것 같아서 뿌듯하네요.
세타휠
22/07/16 03:11
수정 아이콘
슬픔을 건강하게 이겨내고 계신 것 같아 다행이네요. 콩이와의 추억을 눈물보다 웃으며 떠올릴 날이 많아지길 기도하겠습니다.

옥주현씨 잘해요. 원래 불호 쪽이었는데 엘리자벳 공연보고 그게 깨졌어요. 그다음부터는 믿고 보는 옥엘리. 저는 1차는 망했기에 ㅠㅠ 2차를 노립니다!
22/07/16 03:29
수정 아이콘
뮤지컬 인상깊게 본거 좋았던거 다 정리해뒀다가 훗날 우리 아들 다시 만나는 날 우리 아들한테 주절 주절 말해줘야지 생각을 했어요. 우리 콩이 제가 무슨 말 하는지 몰라도 언제나 그랬던것처럼 잘 들어주겠죠.

옥주현언니...ㅠㅠ.. 핑클 데뷔부터 24년 동안 방구석 팬질하면서 최애가 이효리 였는데 옥주현으로 바뀌었어요... 저 엘리자벳을 못봤는데, 주변에 옥엘리 호평이 너무 많아서 너무 기대됩니다. 2차 꼭 성공하시길 빌겠습니다! 그리고 그 2차에 제 자리가 또 있기를, 그것도 1층 앞열이기를 또 바래봅니다. 흐흐
삼성전자
22/07/16 08:41
수정 아이콘
강아지 배낭에 넣어서 버스타고 놀러가다 이글 읽네요. ㅠㅠ
예전엔 길에서 강아지를 이뻐하는 분들이 "예전엔 나도 키웠는데 죽고나니 다신 못키우겠어" 말하는게 뭔말인지 몰랐는데 강아지가 한살 두살 더 먹어갈수록 그 심정을 어렴풋이 알게되네요.
22/07/17 14:27
수정 아이콘
강아지와 외출 잘 하고 오셨나요? 어제 날씨가 좋던데, 행복한 외출이었길 바랍니다.
저도 아마 두 번 다시 강아지 못 키울 것 같습니다.
저도 콩이가 어릴 때는 콩이가 떠나는 일이 너무 먼 미래 같아서 '나도 키웠지만 먼저 보내고 나니 두 번 다신 못 키우겠디.' 이 말을 이해를 못했어요. 그런데 이젠 저도 두 번 다시 강아지 못 키울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었네요.
삼성전자님과 삼성전자님의 강아지의 남은 시간들이 행복이 가득하길 정말 진심으로 기도 합니다.
리버차일드
22/07/17 15:07
수정 아이콘
뮤지컬 입문하셨다면 소극장도 가보세요. 사의찬미도 역대급 캐스팅이고 베어나 미오, 미드나잇 액터뮤지션 등 현재 재미있는 극들 많이 하고 있습니다.
22/07/17 16:35
수정 아이콘
오, 빨래 정도만 친구랑 보러가는거 생각하고 있었는데 추천 해주신 것들 찾아 보겠습니다! 좋은 뮤지컬 많은 추천 부탁드립니다. 흐흐
22/07/18 13:53
수정 아이콘
오..전 시카고 옥주현은 별로였는데, 홍광호의 지킬을 보고 대박 빠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주위 지인들에게 홍지킬 꼭 보라고 했었고, 전부 홍광호 배우님에게 푹 빠졌었는데.......
22/07/18 23:12
수정 아이콘
그 정도 레벨로 가면 취향 차이일까요? 옥주현 팬인 제 친구도 홍광호가 타율이 높으니 홍광호 지킬앤하이드 부터 절 데려간걸텐데.. 저도 옥주현한테 빠져버렸네요. 뮤지컬 좋아하는 친구들 탈탈 털어보니 옥주현 팬이 제일 많아서, 역시 끼리끼리 어울리는 거다 싶더라고요.
22/07/18 18:24
수정 아이콘
오... 뮤지컬이 매력적이군요.
22/07/18 23:15
수정 아이콘
뮤지컬에 빠졌다고 썼지만 사실 뮤지컬에 빠진건지 옥주현에 빠진건지 모르겠습니다.
옥주현의 그 성량으로 귀에 팍팍 꽂아주는 노래나, 그 넘버와 함께 흐르듯 이어지는 스토리 이런 것도 좋았지만
저는 옥주현이 표정이나 디테일로 보여주는 연기가 정말 심장에 콱콱 꽂히더라고요.
키 크고 팔다리 길고 목소리 곱고 성량 크고 딕션 정확한데 그 이상의 존재감과 카리스마로 눈을 끄는 것도 있었고요.
빨래 같은 소극장 뮤지컬도 꽤 재밌는걸 보면 뮤지컬이 좋은 것 같긴 한데, 뭔가 옥주현이 있어야 더 눈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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