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판
:: 이전 게시판
|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2/12/21 21:38
어머님이 좋은분이군요. 개인적 경험으로 어르신들에게 배려를 기대 안하게 되네요. 오히려 피해를 걱정하게 되는 경우가..
제가 이용하는 엘레베이터들은 통합식? 이라서 개개를 특별히 끌필요가 없네요.
22/12/21 22:17
이 일화를 들으니 저도 스무살 때가 생각납니다. 친한 여자사람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와 같이 다니면 그 친구는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전단지를 무조건 다 받더군요. 당시에 저는 귀찮아서 절대 안 받았었거든요. 매번 그러길래 이해가 안 돼서 어느 날 한 번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어차피 버릴건데 뭐하러 귀찮게 그걸 다 받고 있느냐' 그랬더니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이거 나눠주는 분들도 다 아르바이트 하시는건데 다들 가족이 있을거다. 저기 저 아주머니도 가정이 있을텐데 이거 빨리 나눠주고 집에 가셔야 학교에서 돌아온 자식들과 도란도란 얘기도 하고 직장서 돌아온 남편 밥도 챙겨주고 가족들과 따스한 저녁을 보내실거 아니냐. 이거 하나 받았다 버리는게 뭐가 그리 귀찮다고 인상 찡그려가며 나눠주는 손을 거부하고 손사레 칠 이유가 없는거다' 당시 전 이 말을 듣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는데 무려 스무살이 될 때까지 한번도 그 분들을 그런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마치 길가의 전봇대처럼, 나와 아무 상관 없는 이세계의 존재들처럼 여기고 살았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우리 주변 사람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저 말을 들으니 아무 생각 없이 살았던 나날들과 그 질문을 한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워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습니다. 살아가는데 있어 가치관이 바뀌고 나를 돌아보게 된 개인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사실 배려라는게 별게 아니거든요. 삶의 영역에서 만나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작은 배려뿐 아니라 부당함을 토로하는 누군가들, 억울함을 항변하는 누군가들, 삶의 고단함에 아우성 치는 누군가들의 목소리에 당장 내 귀에 시끄럽다고 신경질내기 보다는 왜 그런지 귀 기울여 듣고 관용하는 태도와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려 노력하는 것이 결국은 돌고돌아 타인뿐 아니라 나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22/12/21 22:33
모두의 배려의 방식이 다르고 그만큼 각자 양보하기 어려운 선도 다른게 아닐까란 생각을 합니다.
다른 세대가 보기엔 배려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해당 세대에겐 양보 하기 어려운, 당연히 내가 챙겨야 하는 이득인 부분일 수도 있겠죠. 가끔 어머니와 대화할 때면 서로 중요시 하는 가치와 선이 많이 다르다는 걸 느끼네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차이가 있구요.
22/12/22 02:51
광고지는 양면성입니다.
대부분 그냥 버려버리죠. 집에까지 곱게 들고가는 경우는 거의 드물죠. 이건 쓰레기 문제입니다. 사람들이 배려해서 광고지 받아주면 천장 돌릴거 이천장 돌리고, '가'업체가 하는 것, '나'업체도 따라하게 됩니다. 그럼 죽어나는건 환경미화원이고, 기분 상하는건 버려진 쓰레기로 얼굴 찌푸릴 시민들이죠. 생각을 하면 할수록 생각보다 복잡한게 얽혀서 배려라는게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만 드네요.
22/12/22 11:21
저도 전단지 나눠주는 분만 생각해서 빨리 다 나눠주고 가시라고 받아줬는데... 기업? 가게? 홍보하는 입장에서는 제가 나쁜사람이더라구요 ..
22/12/22 11:23
엘베는 저도.. 가장 가까운 층에 있는 칸만 누릅니다 ... 나름 배려라고 생각해서...
전단지도 받아줬었고 .. 지하철에서 어르신 무거운 짐 들어주고 심지어 지하철역에서 야채 파시면 그냥 사주고 ㅠㅠ 내 마음이 편해지는 효과는 있습니다 자기만족..
22/12/22 11:48
몇년전에...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어떤 험악하게 생긴 남성이 자리를 쩍 벌리고 앉아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주머니에서 까먹는 초콜릿 박스를 꺼내서 하나씩 까먹으면서 껍데기를 바닥에 버리더라고요. 그렇게 다 먹더니 마지막에는 박스까지 바닥에 던져버렸습니다. 모두가 황당해하면서 바라만 보고 있었죠. 그때 맞은편에서 건장한 청년 한명이 일어나더니 뚜벅뚜벅 그쪽으로 걸어가서 박스를 집어들더니, 말없이 초콜릿 껍데기들을 하나씩 주워서 박스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말없이 다음 역에서 내리더라고요. 쓰레기를 버리던 사람의 당황하던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청년의 뒷모습에서 아우라 같은게 보이더군요. 저도 그때 그 청년처럼 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끔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