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미국에서는 한창 봄방학 중이었습니다. 미국은 부활절 시즌에 약 보름간의 봄방학이 있는데 슈퍼 마리오 무비는 아마도 이 시즌을 겨냥해서 개봉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 아이들에게 슈퍼 마리오는 상당히 인기가 많은 캐릭터라 저희 딸도 예고편이 공개되자마자 보러가고 싶어했거든요. 아침 첫타임을 예매하고 아이 둘을 데리고 갔는데 극장은 90프로 이상 아이들과 부모들로 가득차 있어서 흥행세를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아래 리뷰는 핵심적인 스포는 없고 예고편에서도 볼수 있는 장면 위주로 리뷰를 할텐데 혹시 약간의 스포도 힘든 분들은 안 보셔도 됩니다. 솔직히 스포라는게 의미가 없는 영화이긴 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한줄평하자면 슈퍼마리오 무비는 제가 본 원작이 있는 애니중에서 최고의 팬무비였습니다. 창작자의 입장에서 원작의 재구성은 놓을 수 없는 창작자의 자존심이기도 해서 솔직히 약간의 각색은 어느정도 익스큐즈해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 정도의 차이때문에 원작팬과 재해석작 팬의 간극이 생기기도 하구요. 하지만 슈퍼마리오 무비는 처음부터 끝까지 슈퍼마리오 팬들이 뭘 좋아할까를 고민하고 그 종합선물세트를 구성한 느낌입니다. 왜 최고의 팬무비가 되었는지 몇가지로 나눠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1. 첫째도 캐릭터 둘째도 캐릭터 셋째도 캐릭터
애니메이션를 구성하는 많은 요소들 중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가지는 캐릭터, 세계관, 서사인데 사람에 따라 이 요소들의 비중이 다른 거 같습니다. 영화의 서사에 익숙한 사람은 애니메이션의 단순한 서사에 실망하고 낮은 평점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사실 서사는 캐릭터성을 보완해주는 장치라는 걸 아실 겁니다. 애니팬이 애니에서 가장 실망하는 건 단순한 서사가 아니라 캐릭터가 망가지는 것, 즉 캐붕이죠.
슈퍼마리오 무비는 캐릭터의 측면에서 완벽하게 게임 캐릭터를 애니메이션으로 살려냅니다. 단순히 게임과 똑같은 모델링을 했을 뿐만 아니라 게임에서 상상하던 캐릭터성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했습니다. 특히 대pc 시대에 피치와 같은 캐릭터를 볼 수 있게 해준 애니메이션 제작진에게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무비에서의 피치는 단순히 쿠퍼에게 잡혀가서 마리오에게 구해지길 기다리는 공주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버섯왕국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히어로입니다. (특히 피치 공주의 모델링은 게임보다 완벽하게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많은 2차 창작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영화 내내 애절한 형제애를 보여주는 마리오 브라더스, 빌런이지만 개그캐인 쿠파와 마법사 마귀 콤비, 가방에서 요리도구를 꺼내 맛있는 요리를 해주는 키노피오 등, 주요 캐릭터들 하나하나 버릴 거 없이 세심하게 연출되어 있습니다.
2. 게임 액션을 스크린으로
두번째로 슈퍼마리오 무비는 게임의 액션을 스크린에 잘 구현해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횡스크롤, 3D 액션, 레이싱 액션 등이 마치 게임을 보는 듯, 혹은 애니를 보는 듯 상당히 밸런스를 잘 잡아가며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초반에 브루클린 공사장에서 횡스크롤 액션 시퀀스가 나오는데 이 부분은 이 컨셉 그대로 게임이 출시돼도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저는 마리오 게임은 그렇게 많이 하지 못했고 최근에 3D월드를 했었는데 버섯왕국에서의 액션 시퀀스는 3D월드가 떠올랐습니다. 뿐만아니라 마리오 카트가 등장하는 레이싱 액션 등 모든 액션 신이 게임에서 보던 액션을 영화적으로 잘 보여줍니다. 또한 게임 내 캐릭터들의 고유 액션들, 아이템들이 그대로 등장하여 스토리에서 시의적절하게 잘 쓰입니다.
3. 적절히 삽입된 게임 OST
마리오 하면 떠오르는 여러 음악들이 있을 겁니다. 메인 테마, 던전 테마, 그리고 특수한 상황에서 나오는 음악 등, 영화를 보는 내내 적절한 상황에서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들립니다. 그것도 편곡도 상당히 좋습니다. 단순히 게임 팬들을 위해 게임 음악을 중간중간 넣은 게 아니라 실제로 영화 ost로 기능하는 편곡이라서 더 좋았습니다.
4. 후속작에 대한 기대
어떤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 지에 내용이기에 이 부분은 약스포가 될 수 있어 혹시 민감하신 분들은 스킵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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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작품의 대박흥행으로 2탄이 안나올수가 없겠지만 게임의 많은 부분을 담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더 풀어낼 스토리가 있습니다. 마리오 시리즈의 중요한 캐릭터인 요시는 정말 1초 스쳐 지나갑니다. 첫째 딸은 1초 나오는 요시가 제일 좋았다고 하더군요.. 데이지, 로젤리나 등 다른 공주 캐릭터도 아직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쿠파의 아이들도 등장한다면 재밌는 개그캐가 될 수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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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을 다시 하자면 슈퍼 마리오 좋아하면 무조건 봐야되는 영화입니다. 전혀 그런 영화가 아닌데도 마지막에 좀 울컥하는 포인트도 있구요. 팬무비라고 폄하될 것이 아니라 팬무비도 이정도로 만들면 충분히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서사는 충분히 좋습니다. 무슨 반전과 복선을 기대하고 보는 영화가 아니잖아요.
개인적으로는 어벤져서 앤드게임 이후 첫 영화관 나들이였습니다. 영화가 상영되는 한시간 반 내내 미국 나이로 3살인 둘째 아이를 신경쓰면서도 영화가 펼쳐내는 세계에 푹 빠질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봄나들이로 같이 볼 수 있는 최고의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PS. 재밌는 쿠키가 하나 있으니 엔딩 크래딧 끝까지 기다렸다가 나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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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장면을 팬들이라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요소로 가득 채웠더군요. 말 그대로 종합선물세트같았습니다.
전반적인 연출도 그렇고, 게임을 해본 사람들만 알아챌법한 디테일한 부분까지 서비스를 채워넣은 걸 보니 즐겁더라구요.
별 기대 안 하고 보러 갔다가 영화가 끝나자 마자 같이 간 게이머 친구랑 서로 발견한 디테일에 대해 얘기하며 이 영화를 혹평한 비평가들은 필시 슈퍼마리오 시리즈와 거리가 있는 사람일거란 얘기를 했네요 크크.
후속작을 암시하는 요소가 여럿 있었는데, 이런 팬서비스가 덜 신선하게 느껴질 2편에서도 이만큼의 재미가 느껴질까 하는 생각이 좀 들긴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