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8/12 09:26:04
Name Fig.1
Link #1 https://www.fig1.kr/history
Subject [일반] [테크히스토리] 선풍기와 에어서큘레이터의 차이를 아시나요? / 선풍기의 역사 (수정됨)
그동안 뉴스레터로 발송한 내용을 피지알에 일일이 옮겨 적었는데, 뉴스레터에 html을 통째로 복사할 수 있는 기능을 발견했습니다. (허허..1년간의 노가다..)
복붙했을 때 게시글이 어떻게 보여질지 살짝 걱정이 되는데 우선 올려보겠습니다.
그런거 없었습니다.. 깨져서 다시 쓰는게 낫네요 흑흑


Fig.1 선풍기 이전에 하인이 있었다

푼카
[푼카 출처 semanticscholar.org]


아랍과 인도 지역에는 8세기 무렵부터 관공서나 부자집 천장에 거대한 부채가 설치되어 있었어요. 이 부채는 줄에 연결되어 있어 줄을 당겨 부채질을 하는 형태였는데요. 이 장치를 펑카Punkah 라고 불렀고, 줄을 움직이는 하인을 펑카왈라라고 불렀죠.


펑카왈라는 반복 작업으로 인해 조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조는 펑카왈라를 보고 고용주들이 폭행하는 경우가 빈번했고, 심지어 펑카왈라가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어요. 이러한 열악한 노동과 저임금으로 1898년 펑카왈라는 대규모 파업 시위를 했는데요. 이 시위는 오히려 전기로 작동하는 펑카 개발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죠.





Fig.2 재봉틀로 만든 선풍기

최초의 천장형 선풍기 height=
[최초의 천장형 선풍기]

펑카Punkah 처럼 부채 형태가 아닌 회전하는 선풍기가 천장에 설치된 것은 1860년대에 미국에서 처음 등장합니다. 처음에는 전기가 아닌 증기터빈 혹은 물레방아처럼 흐르는 물로 작동했어요.


1882년이 되면 전기로 돌아가는 천장 선풍기가 등장합니다. 필립 디엘Philip H. Diehl 이 재봉틀의 전기모터를 개조해서 만든 것이었죠.


이 천장 선풍기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디엘은 회사를 설립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제품은 1904년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선풍기였죠. 이 천장 선풍기는 1920년대 미국에 보편화되었고, 국제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1930년대 대공황, 1950년대 전기 에어컨이 도입으로 1960년대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사라질 것 같았던 천장 선풍기는 1970년대 오일쇼크로 다시 널리 쓰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인프라 부족과 경제력 때문에 에어컨을 쓰기 힘든 인도 및 중동 국가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죠.





Fig.3 진짜 최초의 선풍기
최초의 선풍기
[최초의 선풍기]

우리가 흔히 쓰는 일반적인 선풍기는 1882년 셔일러 휠러 Schuyler S. Wheeler에 의해 발명됩니다. 그의 첫 발명품은 2개의 날개가 달렸고 안전망도 없었죠. 참고로 선풍기를 발명할 당시 휠러는 22살이었다고 하네요. 휠러는 1888년에는 회사를 설립해서 더 많은 날개와 안전망이 달린 선풍기를 시장에 선보입니다.


제너럴 일렉트릭GE 에서는 1920년대 후반, 선풍기의 날개를 겹치게 배치하는데요. 별거 아닌 것 같은 이 아이디어는 선풍기를 더 조용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게 만들었다고 하네요.





Fig.4 선풍기와 에어서큘레이터 뭐가 다른거죠?
보네이도 포스터
[보네이도 포스터]

여러분은 선풍기와 에어서큘레이터 그 차이를 아시나요? 선풍기와 에어서큘레이터는 바람을 내보낸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는데요. 사실 목적부터 조금 다릅니다. 선풍기는 단순히 바람을 앞으로 내보내는 기계이지만, 에어서큘레이터는 실내의 공기를 순환시키는 것이 목적이죠.


그래서 외관도 차이가 납니다. 선풍기는 넓고 얇은 모양이지만 에어서큘레이터는 좁고 긴 원통형 구조로 되어 있죠. 에어서큘레이터는 실내 공기를 순환시키기 위해 최대한 많은 공기를 흡입해 강력한 바람을 내보내야 하고, 이를 위해서 프로펠러의 뒤편의 공기 흡입구가 선풍기보다 큰 거예요.


이 에어서큘레이터는 비행기 프로펠러를 개발하던 랄프 K. 오더와 서튼이 프로펠러 기술이 가정용 선풍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발명하게 됩니다. 이들은 회사를 설립하고 Vornado라는 이름으로 1945년 첫 에어서큘레이터를 생산하죠.





Fig.5 날개없는 선풍기 다이슨이 최초인줄 알았죠?
다이슨 에어멀티플라이어
[다이슨 에어멀티플라이어]

도시바 날개 없는 선풍기
[도시바 날개 없는 선풍기]

2009년 다이슨에서 날개 없는 선풍기, 에어 멀티플라이어 Air Multiplier를 선보입니다. 에어 멀티플라이어는 바닥 부분에서 공기를 흡수해 원형 링의 틈에서 공기를 내보내는 형태로 독특한 디자인으로 시장의 큰 반향을 일으켰죠.


그래서 많은 사람이 다이슨이 날개 없는 선풍기를 개발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다이슨보다 약 30년 앞서 날개 없는 선풍기를 선보인 회사가 있었으니 바로 도시바입니다.


원리도 거의 비슷한 도시바의 날개없는 선풍기는 1981년에 특허출원을 합니다. 이 특허때문에 다이슨은 특허 출원을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는데요. 영국 특허청이 Dyson의 특허가 1981년에 등록한 도시바의 특허와 너무 비슷하다는 이유로 다이슨의 특허 등록을 거부했거든요.





Fig.6 유서깊은 선풍기 괴담
8vlUe1G.png
[신긔하다 전기부채의 해]

밀폐된 방에서 선풍기를 틀어놓고 잠들면 죽는다는 선풍기 괴담은 무려 100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1927년 <중외일보>에서 선풍기 앞의 공기는 맴돌게 되어 일부 진공이 생기게 되므로 잘못되면 산소가 부족하게 된다는 내용을 내보내는데요. 이게 점차 확대되어서 1930년에는 선풍기를 켜놓고 잠들면 죽을 수 있다는 설로 확대되었죠.


그리고 1980년대에 여름밤에 의문의 변사가 발생하자 TV 뉴스 앵커는 선풍기 바람을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죠. 1980년대까지는 뭐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셨나요? 근데 무려 2007년에도 골방에 모여 선풍기 바람으로 동반 자살을 시도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하네요..



참고로 국내 선풍기 생산은 1960년 금성사에서 최초로 이루어지는데요. 1년 뒤 후속작인 D-302에서는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고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 등이 추가됩니다. 하지만 당시 선풍기는 고가 제품으로 부유층만 소비할 수 있는 제품이었고, 전력 공급이 어렵던 1960년대까지는 생산 규제 대상이 되기도 했죠.





Reference.

- 최은창. (2022). 가짜뉴스의 고고학. 동아시아

- Kaushik Patowary. (2019). Punkah: The Hand Operated Ceiling Fans of Colonial India. amusingplanet. URL : https://www.amusingplanet.com/2019/09/punkah-hand-operated-ceiling-fans-of.htmlRitam

- Sengupta. (2020). The punkah and its pullers: A short history. URL : https://servantspasts.wordpress.com/2020/08/10/the-punkah-and-its-pullers-a-short-history/

- Marc Zorn. (2014). Who Invented the Bladeless Fan. visionlaunch. URL : https://visionlaunch.com/who-invented-the-bladeless-fan/

Manulida. (2018). Schuyler Wheeler, The Men Behind The Electric Fan. URL : https://steemit.com/steemiteducation/@maulida/schuyler-wheeler-the-men-behind-the-electric-fan

- Ritam Sengupta. (2020). The punkah and its pullers: A short history. URL : https://servantspasts.wordpress.com/2020/08/10/the-punkah-and-its-pullers-a-short-history/




<이전글 - 전자기기의 역사>
[역사] 선풍기와 에어서큘레이터 뭐가 다른 거죠? / 선풍기의 역사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뽀로뽀로미
22/08/12 09:37
수정 아이콘
펑카왈라... 뭔가 무섭다는 생각이 들다가
옛날 사극 보면 황제들 옆에서 부채 들고 있는 궁녀들이 꼭 붙어있었던 것도 같고
아무튼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22/08/12 09:59
수정 아이콘
더 무서운(?) 사실은 펑카왈라가 사적인 방 근처에서 일하다보니까
귀머거리 펑카왈라를 선호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메타몽
22/08/12 10:03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니 왕이나 귀족들이 은밀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곳에선 귀머거리, 벙어리 하인, 하녀를 일부로 채용했다는게 기억나는군요

그 시대 하인/하녀는 글을 모르니 벙어리도 듣는건 있어도 의사전달에 한계가 있으니까요 @_@...

어떻게 보면 무서운 사실이지만 다르게 보면 장애인이 높으신 분들 옆에서 보좌하면서 일하는 거니

시대상을 고려하면 장애인 분들 중에선 최상급의 직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츠라빈스카야
22/08/12 10:41
수정 아이콘
하지만 시절이 시절인만큼 장애인 고용이 아니라 이상 없는 사람의 귀나 혀를 고의로 손상시킨다면...
메타몽
22/08/12 12:58
수정 아이콘
환관처럼 강제로 만들었을수도 있겠네요 -_-;;
AaronJudge99
22/08/13 15:14
수정 아이콘
한종화
22/08/12 12:14
수정 아이콘
벙어리는 기본적으로 귀머거리입니다. 흔히 농아라고 부르는 청각장애인은 듣지 못하므로 말을 배울수 없습니다. 듣기는 하는데 말은 못하는 경우는 의도적 혹은 사고로 혀가 손상된 경우 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랫분의 댓글처럼 일부러 혀를 자르는 경우도 있었겠죠.
AaronJudge99
22/08/13 15:14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메타몽
22/08/12 10:01
수정 아이콘
천장의 거대부채 및 그걸 담당하는 펑카왈라라는 하인이 있었다는건 아예 처음 알았네요

오늘도 알쓸신잡 하나 추가하고 갑니다 :)
22/08/13 14:17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에이치블루
22/08/12 11:31
수정 아이콘
어...저는 회사 보안 때문에 Fig.1 님의 글이 늘 깨져보였는데 [뉴스레터]가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크크크
22/08/13 14:18
수정 아이콘
흐흐 링크로 타고 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두동동
22/08/12 17:14
수정 아이콘
서큘레이터와 선풍기 구분하는 방법으로 '타이머 유무'를 들 수 있을까요? 제가 지금까지 관찰한 표본들로는 타이머가 있는건 선풍기, 없는 건 서큘레이터인데 이게 찾아봐도 나오질 않더라고요.
공기 순환이 목적 -> 시간 설정을 해서 제한된 시간동안 가동시킬 이유가 적음(공기 순환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 타이머 기능을 넣지 않음
뭐 이런게 아닐까 상상해봤습니다
츠라빈스카야
22/08/13 12:58
수정 아이콘
글쎄요...보네이도같은 외국건 모르겠지만 국내 것들은...신일에서 나오는 서큘레이터들만 해도 타이머 많이 붙어있죠
22/08/22 16:21
수정 아이콘
우선 보네이도 서큘레이터에는 타이머가 없네요
AaronJudge99
22/08/13 15:13
수정 아이콘
와 재밌게 읽었어요…!
에어서큘레이터…면 환풍구에 달려있는 그런거려나요?
아웃백 천장에 달려있는 거가 천장형 선풍기라고 생각했는데 에어서큘레이터일수도 있겠네요…

사실 저런거 원리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정도로는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서(부끄럽지만요…) 저같은 사람도 이렇게 현대문물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는게 신기합니다
예전에 ‘충분히 발달한 과학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란 말을 본게 기억이 나는데, 원리를 아예 모르는 사람(대략 200년 전 우리 조상님들만 하더라도…) 입장에서는 현대문물은 귀신의 장난 또는 마법이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22/08/22 16:21
수정 아이콘
에어서큘레이터와 선풍기의 차이는 바람의 직진성의 유무인 것 같습니다. (바람이 직진한다 : 에어서큘레이터, 바람이 넓게 퍼진다 : 선풍기)

맞습니다. 현재 누구나 누리는 인프라는 과거 소수의 권력자들만 누릴 수 있는 것보다 더 발전된 것이죠. 흐흐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6322 [일반] '꼬마 니콜라', '좀머씨 이야기'의 삽화가 장 자크 상페 90세 나이로 별세 [19] EpicSide10849 22/08/12 10849 10
96321 [일반] 마이크로닉스, 침수 피해 자사제품 교환 서비스 나서 [20] SAS Tony Parker 13203 22/08/12 13203 5
96318 [일반] 망글로 써보는 게임회사 경험담(11) [31] 공염불9793 22/08/12 9793 30
96317 [일반] [테크히스토리] 선풍기와 에어서큘레이터의 차이를 아시나요? / 선풍기의 역사 [17] Fig.197982 22/08/12 97982 19
96316 [일반] 피를 마시는 새를 읽으며 든 몇가지 질문들 [11] 닉언급금지9043 22/08/12 9043 3
96315 [일반] 런데이 앱 첫날 후기 + 잡다한 이야기 [7] Lord Be Goja11684 22/08/12 11684 6
96314 [일반] 맥주덕후라면.. CU가서 응원합시다.. [52] 대장햄토리16516 22/08/11 16516 9
96312 [일반] [주식] 2022년 중간결산 - 주린이의 주식 도전기, 주식은 너무 어려워 [54] 탈리스만9843 22/08/11 9843 6
96311 [일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러시아 [205] 어강됴리26398 22/08/11 26398 18
96306 [일반] 남성형 탈모 입문하신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28] 프뤼륑뤼륑10058 22/08/11 10058 8
96303 [일반] 수린이 일기-이것은 자존감과의 싸움 [17] 언뜻 유재석7824 22/08/11 7824 8
96302 [일반] 일본의 AV 피해 구제법을 통해 비춰본 성매매 합법화 [182] 마음에평화를19949 22/08/11 19949 72
96301 [일반]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중환자실에 입원했습니다. [79] 나무늘보12317 22/08/11 12317 29
96300 [일반] 탈모인의 위험한 3개월 [15] 노래하는몽상가10407 22/08/11 10407 5
96299 [일반] 살고싶지 않지만 죽기는 싫습니다. [114] -안군-15055 22/08/11 15055 124
96298 [일반] 요즘 본 만화 후기(스포) ​ [11] 그때가언제라도7780 22/08/10 7780 0
96297 [일반] 삼성전자 신제품 가격 공개 [71] Leeka15616 22/08/10 15616 0
96293 [일반] "엄마는 그런 거 못보겠어" [22] 노익장12139 22/08/10 12139 47
96292 [일반] 흔한 목사님의 통역 실력[With 국제로잔운동 총재 마이클 오 박사] [20] SAS Tony Parker 13144 22/08/10 13144 0
96291 [일반] 조만간에 터질.. 수도 있는 K-방산잭팟들 [91] 어강됴리17055 22/08/10 17055 10
96290 [일반] <헌트> - 호들갑만큼은 아니지만.(최대한 노스포) [59] aDayInTheLife10783 22/08/10 10783 3
96288 [일반] 경험한다. 처음. 뚬양꿍. [29] 맑은강도7131 22/08/10 7131 2
96287 [일반] 망글로 써 보는 게임회사 경험담(10) [29] 공염불10834 22/08/10 10834 1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