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여기 제 사유서 겸, '글이 안 써질때는, 글이 안써지네요라는 주제로 글을 써보는 건 어떨까?'라는 글이 있습니다 흐흐 원래 이게 글쟁이들의 숨겨진 비기이자 최후의 수단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저는 대충 구글 문서에 '써야지 리스트'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름이 참 직관적이죠? PGR에 언젠가는 써야하겠다고 생각이 들면 대충 적어둡니다.
[근데 그런 세이브 내용이 있는데도 왜 올리지 못한거지요?]
이번 기회에 제가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는지, 관심 생기는 주제가 생기면 글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글을 준비할 때 뭐가 문제가 되는지 등등을 한번 재미있는 이야기라치고 공유해보고자합니다~
1. 문제의 핵심 2편
짜잔, 이 글은 알고보면 '문제의 핵심' 홍보글입니다. 제가 써보려는 글 중에서 가장 야심찬 프로젝트입니다!
저도 소설이라는 것을 써보고 싶었고, 쓰고나면 PGR에 올려보고 싶었습니다! 여기 자유게시판도 재밌는 소설이 올러오는 곳이기도 하잖습니까. 막연한 이야기를 드디어 1편으로 완성해서 여기 올린 다음부터 머리가 전부 이쪽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벌써 5편으로 완결짓자는 미래 계획까지도 보이고 정말 속으로도 그럴싸한 소재를 가져와서 대견하다고요~
그러나 다른 글이 2달 동안 멈춘 것처럼, 소설을 쓰는게 이렇게 어렵구나라고 또 새삼스럽게 배우는 경험이기도 합니다. 대충 5편갈 줄거리를 떠올렸다고 소설이 다 완성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렇죠? 떠올리는건 아무것도 아니지요. 써야지 소설인거라는 그 쉬운 진리...
그래도 요즘 가장 써야지 리스트 맨 위에서 버티고 있는 글입니다. 나중에 제가 기억되거든 이 시리즈로 기억되고 싶다는 소망도 있고요.
흐흐 다음 작품 기대해주세요! 전편도 혹시 놓치셨으면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하고요~
2. 부족주의라는 미국의 local한 이슈 은근히 많은 분들께서 기다려주시는 미국정치 특집의 후속작입니다.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당시의 'local한 이슈'라는 철지난 농담이 제목에 들어가듯이, 상당히 오래전부터 이 곳에 앉아있던 글입니다.
근데 게임 출시도 그렇지만, 원래 오래 묵은 작품일 수록 제대로 출시될 가능성이 떨어지지요 흑흑 미국 체류 당시 트럼프 정부의 예산 셧다운으로 한참 화나있는 공항 TSA들과 캠퍼스 내부의 인종차별 경험들을 버무리며 '미국의 떠나며'라는 시점에서 적었어야하는 글인데 벌써 교환학생이 끝난지도 몇년 전이군요. '부족주의 (tribalism)'이라는 키워드는 들어보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각 인종별, 정치집단별로 완전히 생활반경이 나뉘며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 인종의 샐러드요. 그런데 이게 요즘 한국에서도 보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야심차게 엮어보려는데 여러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 한국 정치 이야기를 많이 섞는것보다는 미국에는 이런 일이 있다~라고 소개하는 글이 되어야할텐데 화재성이 일단 사라져버린 것도 큽니다. 트럼프가 분열시킨 미국은 어디간건 아니지만, 트럼프 본인도 결국 정치적으로 쇠락하고 다른 문제들이 등장하는 시점에서 '트럼프의 미국을 떠나며' 역시 번지수가 틀릴 수 밖에 없으니까요.
한국의 부족주의에 대한 글을 다루기에는 제가 지금 살아가고 마주하는 현실이 뭔지도 모르겠으니 더더욱 알것 같았던 주제를 이제는 모르겠다~ 하고 던져둔 상태입니다. 그러니 리스트에 오래 머물죠 흐흐흐
3. 물주가 우리의 죽음을 원한다: 킨세일 전투
아즈텍 멸망사 이후로 준비하고 있는 세계사 시리즈입니다. 17세기 초 아일랜드 9년 전쟁에서 '백작들의 도피 (Flight of the Earls)'라는 사건으로 이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전투 '킨세일 전투'에 대해서 한번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아일랜드 반란을 지원했던 스페인 제국군이 엉뚱한 곳에 상륙하는 바람에 잉글랜드군 한복판에 고립된걸 '이들을 구하지 않으면 누가 우리를 다시 돕겠나?'라면서 아일랜드 병사들이 사지로 가야했던 사건입니다.
일단 가장 걱정되는 분량조절입니다. 아즈텍 멸망사는 결국 분량조절 실패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뤘지만, 아일랜드의 역사를 전부 다루는 것은 저에게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면서도 정확하기도 어려운 주제입니다.
특히 한국에는 아일랜드사에 대한 좋은 책이 드물고, 간혹 있어도 얼스터 항쟁 이후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다루는데 제가 다루고 싶은 킨세일 전투는 '아일랜드에서 중세가 끝난 사건'이라고 불리는 일이라서 관련 자료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영어로 된 자료를 보고 껴맞춰서 적을 수 있다고 해도, 수많은 게일어 이름이 나오는데 이걸 참 어떻게 한국어로 옮기는지 잘 적어둔 한국 사이트도 없어서 지체되고 있습니다.
다만 처음에 말씀드린 그림이 이야기를 잘 모르는 사람의 가슴을 울릴만한 사건이기도 하고, 또 제가 자주 올리고는 하는 '한 시대가 끝나는 전투'에 대한 이야기라, 재밌는 결과물이 나올거라고는 믿고 있습니다.
4. (스포) 인생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가끔 올리는 영화 스포일러 리뷰입니다. 그런데 '에에블'이 극장에서 상영되던 시기는 놓쳤겠으니, 어디 다른 곳에서 업로드와 구매처가 생기면 올릴까 고민중입니다 (저는 리뷰글을 올릴때 같이 볼 수 있어야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그리고 밑에 당장 '언더테일'이 버티고 있듯이, 뭘 말해도 스포일러가 되는 작품은 제가 다루기 참 힘들더군요 저번에 '탑건 매버릭'은 (풀스포)하면서 적었지만 그거야 스토리가 중요하지 않은 액션영화였으니 가능했지요
저에게는 가장 인생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냐고 이야기를 적자면 스토리가 이렇고 저렇고, 으으 그렇다고 '절 믿고 봐주세요!'도 성의 없고요. 생각해보면 반전도 없는 영화인거 같은데, 재미있게 봤으니 반전이 없던게 반전 같기도 하고... 음 아직 이건 글이 아닙니다. 더 연구해오겠습니다.
5. (풀스포) 언더테일
설명은 이미 거의 위에서 했군요. 게임 게시판에 꼭 올리고 싶은 글인데 같은 문제점이 많아서 보류중입니다. 그리고 저도 언더테일을 이제는 플레이한지가 좀 오래되어서 한번 다시 해보고 쓰는게 정확할텐데 요즘 재밌는 다른겜이 많네요 흐흐, 이건 게으름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정말 좋아하는 유튜버인 Super Eyepatch Wolf가 언더테일을 다룬 영상을 보고서는 뽕에 차서 쓸려고 했는데 "인터넷이 언더테일에 무슨 짓을 했는가!"가 제목이라니, 와! 샌즈!를 기억하는 한국인 모두가 좋아할 주제라고요. 그런데 막상 글을 적어보기 시작하니 너무 영향을 받고 너무 영상에 동의해서 무슨 번역글인가 싶더라고요. 그래서 번역글 형태로도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영상의 길이가 길이니까 영상을 보면서 자막을 읽으시거나 하는것도 힘들고 영 원하는 형태의 글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글도 오래 묵고 있네요. 오래 묵으니 더 빛을 볼일도 사라지는 것 같고요.
6. 은밀한 회사원 시즌 2: 안티플롯
넷플릭스에 재밌는게 나왔으니 같이 재밌게 보자는 글입니다 흐흐흐. 그런데 아무래도 서양식 유머와 음모론에 바탕을 두고 막나가는 성인유머를 하는 작품이라서 PGR에 도대체 어떤 형태로 가공해서 소개해야할지 고민을 너무나도 많이 했습니다. 지금도 뾰족한 수가 안보여서 큰일이네요.
그래서 이번에 시즌 2가 나온 김에 가장 좋아했던 에피소드 (그것도 앞뒤로 단독성이 강해서 소개하기도 좋죠!) 5화를 가지고 스토리가 망가지는 것도 스토리다!? 라는 '안티플롯'이라는 소재를 섞어서 나름 재밌는 소개글이라고 거의 완성했는데, 자체 내부 회의에서 '다시 써올것' 판정을 받아버렸습니다. 흐흐, 저 혼자 하는 생각으로요. 그래서 다시 써여지 리스트 밑에 박혔습니다. 시즌2를 소개하려면 시즌1도 말해야하고, 시즌1을 말하면서 왜 이 작품이 재밌는지... 으음, 그냥 하나의 거대한 스포일러고 제가 재밌게 봤다 정도지 남에게 권하는 형태의 글이 아니더랍니다. 해결책 찾을때까지 반려!
7. (부고) 달콤쌉싸름했던 러시아와의 추억이여!
저번에 러시아의 개전선포에 대해서 글 쓴것에 대한 후속글을 너무나도 쓰고 싶습니다. 그러나 러시아군, 아니 러시아라는 나라가 종이호랑이였음이 밝혀지자 저는 도대체 무슨 글을 써야할지도 모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는 이제 러시아라는 제가 사랑하던 문명에 대한 부고를 준비해야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침략전쟁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젊은이와 나라의 미래될 것들을 우크라이나 전선에 밀어넣고 현상유지만 꿈꾸는 독재라니 그것은 살아있지만 이미 죽은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때 사랑했던 존재들을 위해서 추도문을 적어야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직 모든 일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글을 적어서 오류투성이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써야지 리스트에서 얼굴만 마주치고 있습니다. 완성은 좀 한참 뒤겠군요. 이미 모든게 정해졌지만요.
8. 나는 PGR의 비행기를 기억한다
PGR에 대한 글입니다. 2019년 당시 러시아군 전투기 침범에 대한 재밌는 경험을 했어서 공유하고 환기시키는 약간 공익광고 같은 글인데, 일단 아무리 지나간 일이라고 해도 정치로 이어질 소재가 있는 글이라 써야지 리스트에서도 '안 써야지' 휴지통에 들어갔다 나오고는 하는 주제입니다.
당시 전투기가 침범한 사건에 대해서 보도자료를 중심으로 제가 열심히 댓글을 남겼는데, 이어서 들어온 후속보도가 앞선 내용을 반박하는 내용이라서 제가 아주 바보가 된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 뒤로 저는 '틀릴 것 같은 내용을 PGR에 적지 말아야겠다'라고 마음 먹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시작은 정치 이야기가 나올 이야기고, '님들도 글을 이렇게 적어주셨으면 좋겠다'라는 건방진 주제에, 이런저런 다른 분들을 언급하는 피곤한 글이 될 것 같아서 지금도 일단 보류 중입니다만, 저기 밑 바닥에 있습니다. 그래도 이번 글에 등판한 이유는 써야지 리스트에 적혀있기는 하니까요.
9. 말은 왜 하는가? (또는 입은 왜 뚫렸는가?)
일상글이라고 적고 푸념글 꼭지를 하나 깎고 있는게 있습니다. 이런 경험들 많으실것 같네요. 불만을 말할 '뚫린 입'은 있지만 거기에 투덜된다고 아무것도 안 바뀌는걸 아는 느낌 느껴보셨나요? 우리 모두가 다 그런 순간은 있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게 처음에는 나이 많은 분들 상대해서 지치는거라 생각했더니, 아니죠 젊은 사람 상대하면서도 이런 일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흐흐흐. '아 그거 아닌 것 같은데'
근데 세상이 언제부터 저의 '그거 아닌데'를 신경 써주던가요.
다만 지금 완성된 형태는 제가 가장 우울하고, 그래서 글 잘 써질때 이야기라 많은 사람들이 보이는 자유게시판에 지금 제가 봐도 '굳이?' 싶은거라 일단 반려중입니다. 나중에 이 제목이 올라온다면 제가 많이 피곤하다는 뜻이겠네요 흐흐흐.
10. 이븐 아라비의 사랑론
가끔씩 올리는 종교글입니다. 각잡고 수피즘에 대한 소개글을 쓰고 싶은데 시간만 흐르고 있군요. 그 중에서도 이븐 아라비의 '사랑하는 영혼'에 대한 고백은 세상 달콤한 이야기입니다. 세상의 모든 좋은 것이 신이라면, 그걸 만나는 방법은 다른 것을 사랑하고 느끼고 나누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수준의 소개보다는 좀더 깊은 이야기를 적어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븐 아라비의 책이 한글로 번역된게 없더군요. 스탠포드 철학 사전의 아라비 문서는 유익하지만, 이슬람계 사이트들의 소개가 영 뜬구름인것도 아랍어 못하고 영어만 하는 저에게는 사료적 한계고요.
그래서 이번에 한번 수피즘 관련해서 어디 좋은 말 들어보려고 기회가 주어져서 발품을 파려고 하는데 제가 기대하는 내용을 들을 수나 있을지도 좀 회의적이긴 합니다. 언젠가는 써야지 리스트가 아니라 쓴 글이 되겠지요.
자 이렇게 열가지 이야기가 대기목록에 있습니다 흐흐흐. '중세시대에 원정가는 법' (중세시대에 전쟁하는 법의 후속작) 같이 이름만 올려놓고 제가 지금 서류봐도 더 조사해놓은 내용이 없는 그런 주제들도 많습니다만, 또 기회되면 시간을 투자해서 완성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변덕이 꽤나 심해서요 크크크크. 그러나 그런 변덕을 버티면서도 오래 버티고 있는 글들을 한번 공유해보고 싶었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라고하면 이제 이 고민은 마을 전체의 것이라고 하지않습니까? 표현은 좀 이상하지만, 적어도 혼자서 끙끙거리던 것 보다는 기분이 나아졌습니다. 그러면 다음 글도 더 빨리 나오겠지요.
혹시 여러분의 '써야지 리스트'에는 어떤 글이 있나요?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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