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친정에는 밍키라는 개가 한 마리 있습니다. 포메라니안이죠. 그리고 저는 밍키의 목숨을 구한 생명의 은인입니다. 아내의 친정은 밍키의 3번째 주인입니다. 첫 주인은 누군지 모르겠고, 2번째 주인이 장인어른께 개 키워볼 생각 없냐면서 밍키를 건넸죠. 그때 이미 성견이 된지 한참이었습니다. 장인어른은 별 생각 없이 밍키를 집으로 데려왔고, 가족들의 심한 반대에 부딪힙니다.
"개 키우는 데 한 두 푼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밥은 누가 주고, 씻기기는 누가 씻길 거냐. 당장 돌려줘라."
하지만 2번째 주인은 이후로 연락도 받지 않고, 집에 찾아가서 불러도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아내 가족은 밍키를 유기견 센터에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걸 말린 게 접니다.
"유기견 센터 갔다가 10일 동안 새 주인 못 만나면 걔 죽어. 안락사 시킨단 말이야."
아내에게 이렇게 말하자, 가족들은 결국 밍키를 키우기로 합니다. 이때 이름도 제가 지어줬죠.
하지만 밍키는 저를 개무시합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포메라니안이란 견종은 싸가지 없기로 유명합니다. 제가 놀러가서 "밍키야~ 이리와~"라고 하면 쓱 쳐다보고는 콧방귀를 흥~ 뀌고 딴 데로 갑니다. 그냥 가도 기분이 더러울 것 같은데, 꼭 저렇게 "내가 왜 나보다 서열 낮은 네놈 말을 들어야 하지?"라는 티를 팍팍 냅니다.
그렇다고 서열 높은 사람에게 살갑게 구는 것도 아닙니다. 아내 말을 들어보면 밍키는 개보다 고양이에 가깝게 행동합니다. 부르면 오지 않고, 지가 심심하면 옵니다. 몇 번 쓰다듬어주면 만족하고 또 자기 자리로 돌아갑니다. 아내가 밍키를 오게 하려면 간식을 동원해야 합니다. 그마저도 지가 배부르면 오지 않습니다. 별로 개같지 않죠.
그런데 이런 밍키도 개가 맞구나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가족들이 외출했다 집에 돌아왔을 때입니다. 앞발을 들고 폴짝폴짝 뛰면서 꼬리를 미친 듯이 흔듭니다. '아~ 이 맛에 개를 키우는 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죠. (아래 영상은 밍키가 아니지만, 저것과 비슷하거나 더 격렬하게 반응합니다. 최소 매번 5일만에 온 것처럼 구는 것 같아요)
이걸 보고 배웠습니다. 가족이 집에 돌아왔을 때는 격하게 반겨야 한다는 걸 말이죠. 제가 다니는 직장은 재택근무를 합니다. 아내는 동네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죠. 그래서 제가 아내를 맞아 줄 때가 많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한 마리의 개가 됩니다. 온갖 오바를 떨면서 맞이합니다. 꼬리가 없는 게 천추의 한입니다. 있었으면 꼬리로 헬리콥터를 돌리고도 남았을 겁니다. 요즘은 "얼마나 추웠을까~"라는 멘트가 잘 먹힙니다. 손을 막 비벼서 꽁꽁 얼은 볼 위에 얹어주면 아내가 참 좋아합니다.
이런 게 가족이 화목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비싼 선물이나 해외 여행 같은 게 가정의 평화를 부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평소에 개같이 구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것에 행복과 감사를 느끼는 아내의 성품도 큰 몫을 하겠죠) 그래서 앞으로도 개같은 남편이 되고자 합니다.
여러분도 함께 개같은 배우자가 되어보는 건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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