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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11/30 11:32:19
Name 머랭이
Subject [일반] 핍진성? 그게 정확히 뭔데? (수정됨)

일단 핍진성 관련된 글을 쓸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사실 핍진성 가지고 글 쓰게 될 줄은......), 다른 글의 댓글들에서 계속 이해 못하시는 분들 때문에 혹시라도 오해 하시는 분이 생길까봐 그냥 글로 깔끔하게 정리하고 끝내려고 합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제가 전공한 문창과에서는, 해당 단어의 기원과 활용 등에 대한 공부가 많이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핍진성이란 개념 자체가 어느 정도 정립이 되어있기도 하고, 보통 단어의 개념과 정의에 대해서는 발표 정도로 끝낸 후, 문학작품에 적용하며 여기에서 좀 더 확장된 개념으로써 다루기 때문입니다.

가물가물합니다만, 제 기억으론 보통 조 단위로 나눠서 소설학사전과 문예비평학사전 등에서 발췌한 뒤, 예시와 함께 발표 후, 다른 문학 작품들을 인용하면서 공부했던 거로 기억합니다. 이후 텍스트화 등의 이론과 연계했었고요. 이번에도 비슷하게 했습니다.

때문에, 글 내에서 이뤄지는 구조주의 등에 대한 철학 이론은 말 그대로 찍먹(...)에 가깝습니다. 물론 핍진성이란 단어는 찍먹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되는 단어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안될 것 같습니다만, 만약 이 부분에 대한 제 잘못된 지식이 있다면 적절히 지적을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1. 핍진성이란?


핍진성은 일단 구조주의의 한 갈래입니다. 네, 소쉬르와 레비스트로스의 그것 맞습니다. 레비스트로스는 소쉬르의 이론 모델을 인류학 연구에 도입했고, 그 결과 ‘인간의 주체성은 개인이 노력을 통해서 얻는게 아니라, 사회구조 속에서 만들어진다’라는 결론이 나왔죠.

핍진성 또한 이 개념에 크게 영향을 받은 구조주의적 개념 중 하나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이야기해봤자 수박 겉핥기이기 때문에 그냥 ‘이런 거다’라고만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학자료원의 문학비평용어사전(2006)에서는


1. [어떤 관련 상황을 택하거나 구축하는 능력을 말하며, 비단 독자 개인의 능력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 공동체가 공유하고 있는 관습에 의존하는 문화적인 현상]

2. [구조주의자들은 이 핍진성이라는 것을, 해당 작품보다 선행했던, 한 사회 내의 적합한 행동의 텍스트들에 의해서 누적적으로 확립되는 것으로 간주한다.]


라고 서술합니다.


문예출판사의 소설학 사전(1999)에서는,


1. [문학에 있어서의 핍진성과 자연화는 동일한 맥락을 지니는 개념이며, 자연화의 개념은 서사물의 생산이나 수용이 이루어지는 관습적 토대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으로서, 서사적 관습을 자연화한다는 것은 곧 그것이 지닌 관습적 성격 자체가 의식되지 않은 채로 서사물의 생산자나 수용자의 의식 속에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2. [우리가 어떤 서사물을 인위적으로 가능한 것, 혹은 있을 법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특정한 문화적 관습을 자연화함으로써 가능해지는 것이다. 어떤 서사적 허구가 그 생산자에 의해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들어질지라도 그 자연스러움 혹은 그럴듯함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은 엄격한 문화적인 현상이다.]


라고 서술합니다. 이 두 개를 종합하면, 핍진성이란


[어떠한 서사물을, 사회적으로 보편화되고 합의된 관습, 상식, 지식 등을 통하여 '그럴듯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문화적인 현상]


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문학의 특성을 생각하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한 사회에서는 그럴듯하다고 받아들여지는 것이 다른 사회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으며, 또, 같은 사회라 할지라도 시기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상식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독자들은 본인들이 사회적으로 학습한 개념과 관습을 통하여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고, 이게 되지 않을 경우 ‘핍진성이 부족하다’라는 지적을 하게 됩니다.

결국 핍진성은


[작품 내적인 부분 뿐만이 아니라, 독자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관습, 상식 등을 통해 독자와 합의를 할 수 있도록 작품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 고려해야하는 것]


인 셈이죠.






2. 엥? 그럼 작품 내부적 요인을 고려하는 건 뭐임?


그건 ‘개연성’입니다.
가장 먼저, 핍진성과 자주 헷갈리는 개념 2개를 소개하겠습니다.



a. 개연성(Probability)

b. 사실성(reality)




a. 개연성은 말 그대로, 등장인물들의 작중 행적, 현상이 인과에 들어맞으며 앞뒤가 이어지는 내용을 말합니다. 작품 내에서 인과관계가 잘 짜여지는 것을 말하죠.

위에서도 언급했던 문학비평용어사전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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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현실화될 수 있는 확실성의 정도 또는 가능성의 정도.
허구적인 작품의 어떤 내용이 실제로 있다는 충분한 근거는 없지만, 현실화될 수 있거나 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을 가리킨다.

제라르 쥬네트, 츠베탕 토도로프, 조나단 컬러 등 구조주의 이론가들은 개연성의 문제를 핍진성(逼眞性, verismilitude)이나 그럴듯함(vraisemblance, plausibility)과 관계 지어 논한 바 있다.

이들은 소설이란 허구의 산물이므로, 그 허구를 독자들이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게끔 신뢰감과 설득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그렇게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 중 대표적인 문학적 장치들을 인과 관계에 의한 연결(필연성), 복선에 의한 암시 등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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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애초에 개연성을 핍진성과 따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다만, 개연성과 많은 부분이 겹치는 것은 사실이기에, 핍진성=개연성이다, 라고 말하는 의견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1에서 핍진성의 정의를 보셨으면 아실 수 있다시피, 핍진성은 독자의 배경지식과 사회적으로 합의된 관습과 지식 등 외부적 요인을 고려해야하는 개념이라 개연성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b. a와 마찬가지로 자주 헷갈리는 개념입니다.

사실성은 간단히 말해서 ‘이 허구의 작품이 실제 현실을 얼마나 잘 반영하였는가’입니다. 

즉, 현실에 있는 사물, 사건 등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려고 하는 경향을 띈 특성으로 지칭되기 때문에, 읽는 독자로 하여금 ‘현실에서도 있을 법하다’라고 느끼게 만드는 개념이 됩니다.

물론 사실성이란 것이 꼭 현실 사회와 동일한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보통 현실과 유사하게 하여 읽는 독자들의 괴리감을 최대한 줄이는 부분을 말합니다.

개연성과 마찬가지로 맥락 자체는 핍진성과 비슷하긴 합니다만, 사실성이 ‘현실의 반영’을 생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이 아닌 개념도 포괄하는 핍진성의 개념이 더 넓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외에도 실제성(factuality) 등의 개념이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기억이 나질 않기 때문에 제외했습니다.

일단 찾아볼까 싶어 단행본 하나를 찾긴 했습니다만(한국 현대소설의 핍진성 연구-1920-30년대 사실주의 단편소설을 중심으로, 2003, 곽상순), 읽어본 결과 사실주의 소설에서 핍진성이 형성되는 과정에 대한 고찰을 담은 내용이라 굳이 여기서 언급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해당 내용에서 말하는 핍진성 역시 제가 1에서 설명한 내용의 심층적 분석입니다.

결국 1번과 연관하여 결과를 내놓았을 때, 약간 과격하게 말해서 핍진성은


[독자가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을 사회적 관습, 상식 등을 통해 허구의 이야기가 그럴듯함을 역설하고, 독자를 납득시킨 이후 독자와 합의를 하는 과정]


을 뜻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개연성, 사실성 등은 핍진성 확보를 위하여 독자를 설득하기 위한 수단인 거죠.






3. 아, 그래, 그러면 핍진성의 예시가 뭔데?


저는 보통 핍진성의 예시를 들 때, 아리스토텔레스의 개념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예시로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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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발단, 전개, 위기, 절정까지는 인간의 이야기이나, 결론에서는 보통 초월적인 존재, 보통은 신이 나와서 모든 해결을 해버리는 이야기.
여기에서 초월적인 신이 등장할 때는 보통 기계장치를 통해 등장했기 때문에 ‘기계장치로 된 신’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진 겁니다.

고대 그리스의 희곡들은 보통 신앙심 고취 등을 추구했기 때문에 신들이 불쑥 튀어나와 해결하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작가가 그리스 비극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에우리피데스죠. 네, 엘렉트라, 헤라클레스 등을 쓴 작가입니다.
(물론 수업만 들으면서 읽은 거라 이 두 개 빼곤 읽어보진 않았습니다-_-).

아무튼 간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이것에 대해 혹독하게 비판했죠. ‘두 사건이 이어서 일어날 때는 후자가 전자의 필연적 또는 개연적 결과라야 한다.’라고 하며 비판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였습니다.


하지만, 고대 아테네의 관객들은 이 내용에 대해서 ‘이건 그럴듯해! 신이라면 가능하잖아’라는 반응을 보이며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왜냐하면 이 당시 사회에서 신앙이 위치하는 부분은 지금 저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컸으니까요.

하지만 신앙의 위치가 고대와 같지 않은 현대에 곧이곧대로 이런 내용의 글을 쓴다면 곧장 ‘이건 개연성도 없고 핍진성도 없잖아!’라는 혹독한 평가가 날아들겠죠.



이 부분은 성경 등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물론 성경이 역사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성경의 내용은 역사라고 보기엔 사실성이 굉장히 부족하죠. 개연성 또한 매우 부족하고요. 만약 성경이라는 딱지를 떼고 보면, 독자들이 쉬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입니다.

하지만, 읽는 독자들은 ‘초월적인 존재인 신이기에 가능했다’라는 신앙심으로 이를 받아들입니다. [결국 성경은 사회적 관습과 상식, 즉, 신앙심으로 합의가 이루어진 독자들에게는 핍진성이 부족한 작품이 아니게 됩니다.]

결국, 해당 내용들은 1에서 나온 결론인 [사회적으로 보편화되고 합의된 관습과 지식을 통한] 대표적인 내용이라 볼 수 있을 겁니다.





3-2.


이번에는 제가 자주 예시로 드는, 그리고 허구한 날 까는(...) 라스트 오브 어스 2를 예시로 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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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게임의 스토리를 모르는 분은 이제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이 아래부터는 스포일러 내용이 있으므로 혹시라도 스포일러를 당하고 싶지 않으신 분은 스크룰을 쭉 내려주셔서 4번부터 보기 시작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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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아포칼립스의 가장 큰 특징은 부족한 자원, 끊임없는 의심을 기반으로 한 생존물입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 2의 대표적인 핍진성 붕괴를 꼽자면 아마도 스토리 초반 조엘의 죽음을 예시로 들 수 있을 겁니다. 보통 조엘의 죽음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전작에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다친 사람조차도 함정이라고 단언하며 의심하고 살아남은 조엘이 낯선 사람을 이렇게 손쉽게 믿고 따라갔다가 죽는다고?’

라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후 4년이나 지났고, 조엘이 누그러진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조엘이 방심한 거다.’

라고 항변했죠. 이 부분의 경우, 개연성이나 사실성 면으로는 가능하긴 합니다. 제작진의 항변대로 보면, 조엘이 잭슨에 정착하면서 4년 전에 비해 굉장히 누그러졌다는 것은 대사나 씬을 봐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가거든요.

심지어 조엘은 살해되기 전 날 제대로 된 잠도 못 자고 이른 아침부터 순찰을 위해 떠난 상황이니, 컨디션이 안 좋았다는 변명도 가능합니다. 즉, 조엘이 아니라 만약 다른 캐릭터였다면, 게이머들이 받아들였을 지도 모르죠.

그러나 독자, 즉,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핍진성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내용입니다. 핵심 캐릭터를 이렇게 소모해버린다는 것에 대해서는 게이머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관습이나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가 없거든요. 심지어 그 핵심 캐릭터가 게이머들과 충분히 교감을 쌓은, 한 때 ‘자신’이었던 캐릭터라면 더더욱 그렇죠.

보통 이런 캐릭터의 경우는 창작자들도 존중을 담아 개연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게이머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친 다음 퇴장시킵니다.

하지만 라스트 오브 어스 2는 해당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고(물론 라스트 오브 어스 2라는 게임이 일종의 해체주의적(-_-) 게임이란 것도 고려해야 할 겁니다), 내부적인 개연성은 쌓았다고 자평했지만 절대다수의 게이머들은 납득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이렇게 만든 이유에 대해서도 ‘장난해?’라는 반응이 돌아왔죠.

당연하지만, 이는 라스트 오브 어스 2의 평가를 내리는데 크게 일조했습니다.

결국 핍진성 확보에 실패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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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 그래, 좋아, 핍진성이 뭔 진 알겠어. 그러면 이게 흑인 인어공주랑 무슨 상관인데?




가장 먼저 전제를 깔겠습니다.


a. [실사화 영화가 꼭 원작과 100% 동일할 필요는 없습니다].
애초에 각색이 이뤄지는데, 동일하길 바라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오히려 라이온킹과 같은 작품처럼 어떠한 각색도 없이 그대로 영화화가 된다면 결코 좋은 평가를 받긴 어려울 것입니다.

b. [그러나 캐릭터와 핵심 설정들의 동일성은 지켜져야 합니다.]
즉, 어떠한 캐릭터가 등장했을 때, 관객이 해당 캐릭터가 즉각적으로 ‘특정 캐릭터다’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분명한 수단이 필요합니다. 보통 머리모양, 피부색, 복장 등으로 이를 구분하죠.
스토리와 플롯도 원작의 큰 줄기는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실사화 영화라는 것은 원작의 팬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c. [캐릭터의 통일성을 지킬 수 없을 경우, 핍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관객을 설득할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게 결국 핍진성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관객이 실사화 영화를 접하며 느끼는 원작과의 괴리감을 없애기 위한 창작자들의 충분한 배려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영화들은 보통 해당 캐릭터의 이미지에 맞는 배우들은 채용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마블의 ‘토르’, 크리스 햄스워스와 로키 톰 히들스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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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역의 톰 히들스턴이 토르 역할에 지원했다가 탈락하고, ‘도대체 누가 토르에 합격했나’ 싶어서 찾아갔다가 웬 북유럽 신이 앉아있는 걸 보고 조용히 납득했다는 이야기는 매우 유명하죠.
(여담이지만, 유튜브 찾아보면 토르 역 오디션을 보는 로키를 볼 수 있습니다 크크크)





일단, 오해가 있는 것 같지만, 저는 흑인 인어공주에 대해서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어떠한 역할이든 고작 ‘인종’ 따위는 별다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런 동화들의 인종, 성별, 내용 등을 각색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당연히 그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뻔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하지만, 원작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는 말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불가피한 상황이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캐릭터의 동일성은 신경써야한다고 보거든요. 제가 토르와 로키를 맡은 배우들을 예시로 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번 논제에서 철저히 전제해야할 명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안데르센 원작의 인어공주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에리얼’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실사영화는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실사화 영화입니다.
물론 ‘안데르센 원작 인어공주의 실사화이지,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실사화라고 보긴 힘들다’라고 주장하는 의견이 있습니다만, [실사영화의 주인공 이름 또한 에리얼]인 시점에서 관계성을 부정하긴 굉장히 어렵습니다. 디즈니에서 ‘에리얼’은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에 나오는 디즈니 프린세스밖에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인어공주 에리얼을 규정짓는 캐릭터성은 무엇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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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진을 보면 명확히 보이죠. 붉은 머리, 파란 눈, 하얀 피부, 큰 입 등이 있을 겁니다.
사실 눈동자까지 굳이 맞추진 않는다 치고, 붉은 머리와 하얀 피부를 가진 미모의 여성 캐릭터가 물속에 있다면 '이건 에리얼이구나'하는 동일성을 확보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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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에리얼을 남성으로 바꿔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는 자연스럽게 에리얼의 캐릭터적 특성을 받아들이고, '아, 이건 에리얼이란 캐릭터의 남성형 버전이구나'라는 캐릭터적 동일성을 받아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사영화의 주인공인 ‘흑인 에리얼’이 애니메이션의 ‘에리얼’과 동일 인물인가?]



라는 질문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피부색이 바뀌어버린다는 건 해당 캐릭터의 캐릭터성에 큰 타격을 입힐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니, 캐릭터의 피부색이 바뀌는 게 뭐 대수야?’, ‘실사화인데 그 정도는 바뀔 수도 있는 것 아냐?’ 라는 반론도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그렇다면 명제를 약간만 더 바꿔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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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렇다면, 실사영화의 주인공으로 ‘남성 에리얼’이 나온다면 해당 캐릭터는 애니메이션의 ‘에리얼’과 동일 인물인가?]



만약 실사영화에서, 인어왕자 에리얼이 다리를 얻고 밖으로 나와 공주(혹은 왕자)와의 사랑을 이룬다면?

안데르센 원작의 인어공주만 해도 동성애적 은유가 가득한 작품이니 원작 존중 면에서도 딱히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내용입니다. PC의 시대이니 이 정도 파격도 충분히 가능하죠.

심지어 캐릭터적 동일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붉은 머리, 푸른 눈, 하얀 피부까지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남성 에리얼’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시점에서부터 부분에 대해서는 다들 ‘어…….’라는 반응을 보일 겁니다. 인종의 변환만큼이나 파격적인 캐릭터의 파괴 및 재해석이기 때문이죠.

네, 바로 이런 상황입니다.



[지금 흑인 인어공주가 크게 논란이 되고 많은 관객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인어공주가 흑인이다!’라는 이유가 아니라, 그들이 기억하고 사랑했던 애니메이션 ‘에리얼’이란 캐릭터와 실사영화의 ‘에리얼’이란 캐릭터가 가진 동일성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관객들이 알고 있는 에리얼은 붉은 머리에 파란 눈, 하얀 피부를 가진 디즈니 프린세스니까요.


만약, ‘에리얼’이란 캐릭터를 흑인으로 바꾸며 아예 캐릭터 자체의 재해석을 생각했다면, 디즈니는 영화의 방향성을 바꿔야 했습니다. 
말레피센트, 크루엘라처럼요.

즉, [색깔만 바꾼 에리얼이 아니라, ‘흑인 에리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흑인 인어공주’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창작했어야 했습니다]

기존에 이미 만들어진 캐릭터에 숟가락을 올려놓는 게 아니라요.

하지만, 이미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노래까지 차용했다는 말이 나온 이상, 영화의 방향성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죠.

이건 곧 ‘새로운 에리얼’을 이야기하기보단, 기존 ‘에리얼’과의 동일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5. 어, 근데 마블 실사화 영화나 흑인 신데렐라 같은 것에서 벌써 인종이 바뀐 사례가 있지 않아? 그 때는 왜 이 정도로 논란이 아니었는데?


맞습니다, 실제로 닥터 스트레인지의 에인션트 원(틸다 스윈튼), 토르 시리즈의 헤임달(이드리스 엘바) 등을 예시로 들며 ‘이건 뭐냐!’라고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 부분에는 정치, 외교적으로 복잡한, 높으신 분들의 사정도 있었지만, 원작 코믹스의 팬들도 큰 잡음 없이 납득했던 이유는, 마블 스튜디오 측에서

[영화 속 세계관은 평행세계이므로 코믹스 내의 세계관과는 독립된 세계관이다]

라는 전제를 제시했기 대문입니다.


물론 이드리스 엘바같은 경우는 매우 뛰어난 연기력으로 ‘와 쉬바 이 정도로 간지나면 상관없어!’ 라고 하는 분들도 많았지만, 일단 핍진성 상으로는요.

코믹스와 달리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생기는 여러 모순들을 ‘여긴 평행세계니까 상관없어!’라고 관객들을 설득했고, 관객들은 납득했습니다.
코믹스 팬들이야 워낙 평행세계 드립이 많은 게 마블 코믹스였으니 납득했고, 코믹스를 모르는 팬들은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납득했으니 모두를 깔끔하게 어우를 수 있었죠.

이 부분도 결국 1번에서 말했던 핍진성의 영역입니다.

‘평행세계’라는 설정으로 ‘우린 캐릭터들을 차용했을 뿐이지 기존 세계관과 같은 세계관이 아니며, 우리의 영화는 영화대로 독립된 세계다!’라는 걸 강조했고, 코믹스팬인 관객들은 그걸 듣고 납득했으니까요.

애초에 마블 코믹스는 설정 충돌이 워낙 잦아 평행세계라는 설정을 자주 차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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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신데렐라 같은 경우는 디즈니에서 만들어지긴 했습니다만, 원작이 신데렐라가 아니라 로저스앤 해머스타인 원작의 뮤지컬이 원작이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신데렐라와의 연관성을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디즈니 실사영화 시리즈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6. 그렇다면 흑인 인어공주도 관객을 설득만 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아냐?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연히 가능합니다. 단, 철저한 조건이 붙습니다.


[이 캐릭터는 애니메이션의 에리얼이 아니라, 새롭게 재구성된 ‘흑인 인어공주 에리얼이다’라는 전제를 붙이면 됩니다.]



이렇게 한다면 관객들 또한 '아~ 인어공주의 재해석이구나' 하고 받아들이며, 에리얼과의 동일성이 아닌, 독립된 새로운 에리얼 캐릭터로써 받아들이게 됩니다. 즉, 핍진성의 확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되는 거죠.

하지만, 위에서 말했다시피 실사화하는 것은 ‘안데르센의 인어공주’가 아닌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이며, 실사화하는 캐릭터 또한 ‘인어공주’가 아니라 ‘에리얼’입니다. 즉, 이미 두 캐릭터를 동일시하고 있습니다.


[이미 만들어져 완성되어 있는 ‘에리얼’이란 캐릭터의 피부색이라는 핵심적인 설정을 바꾸고, ‘애니메이션의 에리얼과 실사영화의 에리얼은 동일 인물이다’라는 명제를 제시한다면, 당연히 이를 납득시킬 분명한 근거를 관객들에게 제시하고, 관객들과 합의를 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그 동일성을 입증하려면 기존 작품의 큰 줄기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식으로 캐릭터의 파괴 및 재해석을 했을 때는 3가지 방법이 제시됩니다.


a. 기존 작품과의 차별화를 선언하고, 리메이크 작품이란 것을 강조하며 작품의 방향성 자체를 바꾼다.

b. 설정 상으로 어떻게든 동일 캐릭터란 것을 납득시킨다.

c. 일단 만들어놓고 관객들이 납득해줄 것이라 기대한다(...)


위에서도 언급한 디즈니의 크루엘라, 말레피센트 등이 a에 속하며, 마블의 ‘평행세계’ 설정 등이 b에 속합니다. 그럼 c는 무엇이냐고요?

아주 훌륭한 예시의 디즈니 작품이 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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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란]이요...... 디즈니 실사영화 시리즈 중 가장 말아먹은 작품일 겁니다-_-;


모두들 동의하시겠지만, 많은 관객들은, 실사영화에 나오는 ‘뮬란’과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뮬란’을 동일시하지 못했습니다.

비록 외모적으로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만, 영화 제작진은 ‘뮬란’이라는 캐릭터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빼버리는 선택을 저질렀습니다. 실사화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 뮬란과 동일한 인물이라고 보기 어려웠죠.

당연하지만 관객들은 납득하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이건 애니메이션 뮬란의 각색이 아니다, 화목란 설화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것이다’라고 한다면 좀 더 좋은 반응을 얻었을 겁니다. 원본이 설화인데 어떻게 각색하든 문제가 없죠,

그러나 ‘애니메이션 뮬란의 실사화’인데도 불구하고, 원작 설정들에 대한 대대적인 개변은 관객들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웠죠. 위에서 말한 ‘큰 줄기를 따라가지 못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인어공주는 원작, 즉, 애니메이션의 큰 줄기를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미 ‘흑인 에리얼’이라는 과감한 수를 던져버린 이상, 다른 설정들은 크게 건드리지 못할 확률이 큽니다. 이 설정들은 애니메이션의 에리얼과 실사영화의 에리얼이 동일 인물이라고 여기게 만들 요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관객들에게 ‘이건 피부색만 달라졌을 뿐이지 에리얼이야!’라고 납득하게 만들려면 해당 요소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수밖에 없죠.

그러나 위에서 말했다시피, 피부색이 바뀌었다는 건 캐릭터의 동일성을 크게 해쳤기 때문에 영화 내에서 아무리 어필하더라도 계속 비판은 나올 겁니다. 일종의 가불기죠-_-






[물론 핍진성이란 개념이 과격하게 말해서 ‘관객을 납득시키면 됨’인만큼, 캐릭터든 개연성이든 뭐든 저 멀리 내다버리고 관객을 납득시키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할리 베일리의 외모가 모두가 동의할 만큼 아름다웠다면 ‘이쁘니까 이런 것도 괜찮은데?’라는 반응이 있을 지도 몰랐을 겁니다. 아쿠아맨에서 엠버 허드의 메라를 보면 알 수 있듯, 일단 작정하고 이쁘면 연기력이고 뭐고 반은 먹고 들어가거든요(-_-)
이쁘면 개연성이란 말처럼, 관객들도 외모에 크게 좌지우지하긴 합니다.

(물론 아예 캐릭터성이 바뀌어버려서 생긴 이번 논란은, 설사 할리 베일리가 아니라 할리 베리같은 미모의 배우였어도 이 논란은 똑같았을 것 같습니다. 라틴계 백설공주를 캐스팅한 백성공주 실사화 영화만 봐도 배우의 미모가 상당한데도 불구하고 논란이 있으니까요......)

아니면 할리 베일리가 모두가 ‘이건 에리얼이야’라고 납득할 만큼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다 찍어 누르는 방법도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토르의 헤임달, 이드리스 엘바가 이런 경우였는데, 평행세계니 뭐니 이전에 연기력이 워낙 좋다보니 알아서 사그라든 경우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왜 디즈니가 이런 선택을 했는지 의문이긴 합니다. 이미 완성된 캐릭터를 다루는 실사영화에 이 정도로 파격적인 재해석을 할 거라면, 차라리 철저히 리메이크를 하여 영화의 방향성을 바꾸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 모든 가정은 실사영화의 에리얼이 원작 애니메이션의 에리얼과 동일성을 유지한다는 게 전제이기에, 만약 흑인 에리얼이 재해석된, 독립된 에리얼로써 정립된다면 의미없는 가정이 되긴 합니다. 리메이크되어 방향성이 달라진 다른 작품이라면, 어디까지나 모티브만 가져온 다른 캐릭터가 되니까요].










7. 마치며......



개인적으로 핍진성 가지고 이렇게 긴 글을 쓰게 될 문제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당연하지만, 학부생 수준의 글이기 때문에 좀 더 심층적으로 들어가면 반박의 여지가 많은 글일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이나 질문은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다만, ‘본문 내용에서 언급했던 내용을 반복하게 만드는 댓글’에 대해서는 답변하고 싶지 않습니다.]


가끔 그런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솔직히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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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30 11:45
수정 아이콘
1. 왜 같은 댓글이 다시 나오는가?
-> 본인 또한 같은 주장을 무한 반복하기 때문이겠죠.
2. 인어공주 원작은 새드 엔딩이지만 디즈니가 1차 각색해서 해피엔딩이죠. 다시 디즈니가 2차각색해서 백인을 흑인으로 바꿨습니다.
3. 그러면 인어공주 피부가 새드엔딩보다 핵심적이며 도저히 바꿀 수 없는 가치 일까요?
4. 바꿔말하면 납득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핍진성이 있는 거네요?
가못자
22/11/30 11:48
수정 아이콘
글을 안 읽으신 건 알겠습니다.
22/11/3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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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야 말로 한줄 띡이군요.
가못자
22/11/30 12:10
수정 아이콘
이것이야말로 동어반복이고요.
22/11/30 12:12
수정 아이콘
딱히 동어 반복은 아니죠.
가못자
22/11/3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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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주장과 근거를 살필 생각도 없이 같은 말만을 반복하는 것을 우리는 동어반복이라 일컫습니다. 그것이 사회적 합의이지요.
22/11/30 12:15
수정 아이콘
애당초 근거 자체에서 부터가 문제 있어서 지적하는데 그게 동어 반복일까요? 제가 보기에는 아무튼 맞는 글이니 반박시에 너 글 안 읽음으로 밖에 안 보입니다.
가못자
22/11/30 12:16
수정 아이콘
지금 kien.님께서는 근거 자체에 대한 반박이 아닌 자신이 기존에 해오던 주장을 똑같이 고장 난 녹음기처럼 읊고만 있으실 따름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동어반복이라 부릅니다. 혹 본인이 작성하신 댓글을 돌아보실 생각이 있으시다면은 대체 자신의 어느 문장이 근거에 대한 지적이신지를 짚어 주실 수 있으신지요?
22/11/30 12:18
수정 아이콘
먼저 어떤 부분이 글을 안 읽었다는 건지를 보여주시면야 반박을 할 수 있겠지요.
가못자
22/11/30 12:19
수정 아이콘
kien. 님// 캐릭터성의 핍진성과 스토리의 핍진성을 명백히 혼동하고 계시니까요.
22/11/30 12:20
수정 아이콘
가못자 님// 또다시 편할대로 구분이 되는데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여주인공이라는 캐릭터성이 피부색보다 중요한 이유는 뭘까요?
가못자
22/11/30 12:22
수정 아이콘
kien. 님// 한 번 더 말씀드리지만 스토리의 큰 줄기를 따라가는 핍진성과 여러 내적 또는 외적 요소로 정의되는 캐릭터의 핍진성은 다른 이야기일지언대 kien.님께서는 지금 그 둘을 혼동하고 계십니다.
22/11/30 19:14
수정 아이콘
가못자 님// 그러니까 외적 요소로 정의되는 핍진성이란 거 자체가 시나리오 내적으로 정합성이 없으면 헛소리가 되는데요. 다시 말하지만 인어공주의 피부색이 항구불변해야하는 절대적 캐릭터성이라는 근거는 글쓴 분의 상상에 근거합니다.
머랭이
22/11/30 11:49
수정 아이콘
이 정도로 글 써놨는데도 왜 똑같은 말씀을......

1. 답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서 답하지 않겠습니다.
2. 스토리를 변경하는 것과 이미 고착화된 캐릭터를 바꾸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디즈니의 실사영화인 정글북만 해도 스토리가 크게 달라졌지만, 캐릭터성을 크게 건들지는 않았죠. 소소하게 바꿨을 뿐.
3. 바꿔도 됩니다. 애니메이션 원작과의 동일성을 가진 '에리얼'이란 캐릭터가 아니라, 흑인 인어공주 '에리얼'로써 독립된 캐릭터를 만들면 된다고 본문에서 서술했습니다.
4. 당연하죠. 계속 말하지만 핍진성은 일종의 합의니까요.
22/11/30 12:08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아무리 글을 길게 쓰셔도 결국 본인께서 납득 못 하니까 예고편만 나온 작품을 핍진성 없다고 추정을 반복하시면서 주장하시는 거잖아요. 반대로 대다수의 관객들에게 흑인 인어공주는 납득 안 될 거다라고 본인이 먼저 증명하셔야겠죠.
머랭이
22/11/3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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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읽으셨습니까?
22/11/30 12:11
수정 아이콘
읽었으면 동의해야 하나요? 공부하세요도 아니고 말이죠.
가못자
22/11/3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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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셨더라면은 하실 수 없는 말을 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허수아비 공격 오류는 들어보셨겠지요.
22/11/30 12:13
수정 아이콘
라는 건 가못자님의 생각이시고요. 읽지 않았다고 가정하고 공격은 왜하실까요?
가못자
22/11/30 12:14
수정 아이콘
다시 말씀드리지만은 읽으셨더라면은 하실 수 없는 말을 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역시 이번에도 또한 제 댓글을 읽지 않으셨군요.
22/11/30 12:17
수정 아이콘
이런 게 동어 반복이죠. 어디서 어떤 부분으로 안 읽었다라는 걸까요?
가못자
22/11/3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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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en. 님// 세 번째 말씀드리겠지만은 읽으셨더라면은 하실 수 없는 말을 하고 계십니다. 스스로의 말을 되돌아보는 습관을 가지신다면은 자기객관화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입니다.
22/11/30 12:19
수정 아이콘
가못자 님// 이렇게 인신공격성을 마무리 할 거면야,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가못자
22/11/30 12:19
수정 아이콘
kien. 님// 누구보다 먼저 인신공격성 댓글로 시작하신 분께서 하시는 말씀이라고는 믿기지 않습니다.
22/11/30 12:21
수정 아이콘
가못자 님// 글쓴분이 인신공격을 시작하셨나요? 이전 댓글 흐름의 연장선상으로 나온 말인데 말이죠.
가못자
22/11/3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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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en. 님// 네 댓글쓴분이신 kien.님께서 먼저 인신 공격을 시작하시었지요.
22/11/3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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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못자 님// 그렇게 따지면 애당초 위에서 같은 얘기 또하게 하지마라라는 거 자체가 인신공격성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머랭이
22/11/30 12:14
수정 아이콘
아뇨, 읽으셨으면 나올 수가 없는 질문이 계속 나와서요......
22/11/30 12:16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본인이 편하실 때 각색이고 안 편하실 때 핵심적이며 납득불가능한 변화로 구분하시는데 그에 대한 근거는 그냥 본인 주관아닙니까.
머랭이
22/11/30 12:23
수정 아이콘
어...... 제가 말하는 각색은 보통 소소한 캐릭터의 성격 변화 정도이지(ex. 실사판 알라딘에서 자스민이 좀 더 진취적인 성격을 가진다던가), 캐릭터의 동일성이 무너질 정도의 변화가 아닙니다. 캐릭터의 동일성이 무너질 정도의 각색이라면 아예 작품의 성격이 달라질 정도의 각색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본문에서 제시한 뮬란처럼요.

설사 파격적인 각색이 있더라도, 동일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외모 등은 유지하기 마련입니다.
22/11/30 12:24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그게 동일성이 무너질 정도라는 걸 본인이 증명하셔야죠, 심지어 본편도 안 나온 영화가 핍진성이 무너졌다고 주장하시려면요
머랭이
22/11/30 12:34
수정 아이콘
kien. 님// 본문에서 설명을 했는데요......
22/11/30 15:02
수정 아이콘
머랭이 님// 저도 댓글로 설명을 드리고 있습니다만...
파다완
22/11/30 12:21
수정 아이콘
그냥 포기하세요. 어그로라니까요? 맨날 그에 대한 근거는 그냥 본인 주관 아닙니까를 통하는 상황이든 안통하는 상황이든 쓰는데 그렇게 따지면 저사람도 그냥 본인 주관으로 주장하거든요. 그게 아니라고 써놔도 또 딴소리 하면서 빙글빙글......
22/11/30 12:23
수정 아이콘
당연히 저도 본인 주관과 데이터, 전문기관 보고서는 구분해서 씁니다.
은여우
22/11/30 12:31
수정 아이콘
https://pgr21.net../freedom/94073#4420814
원래 이런 분입니다.
22/11/30 19:16
수정 아이콘
마침 12렙 올라가신 분이 쓴신 댓글이 예시군요.
오곡물티슈
22/11/30 12:22
수정 아이콘
이 쯤되면 운영진이 트래픽 늘려주니까 바람 넣어주면서 방치하는 느낌까지 들어요 에휴...
22/12/01 11:56
수정 아이콘
그냥 어그로 취급하고 무시하세요.
22/11/30 11:57
수정 아이콘
글 작성자분 허무하실 댓글 크크
22/11/30 12:09
수정 아이콘
당시 댓글타래들보면 다른 분들도 장문의 댓글 길게 썼습니다, 그 분들도 허무하시겠지요.
폭폭칰칰
22/11/30 12:41
수정 아이콘
역시 PGR PC 대장님의 장판파!
잘 막고 계신거 같진 않지만 일단 쩌렁쩌렁합니다.
마갈량
22/11/30 11:49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가못자
22/11/30 11:4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다만 정작 이 글을 읽어야 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읽지도, 이해하고자 하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22/11/30 11:56
수정 아이콘
서로 그냥 깔끔하게 취존중했으면... 한 쪽이 다른 한쪽에 강요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생각하고,

소수자, 흑인, 여성, 동성애 이런게 취향 맞는 분들은 열심히 봐주시고,

그게 취향에 안 맞는 저는 그냥 안 보렵니다.
머랭이
22/11/30 12:13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왜 이미 완성된 기존의 IP를 파괴하고 재해석하면서 신념을 주장하려 하는지 의문이긴 합니다.
전통을 파괴하기 전에 전통을 존중하는게 우선이라 생각하는데, 이런 문제에서는 꼭 전통을 파괴해야만 하는 존재로 여기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로즈엘
22/11/30 11:58
수정 아이콘
완성도의 문제라고 봐야되는데, 그게 핍진성의 부족이라고 봐야할지는 고려해야된다고 보는데.
원작을 따라가는게 핍진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봅니다. 원작 자체에서도 핍진성이 부족할수도 있고.
가못자
22/11/30 12:07
수정 아이콘
원작의 캐릭터를 리메이크한다든가 하는 과정에서는 원작 그 자체가 핍진성이 됩니다. 가령 히어로 만화나 영화에서 우리가 슈퍼맨을 슈퍼맨으로, 배트맨을 배트맨으로 인식하는 것은 그 캐릭터들이 핍진성을 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아이젠버그가 분한 렉스 루터는 핍진성을 해하였기에 기존 코믹스의 렉스 루터와 동일한 캐릭터성을 가졌다고 보기 어려워 비판을 받았던 것이고요.
머랭이
22/11/30 12:08
수정 아이콘
이런 부분은 시대를 타기 때문에 당연히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변화하고, 영화들 또한 변화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사영화 알라딘의 자스민 같은 캐릭터가 현대의 흐름에 맞춘 캐릭터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제가 흑인 인어공주 문제에서 제일 중요하게 여긴 것도 본문에서 말했다시피 '에리얼이란 캐릭터의 캐릭터성' 문제이고, 원작을 따라간다고 한 것도 어디까지나 '이 동일성을 보완하기 위한 요소'로써 핍진성을 확보하기 위한 부분으로써 큰 틀을 따라간다는 것이지, 원작과 100% 똑같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오곡물티슈
22/11/30 11:58
수정 아이콘
이렇게 좋은 글을 써 놓아도 결국 글 안 읽은 티 내면서 한줄씩 댓글 찍찍 싸고 꼬투리 잡으면서 글쓴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 있겠죠.
이래서 pgr에서 좋은 글 쓰는 분들은 다 떠났고요.
22/11/30 12:10
수정 아이콘
그보다는 거짓 선동된 렉카형 자료로 선동하고 싸우는 글이 피곤해서 떠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못자
22/11/30 12:21
수정 아이콘
https://pgr21.net../freedom/97216
이런 글을 말씀하시는 것이군요.
22/11/30 12:22
수정 아이콘
어떤 부분이 거짓일까요?
가못자
22/11/30 12:23
수정 아이콘
본인의 게시글에 작성된 댓글들에서 충분히 지적이 된 부분들입니다. 자신의 게시글에 달린 댓글들조차 읽지 않으신다는 말씀으로 알아 듣겠습니다.
22/11/30 12:25
수정 아이콘
또 읽어보세요식의 주장이군요.
가못자
22/11/30 12:25
수정 아이콘
당연히 모든 반박 논거는 '상대방의 글을 읽는 것'에서 시작해야 마땅한 겁니다. kien.님께서는 여지껏 그 무엇도 읽지 않으시고 혼자서 자기만의 주장을 읊으셨을 뿐이란 말씀이십니까?
22/11/30 19:11
수정 아이콘
당연히 읽어야 봤죠, 그런데 읽어봤냐는 식의 주장은 공부하세요랑 똑같다는 것 뿐이니까요.
무냐고
22/11/30 12:32
수정 아이콘
말해줘도 대부분 안읽으시는데 왜 계속 말해달라고 하시는거죠?
인민 프로듀서
22/11/30 12:47
수정 아이콘
마지막 댓글을 자기가 안달면 졌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죠...
한참전에 이미 패배한걸 자기만 모르고 ㅠㅠ
22/11/3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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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핍진성이란 작품 내의 개연성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저번 글에서의 댓글들과 이 글을 써주신 덕에 이해가 됩니다. 이와는 별개로 핍진성이란 단어가 작품 내의 개연성만을 뜻한다고 치더라도, 인어공주의 주인공에게 큰 설정 변경이 생겼는데 이를 납득시키는 요소가 없다는 것은 결국 핍진성을 해한 게 아닌가 이 정도로 이해해도 괜찮을 것 같네요. 앞선 글에서의 논쟁(?)을 쭉 지켜봤는데, 그저 위로를 드립니다.너무 상처받지 마시고... 다시 한 번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머랭이
22/11/30 12:19
수정 아이콘
네, 말씀하신 부분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모든 예술은 결국 창작자와 받아들이는 사람들과의 합의과정이니까요 :)
또한, 이전 논쟁(?)은 저도 감정적으로 욱한 부분이 많아서 오해가 많을 것 같아 글을 썼던 터라, 이 글이 도움이 되었다면 오히려 제가 감사할 따름입니다(_ _)
척척석사
22/11/30 12:18
수정 아이콘
말꼬리 잡아가며 절대 지지 않는 사람들하고 뭘 계속 얘기하기는 좀 피곤하기는 합니다 어차피 무슨 말을 해도 들어먹을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냥 그 분들을 내 눈에 안 띄게 하는 게 좋을 때도 있는 것 같아요 흐흐
오곡물티슈
22/11/30 12:21
수정 아이콘
말꼬리 잡아가며 절대 지지 않는 사람들의 활동량이 워낙 무시무시하니까요.
가끔 보면 본문보다 한줄짜리 말꼬리 잡기 댓글이 더 길어지는 경우도 보니까요 뭐...
척척석사
22/11/30 12:55
수정 아이콘
이게 사실관계가 맞다 틀리다 문제고 내가 맞는 경우라면 그냥 당신이 틀렸으니 개소리 하지마십시오 하면 되는데 보통은 의견이나 해석 같은 문제라..

그런데 그렇게 정답이랄게 없는 얘기라면 "음 넌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난 그렇게 생각안함 빠이빠이" 하면서 그냥 입장차이 확인하고 접든가, 아니면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음 그렇군요 님도 이렇게 좀 생각해보시면 좋을듯" 하면서 의견을 조금 좁히는 척 하고 (사실은 안좁혀짐) 접든가 할 수 있으면 깔끔하게 댓글 좀 달다가 끝날 것 같거든요. 그게 잘 안 되고 "암튼 니가틀렸고 내가맞음 이응이응" 으로 일관한다면 그런 댓글 다시는 분을 말릴 수는 없으니 그냥 그 분을 제가 안 보는 걸로 하는게 정신건강에 좋더라구요;
아프락사스
22/11/30 12:21
수정 아이콘
(수정됨) 관객이 설정을 받아들이는 것과 핍진성은 무관하다고 몇 번을 말하는 것인지. 핍진성이 관객의 반응을 말하는 것이었으면, 그건 그냥 대중성입니다. 사회적 관습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란 원작을 보고 이 캐릭터의 설정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 이런 걸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시대나 배경, 혹은 등장인물을 행동을 보고 관습적으로 추측할 수 있는 행동들을 의미하는 것이지. 원작 애니메이션의 에리얼이 백인이라 하여서, 이를 각색한 애니메이션의 에리얼도 백인일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관습이 아니며.

또한 원작이 애니메이션이든 무엇이든, 관객들은 기본적으로 각색된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이 원작과 다를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전부 알고 있습니다. 트와일라잇 소설을 본 여자 관객들은 테일러 로트너의 키가 작은게 원작과 매치되지 않는 다고 비난했지만, 누구도 이를 핍진성의 문제로 삼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잭 리처 시리즈에서 톰 크루즈의 키를 두고 불평한 원작팬들도 있지요. 거구의 장신은 잭 리처의 소설에서도 몇 번이나 강조되는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죠. 그러나 누가 이걸 두고 핍진성의 문제를 삼았습니까? 영화속 잭 리처의 세계에서 그냥 잭 리처는 톰 크루즈의 몸으로 태어났을 뿐입니다. 그냥 그것 만으로 핍진성이 요구하는 '그럴듯함'은 다 충족되는 겁니다. 애초에 이런 거에 누구도 관습적, 문화적인 그럴듯함이 없다고 비판하지 않습니다.

핍진성에서 요구되는 관습이나 문화란 '그럴듯함'이란 게 배경지식을 가지고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관습과 문화적 속성을 따지는 것입니다. 소설 토지에서 강청댁이 남편 이용의 외도 사실을 강하게 비난하는 게. 당대 사회에서 아무 비판에 직면하지 않고 받아들여졌다면, 당대 사회의 관습으로 비추어 봤을 때 너무 그럴듯하지 않다. 핍진성에 문제가 있다 이런 비판을 들었겠지요. 여기서 그런 핍진성을 고려하는 게 독자가 가지는 배경지식이란겁니다. 반면에 인어공주는 그냥 원작을 각색한 영화고 과거 원작의 에리얼이 백인이었다느니 하는 것은 핍진성에 고려되는 배경지식이 아닌 겁니다. 그건 관습도 뭣도 아닌 원작의 설정이고. 님은 동일성을 말하며 그걸 지키는 게 핍진성을 지킨다고 하지만, 이는 그냥 선행된 이미지를 따라가느냐 마느냐에 대한 제작자의 결정에 핍진성이란 얼토당토 않은 소리로 태클을 거는 것일 뿐이죠.

팬으로서 에리얼이 흰 피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와 핍진성이 무너졌다는 별개입니다.
머랭이
22/11/30 12:33
수정 아이콘
정의를 남겨놨는데도 '이건 대중성이다'라고 하시면......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사회적 관습, 상식, 지식 등이 의미하는 바는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더 넓습니다.

이 부분은 구조주의 이론에서 지칭하는 '자연화'입니다. 원작 기반 실사 영화 등을 보게 되는 경우, 대부분의 원작을 접했던 사람들은 '해당 캐릭터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라는 전제를 깔고, 해당 캐릭터가 어떠한 특징이 있을 것이라는 배경지식을 가지고 서사물을 접하게 됩니다. 그런데 해당 특징이 없는 캐릭터가 나오니 동일성이 사라진다는 거죠.

길게 쓰셨으니 길게 답변을 드릴까 했는데 전제를 이런 식으로 잡으시면...... 어째서 사회적 관습과 상식 등에 대해서 협소한 범위로 일축하시는지도 의문입니다. 이것에 대해서도 일일이 정의를 드릴 수도 없고......

뭐, 그냥 선생님께서 생각하고 싶으신대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본문에서 이 정도로 이야길 했는데도 아무튼 아님이라고 하시면 저도 더 이상 할 말이 없긴 하네요......
아프락사스
22/11/30 12:49
수정 아이콘
[그렇다면, 인어공주 에리얼을 규정짓는 캐릭터성은 무엇이 있을까요?]

[해당 사진을 보면 명확히 보이죠. 붉은 머리, 파란 눈, 하얀 피부, 큰 입 등이 있을 겁니다.]

님은 에리얼의 특징을 이런 식으로 규정했는 데, 에리얼을 에리얼로 만드는 게 흰 피부에서 나옵니까? 아니면 반항적인 딸, 육지에 대한 호기심, 사랑을 위해 보인 무모한 행동과 같은 작품내에서 보여준 행동에서 나옵니까? 아까부터 말했지만, 원작에서 묘사하는 신체적 특징이 다른 드라마나 영화는 산더미처럼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걸 누군가가 '동일성'을 해쳤다며 '핍진성'을 문제삼지 않습니다. 원작과의 동일성은 각색한 핍진성과 관계가 없을 뿐더러. 동일성은 그 캐릭터의 핵심적인 가치를 통해 표상되는 것이지 어떤 신체적 특징이 일치한다 안한다로 표상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콰지모도나 그랑테르와 같이 추함이나 추레한 행색이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잘생긴 콰지모도는 문제가 되겠습니다만 인어공주의 피부색은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그냥 배경일 뿐입니다.

그리고 구조주의 자연화를 운운하는 것은 정말이지 황당한데. 30년전에 나온 한 편의 영화가 자연화되었다? TV 시리즈나 영화가 자연화되었다는 소리를 할 때는, 거기에 담긴 이데올로기가 등장인물과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의미화되고, 전달되어, 관습이 된 뒤 자연화되는 것입니다. 33년전에 한 편 나온 영화가 대체 언제 이런 기능을 수행했고, 인어공주가 무슨 흰 피부 이데올로기 영화이기라도 했습니까? 심지어 구조주의적 자연화 역시도 핍진성과는 아무 관계없습니다. 인어공주는 그런 식으로 자연화된 현실세계를 배경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핍진성이 계속 원작을 따라가야 한다. 동일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게 '사회적 관습,상식,지식'에 부합하는 거다. 이런 식으로 주장하는 데. 아까부터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럼 인어공주 에리얼에게서 피부색이 바뀌어도 상관없다는 사람들에겐 핍진성의 문제가 없는 거냐고. 원작을 본 사람과 보지 않은 사람으로 핍진성이 나뉜다는 게 말이 됩니까? 누가 비평을 할 때 '원작을 본 사람들에겐 캐릭터의 설정이 달라 핍진성이 없겠지만, 난 원작을 보지 않았으므로 핍진성의 문제가 없다.' 이런 식으로 서두를 쓰는 게 가당키나 합니까?
머랭이
22/11/3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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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당연히 시각적인 개념이 변화했고 그 부분을 이야기하니 외모적인 부분을 먼저 이야기했습니다.

-(자연화에 대해서 오용하였고, 이 부분은 틀린 부분이며, 맨 아래에 글을 써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사회적 관습의 영역으로 에리얼이란 캐릭터가 각인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디즈니 프린세스 모두요.
예를 들자면, 우리가 예수를 생각할 때, '예수'라고 생각하고 떠올리는 얼굴이 있죠. 마찬가지 맥락입니다. 실제 예수는 해당 인종이 아니었다고 보는게 학계의 중론이지만, 이콘 혹은 대중매체에서 그련지는 예수의 얼굴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지요. 예수를 구성하는 것은 외모가 아니라 예수님이 행했던 여러 기적들과 발언일 테지만, 그 이전에 관습적으로 받아들이는 예수님의 외모 또한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핍진성과는 관계가 없다고 하시는데, 본문에서 제가 소설학사전에서 논했듯, 구조주의 이론가들은 동일한 맥락으로써 받아들였기 때문에 저 또한 해당 관점에서 그런 개념이라고 말했던 겁니다.


그럼 인어공주 에리얼에게서 피부색이 바뀌어도 상관없다는 사람들에겐 핍진성의 문제가 없는 거냐고

-> 네, 극단적으로 말해서 그렇습니다.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관객들이 '그럴 수 있지'하고 받아들인다면 문제 없을 내용이에요. 사람들이 거부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문제가 없죠. 하지만, 원작 기반 실사영화임을 표방하고, 원작의 캐릭터를 그대로 차용하는데 원작을 안 보고 비평을 할 수가 있나요? 본문에서 말했듯, 마블이 괜히 평행세계 드립까지 치면서 핍진성을 확보한 게 아닌데요.


* 여기는 취소선이 안되는게 굉장히 아쉽네요. 자연화의 개념에 대해서는 아프락사스님과 저 모두가 지금 착각하고 접근한 것 같습니다. 조너선 컬러의 이론인데, 자연화는 말 그대로 '불완전한 텍스트에 대해서 독자가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지칭하는 것 같네요. 혹시라도 오해하실 분 계실까봐 수정해놓겠습니다.
아프락사스
22/11/30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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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럼 관객에 따라 달라지는 게 핍진성이란 것이지요? 이게 님이 동의하고 내린 핍진성의 정의인겁니다.
가못자
22/11/30 13:16
수정 아이콘
사실 예술의 평가라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는 그러한 보편성에 기대는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핍진성도 매한가지입니다.
아프락사스
22/11/30 13:18
수정 아이콘
핍진성이 무너져도 독자들이 좋아하는 작품이 있고, 반대로 지켜져도 쓰레기라 생각하는 작품도 많습니다. 그래서 핍진성은 대중성과 분리되는 겁니다. 매한가지가 아니라 다른겁니다.
가못자
22/11/3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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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 없습니다. 제가 사용한 단어는 '보편성'입니다. 둘은 전혀 다른 용어입니다.
아프락사스
22/11/3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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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평가와 보편성, 핍진성도 전혀 다른 용어이니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가못자
22/11/3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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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핍진성이 보편성과 동일한 용어라고 주장한 바 없습니다. 평가와 핍진성이 동일한 용어라고 주장한 적도 없습니다.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아프락사스
22/11/3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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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예술의 평가라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는 그러한 보편성에 기대는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핍진성도 매한가지입니다.]
전 이글을 보고 님은 핍진성이 보편성에 기대어 얻어지는 것이라 말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고요. 그럼 대체 뭔 말을 하려 했던겁니까?
머랭이
22/11/3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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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동의한게 아니라 개념 자체가 그런 개념인데요...;;
가못자
22/11/30 13:31
수정 아이콘
예술의 평가 자체도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공감이 되는 선에서 어느 특정한 감정이라든가 인간의 한 면모라든가 하는 것을 '출중히' 표현해내었다고 하였을 때 '보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듯, 핍진성 또한 '보편적으로' 이러저러할 때 성립되는 게 어쩔 수 없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이를 단순히 '대중성'으로 환원하여 제가 한 적도 없는 말을 했다고 하신 건 그쪽이지 제가 아닙니다. 보편성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모르셨던 것이라면은 이해하겠습니다.
아프락사스
22/11/30 13:36
수정 아이콘
보편적으로 이러저러할 때 성립된다는게 무엇입니까? [네 그럼 관객에 따라 달라지는 게 핍진성이란 것이지요? 이게 님이 동의하고 내린 핍진성의 정의인겁니다.] 이 댓글에 님은 [사실 예술의 평가라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는 그러한 보편성에 기대는 측면]이라고 했습니다. 그럼 여기서 님이 말한 보편성은 관객이 받아들였을 때의 '보편적으로 이러저러할 때 성립되는' 겁니까?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가못자
22/11/3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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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분은 본문을 읽으시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예컨대 슈퍼맨이 갑자기 살인을 저지른다면 그것은 슈퍼맨이라는 캐릭터가 여태까지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유지해오던 어떤 하나의 특성을 깨뜨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 특성이 슈퍼맨이라는 캐릭터를 정의하는 데 있어 절대 분리될 수 없는 어떤 '본질적인 요소'였는지, 아니면은 캐릭터를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희생할 수 있는 부분이었는지.
제가 보기에 DC의 만화를 사랑해 온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그것이 슈퍼맨의 본질과 맞닿아 있으므로 핍진성을 해하였고, 따라서 그것은 슈퍼맨과 동일한 캐릭터라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리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슈퍼맨의 빼놓을 수 없는 특성이란 보편적으로 불살이 되겠지요.
물론 작품이 독자와 별개로 존재할 수 있고 또 영속/이해될 수 있기에 슈퍼맨의 특성이란 것 역시 독자들이 보편적으로 어찌 받아들이느냐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부류도 있지만 아프락사스님의 주장이 그것과 결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만약 그러한 주장을 하시는 것이라면은 전혀 새로운 논의를 시작해야겠지요.
아프락사스
22/11/3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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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이 살인을 하는 이유가 작품에서 설명되면 슈퍼맨에 대한 대중의 기대와는 별개로 그건 그냥 핍진성이 지켜진겁니다. 무슨 캐릭터의 어떤 요소를 지켰다 지키지 않았다는 그냥 캐릭터를 망쳤느냐 아니냐의 논의이지 핍진성과는 무관한 논의입니다. 왜 핍진성의 캐릭터의 본질에 기반했다 하십니까? 그리고 각색한 작품은 모두 다른 캐릭터라 받아들이는 게 맞지요. 킹덤컴의 슈퍼맨과 잭 슈나이더의 슈퍼맨이 어떻게 같습니까? 그냥 이미지의 표상일 뿐이지요.

그리고 슈퍼맨은 솔직히 너무 많은 매체에서 너무 다양한 이유로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이제 와서는 불살의 원칙을 지키려다가 깨버리는 거 자체가 슈퍼맨의 클리셰인데. 불살을 하냐 마냐가 본질이 아니라 슈퍼맨의 성품이 그 인물의 본질이겠지요.
가못자
22/11/3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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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락사스 님// 물론 하나의 독립적인 작품을 논하는 데 있어서는 캐릭터성의 '핍진성'을 따지는 게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히어로물의 경우 수많은 캐논이 존재하는 개념이고 이는 리메이크나 재해석 등과 꽤나 유사한 방식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무수한 캐논들을 하나로 엮는 것은 결국 캐릭터성이며, 제가 말씀드리는 캐릭터의 핍진성이란 바로 그것입니다. 슈퍼맨이 살인을 저지르게 된 경위가 작품 내에서 충분히 설명이 된다 한들 그것이 '슈퍼맨스럽지 않다'라고 열렬한 애독자들이 평가내린다면은 그 캐릭터는 '좋아, 좋은 캐릭터이고, 작품도 괜찮은데, 그래서 이게 왜 슈퍼맨이란 거야?'란 비판을 피해갈 수가 없습니다.
히어로물을 굳이 언급한 것은 앞서 말씀드렸듯 애니메이션을 실사 영화화하는 작업 자체가 히어로물의 그것과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관계(즉 원작[동화 원작이 아닌 애니메이션을 뜻합니다]과 실사 영화라는 관계)에선 핍진성이 작품 내적으로 어떠어떠한가에서 그치지 않는 것을 넘어 그칠 수가 없습니다. 원작이 존재하는 한, 그 캐릭터의 캐릭터성이란 결코 '독립적'일 수 없는 탓입니다. 그렇기에 원작의 기존 캐릭터가 어느 특성들을 가지고 있는가를 따지는 것이 실사 영화화한 작품에서 등장하는 캐릭터의 핍진성을 따지는 데 반드시 선행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아프락사스
22/11/3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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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못자 님// 그런건 핍진성이 아니라 그냥 캐릭터성입니다. 리메이크 재해석을 하면서 결말을 바꾸고, 등장인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행동이 바뀌고 성별이 바뀌고 하는 건 너무나 일상적입니다. 핍진성은 그냥 작품 내에서, 그걸 보는 사람들이 그 세계관에 대한 자신의 배경지식을 가지고 납득하면 그만이지 작품 밖의 원작을 두고 이는 다른 캐릭터야!라고 주장하는 건. 그래 니가 알던 캐릭터는 아니겠지. 근데 핍진성과는 무관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왜 핍진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걸 아까부터 핍진성으로 설명하려 하는 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캐릭터성이 독립적일 수 있는 지 없는 지는 모르곘으나. 핍진성은 그런게 선행되지 않습니다.
세인트
22/11/30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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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글 작성하신 머랭이님 본문 글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댓글 다신 아프락사스님 글도 잘 읽었구요.
저기... 우선 저는 이런 용어나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서 그런데요.
뭐 제가 맘에 드냐 안 드냐는 차치하고서, 아직 예고편 밖에 안 나왔으니까... (사실 별 기대는 저도 안 됩니다만)
만약에 본편이 정식 공개/출시가 되었는데
에리얼 역을 맡은 배우가 정말 연기를 잘하고 작품 내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만한 서사를 가지고 있어서
아프락사스님께서 예시를 든 잭 리처의 영상화에서 톰 크루즈 처럼 다들 오케이 할 정도의 내용이 실제로 만약 있다면
핍진성과 자연화가 무너졌더라도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인정 받을 수 있는 부분인가요?
아니면 그렇다 하더라도 그냥 무조건 계속 비판받아야 하는 건가요? 제가 진짜 몰라서 여쭤봅니다.
머랭이님의 글을 보고 이해는 되었는데, 그 말씀인즉슨, 이미 핍진성이 무너졌으니 비판받고 있다.
그러니 실제 본편에서 어떻게 하든간에 '일단 흑인에 붉지 않은 머리를 한 에리얼이 나온 이상 이 작품은 글러먹었다'
(뭐 글러먹었다 외의 다른 용어를 쓸 수도 있겠습니다만 제가 원체 문장력이나 단어 표현이 딸려서 이 이상을 못 찾겠습니다 ㅠㅠ)
라는 결론이 고정되어 있는 건지 좀 궁금합니다. 그러면 그 기준대로라면 잭 리처 영화 같은 경우는 확실히 잘못된 영화가 되는 거지요?

아 그리고 이건 다른 질문인데요 (이런 쪽 잘 모르다보니)
제가 뮤지컬 장르를 참 좋아하는데요 (이쪽도 잘 모르지만 그냥 좋아만 합니다 무지함에 한탄을 ㅠㅠ)
아무튼 몇 년 전에 뮤지컬 레 미제라블이 영화화가 된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다 괜찮다고 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는 뮤지컬 영화화 된 작품 중에 거의 최악으로 생각하거든요.
그게 이 작품은 사실 그 많은 유명한 넘버들에도 불구하고 실제 작품은 가장 많은 비중을 가지고 가장 많은 노래를 부르고
가장 저음부터 가장 고음까지 소화해야 되는 압도적인 비중을 가진 캐릭터가 장발장 캐릭터인데
다른 배우들의 호연과 멋진 노래에도 불구하고 장발장 캐릭터를 맡았던 휴 잭맨 배우분이
동/서양 미국/영국/한국 레미제라블 뮤지컬을 다 본 제 입장에서 그 어떤 뮤지컬 배우보다 압도적으로 노래를 못 하셨거든요.
거의 원맨 작품에 가까운 비중을 갖고 있는 작품인데... (그래서인지 영화에서는 비중을 좀 줄였다는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이렇게 배우의 노래실력 (아마 영상화 되는 일반적인 작품의 경우라면 연기력이겠지요) 이 가장 중요한 작품에서
다른 고증이나 이런 부분을 참 원작 재현을 잘 했음에도 주인공의 연기가 몰입이나 심지어 관객이 느끼기에 개연성을 심각하게 해칠 정도로
보인다면, 이건 이것대로 핍진성이 떨어진다고 봐도 되는 건가요? 단적으로 예를 들어서, 장발장이 그 유명한 은촛대 사건에서 화를 내다가 자신의 탐욕에 비견되는 주교의 마음과 사랑을 깨닫는 부분이라던가, 실신한 마리우스를 안고 이 젊은 친구를 집에 데려다 달라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노래를 너무 못하니까 그 감정이 하나도 전달이 안 되더라구요. 이게 노래와 감정으로 전달이 되야 하는데... 이 건 핍진성이 아니라 뭐라고 해야 되는 건가요? 잘 아시는 분이 알려주시는 김에 질문드려봅니다.
아프락사스
22/11/3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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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잭맨의 노래는 평범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영화에서 러셀 크로우가 끔찍하게 노래를 못했습니다. Confrontation을 보고는 그의 안티가 되었습니다. 역량이 딸리면 배역을 거절해야지.

그리고 핍진성은 등장인물의 원작 싱크로율 같은 게 아니니 해당 내용에 대한 비판은 핍진성과 별개로 받아들이시면 되고. 뮤지컬 배우가 노래를 못하는 건 작중 등장인물에 노래를 잘한다는 설정이 없다면 핍진성과는 무관합니다. 사실 노래를 못한다는 설정이 있는 인물이 노래를 잘하더라도 그냥 관습적으로 넘기지요.
세인트
22/11/3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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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러셀크로우도 끔찍했어요 ㅠㅠ 정말 그건 맞았어요. 다만 첫 곡에서 첫 음 잡는 부분부터 아예 그냥 와장창 되버려서...

근데 아무래도 일반 뮤지컬이랑 다르게 모든 대사가 노래로 되어 있는 풀송 뮤지컬의 경우에는 노래를 잘 해야
그게 서사가 설득력이 생기는 부분이 있는 작품이다보니... 여쭤본거에요.
예를 들어서 이 사람이 정말 그렇게 느껴서 관객이 그 감정이 전달이 되야 하는데
당장 러셀 크로우만 봐도 융통성이 하나도 없던 인간이 Confrontation 에서 그 꽉막힌 법가주의를 보여주다가
Stars에서 결국 무너지는 게 나와야 하는데 하나도 설득력도 몰입도 안되더라구요... ㅠㅠ
오히려 노래를 못하는 것 처럼 실제로는 노래를 잘 하는 건 에포닌의 부모님 역할이 딱 그런 케이스인데
그 두 분은 뮤지컬 배우분도 영화화 배우분도 다 잘하셔서... ㅠㅠ
머랭이
22/11/3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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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의외로 재미있게 본 케이스였습니다(...) 저는 뮤지컬 실력 등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긴 합니다.
단순히 노래를 못해서 몰입이나 개입이 안됐다는 것은 핍진성을 해쳤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연기력의 문제지 그게 캐릭터의 구성이나 스토리적 내용으로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니까요.

첫번째 문단에 대해서는, 저는 결론을 고정했다기보다는, '이 에리얼은 원작의 에리얼과 동일한 에리얼이라 보기 어렵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부분의 핍진성이 무너졌다는 것이었죠.

본문에서도 말했지만, 핍진성이란 건 극단적으로 말해서 '관객을 납득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에, '흑인 에리얼 또한 에리얼이다'라면서 대중이 받아들인다면 그건 핍진성이 성립했다고 봐야겠지요. 본문에서도 성경의 예시를 든 것처럼요.

그렇기 때문에 만약 제시하신 것처럼 이 부분에 대해서 할리 베일리가 기적과 같은 연기력을 보여주고, 서사적으로도 완벽한 스토리를 보여주며 '나 또한 인어공주 에리얼이다!'라는 완벽한 호소를 하여 관객들이 '이것 또한 에리얼이지!'라고 납득한다면 핍진성이 성립했다고 봐야겠지요. 재미있게도 자연스럽게 납득하면 되는 개념이거든요(...)

그 때부터는 사회적 합의와 관습의 영역에서 '흑인 에리얼 또한 납득' 하는 자연스러운 인식이 이루어질 테니까요.
세인트
22/11/3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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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제가 말을 하도 거지같이 해서 그런데...
예전에 유게에서 나온 이야기기도 했는데
내용이 너무 단순한 한 줄 짜리 수준 스토리인데
배우의 외모나 연기력으로 서사에 개연성이 주어지는 뭐 그런 케이스들이 있는데
그게 노래를 너무 드럽게 못해서 개연성이 안 주어진 케이스라고 봐서
영화나 연극에서 배우의 외모나 연기력이 개연성 또는 설득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작품인데
그걸 발연기나 완전 하나도 몰입이 안 되는 외모라면 이 경우는 뭐라고 봐야 하는지 여쭤본 거였어요.
음..예를 들어서 노틀담의 곱추의 영상화를 하는데, 콰지모도가 모델 몸매에 개존잘 외모라던가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에스트라곤 역을 맡은 배우가 너~무 발연기로 교과서를 전자사전 발음으로 읽는 듯 로봇 연기로 재촉만 한다면
(고도를 기다리며 같은 경우가 정말 두 배우 연기력으로 개연성과 설득력을 채우는 작품으로 지금 막 생각나서 적어봤습니다)
이건 뭐의 붕괴라고 봐야되나 싶어서 용어를 몰라서요. 아 아니면 그냥 연기력 부족인건가...ㅠㅠ
머랭이
22/11/30 13:5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콰지모도가 모델 몸매에 개존잘 외모라던가

ㅡ>이 부분은 콰지모도라는 캐릭터의 특성 자체를 망가뜨리는 각색이기 때문에 핍진성의 영역이 맞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콰지모도라는 캐릭터의 캐릭터성을 구성하는 건 아시다시피 흉측한 외모 등인데 해당 캐릭터의 캐릭터성과 반대되게 해버린 거니까요. 당연히 '콰지모도라는 건 이런 캐릭터다'라는 걸 인지하고 있는 관객들 입장에선 납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으니 핍진성의 문제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이후는......어...이 부분은 핍진성이라 할 수 있나? 이 부분은 모르겠네요 --;; 보통 캐릭터의 극중 장치나 서사같은 걸 가지고 이야기하는 개념이라...... 그냥 몰입감을 방해한다, 정도로만 언급하는 것 같습니다.
세인트
22/11/30 14:15
수정 아이콘
귀찮게 계속 물어보는데 친절히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머랭이
22/11/30 14:56
수정 아이콘
아닙니다, 글을 쓴 이상 피드백은 의무니까요 크크크
제가 제대로 답변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ㅠ_ㅠ
22/11/30 19:59
수정 아이콘
핍진성이라는 게 그냥 독자나 관객이 설득당했는지 아닌지를 결과론적으로 따지는 거라면, 님의 본문 글도 저를 전혀 설득하지 못했으니 핍진성이 없습니다.

사실상 님 글은 핍진성의 정의를 오독하여 대중들이 설득되느냐 마느냐의 결과론으로 쓰고 있을 뿐더러, 심지어 그 작품의 내용을 보지도 않고 설정만으로 핍진성을 따지고 있습니다. 단지 캐릭터의 피부색만으로요.

에리얼이 흰 피부의 백인이다, 라는 설정에 어디 ‘사회’가 있고 ‘관습’이 있고, ‘상식’ 이 있고, ‘지식’ 이 있습니까. 그건 그냥 원작의 설정일 뿐입니다. 그리고 원작의 설정이 리메이크에서 변주되는 것은 너무나 흔한 양태이고 핍진성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습니다.
안아주기
22/11/30 12:40
수정 아이콘
원작과 매치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근거자체가 핍진성에 기인하는데
이게 핍진성과 관계없다는게 무슨 헛소리인가요?
아프락사스
22/11/30 12:54
수정 아이콘
원작과 매치되지 않는다고 비난 하는게 핍진성에 기인한다는 건 무슨 헛소리입니까?
해리포터나 잭 리처의 키가 작은 게 무슨 핍진성을 해칩니까? 팬들의 머릿속에 선행한 이미지와 다를 뿐이지.
이건 그냥 나의 환상을 지켜달라는 부류의 소리고, 내가 가진 이미지와 현실과의 괴리를 마음에 안들어하는 건 핍진성이 아닙니다.
안아주기
22/11/30 13:07
수정 아이콘
차일드(원작자)는 "크루즈와 일하는 것은 정말 즐겁다.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우리는 아주 재미있게 일했다.
[하지만 독자들이 옳다. 리처의 키는 정말 정말 중요한 요소다"라고 말했다.
그는 "리처가 이 방에 들어온다고 생각해보라. 방에 들어오자마자 사람들을 위압할 수 있어야한다.
크루즈는 모든 재능에도 불구하고 그런 몸집이 안 된다"고 말했다.]
보틀넥
22/11/30 13:40
수정 아이콘
그건 핍진성이 아니라 원작성 아닌가요? 리처의 키가 중요한 요소인 이유는 '들어오자마자 위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고, 그 위압을 키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한다면 극 중의 핍진성은 만족시킨거죠. 압도되는 분위기도 아니고 그럴 만한 이유도 없는데 다른 사람들이 덜덜 떠는 모습이 그려지면 그게 핍진성이 해쳐지는 거고요.
안아주기
22/11/30 16:28
수정 아이콘
그저 다른 방식을 제시했다는 이유만으로 핍진성이 만족되나요?
그 방식또한 납득 할 만한 흐름을 필요로 하죠. 그게바로 개연성이고요.

핍진성이라는게 애초에 설정과 설정 사이사이를 메꿔주는 당위성이라 원작설정을 헤친다면 핍진성또한 흔들리는게 당연합니다.
멍멍이개
22/11/3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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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왓슨이 이쁘다고 헤르미온느라는 캐릭터의 핍진성이 무너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안아주기
22/11/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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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도끝도 없는 '아무도'네요...
해리포터 원작팬이라는 사람들 단골멘트중 하나가 헤르미온느/엠마왓슨 외모간극이던데요.
당장 유게에 넷플릭스 위쳐에 트리스가 못생긴 배우라서 불만인 글/댓글만 수두룩입니다.
멍멍이개
22/11/3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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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에 납득이 안 갈 수는 있고, 맘에 안들 수도 있고, 몰입이 안 될 수도 있는데 그거랑 핍진성이랑은 별개죠.
안아주기
22/11/3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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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이개 님//
원작에 외모에대한 묘사가 따로 없고 또 스토리에 그런 외모에 기인한 영향이 없다면
외모가 어떻든 작품 만든사람 마음이고 또 보는사람들의 호불호일 뿐이겠죠.

근데 등장인물의 외모가 이러이러해서 다른 등장인물이 이러이러하게 반응했다가 엄연히 묘사되는데
이걸 바꾸는데 충분한 개연성이 없으면 핍진성이 무너진게 맞습니다.
멍멍이개
22/11/3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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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주기 님// 혹시 헤르미온느가 못생겼다는 묘사가 있었나요? 그냥 평범한 얼굴로 기억하는데... 작품 내적으로 모순이 생길 여지도 없어보이고, 핍진성까지 갈만한 요소일까 싶은데요.
안아주기
22/11/3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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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이개 님// 덮수룩한 머리에 좀 큰 앞니의 공부벌레라는 설정이
서양의 전형적인 너드여자아이에대한 묘사라더군요.
그래서 이전까지는 해리나 론도 그냥 친한 여사친으로 대하다가
무도회씬에서 헤르미온느가 확 변신하면서
론-헤르미온느가 급물살을 타게되고요.

좀 다르게 외모 핍진성 얘기를 하자면
해리는 옆에 저렇게 이쁜애를 두고 뭐 저런 초챙같은 애가 좋다고 하냐?
-> 어 그거 원래 헤르미온느가 원작에서는 저 정도로 이쁘다고 나오진 않아.
-> 그리고 초 챙도 캐스팅이 잘못된듯
멍멍이개
22/11/3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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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과 매치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근거가 핍진성에 기인한다]라는 게 헛소리라는 뜻입니다
패스파인더
22/11/3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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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뭔데.. 하고 안 읽히는거 억지로 읽었다가 2장째부터 술술 넘어가네요
이게 문장력?
22/11/30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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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pc다 아니다를 넘어선 좋은 글이네요. 고맙습니다.
22/11/30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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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핍진성 글이 올라오네 싶어서 흥미롭게 봤는데 단어 하나 때문에 엄청난 키보드 대전이 일어났었고 또 앞으로 일어날 모양이군요
우스타
22/11/3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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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이 원래 상대방을 설득하지 못한다 해도 그를 묻어버릴 만큼 충분히 많은 제삼자를 설득하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글 잘 읽었습니다.
류지나
22/11/30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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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제가 아는 핍진성의 개념과 조금 다른 이야기라서 덧붙여 보자면...

영화 [뮬란]을 예시로 들자면, 사실 이 영화의 문제는 뮬란의 캐릭터성을 파괴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물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 영화의 문제는 '뮬란이 핍진성을 해친다'가 아니라 시나리오가 개연성과 핍진성을 파괴해서죠.
예컨데, 시종일관 적이었던 마녀가 뜬금없이 뮬란 대신 화살 맞고 죽는 건 개연성을 해치는 시나리오죠. 중국 황제가 선두에서 무술 자랑을 하다가 포로로 잡히는 것은 핍진성을 해치는 예구요. 이런 시나리오에서는 뮬란의 캐릭터성을 아무리 지킨다 한들 소용이 없습니다.

저는 아직 나오지 않은 영화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핍진성 파괴를 가지고 까는 건 좀 이르다 생각합니다. 까는건 보고 나서 까도 늦지 않아요.
머랭이
22/11/30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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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말씀하신대로 입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핍진성은 캐릭터적인 핍진성만 논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 부분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요.
다만, 제가 각색을 한다고 했을 때 캐릭터의 동일성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아예 배제하고 리메이크한다면 모를까...), 애니메이션의 음악 등을 차용하는 순간 스토리나 플롯이 크게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말씀하신 뮬란의 경우는 거듭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애니메이션 뮬란의 주인공 뮬란과 동일한 뮬란이다, 라는 것을 느끼게 해줄 요소들이 싸그리 사라졌다는게 큰 문제였다고 생각했습니다. 연결고리가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정도니까요. 본문에서 말한대로, '애니메이션 뮬란의 실사영화'가 아니라 그냥 화목란 설화의 실사영화, 라고 했다면 좀 더 좋은 작품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작품이긴 합니다. 스토리는 제쳐두고 시각적 효과는 충분히 좋은 작품이라서......(...)
류지나
22/11/30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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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의 원작성(저는 핍진성보다는 본문에는 이게 더 맞다고 봅니다)은 중요합니다. 이해하지요. 또 캐릭터의 원작성을 파괴하는 순간 많은 팬들의 반발이 있을 것도 압니다. 사실 저부터가 제가 좋아하는 작품의 주인공이 원작성이 파괴된 채로 리메이크 되면 별로 참지 않을거 같아요.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영원히 원작에 매몰된 채로 똑같은 캐릭터만 낼 거면 리메이크를 할 이유가 없거든요. 영화 인어공주는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리메이크 작품이고, 따라서 감독의 의도하에 캐릭터성을 파괴하는 것 또한 허용 가능 범위 내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비판받을 수 있습니다) 신선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거 자체가 문제는 아니니까요.

그래서 내용을 보고 까자고 하는 것이, 신선한 시도를 했는데 내용조차 재미가 없으면 그 때야말로 까여도 무방한 지점이라고 보거든요.
머랭이
22/11/3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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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부분은 '실사화 영화'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실사화 영화의 큰 특징은 원작이 있다보니 원작의 큰 틀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원작의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외모적 특징와 이미지를 어느 정도 차용해야한다는 점에 있다고 보거든요.

본문에서 말했지만, 전 리메이크 작품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편입니다. 리메이크를 했다면 그에 걸맞은 방향성의 변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보통 방향성의 변환이 이루어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 대해서도, 본문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만약 리메이크가 되었다면 이 모든 논의는 이미가 없다'라고 단언했습니다.
리메이크 된 시점부터는 원작과 다른 캐릭터라고 봐야하니까요.

실제로 실사영화 뮬란 또한 원작과 동일한 캐릭터라고 보긴 어렵잖아요. 말이 실사영화지 다른 영화라고 봐야겠지요. 대부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을 테고요(...)
모나크모나크
22/11/30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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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난 글도 그렇고 고생하시네요. 상처받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페스티
22/11/30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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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계에서 핍진성이란 말이 퍼지기 전에 항상 개연성과 함께 나왔던 단어가 있습니다
"설득력"
설득력만 있으면 된다. 그게 핍진성을 확보한다는 의미와 비슷하지 않나 싶네요.
독자를 설득할 수 있다면 어떤 설정이든 상관없습니다. 논란이 있는 이번 영화도 관객을 설득시킬 뭔가가 있을지 궁금하네요. 저번에 글 쓰신 분은 압도적인 여주인공 배우의 노래실력이 설득력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시는 것 같던데 과연 어떨지...
멍멍이개
22/11/3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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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을 캐스팅 한 이유'를 납득시키는 것과 '흑인 인어공주의 핍진성'을 납득시키는 것은 별개의 일이죠.
망할게 뻔한데 흑인을 캐스팅한 이유가 납득이 안 간다라는 말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래서 흑인 인어공주는 존재할 수 없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라는 것이고요.
아이군
22/11/30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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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저로서는 초중반부는 많이 동의가 됩니다만, 후반부는 동의가 안됩니다.

이번 인어공주의 문제는 그냥 흑인이라서 문제가 아니라 인어공주 내 적으로 외모가 중요한 요소라고 보거든요. 차라리 다른 작품이면 오히려 문제가 적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인어공주는 설정적으로도 (흑인이 거의 없었을)과거 북유럽이 배경이고, 내적으로도 왕자가 바닷가에서 쓰러진 여성을 보고 바로 왕궁에서 귀빈대접을 했을 만큼 외모의 개연성이 중요합니다. 한 눈에 봐도 아름답고 귀족적으로 보여야 말이 된다고 봐요. 실제로도 에리얼은 디즈니 프린세스 사이에서 손에 꼽히는 미녀라는 설정이구요. 다른 디즈니 프린세스에서 미모가 개연성인 경우는 잘 없거든요.


저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인어공주가 흑인인 이유.jpg같은 인터넷 농담이 사실인게 낫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사라진 인어공주를 찾으러 모험을 떠나는 데비 존스 왕자... 같은거요. 아니면 인어공주 배경이 사실은 카리브해다 뭐 이런 글도 있던데 그 쪽도 괜찮구요. 내용을 안 바꾸면 정말 이상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2/11/3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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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다른 글에서도 몇 번 얘기했던 거지만 이런 영화에서는 주인공 외모가 재미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죠. 가령 다크나이트 주인공이 홀란드였으면 어땠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꿀잼 갓작이었을까요? 네 어쩌면요. 하지만 재미를 꽤나 깎아먹긴 했을 겁니다.

인어공주 실사화 스토리가 그런 인종 문제를 다룬다고 해도 못생길 이유는 없고 말이죠. 물론 내면의 아름다움 어쩌고 하면서 진부하고 pc한 주제의식을 더 강화시킬 목적이었을 순 있겠지만요. 근데 어찌됐든 간에 못생긴 외모가 재미를 팍 깎아먹는 요소는 맞아요. 사람들의 불만도 단순히 거기에 있는 거구요. 뭐 이번 실사화가 그걸 다 커버치고도 남을 만큼 꿀잼이면서도 pc적으로도 훌륭할 수도 있겠지만요.
22/11/30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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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마다 작품 내에서 갖춰야 한다고 느끼는 핍진성은 다 다를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인어공주에서 "미모"가 핍진성에 차지하는 몫이 크다고 생각하고요.

백설공주랑 마찬가지인데,
백설공주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뭡니까?

왕비: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거울: 백설공주입니다
왕비: 이 년을 죽여버리겠어!!!

왕비가 백설공주보다 예뻤으면, 왕비는 백설공주를 안 죽이고 싶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백설공주라는 작품에서는 백설공주가 왕비보다 이뻐야만 합니다. 그게 백설공주라는 작품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핍진성입니다.

인어공주는 백설공주만큼은 아닐지라도, 미모가 중요합니다. 목소리를 잃은 인어공주를 보고 왕자가 한눈에 반해야 합니다. 쟤가 뭐하고 굴러먹다 나타난 년인지는 몰라도, 왕자는 한 눈에 인어공주에게 반해야 합니다. 노래를 잘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목소리를 잃었는데 노래를 어떻게 들려줘요...) 얼굴이 이뻐서 왕자가 한눈에 반해야 합니다.

그래서 인어공주에서도 미모는 중요합니다. 그리고 전, 이 부분에서 핍진성이 많이 상했다고 생각해요.
0126양력반대
22/11/3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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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PC영화의 논란은 주인공이 멋지고 이쁘지 않아서죠. 개연성이든 핍진성이든 고차원적인 배경이 있지만 가장 쉬운 문제는 이것. 물론 비백인에 대한 미적 관점이 길들여진 것 아니냐라는 논란이 있겠으나, 그냥 안이뻐서 문제겠죠
오곡물티슈
22/11/3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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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좀 더 폭넓게 잡아서 매력 (외모, 연기력, 카리스마, 배우의 흥행파워)라고 치는 것도 괜찮죠.
토르에서 헤임달을 흑인인 이드리스 엘바가 맡아서 영화 공개전엔 말이 나왔지만 이드리스 엘바 특유의 매력발산 이후엔 말이 들어갔고
쉴드 국장인 퓨리도 사무엘 잭슨의 하드 캐리로 넘어갔습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2/11/3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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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문제는 외모가 그 매력에 있어 정말 대단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라는 것이죠. 물론 외모가 전부는 아니지만요. 가령 김태희는 오랫동안 매력없는 배우라는 소리를 들어왔죠. 그런데 본작 주인공처럼 엄청나게 못생겨버리면 아무리 다른 매력이 출중해도 호감을 못 받는단 거죠. 적어도 인어공주 같은 영화에서는 그렇습니다(온라인상에 떠도는 소문처럼 인종문제를 다룬다고 할지라도)... 할리 베일리만 해도 그렇습니다. 노래 잘한다고 아무리 커버쳐 보려해도 그래서 뭐? 못생겼잖아? 이런 소리밖에 안 나오니까요. 뮤지컬이면 몰라도 뮤지컬 "영화"에서는 외모가 적어도 대중들 사이에서는 우선하는 미적 가치니까요.
22/11/3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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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닉 퓨리 사무엘 잭슨은 헤임달의 이드리스 알바의 케이스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애초에 원작 코믹스의 얼티밋 유니버스에 사무엘 잭슨을 모델로한 (외모는 완전 복붙에 가깝습니다) 닉 퓨리가 있었던게 크죠. 마블 팬들은 얼티밋 유니버스 닉 퓨리와 그에 관련된 뒷 이야기 (닉 퓨리 사무엘 잭슨 닮은 얼굴로 내는 대신 영화에서 닉 퓨리 나오면 사무엘 잭슨 캐스팅) 를 알고 있어서 닉 퓨리 캐스팅은 전혀 말이 없었습니다.
22/11/3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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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은 원작을 아는 수준이지 진정한 의미에서 팬이라 불릴 사람은 막상 찾아보면 얼마 없을 겁니다.
내용 자체를 모르는데 핍진성을 따지는 건 좀 앞서간 면이 있습니다.

그냥 배우 본연의 모습과 지금까지 유출된 작중 모습 모두가 우리가 기대하던 비주얼이 아니니까 실망하고 돌아서는 겁니다.
솔직히 말해서 크루엘라의 엠마스톤처럼 비주얼로 씹어먹는 사람이 주인공이었으면 이럴 일 없습니다.
머랭이
22/11/3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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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서도 말했듯, 사실 이 부분은 외모가 깡패였다면 많은 부분이 흐지부지됐을 것 같긴 합니다(...)
상대적으로 인어공주에 비해 백성공주의 라틴계 배우가 덜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고요.
22/11/30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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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 선택이 아직도 의아합니다.
이전에 다른 분이 써준 글 보면 가창력을 많이 염두해두고 뽑은 것 같은데
아무리 뮤지컬형식의 작품이라고 해도 가창력을 그렇게 중시할 필요가 있었나 싶어요.
겨울왕국만 봐도 작품 내에서와 라이브의 차이만 봐도 보정으로 대부분 가려지는데 굳이 이런 선택을 해야됐나라는 의문이 지워지질 않습니다.
적으신대로 라틴계 배우 써도 문제 없다고 봐요.
22/11/3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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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보틀넥
22/11/30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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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아프락사스님이 말씀하신 것과 똑같이 생각해서 별로 덧붙일 말은 없는데
말씀하신 '인어왕자' 이야기 괜찮은데요? 에리엘이 매력적인 이유는 그 무모한 사랑에 대한 열망에 있지 딱히 그 피부와 성별에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저는 캐릭터의 생김새/성별을 가지고 핍진성이 훼손되었다 / 사회적 관습이 무너졌다는 글쓴분의 의견에 동의하기 힘듭니다.
반대로 원작의 생김새와 설정을 그대로 따라가려다가 무너진 사례는 (하나하나 보지는 않았지만) 일본 실사영화 시리즈에서 많이 나오지 않았나요? 거의 유일하게 성공했다 이야기할 수 있는 은혼의 성공 이유도 그걸 따라해서 성공한 게 아니라, 그 특유의 개그성에 있었던 것 같고요.
머랭이
22/11/3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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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각도 당연히 존중합니다. 저 또한 해당 캐릭터의 외모만 따지는 건 아니니까요. 어떠한 캐릭터의 특징적인 외모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즉각적으로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단이니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니까요.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더 파격적으로 가서, 실사화 그 자체 남성 에리얼을 뽑아와서 멋진 왕자와의 동성애 스토리를 뽑는 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애초에 안데르센 원작 인어공주만 해도 동성애적 은유가 가득하니(일단 안데르센이 양성애자였다는 의견이 주류니까요), 진정한 의미의 원작존중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보틀넥
22/11/3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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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그럼 더욱 이해가 안되는 것이 그 '핍진성'이라는 개념을 사용해서 다툴 이유가 있나요?
결국 사람에 따라 작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관습화된 것이 다르다면 애초에 '이 작품은 핍진성에 어긋났다'라는 말은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냥 '내 취향에 안맞아!' 잖아요. 결국 '내 생각에는 인어공주가 백인인 것이 정말 중요하고, 그렇지 않은 이 작품은 리메이크로서 빵점이야!'라는 건데... 아닌가요?
머랭이
22/11/3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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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따라 작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것이 다르고 관습화된 것이 다를 수 있지만, 해당 캐릭터를 구성하는 외모적 특징에 대해서는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별다른 노력 없이고, 즉각적으로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특징'이기 때문에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이 부분은 소설이든 영화든 핍진성을 확보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봐서 쓴 글이었습니다.

사람에 따라보다는 사회적으로 봤을 때, 인종이 바뀌는 것이 별다른 문제가 안된다면 핍진성에 어긋났다는 말이 성립이 안될 테지만, 화이트워싱, 블랙워싱 등의 ~워싱 논란만 봐도 알 수 있듯 캐릭터의 인종이 바뀌는 것은 사회적으로 관습화되고 상습화된게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핍진성에 어긋난다고 보고 있습니다.
보틀넥
22/11/3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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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소설이든 영화든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외모적 특성이 아니라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캐릭터성을 구축하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은 '똑같은 외양'을 만드는 것이겠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바로 캐릭터가 구현되지 않는 것은 아니잖아요. 인어공주를 규정하는 가장 큰 특징은 외모가 아니라 사랑을 위해 가장 소중한 걸 바치는 행동 양식이라고 생각해서요. 인어공주 영화를 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나 '외모'가 가장 중요한 특징이지 않을까요? 그것을 깨는 것이 핍진성을 해치는 것인가?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작품을 예로 들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맡은 셜록홈즈는 기존의 셜록홈즈 캐릭터와 설정적으로 다른 측면(사용 무술이라던가 등등)이 있었지만 아무도 그걸 핍진성의 문제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설정파괴라고 욕하는 사람은 봤어도 영화의 핍진성이 문제라고 비판하는 모습은 보지 못한 것 같아요.
+ 만약 인어공주가 전혀 예쁘지 않은데, 왕자가 한눈에 반해 인어공주를 데려가는 이야기라면 핍진성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왕자가 자기를 구해준 인어공주의 옆모습을 기억하고 있어서 데려가는 이야기면 핍진성이 문제될 건 없지 않을까요.
머랭이
22/11/3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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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다른 분들도 그렇고 착각하시는 부분이 있는데, 저는 외모가 이쁘다, 아니다에 대해서는 그리 신경 안 씁니다(...)
흑인 인어공주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에리얼'을 규정하는 것은 물론 말씀하신대로 행동과 마음이 있지만, 이건 즉각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외모라는 것은 어떠한 설명도 필요없이, 즉각적으로 '이 캐릭터는 특정 캐릭터구나'라는 걸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게임, 만화 등에서 캐릭터의 외모가 특징을 가지도록 공을 들이는 것이구요. 만약 이 영화가 '인어공주 애니메이션 영화'가 아니라, '원작을 리메이크한 영화'였다면 저 또한 딱히 신경 안 쓰고 '흑인 인어공주가 뭐 어때서?'란 태도를 보여줬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에리얼'이란 캐릭터를 차용하고, 또한 외모를 크게 개변시킨 상황인지라, '이 캐릭터가 왜 에리얼이야?'라는 질문이 나오게 된 시점부터 캐릭터의 동일성은 크게 깨졌다고 생각하며, 이 부분이 핍진성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말씀하신 설정파괴도 핍진성의 문제 중 하나이긴 합니다-_-;;
Davi4ever
22/11/30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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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핍진성이라는 개념보다 훨씬 단순한 구조 속에서 이뤄지는 논쟁 같은데 핍진성을 가져오셔서 고생하시는 것 같은 느낌은 있습니다...
그래도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2/11/3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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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핍진성이라는 게 흔히들 극중 설정 놀음의 정합성 정도로 생각하지만 그 설정 놀음도 실은 상당한 현실감각 위에 바탕하고 있으니까요(개연성의 경우에도 그렇지만). 특히 그 설정 놀음이 인간성이나 인간심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수록 더 그렇습니다. 캐릭터성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죠. 가령 우영우의 캐릭터성 얘기하면서도 몇 번 말했던 거지만 그 캐릭터성의 설득력은 실상 극중 러브라인이 가지는 설득력이랑 하등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 등장인물들이 가지는 현실성이나 그들의 관계성에서 비롯되는 현실성이 핍진성이랑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니까요. 현실이 더 비현실적이라느니 어쩌니 하는 말들만 봐도 그렇죠. 우리 세상에는 픽션에서라면 현실성 떨어져 보일 듯한 온갖 황당한 일들이 난무합니다. 우영우라는 캐릭터나 극중 러브라인만 해도 이 세상 어딘가에서는 가능할 것도 같죠. 이 세상 어딘가에는 그런 사람, 그런 관계성이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얘기가 되기 십상이죠. 원작 캐릭터와 각색 캐릭터의 동일성이랑은 다른 영역이긴 합니다만...

가령 할리 베일리는 인어공주의 세계에서 예쁜 사람, 혹은 못생기지 않은 사람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러 그렇게 장르적으로 부조리하게 설정한 게 아닌 이상 괴상한 이야기가 되고 말죠(사실 그렇게 부조리하게 설정한다는 것 자체가 보수적인 서사의 설득력을 포기하고 일부러 괴상하게 만드는 겁니다만). 물론 실제로 영화가 나와봐야 어떤지 알 수 있겠지만요.
22/11/3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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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까 다 필요업고 이뻐야 합니다 지금 흑어공주가 영 비욘세 정도 미모였으면 그래 시대가 변했으니 인종은 변경될 수 있지 넘어갔을 겁니다
언데듀케이트라고 욕먹어도 우리가 어렸을때 부터 보고 배워온 왕자, 공주는 절세미남, 미녀였는데 이제와서 저런식으로 강요하니 사단나는거죠
22/11/3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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핍진성의 개념을 잘 설명하셨지만, 그게 인어공주 사례에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원작의 가치를 훼손했다, 관객/독자의 기대지평을 벗어났다 정도로 이야기하면 되는 것 아닌가 싶은데요..;
22/11/3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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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자면, 작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캐릭터성에 한정지어 무리하게 핍진성 개념을 끌어오시는 게 아닌가 합니다.
정작 위에서 본인이 정의하신 핍진성의 개념들을 봐도, '서사물'이나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 '작품의 캐릭터'에 한정짓는 개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게다가 캐릭터성이라는 것도 결국 작중 서사의 흐름 속에서 성립되는 것이고요. 이런 상황에서 '핍진성'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는 부정적이네요;
forangel
22/11/30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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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디즈니 애니 전성기의 서막을 장식했고 디즈니 애니가 재미있구나를 알려준 인어공주의 에이리얼이 최애 캐릭이긴 합니다만..
물론 저도 맘에 안드는 여주인공지만 실사화 인어공주의 피부색을 왜 핍진성과 연결 하는지 모르겠네요
핍진성은 결국 작품내에서 완성되는것이고 실사 인어공주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핍진성을 논하실거면 개봉후 보고나서 이야기 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그리고 장황하게 핍진성에 대해 설명하셨지만 머랭이님이 정한 정의일뿐이고 이 정의를 타인에게 강요하면서 인어공주의 피부색은 핍진성이다 라고 주장하시는거 같네요.
핍진성이란 용어에 다른 정의를 내리는 사람들에게 피부색은 핍진성이랑 상관없을수 있는거죠.

저 역시 피부색이랑 핍진성은 상관없다고 봅니다.
음치인 에이리얼이라면 모를까요..
22/11/3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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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동의합니다. 위에 댓글에서 캐릭터에 한정된 핍진성이라고 범위를 스스로 좁혀 놓고 계신데 다른 영역에 있어서 개연성과 일관성은 무시하시는 것 같네요. 결국 모든 영역에 있어서 핍진성을 만족해야 하는 것인지 하나만 어긋나도 문제인 것인지는 사람마다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고요. 관객이 인어공주의 외모를 문제삼아도 결국 내적 스토리는 인어공주의 목소리가 핵심이고 이 부분을 만족한다면 핍진성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머랭이
22/11/3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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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물론 작품 내에서 완성되는 개념이긴 합니다만, '핍진성' 자체는 작품이 아니어도 충분히 언급될 수 있는 개념이긴 합니다. 일단 티저영상까지 나왔으니 대충 추측은 가능하니까요.

결국 애니메이션 에리얼과 실사 영화의 에리얼의 동일성을 통하여 핍진성을 논하고 있는 부분이고, 외모적 특징의 경우는 해당 캐릭터를 구성하는 핵심이기 때문에 계속 문제삼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별다른 설명 없이도 즉각적으로 관객이 '특정 캐릭터이다'라는 걸 인지할 수 있는 개연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본문에서도 작품 자체에 대해서는 '나와봐야 알지 뭐. 설정상으로 충분히 설득할 수도 있음'이란 부분을 계속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을 뿐입니다.
SkyClouD
22/11/30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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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가 적어도 외모적으로는 PC하면 안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게도 원작 자체의 스토리 개연성의 거의 모두가 에리얼의 미모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왕자가 말도 못하는 에리얼에게 눈길이라도 준건 예쁘기 때문이죠. 괜히 마녀가 '넌 예쁘니 괜찮아' 라고 하거나, 공식 설정으로 디즈니 공주 세계관 최고 미녀로 뽑혀있는게 아니거든요.

그럼 '미모'가 스토리의 근본이자 개연성의 근원이 되는 내용을 어떻게 뜯어고쳐야 외모를 배제하고 개연성을 끌어갈 수 있느냐가 문제인데, 디즈니는 아직 그 부분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실사판 인어공주는 아직 개봉을 안해서 평가 대상이 아니라고 해도, 기존 다른 작품들에서도 그걸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어요. 적어도 지금까지는.

PC를 덧씌우려면 말씀하신대로 원작의 개연성을 건드리지 않거나, 다른 방향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PC때문에 아니라 그냥 못만들어서 문제다. 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죠. 근본을 손댔는데 그걸 대체할 무언가가 없으니까요.
머랭이
22/11/3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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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연성의 영역이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관객들이 못 받아들이면 이것 또한 핍진성의 영역이긴 할텐데, 그 이전에 스토리 등으로 충분히 보완이 가능한 부분이라 보았습니다. 아아아아주 많이 힘들겠지만 디즈니 작가들이 바보도 아니고, 이렇게 파격적인 재해석을 내놨는데 이걸 보완할 방법은 충분히 제시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안 하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고요...ㅠ_ㅠ)

그렇기 때문에 본문 글도 캐릭터적 외모 특성과 동일성에 집중했습니다. 외모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관객들이 외모만 봐도 명확하게 누구인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봐서.
아프락사스
22/11/3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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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도 이런 댓글이 있는 데.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줄거리는 왕자가 인어공주의 미모에 첫 눈에 반해서 벙어리를 사랑하게 된게 아닙니다.

바다에서 빠져죽을 뻔한 왕자를 인어공주가 구한 뒤 노래를 부르는 데. 왕자는 그 노랫소리를 잊지 못하고, 노래를 부르던 사람의 모습을 어렴풋하게 기억하다가 다리를 가지고 육지에 올라온 인어를 만나 '비슷하게 생겼는데'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다리도 제대로 못가누는 불쌍한 인간이라서 돌봐주려 하는 것이고요.
SkyClouD
22/11/3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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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술라가 목소리를 빼앗았던 이유가 그거였죠, 그래서 외모적 개연성이 더 중요해진거고.
아프락사스
22/11/3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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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 원작 자체의 스토리 개연성의 거의 모두가 에리얼의 미모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왕자가 말도 못하는 에리얼에게 눈길이라도 준건 예쁘기 때문이죠.] 라고 썼습니다.
왕자가 에리얼에게 눈길이라도 준 건 자신이 들었던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영화 안에서는 그렇게 설명됩니다. 왕자가 에리얼에게 눈길이라도 주기 위해 필요한 건 외모가 아니라 아름다운 노래소리입니다. 그리고 왕자가 길거리의 말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는 여자를 도와주고 싶어할 만큼 착해야 하지요.

그냥 등장인물 대사만 봐도 나오는 데. 에릭이 에리얼을 떠올리며 일어났을 때 '정말 아름다운 인어였어.'이런 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아름다운 노래였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에리얼을 만났을 때 '내가 찾고있는 바로 그 사람'이라며 기뻐하지만 벙어리란 건 알게 되자 실망합니다. 동인인물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에릭이 에리얼을 찾을 때도 계속 하는 말은 '아름다운 목소리'입니다.

에릭이 에리얼의 치장한 모습을 보고 데이트를 신청하는 장면이 있으니 어쨌든 외모가 이뻐야 한다는 건 맞지만, 왕자가 말도 못하는 벙어리에게 눈길을 준건 예뻐서가 아니란겁니다. 그건 영화를 안보고 하는 말입니다.
SkyClouD
22/11/3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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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우르술라가 '제가 말을 못하는데 어떻게 마음을 전하죠?' 라고 물어보는 에리얼에게 '넌 예쁘니까 괜찮아' 라고 하는게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구요. 이 부분은 어린 에리얼의 무대포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씬이기도 하지만, 미모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왕자의 곁에 갈 수 있다는 캐릭터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왕자가 착하니까 받아들여줄거야.'라고 시청자를 설득할 수는 없으니까요.

에리얼이 왕자가 찾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인데 과연 외모가 아닌 목소리만 비중을 차지하신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연히 그럴리 없죠. 디즈니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입니다만... 애니메이션 판에서는 거의 모두라고 한다면 좀 오버가 될 수 있겠지만, 미모 자체가 개연성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왕자의 대사와는 별개로 인간이 된 에리얼에게 목소리는 일종의 맥거핀에 가깝다고 보구요. 결국 진정한 사랑을 찾고나면 아무래도 상관없는 부분이죠. 아니면 반대로 해피엔딩을 위한 필수 아이템이라고도 할 수 있겠고.

작품에서 저런 부분은 왕자의 취향이 아니라 시청자와 독자를 설득하는 장치들입니다. 그리고 그걸 설득하지 못하면 망작이 되는거죠.
아프락사스
22/11/3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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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술라는 에리얼이 실패할꺼라 생각하고 계약으로 꼬드기는 겁니다. 목소리를 못내면 왕자와 이어지지 않을꺼라 확신해서 계약을 하는거니 [넌 예쁘니까 괜찮아] 이 대사가 있었는지 기억은 않나지만 여기서 우르술라의 본심은 "안괜찮아"입니다. 그래서 이 장면에 설득력은 외모와 무관한겁니다.

그리고 제가 첫 댓글부터 지적한건 예뻐서 왕자가 에리얼한테 눈길준게 아니라 눈길은 자기 한테 노래불러준 인어랑 비슷하게 생겨서란 겁니다. 나중에 사랑은 에리얼이 이뻐서 빠졌을 수 있어도.
SkyClouD
22/11/3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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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서 말하는 설득력은 에리얼을 설득하는게 아닙니다. '에리얼이 이만큼 예뻐서 외모만으로도 충분하다' 라고 시청자를 설득하는거지.

말씀하신 부분은 제가 애니메이션을 본지 오래되서 정확하게 기억은 안납니다만, 왕자는 에리얼이 못생겼더라도 실루엣이 비슷해서 데려갈 수 있습니다. 근데 그 이후의 스토리도 그렇게 진행될까요? 기억하고 있는 목소리도 없는데? 그리고 시청자들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3일 만에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스토리에는 그럴만한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겁니다.

지금 말씀하고 싶은게 '왕자가 에리얼을 데려간건 그냥 기억이 가물가물한 인어와 비슷하게 생겨서기 때문에 외모가 예쁜것과는 상관없다' 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뒤의 스토리적인 장치들은 대부분 에리얼의 외모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길거리 벙어리에게 첫눈에 사랑에 빠진게 아니라, 비슷한 외모의 벙어리를 구했는데 - 사실 기억은 잘 안나지만 - 구하고 보니 너무 예뻐서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 아닙니까.
실제상황입니다
22/11/3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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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그 노랫소리의 아련함과 연민은 인어공주의 외모로 완성되는 거죠. 아니 뭐 엄청 예쁘다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요. 할리 베일리만큼 못생겨 버리면 환상은 쉽게 깨집니다. 그걸 깨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상당한 설득력이 필요하죠. 그래서 외모가 곧 개연성이라는 것이구요. 물론 그렇게 못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왕자는 환상을 유지했을 수 있습니다. 혹은 그냥 못생긴 게 취향일 수도 있죠. 요컨대 왕자 본인에게는 아름다워 보였을 수 있죠. 그냥 단순히 그렇게 설정하면 될 일이긴 합니다만 관객들의 마음이 동하지 않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뭐 실제로 동할지 그렇지 않을지는 두고 봐야하는 일이지만요. 어쨌든 외모는 그 캐릭터의 매력이나 극의 재미에 있어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는 맞으니까요.
율리우스 카이사르
22/11/3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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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네이버 지식백과 : 문학작품에서 텍스트에 대해 신뢰할 만하고 개연성이 있는, 즉 그럴듯하고 있음직한 이야기로 독자에게 납득시키는 정도
라고 되어있는데 딱 찝어 이야기하기가 힘들긴하죠..

저는 핍진성이,

개연성이나 사실성과는 별개로, 독자가 '말도 안돼' 라고 하지 않는 거라고 단순이해(그러니까 설정붕괴나 장르붕괴).. 했어서.. 그러니까 예를들어 무협지에서 별다른 설명없이 내공도 없이 장풍을 쏜다거나 소림파에 중이 아니라 도사가 있다거나.., 판타지소설에서 (아무런 설명없이) 드래곤이 인간과 같은 수명이라던가, 오크와 엘프가 서로 엄청 친하다거나.. 혹은 시리즈물이나 장편에서 초반/기존 시리즈에서 쌓은 설정과 성격을 설명없이 변경해버린다거나.. 이런것들..이 핍진성을 헤치는 것.. 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최근 DC에서 저도 좀 황당했던게, 배트맨이 총을 쏜다던지 사람을 죽인다던지 하는것도 그래서 좀 불편했고..

근데 그런 핍진성의 관점에서 금번 인어공주를 판단하기에는 초큼 이른게 아닌가 생각해요. 말씀하시는 접근방식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이해가 갑니다만, 지금 인어공주를 반PC관점에서 비판하는 사람들은, 아직은 핍진성을 판단하기 이전이고, 굳이 특별한 맥락없이 왜 흑인에 외모가 떨어지는 여자를 쓰느냐 라는 거거든요.. (물론 그거를 핍진성에 대한 우려라고 보실수는 있지만,, 제생각에는 핍진성에 대한 우려정도하는 사람은 개봉하고 판단하겠다는 주의이지, 지금 흑인못생긴여자썼다고 비난하지는 않을 것같긴해요.. )

말씀하시는 접근방식에 동의하는 측면은, 아직 개봉안했으니... .인어공주 보고 나면 핍진성에 대한 붕괴까지 더해지면 딱히 반PC진영에 있지 않은 사람까지(혹은 PC에 대한 적극적 지지자층중에 일부마저도) 비난에 동참할거라는거죠. 그 핍진성은 '인어공주'가 왕자가 사랑에 금방 빠질 정도로 매력적이냐 여부에 달렸을거구요.. 피부색이나 외모가 아니라요.... 뭐 왕자에 감정이입해서 영화본사람이 그 인어공주를 사랑하게 되면 핍진성은 갖춰진것이겠죠.. ( 제생각에는요.. )
인간실격
22/11/30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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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나서 평가해야겠지만 그냥 어느 면으로 봐도 인어공주 캐스팅은 문제가 있습니다. 에리얼의 순수성 호기심을 딱 보여줘야 하는 씬에서 본인 가창력 자랑이나 하는 수준의 트레일러 끝부분 보니까 아 이거 나오기도 전에 망했네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니 이럴꺼면 허드슨강 슬럼가 인어촌에서 스타가 탄생하는 흑어공주라도 만들던가 도대체 왜 멀쩡하게 있는 스토리와 타이틀을 차용했을까요? 원작은 가창력으로 밀고 가기엔 메인스토리가 인어공주에 반하는 왕자 이야기인데? 핍진성을 이야기하기도 전에 공감대 형성이 안될 부분이 너무 많아보여요. 무슨 인어공주 곡들이 레게스타일이라 흑인밖에 답이 없었다 이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구요.

차라리 그냥 인어공주가 아시안에 바이섹슈얼 물고기라 우르술라빔 맞고 성전환되서 게이 왕자 꼬시는 PC대환장 스토리였으면 신선하기라도 했을텐데 아시안은 디즈니적 PC성에 안맞으니 절대 안쓰쥬? 이게 역겨운게 아니면 뭐겠습니까.
실제상황입니다
22/11/3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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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뭐 원작은 얼마든지 개변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좀 단순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못생겼다는 게 너무 매력이 떨어지는 요소란 거죠. 물론 그렇듯 매력이 떨어지는 요소를 가지고도 꿀잼을 만들 수도 있겠고 흥행을 시킬 수도 있겠지만요. 예뻤으면 더 꿀잼이긴 할 겁니다. 하긴 뭐 꼭 꿀잼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요. 재미를 좀 포기하고 pc적인 의미를 부각시킬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요.
인간실격
22/11/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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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본인 돈가지고 굳이 개변을 통해 수작을 폭망작으로 만들어놓는거야 제작자 맘이겠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저희야 때릴거 신나게 뚝딱뚜딱 때리면 되는거죠. 못생김도 공감대 형성에 꽤 반하는 요소인데, 피부색깔의 변화도 있으니까 몰입이 더 어렵겠구요...
22/11/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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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주신 시나리오 흥미진진한데요
반항하는인간
22/11/3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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핍진성 얘기는 알겠는데 인어공주 얘기는 좀 뜬금없네요.
마지막에 적어주신 것처럼... 의미가 없는 내용...
머랭이
22/11/3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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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이전에 이걸로 논란이 터졌기 때문에 적은 부분입니다(...)
22/11/3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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핍진성의 용어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개념하고 좀 다르게 설명해주신거 같은데요. 아프락사스님이 말씀하신 쪽이 좀더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거 같은데.

음 그리고 비평과는 별개로 pc니 반pc를 떠나서 인어공주 실사화는 배우의 매력이 느껴지지않아서 기대가 되지않네요.
머랭이
22/11/3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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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문학 비평 쪽의 개념이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애매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제가 가져온 건 우리나라 문학비평용어사전과 소설학 사전이기 때문에(...)

물론 이후 +@적으로 적어놓은 건 제 주관적인 극단적인 개념(관객만 설득하면 된다!)이긴 합니다.
22/11/3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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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건 공들여서 써주신 글에 태클거는거 같아 죄송하지만 굳이 핍진성이라는 개념, 그것도 제대로 합의가 됬다고 보기 애매한 걸 가지고 인어공주 실사화 얘기를 할필요는 없을거같네요.

홍길동이 흑인이 아닌건 누구나 알지만 흑길동이 흥하는 세상아닙니까
머랭이
22/11/3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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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에리얼'이란 명확한 캐릭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어서 그것과는 다르다 생각합니다
본문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전 흑인 인어공주에 대해서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흑인 인어공주가 나와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훌륭한 캐릭터가 된다면 '오 좋아좋아'하면서 받아들일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흑인 '에리얼'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거죠. 기존에 이미 있던 캐릭터의 캐릭터성이 망가졌고, 이를 핍진성의 문제로 보고 있는 거죠.

이 부분은 다른 캐릭터들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마블처럼 작중 내에서 '평행세계다!' 드립을 치면서 핍진성을 확보한다면 모를까, 다짜고짜 핵심설정이 바뀌어버리면 '??? 장난함?' 하겠죠. 예를 들어서 영화 블레이드의 인종이 백인으로 바뀐다거나, 배트맨이 갑작스레 흑인으로 바뀐다거나 하면 '뭔...?' 하면서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22/11/3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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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그런걸 원작의 캐릭터성을 망쳤다고 얘기하지 핍진성 얘기를 꺼내지는 않습니다만...

어떤 의도인지 맥락상 이해가 충분히 되지만 핍진성이라는 단어에대해서 서로 정의가 합의되지 않으니 쓸데없이 글이 길어지는거 아닐까요?

그리고 본문에서도 써주셨다시피 사람들이 용인가능하냐 안하냐 기준으로 핍진성을 따진다면 그게 핍진성의 유뮤를 논하는게 큰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성공적인 영상화의 중 하나인 반지의제왕을 예로 들자면 원작의 프로도는 호빗중에.젤 연장자로 강한 의지력을 가지고 과업을 수행한 현자로 묘사되고 이게 주요 캐릭터성인데 영화판은 징징거리고 유약한 모습을 부각해서 영화만 본사람들은 샘이 다한거 아님? 소리 나오게 만들었죠. 이게 원작팬들의 핍진성을 헤친다 소리해도 우스운 얘기겠지만 아무도 이런걸로 작품성이 어쩌고 얘기하진 않아요.
머랭이
22/11/3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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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안하냐, 하냐를 기준으로 따지는 건 보통 사회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지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개념이라서요. 위에서도 다른 댓글에서 이야기했지만, 인종이 바뀌는 것이 사회적인 관습으로써 납득할 수 있는, 합의가 이루어지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개념이라면, '~워싱'이라고 부르는 논란이 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해당 개념이 문제가 되는 거면 핍진성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용인 가능하냐 마느냐의 개념은 사회적인 합의로 자연스럽게 납득할 정도의 개념이 아니면 애매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시로 드신 반지의 제왕 같은 경우, 비록 프로도의 캐릭터성이 어느 정도 희생되어서 '이 부분의 핍진성은 부족하다'라는 비판은 있었지만, 각색을 하면서 어쩔 수 없던 부분이다, 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다들 '그 긴 이야기를 3부작으로 각색하려면 한계가 있긴 하다'라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흑인 에리얼의 경우 그런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 지는 의문이긴 합니다. 정면돌파하려면 '흑인 에리얼일 수밖에 없다'라는 개념이 나오면서 사회적 합의에 이르러야하는데...... 모르죠, 작품이 나오면 그게 가능할지도.
또한 저는 핍진성을 이야기하지 작품성을 이야기하진 않았습니다.
22/11/3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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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뭐 마새시리즈의 용이 파충류가 아니라 식물이라 사람들의 상식과 벗어나기때문에 핍진성이 떨어질수는 있어도 작품성에 문제는 안되는 것처럼 핍진성과 작품성은 직결되는거는 아닌거로 봐도 되겠네요. 이랗게보면 흑어공주에 대한 반발은 핍진성의 관점보다 원작파괴, 배우 매력의 문제로 보는게 더 직관적인거 같기도 하구오.

결론적으로 사람들이 용인할수 있으면 문제없음으로 들리는데 'xx는 결과로 보여줌' 수준의 결과론밖에 안되는거 아닌가싶은데 그래도 어떤의미로 말씀해주셨는지는 잘알겠습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22/11/3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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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이 흑인으로 바뀌는거는 제관점에서는 핍진성과 큰 상관은 없을 것같아요.. 다만 그 흑인 배트맨이 애초에 부자도 아니고 살인광이면 핍진성이 깨졌다고 생각할 것같구요... 왜냐면 이번 유니버스에서는 흑인이 부자가 될수 있는 세계라고 보면 될것같아서요... 브리저튼에서 흑인영국퀸이 나왔을 때 그러려니(혹은 이것도 PC구먼) 했지, 작품자체가 '말도안돼!'하지는 않았던것처럼요..

이게 제가 멍청한건지 혹은 잘못이해한건지, 혹은 머랭이님과 핍진성에 대해서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느끼는 감정은 그렇습니다.
22/11/3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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핍진성이라는 말이 생각보다 개념이 넓고, 또 제가 보통 생각하던 거랑 뜻이 다르네요

역시 학술용어는 함부로 쓰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코토
22/11/3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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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인어공주1부터 시작해 에리얼이 미인이라는 설정은 제게 아무런 '핍진성'이 없었습니다. 솔직히 그 애니 얼굴 작화가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거든요. 그냥 에리얼은 '설정상 미인'이고 그렇게 약속하고 봐주는 것으로 익스큐즈된 플레이인데 이제 와서 실사화 배우가 미인이 아니라 설득력이 없다는 주장은 그 오래된 유희의 약속을 넘어서는 것 같아 당혹스러워요.
실제상황입니다
22/11/3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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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한데 할리 베일리처럼 그 정도로 못생겨 버리면 또 다른 얘기가 되죠. 그리고 그 설정상 미인이라는 것도 애니메이션이라 가능한 겁니다. 애니메이션은 설정상 미인이라는 게 훨씬 가능한 장르니까요. 훨씬 가상이니까요. 실사화에서는 그런 약속된 플레이가 불가능합니다. 물론 꼭 그렇게 약속할 필요는 없겠지만요. 그 약속 자체는 불가능한 게 맞아요. 그리고 할리 베일리는 미인이 아니라서 설득력이 없는 게 아니라 추녀라서 설득력이 없다는 거죠. 물론 기존의 스토리에 비춰보면 그렇습니다 뜯어고치면 그만이긴 하죠. 다만 어떻게 뜯어고치든 간에 못생겼다는 것은 너무나도 매력이 떨어지는 요소라서요. 물론 실제로는 매력적으로 잘 연출됐을 수도 있습니다. 못생겼다는 게 도리어 영화를 매력적으로 만들 수도 있구요. 단언하기엔 섣부르지만 못생겼다는 게 그만큼 매력없는 건 맞으니까요. 기대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죠. 나와 봐야 알겠습니다만...
자코토
22/11/30 14:43
수정 아이콘
할리 베일리가 정말 그렇게 추녀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까? 너무 단정적이신데... 물론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트레일러에서 일별한 인어의 모습은 짤방으로 박제돼 돌아다니는 사진처럼 못생기진 않았거든요. 오히려 동작이나 얼굴에 생동감이 넘쳐서 저는 상당히 호감이 생겼어요. 김연아 선수도 찍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빙판 위의 더없이 추한 마녀로 만들 수 있죠.
SkyClouD
22/11/3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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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만... 그리고 저도 할리 베일리라는 배우를 싫어하진 않지만 솔직히 인어공주 설정에 어울리는 미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짤방 왜곡의 문제가 아니고, 말씀하신대로 할리 베일리의 외모가 기준선 안쪽에 있다면, 지금처럼 많은 반대가 있진 않을겁니다.
PGR이나 국내 반응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전체를 봐서 말이죠.

과연 전체적인 스토리를 어떻게 뜯어 고쳤는가? 가 개연성의 중요점이 되겠지만, 그럴거면 애초에 리메이크 소리를 하면 안되겠죠. 그냥 '원작 : 인어공주(안데르센)' 하는게 나았을텐데, 원작 노래를 가져와서 어떻게든 전작의 영광에 묻어가려고 했으면 이 정도 구설수에 오르는건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코토
22/11/3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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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솔직히 이게 어떤 작품성이나 캐릭터 개연성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뭐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구태의연한 스토리일 확률이 꽤 높은 영화를 내가 비싼 돈 내고 봐주러 가는데 배우라도 미남 미녀여야 볼 맛이 나냐 안나냐! 하는 불만은 매우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하구요. 배우의 아름다움이 갖는 파워를 만끽하고 싶은 것이야말로 오래된 영화관객의 희망이고...

이런 점에서 디즈니가 주류 관객들에 대한 서비스정신이 부족하다고 비난할 수는 있지만 에리얼이 미녀여야만 작품에 개연성이 생긴다든가 하는 주장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에리얼이 미녀가 아니었으면 왕자가 사랑에 빠졌겠는가? 하는 의문이 대표적인 것 같은데 그런 중세풍 왕자들은 인스타와 유튜브 sns와 온갖 매체들을 활용해 아이돌 1티어군과 2티어를 나누고 점수매기고 토론하는 데 익숙한 오늘날의 우리들과 완전히 다른 삶과 다른 눈을 가진 존재였을 겁니다. 인구 몇백의 작은 나라였으면 어촌마을 이장네 자제분 정도의 경험과 안목을 가졌을 그야말로 무늬만 왕자,일 수도 있고 미녀라고 접한 여성들은 다 이웃집 누나 정도일 수도... 할리 베일리가 평생 본 가장 예쁜 여자인 미디어에 약한 시골 찐따로 캐릭터를 잡을 수도 있거든요. 에리얼이 1티어급 미녀가 아니었으면 왕자가 사랑에 빠지지 않았을 거라는 설이 오히려 작품 내적으로 개연성이 약한 추측이라 봅니다.
SkyClouD
22/11/3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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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분은 왕자를 설득하는게 아니라 시청자를 설득하는거죠. '자 봐라, 이렇게 미인이니까 사랑에 빠지는거다' 라고.

작품의 설득력은 작품 내적으로만 형성되는게 아닙니다. 개연성의 판단기준은 독자를 어떻게 설득해내는가에 크게 달렸지, 그 세계관이 얼마나 촘촘한가와는 보통 별 상관이 없더라구요. 말씀하시는 부분이 어떤건지는 이해합니다만, 그런 설정이 필요할 정도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 저런 이슈몰이를 할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작품이 나오지 않았으니까 아직 구설수만 분분할 수 밖에 없구요.

여담이지만 인어공주 원작은 중세가 아닌 근대(...)이야기고, 당시 소국의 왕자라도 미인들은 다 보고 살았을겁니다. 크흠.
실제상황입니다
22/12/01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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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여만 개연성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문제는 (세간의 평가대로라면) 추녀라는 것이죠. 차라리 인어공주가 아니라 평범한 러브스토리였으면 추녀라는 게 크게 문제가 없었을 수 있습니다. 추녀미남이나 추남미녀 로맨스는 더러 있었으니까요. 다만 이런 영화에서는 추녀에 대한 비선호가 워낙 크니까요. 그만큼 더 설득력을 요구하게 되는 감이 있죠. 그에 대한 관객의 기대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2/11/3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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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의 평가대로 그만큼 추녀라면 그렇다는 겁니다. 물론 말씀하신 것처럼 사람들의 평가가 왜곡됐을 수도 있습니다.
머랭이
22/11/3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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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미인이냐 아니냐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캐릭터성의 핵심 중 하나인 피부색을 말하고 있는 거라......
자코토
22/11/3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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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저는 피부색이 창작물에서 인어공주 캐릭터성의 핵심이라거나 핍진성의 요소라고 생각하지 않고 대중문화 컨텐츠에서도 그런 인식과는 확실히 반대 방향으로 가는 추세입니다만 일단은 많은 부분 작품 자체를 감상한 뒤에야 이야기할 수 있는 영역 같습니다.
robotwhite
22/11/3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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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인어공주 영화와는 별개로, 이 글에서는 설명하는 핍진성이나 자연화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자연화(naturalization)는 조나단 컬러가 제시한 개념인데, 텍스트에서 말이 안되는 부분을 말이 되도록 독자가 나름대로 이해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NATURALISATION
Naturalisation, a concept introduced within poetics by Jonathan Culler (1975: 134–60), denotes the process of recuperating local textual inconsistencies by integrating them within a more general overarching sense-pattern. As Culler argues, in the urge to find texts uniformly meaningful, readers actively attempt to revise literal evidence in favour of larger interpretative moves aimed at ‘motivating’ discrepancies in convincing fashion. Culler here relies on the *Russian Formalist notion of motivation and Roland Barthes's concept of the vraisemblable (see FORMALISM; VERISIMILITUDE )

출처: Routledge Encyclopedia of Narrative Theory

그러니까 사람 모양의 물고기가 노래도 부르고 인간으로 변신도 하고 이런 것이 말이 안되는 이야기인데, 이것을 말이 되는 방식으로 독자가 능동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이 자연화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거쳐서 이야기가 그럴듯하게=핍진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죠.

따라서 인어공주 캐릭터의 인종이나 외모가 원작가 다르다는 것은 핍진성이나 자연화와는 별로 관련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인어공주의 외모가 예쁘지 않거나, 배경이 북유럽인데 흑인이 나오는 것은 말이 안되지만 그 자체로는 핍진성이 결핍된 것이 아닙니다. 애초에 물고기가 노래를 부르는 것부터가 말이 안되요. 그런 "말이 안되는 것"을 "말이 되게" 해석하는 과정이 자연화입니다.
머랭이
22/11/3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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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잘못 읽은 줄 알고 다시 찾아봤는데, 일단 소설학 사전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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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화의 개념은 서사물의 생산이나 수용이 이루어지는 관습적 토대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으로서, 서사적 관습을 자연화한다는 것은 곧 그것이 지닌 관습적 성격 자체가 의식되지 않은 채로 서사물의 생산자나 수용자의 의식 속에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어떤 서사물을 인위적으로 가능한 것, 혹은 있을 법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특정한 문화적 관습을 자연화함으로써 가능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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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지칭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서사적 관습'은 문학 비평에서 '서사 관습'이라고도 지칭하는데, 보통 이는 서사구조 등이 담는 사회문화적 함의를 지칭합니다. 즉, 말씀하신 자연화는 여기에서 말하는 '특정한 문화적 관습을 자연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안이라 범주를 좀 더 넓혀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계속 읽고 다시 보다보니 자연화의 개념은 제가 오용한 것 같기도 하고...... 관습적 성격 자체가 서사물의 생산자나 수용자의 의식 속에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 저는 '예수의 얼굴'이나 '인어공주의 외모' 등으로, 자연스럽게 우리가 떠올리게 되는 개념으로 생각하고 배웠습니다. 말씀하신 '능동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 또한 마찬가지라고 보고 있었고요. 당시 수업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히 짚고 넘어가질 않아서 제가 오용하고 있었을 수 있습니다.

일단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 번 국문과 졸업생 지인에게 물어보겠습니다. 아니면 철학과 전공같은 분이 계시다면 명확히 설명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긴 한데...... 그렇다면 덧글에서 제가 자연화에 대해서 오용을 한게 되니까요.

다만, 본문의 핍진성의 개념이나 자연화 등에 대해서는 학술서적에서 명확히 나온 사안이라서 틀렸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robotwhite
22/11/3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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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용하신 "소설학 사전"에 나오는 이야기도 제가 인용한 루트리지 사전에 나오는 것과 똑같은 이야기입니다. 인용하신 부분은 아래로 가면 비슷한 내용이 나올 겁니다.

소설학 사전은 제가 지금 책이 없어서 정확하지는 않은데, 아마 인용되 부분 좀 아래로 가면 핍진성도 단계가 있어서 아주 낮은 단계는 그냥 현실이나 상투적인 문화적 관습에 의지하지만, 높은 단계로 가면 그런 관습 자체를 패러디하고 재해석하는 것까지 있다고 설명이 나올 겁니다.
머랭이
22/11/3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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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네 맞습니다, 그런 설명이 나오고 있고, 해당 부분에 대해서도 읽었고 또한 컬러의 구조주의 시학에서 인용한, 관습적 요소들의 단계를 분류한 내용도 쭉 나옵니다만, 말씀하신대로 '말이 안되는 것을 말이 되게 해석하는 과정'으로 한정되어 있지는 않아서요.

'관습적 요소들'이라 지칭하고 있으며, '허구를 믿을만한 것으로 만드는 기본적인 물리적 조건으로서, 삶으로부터 직접 취해진 것'은 자연화할 필요가 없다, 라고 하는 걸 보면(여기서 삶으로부터 직접 취해진 것의 예시는 '인간이 정신과 육체를 가지고, 생각하고 상상하고 기억하고 고통을 느낀다는 것' 등을 지칭하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면 다른 사안들은 핍진성 내에서 '자연화가 된, 문화적 관습이나 지식'으로 봐야하지 않나 싶어서요.

만약 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거라면, 어떤 맥락에서의 핍진성을 말씀하시고 계신지가 궁금합니다. 핍진성의 정의는 찾아봐도 해당 사전들 아니면 제대로 나오질 않아서요. 본문에서 언급한 논문은 소쉬르의 언어학을 중점으로 둔 핍진성을 언급해서.

이 부분은 제가 철학과나 국문학과가 아니어서 본문에서 말했다시피 찍먹으로 넘어간 사안이라...아무래도 국문학과 친구에게 물어봐야할 것 같긴 한데--;
robotwhite
22/11/3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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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똑같은 이야기입니다.

루트리지 사전을 다시 보시면 자연화는 "텍스트의 부분적인 불일치를 고치는(recuperating local textual inconsistencies)", "독자의 능동적 시도(readers actively attempt)"입니다.

'삶으로부터 직접 취해진 것'은 불일치가 없고 그냥 딱봐도 말이 되는 거니까, 독자가 능동적으로 자연화라는 과정이 필요가 없는 것이죠.
머랭이
22/11/3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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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일단 자연화와 핍진성이 지금 같이 언급되고 있는데, 자연화의 개념이 만약 '텍스트의 부분적인 불일치를 고치는 독자의 능동적 시도'로 한정된다면 제가 오용을 한게 맞는 것 같네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확인해보겠습니다. 국문과 동생놈도 이런 단어적 개념에 대해서는 배우지 않았다고 하니 아마도 철학적 개념에서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일단 자연화에 대해서 제가 잘못 기억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오용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드리겠습니다.]

일단 이것을 제대로 배운 것만 해도 이 글을 쓴 의미가 있어지네요(...)
그렇다면 이제 핍진성에 대한 정리가 남았는데, 핍진성에 대한 부분은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네 개의 분류를 제시합니다. 아마도 님이 인용하신 자료에서도 나오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구조주의 시학》에서 컬러는 핍진성을 이루는 관습적 요소들의 단계를 다음과 같이 분류해놓고 있다.
그 첫째는 허구를 믿을 만한 것으로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물리적 조건으로서, ‘현실적인 것’ 그 자체, 즉 삶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취해진 것이다. 이를테면 인간이 정신과 육체를 가지고 있으며, 생각하고 상상하고 기억하고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은 너무나 자명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따로이 자연화할 필요가 없다.

두 번째 범주는 문화적 핍진성으로서, 컬러는 그것을 ‘상투화된 문화적 관습이나 지식들…… 첫 번째 유형과 같이 특권적인 지위를 누리지는 못하지만 문화적 관습에 의해 보편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영역’으로 정의한다. 문화적 핍진성은 한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관습, 혹은 인과적인 필연성을 갖춘 행위나 지식을 이루는 것으로서, 작가는 그에 대해 다만 한두 마디 언급하는 것으로도 독자에게 작품의 사실적인 실감을 전달해주는 핍진성의 효과에 이를 수 있다.

세 번째 범주는 문학적 관습들과 관련된 것이다. 이를테면 사실주의적 서사물의 경우 그것이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독자에게 사실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독자가 그러한 서사 유형에 관습적으로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비록 작가가 작품 속에서 이야기가 허구라는 것을 밝힌다고 해도 그 때문에 작품의 핍진성이 손상받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문학의 핍진성은 그 이야기가 허구인가 아닌가라는 명시적인 확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이야기를 자연화해서 우리에게 믿을 만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관습화된 문화적 장치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 단계는 작가가 어떤 서사물에서 사용되는 장치들의 인위성을 드러냄으로써 관습으로부터의 이탈을 통해 진정성에 이르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자연화의 전형적인 과정은 서사물의 규범적인 장치들을 거스르는 형태로 이루어지거나(여러분은 다음에 X라는 사건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그러한 일은 단지 책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다라는 식의), 혹은 인물 묘사 등을 통해서 어떤 사건을 의심스러운 것으로 보이게 하는 방식으로 행해진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생겨나는 효과는 문학적 관습들에 대한 패러디이다. 작가는 기존의 문학적 관습들을 폭로함으로써 개인 혹은 집단의 행위를 지배하는 관습화된 규약이나 믿음들을 의심스럽게 보이게 한다. 그러나 핍진성의 관습적 토대를 풍자하거나 무너뜨리려는 이러한 문학적 행위 역시 또 다른 관습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서사적 행위는 어떤 삶이나 문학이 의미 있는 것은, 다만 그것이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동안일 뿐이라는 매우 중요한 사실을 환기시켜준다. 따라서 삶과 문학에 있어서의 선택의 영역은 관습과 관습 밖의 진실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습과 관습 사이에 있는 것이다.


아마 말씀하신 내용일 텐데, 해당 내용들을 통틀어보아도 '상투화된 문화적 관습이나 지식들,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지식' 이나 '관습적 토대' 등이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의 수정'일 수는 없습니다(말씀하신 걸 보고 찾아보니, 아무래도 말씀하신 사안은 아무래도 자연화의 개념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자연화랑 동시에 언급하시다보니 꼬이신 것 같습니다.
robotwhite
22/11/3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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핍진성은 번역이 어렵게 되어 있어서 그렇지 직역하면 "그럴듯함"입니다. 근데 보통 허구적 이야기는 텍스트 자체만 놓고보면 말이 안되거든요. 그러면 그것을 그럴듯하게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 과정이 자연화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연화를 할 때 그냥 막무가내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루트리지 사전에서 말하는 "더 일반적이고 모든 것을 뒤덮는 의미 패턴을 가지고(within a more general overarching sense-pattern)"하는 것이죠. 인용하신 글의 첫 머리를 잘 보시면 "핍진성에 대한 ... 네 개의 분류"가 아니고 "핍진성을 이루는 관습적 요소들의 단계"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루트리지 사전의 "의미 패턴" = 소설학 사전의 "관습적 요소"입니다.

소설학 사전이 서술이 좀 애매하게 되어 있긴 한데요, 세번째 범주 설명에 있는 마지막 문장을 잘 보시면 제가 설명드린 것과 똑같은 얘기가 나옵니다.

문학의 핍진성은 .. 그 이야기를 자연화해서 우리에게 믿을 만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 관습화된 문화적 장치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

즉,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이야기는 어떻게 그럴듯하게 받아들여지는가? 자연화를 해서.
자연화는 무얼 가지고 하는가? 관습화된 문화적 장치를 가지고.
머랭이
22/11/3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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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핍진성은 사실주의든 뭐든 다 적용이 되다보니, 허구적 이야기가 텍스트 자체만 놓고 보면 말이 안된다는 부분은 이해가 어려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아, 아래 네 개의 분류라고 하는 건 그냥 쓰다보니 그렇게 나온 것입니다(...) 결국 말씀하신 그 관습적 요소라는 건, 우리가 이미 자연스럽게 사회적으로 체화한 문학적, 사상적, 개념적인 요소들이라고 보면 되는 것 아닌지요.

인용된 자료에서 나와있듯, 한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문화적 관습, 인과적인 행위나 필연성 등, 문학적 관습들이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당 요소들은 현실과 굉장히 가깝기 때문에 작가가 별다른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가볍게 언급을 해주는 것 만으로도 독자가 '그럴듯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니까요.

또한 세번째 문단에서도 '이를테면 사실주의적 서사물의 경우 그것이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독자에게 사실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독자가 그러한 서사 유형에 관습적으로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의 내용이 나와있는데, 서사 유형이란 것은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을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하지만 사실주의는 현실의 것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예술 사조니까요.

모든 소설은 당연히 허구이지만,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확인이 필요한게 아니다라는 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라고 자연스럽게 독자들이 수용한다는 것 아닌가요. 텍스트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건 묘사의 영역을 말하는 건가요?
그런데 핍진성은 서사물에 적용이 되는 사안이라서 텍스트만 따지는 것은 아니긴 한데......



일단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공부를 해보겠습니다. 말씀을 들어도 뭔가 납득이 안 가서, 아무래도 해당 이론 자체를 직접적으로 공부해봐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쓰다보니 오히려 이해가 안 가는 느낌인지라 ㅠ_ㅠ 역시 제 공부가 얕다는 근거겠지요.

좋은 지적 정말 감사드립니다. 좀 더 정진하겠습니다.
보틀넥
22/11/3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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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 자체만 놓고 보면 말이 되지 않는다'의 의미는 의미 그대로 '물고기가 사람말을 한다'를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당연하지만 물고기는 사람 말을 못하죠.. 하지만 우리에게 관습화된 문화적 장치인 의인화를 통해서는 충분히 납득하고 넘어갈 수 있고, 이에 대해 딴지를 걸지는 않죠. 그런 맥락에서 핍진성에서의 '관습'과 '자연화' 아닐까요?

라고 일반인이 의견 얹어봅니다... 구조주의에서의 핍진성 정의도 이번에 처음 봤고 원글 읽을 때도 '관습'을 그렇게 이해했는데, 갑자기 그 관습에 인어공주가 백인이다 가 포함되어서 의아하게 생각했었습니다.
머랭이
22/11/30 14:53
수정 아이콘
국문과 졸업생 동생한테 연락이 왔는데, '저희는 문학에서의 구조주의만 배워서 이건 금시초문인데요?;;' 라고 하네요

철학과......철학과가 필요하다......!
실제상황입니다
22/11/3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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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외모는 그와 관련된 중요한 요소는 맞습니다. 인간의 심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죠. 단순한 설정 놀음이랑은 궤가 다릅니다. 인간성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상당한 현실감각을 바탕으로 해서 성립하니까요. 왕자와의 인간적인 관계성에서 그만큼 더 많은 설득력이 필요하게 됩니다.
robotwhite
22/11/3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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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가 중요하죠. 그런데 예를 들어 인어공주가 못생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자가 사랑에 빠지는 것을 관객에게 납득시키는 것이 영화의 "핍진성"이에요.

그러니까 외모가 안 중요하다는 게 아니고, 말씀하신 "더 많은 설득력"을 가져오는 데 성공하느냐 마느냐가 영화의 핍진성을 결정짓는다는 것이죠.
실제상황입니다
22/11/3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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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네 그건 맞는데 그만큼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중요한 요소는 맞다는 거구요. 그리고 저는 좀 단순하게 생각하는데, 사실 핍진성을 떠나서 못생겼다는 것 자체가 매력이 없는 게 문제죠.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정말 엄청나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니까요. 예쁘다는 것만으로 더 재밌어지고 못생겼다는 것만으로 더 재미없어 집니다. 주연 배우가 못생겨도 꿀잼일 수 있고 예뻐도 노잼일 수는 있는데 적어도 인어공주와 같은 영화에서는 주연 배우의 외모만으로 재미가 가감이 됩니다. 물론 위에서도 여러번 말했습니다만 못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으로 연출이 잘됐을 수 있고 못생겼다는 게 영화를 도리어 매력적으로 만들 순 있지만요. 그러기가 어렵긴 하죠, 핍진성에 있어 더 많은 설득력이 필요한 것처럼요. 그래서 기대감이 떨어진다는 것이구요.
멍멍이개
22/11/3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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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지금 하는 얘기는 재밌는지 아닌지의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인어공주의 외모를 작품 속 캐릭터들이 보는 기준과 관객들이 보는 기준이 같아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이고, 그러니 그게 핍진성과 연결되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내가 보기엔 별론데 다들 예쁘다고 하면 그건 미인인 것이죠. 인어공주라는 캐릭터는 상반신 인간 하반신 생선이고 노래 잘하는 암컷이면, 그 외에는 스토리 진행에 어떤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캘리포니아 영어를 쓰는 금발거유여도 상관없고, 비건이라 미역과 다시마만 먹는다던가 해도 하든 상관이 없죠. 흑인인게 문제인건지, 못생긴게 문제인건지, 흑인인데 못생기기까지 한 게 문제인건지, 이런 요소들은 거부감이 들 수 있고 흥행을 망칠 수 있겠지만 이것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 된다면 PC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고요. 그러나 핍진성을 가지고 올 문제는 전혀 아니죠.
실제상황입니다
22/11/3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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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https://pgr21.net../freedom/97275#4650052
위 댓글에서도 썼던 것처럼 그건 상당한 관련성이 있습니다. 단순히 왕자가 보기에 아름다웠더라로 설정 놀음 해서 끝날 일이 아닙니다. 그걸 관객의 마음에 들게 만들어야죠. 그래서 더 많은 설득력이 필요하다는 것이구요. 핍진성은 단순한 설정 놀음의 정합성이 아니거든요.

사실은요. [인어공주라는 캐릭터는 상반신 인간 하반신 생선이고 노래 잘하는 암컷이면, 그 외에는 스토리 진행에 어떤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정도가 아니라요. 상반신이 생선, 하반신이 켄타로우스이며 수컷에서 암컷으로 성전환 한 존재이고(그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암컷이 맞습니다) 노래도 더럽게 못한다 하더라도 스토리 진행에는 어떤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그냥 왕자는 그런 애가 취향이래요.

이게 설정 놀음의 정합성입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죠. 이걸 관객에게 설득시키려면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니까요. 그럼 못생긴 인어공주는 어떨까요? 물론 상반신이 생선인 켄타로우스만큼은 아니겠지만 상당한 수고가 필요할 겁니다. 왜냐하면 못생겼다는 것은 그런 거니까요. 적어도 인어공주와 같은 영화에서는 그렇습니다.

못생겼다는 것은 그 캐릭터로부터 느껴지는 현실적 매력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인간심리 및 인간관계의 최중요 요소니까요. 그게 사랑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더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왕자는 그냥 못생긴 게 취향일 수 있지만요.
멍멍이개
22/11/3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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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는 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물고기인 존재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사람을 홀린다는 설화에서 차용한게 아닌가요?
인어라는 존재 자체가 위가 사람, 아래가 물고기라는 설정인데, 설정 놀음의 정합성이 애초에 깨지셨는데요? 그 세계에서는 사람이 물고기고 물고기가 소라는 설정인가요? 그게 인어공주의 세계관이라고 주장한다고요???? 최소한 상반신은 왕자와 같은 종족이어야 익스큐즈가 될텐데 그럼 왕자는 전신 물고기인가요??? 정말 그렇게 스토리를 짜도 원작대로 진행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못생긴 흑인'을 쓰겠다면 그냥 생선대가리를 써도 다를 거 없다는 주장을 하시면 이건 그냥 빼박 인종차별주의자 노선이신데..
실제상황입니다
22/11/3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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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그것도 그냥 비틀어버리면 되는 거죠. 아름다운 외모를 비틀었듯이 말입니다. 왜 외모는 바꿔도 되는데 그건 바꾸면 안 된다는 것입니까? 네 물론 외모를 비틀었을 때 메워야 하는 설득력이 엄청나게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럼 외모는요? 앞서 말했듯 생선 켄타로우스만큼은 절대 아니겠지만 상당한 설득력이 추가로 필요하게 됩니다. 이건 단순한 설정 놀음이 아닙니다. 인간의 심리와 그로부터 촉발되는 관계성의 문제에서는 현실감각 위에 성립합니다. 그게 사랑 같은 감정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왕자는 그냥 못생긴 게 취향일 수 있겠지만요. 그냥 그런 애가 취향이라고 설정하면 설정 놀음은 깨지지 않습니다. 그런 애가 취향이라는 설정과 모순되는 스토리를 전개하면 그때 깨지죠. 그 설정만으로 깨진다고 생각하는 멍멍이개님의 바로 그 현실감각이 바로 설정놀음의 정합성이 다가 아니라는 반증이구요. 할리 베일리의 인어공주도 그렇습니다만, 원작대로 진행이 안 된다는 가정 하에 하는 말이니까요.

물론 이건 수용자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논리적으로는 설정 놀음의 정합성이 다가 맞습니다.
생선 캔타로우스까지 다 포함해서 말입죠. 그렇게 설정한 것과 모순되지 않은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멍멍이개
22/11/3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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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아니, 일단 원작의 스토리적으로 진행이 안되지 않습니까? 발성기관이라는게 없는 물고기가 어떻게 사람에게 아름답게 들리는 노래를 부릅니까? 왕자 취향이 독특하다는 설정으로 반하게 만들 수야 있겠지만, '상반신 사람 하반신 물고기에 아름다운 목소리' 라는 인어공주의 모든 전제 자체가 깨졌는데 어떻게 그게 인어공주일 수 있나요? 할리 베일리는 일단 사람인데요? 게다가 왕자는 사람의 목소리에 반한게 아닌가요? 아무리 취향이 독특해도 물고기 부레 떠는 소리에 반하게 하신다고요??
실제상황입니다
22/11/3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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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멍멍이개 님// 그건 생선에게는 발성기관이 없는 게 당연하다고 하는 멍멍이개님의 현실감각에 불과합니다. 발성기관이 있어야지만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하는 멍멍이개님의 현실감각에 불과하구요. 판타지적으로 발성기관이 있다고 치면 그냥 그런 겁니다. 발성기관이 없어도 노래 부를 수 있다고 치면 그냥 그런 거구요. 설정 놀음의 정합성이란 게 그냥 그런 거예요. 현실적으로 보면 하반신이 생선이고 상반신이 인간이라는 것부터가 애초에 말이 안 됩니다. 그건 그냥 그러려니 넘어갔으면서 고작 발성기관 가지고 걸고 넘어지는 멍멍이개님의 그 인식이야말로 설정 놀음의 정합성이 다가 아니라는 반증이구요. 아니 인어공주 애니메이션만 하더라도 물고기들이 말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하지 않습니까 크크
멍멍이개
22/11/3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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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입니다 님// 전 '사람의 목소리에 반했는데 보니까 물고기더라'하는 게 인어공주의 비극적인 요소고 스토리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럼 님께서 비트신 그 작품의 어떤 부분이 작품을 '인어공주'라고 인식하게 만들까요? 말씀하신 내용은 인어공주의 내용을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아서... 설정의 정합성이 전혀 드러맞는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2/11/3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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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이개 님// 설정의 정합성이란 기존 작품과의 연속성이랑 별로 상관없는 문제입니다. 그게 뭐가 인어공주냐!? 라는 것과는 크게 상관없는 문제란 거죠. 뭐 그와는 별개로 생선 캔타로우스로도 '사람의 목소리에 반했는데 보니까 물고기더라' 가능합니다. 설마 아직도 발성기관이 없는 물고기가 어떻게 사람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거냐! 하시진 않겠죠? 그럼 이제 남는 문제는 이거죠.

'생선 캔타로우스한테 어떻게 반한다는 거임?'
멍멍이개
22/11/3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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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실제상황입니다 님// 저는 그 작품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고, 그 작품은 인어 공주가 아니라는 점을 계속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어가 아닌데 인어라고 굳이 부르기에는 핍진성이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이거야말로요.
실제상황입니다
22/11/3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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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이개 님// 그 작품이 인어공주냐 아니냐랑 핍진성이랑은 다른 영역이란 겁니다. 핍진성이랑 수용의 영역은 또 다르다는 것이구요.
멍멍이개
22/11/3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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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입니다 님// ...? 인어공주에 대해 얘기하는게 아니고 소물고기공주에 대해 얘기하고 계셨나요? 저는 '인어공주'의 등장인물 '인어'가 흑인이어도 문제 없다는 얘기를 하는 도중이었는데, 그래서 '인어공주'의 '인어'가 소물고기트랜스젠더여도 상관없다는 입장이신줄 알았네요. '소물고기트랜스젠더공주'의 핍진성 확보는 그 작품에서 알아서 할 일이고요. 이번 인어공주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는데...
실제상황입니다
22/11/3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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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이개 님// 그리고 그거야 캔타로우스 다리를 인간 다리로 바꾸면 되죠. 그럼 인어 됩니다. 생선 캔타로우스냐 그냥 생선 대가리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게 수용되려면 더 많은 설득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2/11/3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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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이개 님// 인어공주 얘기가 아니라 어떤 작품의 핍진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건 그 작품이 인어공주냐 아니냐 하는 거랑 크게 상관없습니다.
멍멍이개
22/11/3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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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입니다 님// 본문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인어공주라는 작품 내의 흑인 인어 공주의 핍진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주제가 다르니 더이상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2/11/3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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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이개 님// 그래서 하는 말이죠. 생선 캔타로우스가 인어공주 타이틀 들고 나와도 핍진성이랑은 크게 상관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생선 머리에 인간 다리 붙여놔도 인어입니다.
멍멍이개
22/11/3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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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실제상황입니다 님// 아, 이제 알겠습니다. 흑인 인어공주 만으로는 핍진성의 문제가 없다는 뜻이군요? 즉 본문이 틀렸다는 주장이시죠?
실제상황입니다
22/11/3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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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이개 님// 네 그리고 내적으로 정합하다 하더라도 수용의 문제랑은 또 다르다는 것이구요. 그래서 못생긴 것은 문제가 맞습니다. 생선 머리에 인간 다리여도 인어입니다만 수용 가능성에서 차이가 납니다. 요컨대 더 많은 설득력이 필요하게 됩니다. 못생긴 것도 물론 생선 머리 정도는 아니지만 더 많은 설득력이 필요하게 되구요. 이걸 핍진성으로 볼 수는 있습니다.
멍멍이개
22/11/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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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실제상황입니다 님// 핍진성으로 볼 수 없습니다. 거의 '정서적 허용' 또는 '선호도'라는 말을 수용 가능성이라는 단어로 사용하시는 모양인데 핍진성과는 관련없습니다. 생선대가리 세상이 잘 팔릴 지는 모르겠지만 생선대가리 사회에서 생선대가리가 살아가는 것은 핍진성의 문제가 전혀 없어보입니다. 솔직히 점점 본문의 내용과 멀어지는 주제가 되어가는 중이고, 흥행을 하는지 사람들이 선호를 하는지 정서적으로 납득하는지를 얘기하는 글이 아닌데 왜 자꾸 동떨어진 내용을 다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못생기면 사람들이 안 받아들이고, 또 안팔리겠죠. 그래서요? 말씀하신대로 그건 핍진성과 관련이 없습니다.(마지막에 갑자기 그러면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싫어하니까 백인이어야 할 당위성이 생기고 그걸 핍진성으로 볼 수 있다고 이상한 얘기를 하시지만) 근데 작품 내적으로 인어공주가 흑인이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외모의 호오 얘기를 최대한 안하려는게 본문이고 그래서 핍진성을 무리하게 갖다 쓰다가 이렇게 반론하는 사람들이 나타난건데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인어 공주'에서 할리의 외모는 설정구멍으로 보기 힘듭니다.(왜냐면 백인이어야 하는 당위성이 없기 때문) 그러나 생선대가리는 설정구멍이 됩니다.(인어는 위가 사람이고 아래가 물고기라는 설정에 위배되므로) 게다가 예뻐야 수용 가능성이 어쩌고저쩌고는 진짜 본문과는 1도 관련없는 얘기입니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2/11/3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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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멍멍이개 님// 그렇지 않습니다. 외모적 요소는 인간심리 및 관계성과 긴밀한 연결성을 가집니다. 사랑과 같은 감정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예쁘면 설득력이 있고 못생기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다시 말해 더 많은 설득력을 필요로 하게 되구요. 내적으로 정합한 거랑은 다르게 말입니다. 물론 그냥 못생긴 게 취향이었을 수는 있죠. 내적으로는 그냥 그런 설정이었을 수 있습니다. 생선 머리가 취향이라는 설정일 수 있는 것처럼요. 그리고 인어는 꼭 상반신이 사람이어야 할 필요 없습니다. 그런 기존의 통념을 뒤집어서 인어공주라 할 수도 있구요. 이때는 연속성을 지닙니다.
22/11/3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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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냥 케릭터성 이라는 말로 지금 반응을 설명할 수 있지 않아 생각합니다.

지금 논란은 우리가 알던 에리얼의 케릭터성이 무너져서 생긴 반작용인 거죠.

뭐 결과적으로 작품이 대성공하고 앞으로 계속 흑인 인어공주라는 케릭터성이 기존 에리얼의 케릭터성을 잡아먹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쉬워보이지는 않습니다.
샤르미에티미
22/11/3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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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별개는 아닌 이야기인데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하자면 그냥 외모가 너무도 중요합니다. 연기력이 중요하다고는 하는데 배우들 중에서도 탑클래스 외모면 그냥 다 됩니다. 근데 그게 PC주의와는 안 맞고 인종에도 영향을 받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언급이 조심스러워졌을 뿐이죠.
우리나라만 봐도 10대, 20대부터 외모로 칭송 받는 배우들 연기력이 어떻건 작품을 말아 먹던 주연은 다 해봅니다. 그리고 아이돌 중에서도 외모로 팬들뿐만 아니라 대다수에게 인정 받는 멤버들은 연기 활동을 하고 주연까지 맡죠. 작품 평타만 쳐도 급수가 확 올라가고 탑스타 되고 시상식에서도 대접 받죠. 상을 받고 말고 만이 아니라 MC를 한다던가 주요 시상자로 나온다던가 하는 등이요. 작품 망해도 CF로 연기력 명품인 조연들이 평생 버는 돈 1년 안에 다 법니다. 쉽게 말해 남자는 차은우, 여자는 수지로 태어나서 인생 성공할 자신 없는 분들 없을 겁니다.
어찌 됐든 외모만, 겉모습만 매력적이라면 모든 게 다 OK인 거고 앰버 허드조차도 그래도 좋다는 분들 많죠. 게임 호라이즌 시리즈도 그렇고 위쳐 드라마도 그렇고 외모가 충분히 매력적이 아니니까 Not OK가 되는 거고, 그래도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이렇게 흘러가고는 있죠. 어쨌든 PC주의가 악도 아니고 구분하자면 선의 개념이기 때문에 이걸 논리적으로 깨부수려면 답이 안 나옵니다. 솔직하게 외모가 짱이다 이러면 편한데 그건 PC주의에 반하는 일이고 논리적으로 맞서는 것과는 한참 거리가 멀죠. '그냥 좋은 게 좋은 건데 어쩔?' '싫으면 싫은 거지 그냥 싫고 안 봐' 속마음은 이래도 PC자체는 나쁜 게 아니니 논리적인 이유를 쓰게 되는데 그걸로 설득 시키거나 납득하게 만드는 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머랭이
22/11/3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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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가봐야해서 피드백은 나중에 하겠습니다(_ _) 이후 나중에 찾아와서 가능한 사안에 대해서는 최대한 피드백을 하겠습니다.
무한도전의삶
22/11/3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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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악에 받친 댓글은 내보내야죠
여수낮바다
22/11/3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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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재밌게 읽었네요
정말 처음 흑인 인어공주 짤을 보자마자 느낀건 '거부감'이었습니다. 대체 왜 이런 거부감이 드는 거였을까? 난 인종차별주의자였나? 아님 외모지상주의? 다른 작품에선 더 못 생겨도 더 검어도 문제 느낀 적 없었는데... 했던게 이 글 읽으며 해소가 되네요
감사합니다
멍멍이개
22/11/3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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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불편함이 어느정도 의도된 게 아닌가하는 의심에서 사람들이 피계몽적 괘씸함(말이 이상하지만..)을 느끼는 것 같고, 그래서 PC논란이 일어나는 부분같습니다. 더 나아가 PC를 머리로는 지지하는 사람들이 곤혹스러워 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저는 그 거부감이 현대 한국 사회를 사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러운거라고 생각합니다. 맞는 건지 틀린 건지를 떠나서요. 그걸 틀린 거라고 생각한다면 앞으로 힘들어질 것이고(다들 불편해하는 PC노선을 타는 것이니) 그냥 못생긴게 싫다 정도에서 끝내는 것이 골치아플 일이 없겠지요.
마갈량
22/11/3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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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서 정의된 핍진성의 설명은 개개인의 차이가 있을수있는 부분들이 포함되어있어 모두를 납득시킬수 없겠다싶기도합니다.
위 어느분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어느이에겐 머리색 생김새 피부색보단 다른부분이 에리얼을 상징하는 요소일수도 있으니까요.
많이 욕을 먹은 베vs슈에서 느금마사 장면도 돌이켜보면
맨옵스에서부터 이어진 슈퍼맨의 부모님, 특히 어머니에 기반한 아이덴티티와
뱃맨 탄생의 근원인 부모님을 마사 라는 이름으로 이어내
슈퍼맨을 불확정성인 무언가로 바라보는 뱃맨의 생각을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들어주거든요. 뭐 그래도 욕먹엇죠.
누군가에게는 용인되일지언정 다수에게 이해되지않는다면 핍진성은 떨어지는것이고 결과물은 열어봐야알겠지만 아직까지는 부족해보이는거같네요
slo starer
22/11/3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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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캐스팅이지 핍진성의 문제는 아닌거같아요. 저 작품내에서 흑인 인어공주는 존재할 수 있다고 하면 설정이 위배될게 없죠. 그냥 흑인배우가 싫다고 하면 인종차별적으로 보일까봐 예술적 비평을 시도했는데, 잘못된 개념을 끌고오신듯. 전 아프락서스 님 설명이 제일 와닿네요.
머랭이
22/11/3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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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흑인 배우가 싫다면 헤임달 등의 배우에 대해서 긍정적일 수가 없겠죠.
개인적으로는 기존 캐릭터에 대해서 분명한 명분 없이 ~워싱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쓴 글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식으로 사람을 인종차별주의자로 몰아가는 건 굉장히 불쾌한 행동이라 생각합니다.
slo starer
22/11/3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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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적으로 보일까봐’ 라는 표현이 인종차별주의자로 단정하는 표현으로 보였나요? 그런의도는 아니었습니다.
22/11/3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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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잘쓰셨고 말씀하고 싶으신것도 이해는 가는데, 제가 보기에는 핍진성의 정의를 너무 섣불리 내려버린 탓에 글 자체의 설득력도 좀 떨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문학계에서 핍진성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는 제가 그 쪽에는 문외한인지라 잘 알지는 못합니다만, 핍진성의 선조개념이라 할 수 있는(이것도 사실 좀 난폭하게 붙인거고 사실은 좀 더 복잡하긴 합니다만) νάργεια의 경우는 그 루트를 그리스 철학, 그리고 수사학에서 찾을 수 있구요. 사실 이렇게 한 문장으로 정의가 가능할 정도로 간단한 개념도 아닙니다. 멀게는 아리스토텔레스나 플라톤부터 시작해서 키케로, 퀸틸리아누스 등이 이 개념에 대해 많이 논하고 있죠.
머랭이
22/11/3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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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올리는 글이고, 대중예술의 개념으로 그냥 대충 뭉뚱그려서 정의하다보니 이렇게 된 것이지(개인적으로는 매우 후회중입니다), 아마 해당 단어의 정의와 개념을 따지자면 훨씬 더 복잡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논문들 읽어보니 이 바닥의 기반인 소쉬르부터 시작해서 미친듯이 개념이 붙기 시작하기 때문에......
22/11/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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νάργεια를 너무 설명을 안한 것 같아서 아주 간단하게만 말씀드리면, (이것도 사실 저 따위가 이렇게 댓글 하나로 해설이 가능한 개념은 아니긴 합니다만 그걸 감안하고)철학에서의 νάργεια와 수사학에서의 νάργεια는 또 다른데 문학이라면 아마 수사학 쪽에 뿌리를 두고 있을 것 같으니 수사학쪽의 설명을 붙이자면 언어의 시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실제로 눈 앞에는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이건 반드시 허구만을 뜻하는것은 아닙니다) 마치 눈 앞에 존재하는 것처럼 받아들이게 만드는 개념이죠. "마치 눈앞에 있는것처럼 청자의 시각을 재구성하는" 것이 수사학에서의 νάργεια의 핵심이고, 후대의 이른바 핍진성 역시 어느정도 이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다만 수사학에서 발전되었던 개념이니만큼 이 개념 자체는 원래는 픽션같은 이야기보다는 변론술, 재판에서의 기술을 상정하고 해설되는 개념이라는 점은 문학에서의 핍진성과는 약간 다르기는 합니다.
머랭이
22/11/3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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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씀 같습니다. 일단 저희 학과같은 경우는 해당 개념까지는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게 아마도 '그럴듯함' 정도로 번역되는 그 개념인가보군요.
22/11/3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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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면서 핍진성은 '진짜처럼 들린다' 즉 그럴듯하다. 이고 개연성은 서사가 논리적으로 타당성이 있다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갔던 것 같네요 위에서 슈퍼맨 얘기도 잠깐 봤는데. 텔테일 배트맨 게임에서 배트맨이 살인하는 선택지가 있는 걸 보고 배트맨 빠돌이였던 저는 엄청 어이가 없고 화가 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배트맨이 살인이야 할 수 있겠지만 불살은 배트맨의 정체성 그 자체였기 때문이죠. 킬링 조크 같이 막판 클라이막스에 조커를 죽이니 마니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지나가는 스토리 와중에 살인 선택지라니...
멍멍이개
22/11/3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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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저는 여전히 머랭이님이 잘 배우고 열심히 이해한 내용을 순간의 실수와 그에 몰입한 확증편향으로 주화입마에 빠졌다고 보는 편입니다만... 이런 글을 쓰는 시도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인어공주에 흑인을 캐스팅했어야 하는 이유와 핍진성은... 여전히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못 생겼는데 어떻게 왕자가 반하겠냐고 물어보는 시점이 바로 PC가 등장하는 부분이 아닌가 하는데(서구화된 백인 중심의 미적 기준을 보편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옳은가, 더 나아가 사람의 외모를 예쁘다 추하다 평가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등...) 흑인이라는 점이야 어쨌건 못생겨서 싫다라는 비판이 작품적으로는 너무 멍청해보이는 지적이기 때문에(독자의 미적 기준과 작품 속 세상의 미적 기준이 일치해야 할 이유도 없고) 좀 그럴듯한 화두로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걸 무리하게 핍진성으로 비비려는 시도를 하게 되지 않았나 싶거든요.(따라서 PC와는 별개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시는 거고요)
그러니 피부색이 다른게 작품 내의 인어공주의 캐릭터를 부정한다라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주장이 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인어공주는 하얗고 예뻐야 한다라는 말을 PC와 관련없게 하고 싶어서(즉 멍청한 소리를 하고 싶지 않아서) 크게 돌아온 것 뿐이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아프락사스님이랑 거의 100% 동일하니 더이상 논쟁을 하진 않겠습니다.
22/11/3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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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위에서 몇 분들이 이야기하긴 했지만, 결국 실사화 인어공주 논쟁의 가장 큰 문제는 비평의 대상이 (시각과 청각이 함께 움직이는) '영화'가 아닌
1) 특정한 '캐릭터'의
2) '시각적'인 모습의
3) '정지된 화상' 또는 매우 짧은 순간의 움직임
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최소한 이 작품을 (보기도 전에) 거부하는 측에서는 그렇습니다. 문제는 이 작품이 코믹 스트립이나 '문학'이 아닌 영화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그저 즐거움을 얻기 위해 멀티플렉스에 가서 상영중인 영화를 고르고 돈을 낸 다음 들어가 몇시간동안 앉아있어야 하(도록 강요받)는 평범한 관객들은 포스터에 박힌 인어공주의 모습을 보고 이런저런 평가를 할 수 있고 편견을 가질 수 있습니다(PC가 일종의 허황된 편견이라면 반PC 역시 마찬가지로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개연성이니 핍진성 같은 용어를 들먹이면서 영화를 비평하려면, 그러한 관점을 가져서는 안됩니다. 영화에서 관객에게 보여주는 시청각적인 외형마저 실제 개념적으로 캐릭터를 설명하거나 구분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영화가 의도적으로 인물의 외형(에서 발현되는 대중의 기대)과 캐릭터를 괴리시키는 시도는 그리 낯선 일이 아닙니다. 물론 인어공주는 디즈니 영화고, 웬만해서는 대중의 기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향이 있죠. 그러나 비평은, 혹은 비평의 껍데기를 빌려 자신의 취향과 인상이 보편타당한 것임을 증명하려는 시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자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게 작품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 글에서 시도하고 있는 것은, 아무리 넉넉히 해석해도 예컨대 이동진이 영화 포스터를 보고 영화에 별점을 매기거나, 김현(제가 아는 유명한 문학평론가는 이분밖에 없습니다)이 소설의 표지나 날개만 보고 평론을 작성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뮬란 실사화가 실패한 이유는, 본문에서 주장하듯 [실사화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 뮬란과 동일한 인물이라고 보기 어려워서 관객이 납득하지 못했다]가 아닙니다. 이는 뮬란의 [흥행]이 실패한 이유이지, 비평적으로 실패한 이유가 아닙니다. 심지어 흥행이 실패한 이유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뮬란의 캐릭터를 (반PC적으로) 바꿔버리는 과정에서 영화의 모든 개연성에 틈이 생겨버리고, 관객이 영화가 제공하는 가상 밖으로 나와 현실에서 그 영화를 평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보니, 이 글의 핍진성 관련 논의를 [뮬란 실사판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의 포스터나 예고편]에 적용했다면 본문과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겠군요.
머랭이
22/11/3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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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어....일단 첫번째로, 저는 실사 인어공주란 '작품'의 비평을 한 게 아닙니다(...)
나오지도 않은 작품을 어떻게 비평하나요.

다른 분들 댓글도 그렇고 뭔가 여기서부터 계속 꼬이는 느낌인데, 저는 인어공주에서 '에리얼'의 캐릭터의 붕괴된 캐릭터성을 이야기하며 핍진성을 이야기했지, 인어공주란 작품의 비평을 하질 않았습니다;;

본문에서 제가 쓴 내용만 해도 '흑인 에리얼이란 캐릭터가 왜 애니메이션의 에리얼과 동일한 캐릭터가 아닌가'를 말하며, '실사 영화가 만약 큰 변화없이 원작의 스토리와 플롯을 따라간다면, 핍진성의 붕괴라 볼 수 있다' 라고 전제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실사영화가 리메이크 영화로, 영화의 방향성 자체가 달라지고 '흑인 에리얼'이 '애니메이션의 에리얼'과 동일한 캐릭터가 아니게 된다면, 즉, 재해석이 이루어진다면, 제 모든 전제는 송두리째 무너진다는 겁니다. 의미가 없어지죠. 영화의 방향성 자체가 달라지는데 어떻게 제가 해당 문제에 대해서 '핍진성의 문제다!'라고 하겠습니까?

원작과는 명백히 다른 캐릭터인 '흑인 에리얼'이 정체성을 가지고, 리메이크된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건데 어떻게 거기에 대해서 원작과의 비교를 말하며 핍진성 운운하나요. 그 이후부터는 해당 작품의 핍진성으로 들어가야죠.

이게 제가 만들어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매우 힘들거라고 생각하기에 개인적으로는 이미 불가능할 거라고 단정짓고 있긴 합니다.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라는 건 원작의 인기에 어느 정도 기대고 만들어지는 내용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실제로 원작과 명백히 다른 작품들은 흥행, 비평 면에서 크게 실패했었으니까요.


뮬란 실사화에 대해서는, 어, 뮬란은 인종이 바뀌고 이러면서 난리가 나진 않았기 때문에 뭐라 말씀드리긴 애매할 것 같습니다. 다만 저같은 경우는 티저를 봤을 때 불사조와 웬 마녀가 등장하는 거 보고 '아, 이건 망했다' 싶긴 했었습니다. 그 때도 그냥 그러려니했던 건, 일단 이것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웠거든요. 각색 과정에서 신캐야 얼마든지 나올 수 있으니까요.

다만 이번에는 피부색의 변화라는, 명백한 캐릭터성의 붕괴가 있으니까 미리 해당 문제에 대해서 핍진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거고요(...)
비평의 영역까지 볼 수 있을 지는 모르겠는데 '영화도 안 보고 비평을 하냐!'라는 의견이 계속 나오니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하지 싶긴 하네요.
22/11/3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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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서 제가 쓴 내용만 해도 '흑인 에리얼이란 캐릭터가 왜 애니메이션의 에리얼과 동일한 캐릭터가 아닌가'를 말하며, '실사 영화가 만약 큰 변화없이 원작의 스토리와 플롯을 따라간다면, 핍진성의 붕괴라 볼 수 있다' 라고 전제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실사영화가 리메이크 영화로, 영화의 방향성 자체가 달라지고 '흑인 에리얼'이 '애니메이션의 에리얼'과 동일한 캐릭터가 아니게 된다면, 즉, 재해석이 이루어진다면, 제 모든 전제는 송두리째 무너진다는 겁니다.]
-> 방금 말씀하신 내용 중에서 이 부분이 자가당착이 아닌가 합니다.
결국 이 말에 따르면 신작 영화가 '기존 영화와 유사한 노선을 따라간다면 핍진성이 무너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무너지는 게 아니다'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나는 작품 자체가 아니라 캐릭터성'의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하시지요.
즉 캐릭터성에만 집중한다고 하시면서, 실제 논리의 근간에서는 이미 (아직 나오지 않은) 작품의 내용에 대해서도 같이 포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애초에 캐릭터성이라는 것이 작품의 내러티브와 떨어져서 존재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고요;
22/11/30 17:52
수정 아이콘
(수정됨) 본문에 언급하신 핍진성의 예시인 뮬란이나 라오어2, 더 나아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 희곡 내용은 단지 캐릭터에 대한 인상비평입니까? 전혀 그렇지 않죠. 어떤 작품에서 핍진성을 논하려면, 그 캐릭터가 작품 속 세계에서 살아 움직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용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님이 본문에서 [훌륭한 예시]라면서 쓰신 뮬란 실사판에 대한 논증이 바로 그런 방식으로 접근한 대목이고요.

그러니 [흑인 에리얼 = 원작과는 명백히 다른 캐릭터]라는 님의 단정 또는 편견부터가 현 시점에서는 성립되지 않는 거에요. 예컨대 어떤 출판사에서 (어떤 연극이 그러했듯) 헤르미온느를 흑인으로 그린 표지를 넣어 해리 포터 시리즈를 출판했다고 합시다. 우리는 그 결정을 비판하거나 옹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그 표지를 가지고 갑자기 헤르미온느의 핍진성을 운운하며 출판사를 욕하는 순간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본문의 시도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댓글에 [언급했던 내용을 반복하]면, 뮬란 실사판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의 포스터나 예고편을 대상으로 핍진성을 이야기하신다면 본문에서 적으신 내용과 동일한 결론을 내리실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실제상황입니다
22/11/30 16:1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재벌집막내아들이나 우영우가 비평적으로 실패한 이유를 들먹이면 어김없이 상품으로서의 옹호가 튀어나오죠. 재밌는 일입니다. 저는 뭐 상품으로서는 상품으로서의 평가를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작품으로서는 작품으로서의 평가를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요. 아트필름이나 소위 순문학을 상품으로서 평가하는 것도 좀 웃긴 일이지만요. 인어공주가 그런 작품인가 하면 그건 아니겠죠. 뭐 실제로는 나와봐야 알겠지만 대중의 실망감도 받아 마땅하다 생각합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못생긴 외모에는 그만큼 더 많은 설득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평적으로도 성공하긴 어려워 보이지만요(라오어나 라제처럼 비평가들로부터 우스꽝스러운 칭찬을 받을지는 모르겠군요. 물론 못생긴 걸 pc적으로 잘 활용해서 웰메이드 영화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막상 흥행하고 나면 또 구도가 뒤바뀔지 모르는 일이겠구요. 우영우 때처럼 상품으로서의 평가로 작품으로서의 평가를 덮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새삼스러운 풍경은 아니죠. 넷플릭스 1위를 하면 감독의 철학이 보이는 세상이구요. 인어공주니 뭐니를 떠나서 참 우습긴 합니다.
주파수
22/11/30 16:18
수정 아이콘
블랙팬서는 백인으로, 백설공주도 흑인으로 가즈아!! 소닉도 핑크색 돼지로 바꾸고, 마이크 타이슨 헌정 에니메이션은 백인으로 하고 참 재밌겠네.
머랭이
22/11/3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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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말씀하신 걸 다 할 수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합니다(...)
다만 명확한 이유는 있어야겠지요.
머랭이
22/11/30 16:40
수정 아이콘
이제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이후 달리는 댓글에 대해서는 댓글들 달 수도 있고, 안 달 수도 있습니다.
중간에 로봇화이트님이 다신 댓글 때문에 지금 제 개념에도 혼동이 와가지고(결국 공부가 얕다는 증거이기도하죠ㅠㅠ) 아무래도 좀 더 자료를 봐야 할 것 같긴 합니다. 댓글 달아주시며 여러 의견 달아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22/11/3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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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쩃든 저는 머랭이님께서 쓴 원글을 너무 재밌게 읽었으니, 후회하진 마세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머랭이
22/11/30 16:52
수정 아이콘
저도 지금 많은 분들의 지적으로 많이 배운 상황이라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크크크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선화
22/11/30 17:42
수정 아이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아프락사스님의 정의가 좀 더 대중적이고, 상식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머랭이님의 의견이 비상식적이라는 의견은 아니고, 많은 이들의 생각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그럼에도 혹시 내가 틀린 건 아닐까? 하고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제가 머랭이님의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래도 굉장히 글을 써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네요.
22/11/30 20:12
수정 아이콘
지금 좀 혼란스러운데, 그러니까 본문에서 말씀하신 그런 개념은 분명 존재하겠지만, 그게 핍진성이 맞나요..?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예시를 들어주셨는데, 만약 고대 그리스가 배경이고 올림포스 신들이 실제로 나오는 작품이 있다면, 거기서 신이 나타나서 단번에 상황을 해결하는 전개가 나오는 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건 우리 사회에 올림포스 신앙의 영향력이 강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썼으니 저런 상황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의식이 독자에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겠죠.
그러니까, '현재'의 독자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관습이나 상식이 아니라, [ '작품 내' 세계관에서 통용되는 사회적 관습이나 상식에 비추어서 ] 인과관계를 정당화하는 게 핍진성이다... 라고 지금까지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 세계관에서는 마법양탄자가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말한 이상, 마법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이 나와도 문제가 없다.' 같은 게 핍진성의 예시로 흔히 쓰이는 것 아니었나요.
근데 본문에서 언급하신 개념은 이게 아니라, 라오어2의 예시에서 말씀하신 예를 빌리면, '조엘은 원래 의심 많고 철두철미한 사람이었다. 물론 4년동안 유해졌고 방심했다는 증거들이 있으니 당하는 것도 말은 된다. 하지만 [ 게이머들이 원하는 조엘은 그런 식으로 소모되면 안 되는 핵심 캐릭터이기 때문에 ] 비판받을 만하다.' 잖아요?
물론 그래서 비판받을 만한 건 맞긴 한데, 여기에 핍진성 개념을 끌어오는 게 들어맞는 활용이 맞나요?
지금 본문에서 흑인 인어공주 논란을 설명하는 논리도 '[ 관객이 원하는 인어공주는 그런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에 ] 관객들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건데, 이거야 맞는 말이지만 핍진성이 진짜 이런 상황에 쓰이는 개념이 맞나요?
지금 심정적으로는 뭔가 아닌 것 같은데 학술서적에 그렇게 쓰여 있다니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협의의 핍진성 광의의 핍진성 뭐 이런건가...
멍멍이개
22/11/30 23:17
수정 아이콘
위에 보면 반론 적어주신 분들 많습니다.
라이엇
22/12/01 06:27
수정 아이콘
망작 영화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그 영화와 감독을 비난하겠지만 소수의 사람은 '이거 내 취향이야'하고 매니아가 되기도 하죠.

지금 흑인 인어공주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게 자연스은겁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아름다운걸 선호하니까요.
그 본능을 이겨내려면 소수의 사람이거나, 본능을 거스를 사상을 장착한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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