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하자. 칭찬을 할 때는 기존의 목소리에서 짧고 강한 감탄사를 활용하면 매우 좋다. 와우! 같은 거. 굉장히 잘했다면 대한민국이 월드컵 16강을 뚫을 때의 환호와 행복으로 강하게 칭찬해주자. 사소한 칭찬이어도 좋다. 중고등학생에게 밥을 남기지 않고 다 먹는 것, 청소시간에 청소를 하는 것, 그냥 헤실헤실 웃고 있는 것은 흔히 그냥 평범한 거지 칭찬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저런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칭찬을 받아도 기분이 되게 좋다. 악플 하나하나에 상처받는 것처럼 적극적으로 칭찬을 해주면 행복과 만족이 쌓인다.
칭찬은 곧 인정욕을 채워주는 것이다. 학생들은 칭찬해주는 선생님을 실망시키고 싶어하지 않는다. 사이가 틀어져서 귀한 인정의 기회를 사라지게 만들고 싶어하는 학생은 없다. 학생을 따르게 만들고 싶다면 칭찬해야 한다. 목소리를 내는 게 좀 그렇다면 씨익 웃으면서 따봉만 날려도 다 알아듣는다. 열심히 칭찬하자. 학생의 행동이 바뀌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칭찬은 그 자체로 행복과 만족감을 학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의외로 살면서 격렬한 칭찬을 받아본 경험은 대부분의 사람이 별로 없다. 남에게 격렬한 칭찬을 해주는 것도 그렇다. 남을 칭찬해주면 그만큼 나도 특별해진다.
2. 어깨는 펴고 다니게 한다
공부는 못해도 좋지만 어깨는 펴고 다니라고 지도해주자. 물리적 환경이 정신을 바꾼다. 바른 자세로 척추를 펴고 어깨를 펴고 턱을 들고 앞을 보면서 다니면 훨씬 긍정적이고 활동적인 아우라를 가질 수 있다. 학생이 부끄러워서 쭈뼛댄다면 '아니 공부는 열심히 해도 못할 수 있는 거지만 어깨를 펴는 건 하고자 하면 할 수 있는 거잖아요' 하면 그래도 잘 따라준다.
가끔 어깨를 펴라고 했을 때 '아 제가 핸드폰을 많이 해서... 게임을 많이 해서...' 하면서 합리화 하고자 하는 학생이 있다면 '게임은 문제가 아니야. 게임을 네가 바른 자세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가 안 좋아진 것이지 게임을 한다고 자세가 안 좋아지는 게 아니에요. 게임에 책임을 전가하지마! 바른 자세로 게임을 하지 않은 건 너야' 라고 말을 해주자. 게임은 죄가 없다. 어째서 자신이 거북이처럼 핸드폰을 봤으면서 IT 기기에 책임을 돌리는가. 엄마가 맨날 게임, 핸드폰 때문에 너가 그렇게 된 거라고 말하던 것에 자신도 내면화 해버려서 그런 것일까.
3. 환경을 바꿔라
학생이 무언가 교육적으로 좋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물리적으로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말로 잔소리를 한다고 바뀌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예를 들어서, 학생이 이동 수업을 하는데 맨날 뒷자리에 앉아서 딴청을 피우려고 한다면, 그 학생에게 앞에 와서 수업을 들으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 그냥 뒷자리 의자를 없애고 앞자리 의자만 남겨두면 된다. 그러면 그냥 앞으로 온다.
수업 할 교실이 너무 더러워서 칠판 옆에도 우유가 있고 쓰레기들이 바닥에 깔려 있고 그러면 주의집중이 흐트러진다. 그럴 때 물리적으로 깔끔하게 다 청소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여건이 안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학생들의 시야가 닿지 않는 뒤편으로 쓰레기와 잡동사니를 그냥 밀어 넣어서 안 보이게 하는 것이다. 교실은 여전히 더럽지만 시야각에서 쓰레기가 사라지기만 해도 학생들의 주의집중이 올라간다.
아기가 서랍을 열면서 서랍 안의 물건들을 막 빼서 흐트러뜨리며 놀고 있다. 그런데 그 서랍 안에는 가위도 있고, 테이프도 있고, 스테이플러심도 있고 해서 위험한 상황이다. 이 때 아기에게 '서랍은 만지면 안돼' 라고 지도하면 아이는 불만이 쌓이고 말을 잘 듣지 않는 아이를 보는 부모의 마음에도 분통이 터진다. 그럴 거 없이 그냥 서랍 안에 들어있는 위험한 것들을 다 빼주고 아기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옮긴 뒤 그 서랍에는 볼풀공, 양말, 모자, 인형, 슬리퍼 같은 말랑말랑한 것을 넣어주자. 볼풀공이 있다면 제일 좋다. 없다면 양말이 차선(치우기 쉽다)
주의집중이 안돼서 산만한 아이가 있다면 피젯스피너나 슬라임 액체괴물, 찰흙 같은 걸 쥐어주는 것도 좋다. 어차피 인간의 감각은 5개 밖에 없고, 학생이 산만한 것은 자신의 에너지를 계속 발산하고 싶어하는데 적절한 해소 거리가 없으니 계속 잡담하고 시비걸고 지우개똥 가지고 놀고 지우개 뜯어서 던지고 그러는 것이다. 산만한 에너지를 촉각을 통해 적절하게 해소하도록 도와주자. 그러면 시각과 청각은 수업 내용에 집중할 수 있는 틈이 열린다. (그러나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지는 말자)
4. 애교를 저지하자
학생들이 숙제를 안 하거나 뭔가 잘못해서 지도 받는 상황이 되면 몸을 배배꼬면서 '이잉... 그게 아니라요...' 그러면서 동정심과 애교로 자신을 불쌍하게 어필하면서 상황을 모면하려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단호하게 저지하자. '애교를 부리지 마세요. 애교를 부리는 것은 자신을 동등한 인격체가 아니라, 모자라고 부족한 아이와 같은 모습으로 바라봐달라고 부탁하면서 동정을 통해 상황을 모면하려는 행동입니다. 숙제를 안했으면, 그냥 당당하게 제가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할 것도 많고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아서 하지 못했습니다 하고 정중하게 말하면 됩니다.'
'회사에 가서도 실수했을 때 우물쭈물하면서 부장님에게 애교를 통해서 넘어가려고 할 거 아니잖아요? 사회에서도 실수를 했으면 책임자에게 가서 정중하게 정말 죄송합니다. 이러이러한 사정으로 제가 충분히 살피지 못했습니다. 하면서 이야기하면 됩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는데 물을 실수로 엎질렀을 때 학생들은 보통 사서 선생님에게 책을 들고 가서 우물쭈물 쭈뼛대며 '선생님... 제가요... 책에 물을 쏟았는데요... 어떡하죠?' 하면서 아무런 대안 없이 그냥 일단 억지로 찾아가긴 해야 하니까 찾아간다. 그러면 사서 선생님은 '아니 뭘 하다가 물을 흘린 거야... 하.... 부모님한테 연락은 드렸니? 안 드렸어? 그러게 조심을 했어야지.' 하면서 핀잔을 듣는 상황으로 넘어가기 쉽다.
그러지 말고 '사서 선생님, 제가 실수로 책에 물을 쏟았습니다. 서점에 가서 동일한 똑같은 책으로 파손본을 교환하기 위하여 서점에 미리 주문요청을 해두었습니다. 아마 오늘 내일 내로 책이 올테니, 그때까지만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하고 정중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씀을 드리면 사서 선생님도 '그래 알겠다' 하고 넘어간다. 공부는 못할 수도 있지만 흘러가는대로 쭈뼛거리면서 문제를 다른 사람이 해결해주겠지 하는 태도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수정할 필요가 있다. 애교로 사안을 무마하려고 한다면 저지하고, 정중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지도해주자.
5. 이대로 가면 인생 조질 수 있다는 건 학생도 이미 알고 있다.
학생 대다수의 가장 큰 꿈은 '돈 많은 백수가 되는 것'이다. 뭐 큰 꿈을 가지고 이루고 싶은 확고한 목표가 있고 공부하고 싶은 영역이 있고 그런 학생은 매우 적다.
10대 학생들이 방황을 거치면서 좌절하거나, 게임이나 SNS 등으로 현실을 회피하는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그 학생들도 다들 이대로 가다간 자신의 인생을 조질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굳이 공부를 안하고 매사에 그렇게 게으르고 그러면 사회 나가서 정말 힘들 것이라고 겁을 주거나, 압박하거나, 훈수를 둘 필요가 없다. 물론 정말 머리 속이 순수한 학생의 경우 그러한 현실의 특성을 알려줄 필요는 있지만, 요즘 애들은 알 거 다 안다. 이대로 가면 안된다는 거 알고 있지만 뭐 방법도 없고 그래서 지금부터 공부해서 인서울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고 싶은 것도 아니고 미래는 막막한데 현실은 시궁창이라서 어찌어찌 도피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뭐라도 된 듯 훈수하지 말자. 어떻게 든 자기 밥그릇 찾아 먹겠지 생각하고 칭찬이나 더 많이 해줄 필요가 있다. 진짜 살면서 칭찬 받기 어렵다. 학교에서라도 열심히 해주자.
6.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연락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자.
뭔가 학생이 사고를 쳤으면, 지도를 해주는 것도 지도를 해주는 것이지만, 마지막에 '부모님이나, 아니면 부모님이 껄끄러우면 할머니 할아버지라도 좋으니까 문자 메세지로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 같이 문자를 써서 보냅시다.' 하고 함께 문자를 써주면서 소중한 가족들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시간을 제공해주자. 물론 학생들이 부끄럽기도 하고 또 껄끄러운 부분도 있어서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런 경우에는 그냥 내가 말하는 걸 받아적으라고 하면서 학생에게 타이핑을 치게 하도록 하자. 사랑한다고 말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기회가 될 때 최대한 많이 해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어차피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은 문자로 사랑한다는 메세지를 받아도 선생님 말 받아서 쓴 건지 어디서 보고 베낀 건지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쓴 건지 신경 안 쓴다. 그냥 그 사랑한다는 문자 하나가 너무 기쁘고 소중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코치코치 따지지 않는다.
가끔 기분이 우울하고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도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보라고 알려준다. 그러면서 집에 가서 '엄마 오늘 내가 학교에서 너무 힘들었는데, 엄마 내가 많이 사랑하고, 오늘은 치킨 사주시면 안돼요?' 라고 말을 하면 보통 성공한다. 치킨을 먹으면 보통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문자와 말 몇 마디로 엄마에게 치킨을 적극적으로 뜯어내도록 하자. 보통 2달에 한번 쯤 써먹으면 효과가 아주 좋다.
7. 공부는 네가 하는 거고 네가 살아내야 할 것은 네 삶이라는 태도를 보여주자.
대한민국에서 공부는 공부를 넘어선 무엇이기 때문에 공부나 입시에 학생들의 미래도 걸려있고, 부모의 명예와 경제적 여력도 판돈으로 올라와 있고, 사립학교 이사장님이나 학원 선생님들의 밥줄도 걸려 있고 해서 공부는 공부 그 이상의 중압감을 가진다.
근데 결국에는 공부를 하는 거는, 그리고 자기의 직업이나 진로를 고민하는 것은 학생의 영역이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감당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그냥 너가 행복하고 자신을 최선으로 두라고 지도를 해주자.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공부에 대해 불안감이나 압박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이 있는데 그냥 너의 인생이니까 네가 행복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라고 조언해주자. 결국 타인의 시선이나 바램을 짊어지고 살아가면 많이들 지금 하는 일에 회의감과 현타를 느끼고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기적인 아이에게는 이타심을, 이타적인 아이에게는 이기심을 적절히 강조해주자. 물론 그래도 학생이 바뀌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래도 할 건 하는 게 나한테도 좋고 후회가 없다.
8. 입시는 인생의 다가 아니다
입시를 넘어서면 핑크빛 미래가 펼쳐질 것 같고, 여친남친도 사귈 거 같고, 뭐 그럴 수 있지만 입시는 인생에서 중간보스 정도의 무게감 밖에 없다. 입시라는 벽을 넘어서면 연애가 있고, 연애를 넘어서면 취직이 있고, 취직을 넘어서면 결혼이 있고, 결혼을 넘어서면 육아가 있고, 육아를 넘어서면 건강의 문제가 오고, 건강의 문제를 지지부진하면서 한 해 한 해 견디다 보면 부모님이 나의 곁을 떠나는 순간이 오고, 그 시간을 넘어서면 퇴직과 노후대비의 문제가 오고, 그걸 어찌어찌 잘 해결해서 안정적인 노후를 살아가다보면 죽음이라는 벽이 찾아온다. 입시는 물론 중요하지만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 인생에 큰 문제는 많고, 이걸 전부 S급으로 잘 넘어서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재용도 골 아픈 게 인생이다. 어차피 레이스는 기니까 가볍게 생각하자.
이외에도 제가 학생들에게 조언해주는 것은 공부를 잘하고 싶은데 의지가 없다면 어휘력 증진을 위해서 만화부터 읽어라 (슬램덩크, H2, 미생, 신과함께 등등 추천, 애니메이션은 안됨 어휘력이 안 올라감),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돈으로 해결해라 (기분이 우울할 때 맛있는 걸 먹어서 해결이 되면 맛있는 걸 먹으러 가면 된다 방구석에서 우울한 노래 틀지 말고), 술이나 담배는 할 수도 있지만 오토바이 마약 극단적인 선택 3대장은 하지 마라 술담배는 돌이킬 수 있어도 저 세 개는 못 돌이킨다, 내가 롤러코스터나 자이로드롭 좀 탄다 근데 공부에는 재능이 없고 돈은 많이 벌고 싶다면 제2롯데타워 창문 청소와 같은 일을 하면 억대연봉 쉽게 벌 수 있다 이런 직업을 추천해주는 건 아니고 시야를 넓게 가지면 생각하지 못한 길은 의외로 많다는 거다... 등이 있습니다
이런 교육철학을 가지는 경우도 있구나 하고 너그러운 마음가짐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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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이가 애교 작전을 자꾸 벌이는데, 넘어가면 안된다는거 알면서도 굴복하고 넘어가게 될 때가 많습니다. 좀 더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데 쉽지 않네요. 그래도 행복합니다.
큰 아이는 책을 정말 많이 보고, 작은 아이는 책을 자꾸 멀리해서; 확실히 어휘력에 차이가 느껴집니다; 그나마 토루님 말씀대로 만화라도 봐서 다행입니다. 글밥이 많은 책으로 넘어가게 하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ㅠㅠ
사실 훈육이 필요한 아이와 응원이 필요한 아이는 정말로 다른 타입(물론 이건 양 극단이고 모든 아이는 그 선상의 스펙트럼에 있긴 합니다만)이지 싶은데... 저 뿐 아니라, 한국에서 청장년기를 보낸/내는 사람이라면 느낄 게, 소시적에는 너무 훈육만 받은거 같은데, 요즘은 너무 응원만 하(려드)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물론, 미숙한 사회에서는 일방적으로 훈육이 보편적 방식이고, 사회가 성숙허믄서 점차 응원이 수용되어가면서 균형을 찾아나가는것이겠십니다만, 한국은 물질적 부분뿐 아니라 정신문화적 부분까지 빨리빨리라, 과도... 까지는 모르겠십니다만 분명하게 다른 사회보다 빠른 속도로 응원쪽으로 가고 있는거 아닌가 싶네요. 거기에, 각개약진 사회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극단적인 쏠림사회라는 점까지 합쳐져서 혼파망인게 지금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교육(만은 아니지만)이 겪어온 난맥상의 바탕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아이의 관점으로 봐야하는건데, 지금 성인들의 거의 대부분은 아이의 관점으로 보는 법을 겪어보지도 못했으니 잘 못하는 것도 이상할 건 없는 일일테죠. 시간이 해결해주는거긴 합니다만, 그렇대도 그 시간을 줄이는 -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긴 한데, 뭔진 모르겠고 생각할 의욕도 없는... 그런 주제에 말이 많은건 면목이 없긴 합니다만서두.
저도 당연히 응원과 지지가 원래도 그렇고 현재 한국사회상황에선 더 필요한게 맞다고 봅니다만, 지나친 용인속에서 거만해지거나 무례해져서 감당하기 힘들어진 애들을 간혹 보다보니 든 생각입니다. 보다 직접적으로는 훈육적 방식에 대한 재조명 재접근이 필요하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