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최근 엠폭스(과거 명칭: 원숭이 두창)의 확진 사례가 우리 나라에서 늘어나며 많은 분들께서 걱정하고 계십니다. 정리된 정보와 의견을 공유해드립니다.
0. 들어가기 앞서
- 최근 몇몇 언론 인터뷰에 응한 적이 있습니다. 저의 기본적 논지는 전파능력과 치명율 면에서 엠폭스는 코로나19만큼 사회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주는 감염병이 아니며, 일상생활을 영위하시는 국민들이 우려하실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을 드려왔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낙인이 심한 감염병이기에 이부분을 조심해서 다루지 않으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씀을 계속 드리고 있습니다.
- 하지만 최근 엠폭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침구만으로도 감염이 된다.' '숨은 감염자가 몇배가 된다.' 등의 국민들의 불안을 자극할만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전달되는 듯해서 정보와 저의 의견을 전달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오늘 글은 대부분 미국 CDC에서 제공하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 개인적 의견이나 아직 분석 중인 견해는 별도로 개인 의견이라고 명시해드리겠습니다.
1. 엠폭스가 뭐에요?
- 엠폭스의 예전 이름은 원숭이 두창이었습니다. 최근 WHO가 명칭을 변경했고, 그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엠폭스와 원숭이 두창을 현재는 병기하면서 엠폭스라는 명칭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 엠폭스 바이러스는 천연두(두창) 바이러스의 친척이며, 천연두보다는 증상이 훨씬 경하고, 치명적인 경우도 드뭅니다. 엠폭스는 1950년대 원숭이를 사육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고, 사람에서는 1970년 확인되었습니다. 2022년 엠폭스 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이인 클레이드 II가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전파되었고,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2. 엠폭스에 걸리면 어떤 증상이 나오나요?- 엠폭스의 특징적인 증상은 손, 발, 가슴, 얼굴, 입 주변이나 생식기 주변(포함하여 음경, 고환, 음순, 질 및 항문)에 나타나는 발진입니다. 발진은 여러 단계가 있고, 진행되면서 딱지가 생깁니다. 하지만 이 발진은 초기에는 뾰루지, 여드름, 수포처럼 보여서 그 모양만으로 감별은 불가능합니다.
대표적인 그림은 영국 당국이 제공하는 아래그림입니다. 보시다시피 특징적이지 않습니다.
- 자극적인 사진처럼 전신에 발진이 생기는 경우보다는 신체 일부에서만 확인하기 어려운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발진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 발진이 생기기기전에 몸살 증상이 있을 수 있는데 발열, 오한, 피곤함, 근육통, 두통, 호흡기 증상 등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 즉 특징적인 피부 병변이 있다고 되어있지만 그것을 엠폭스로 의심해서 확인하기는 어려움이 있고,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일반적인 전신증상이 있습니다. 또 현재까지 증상이 있기 1-4일 전부터 타인에 대한 전파가 가능하고 발진 부위가 완전히 치유되어서 새로운 피부층이 형성되면 전파가 되지 않는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미국 CDC)
3. 엠폭스는 어떻게 전파되나요?
-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실 부분인 듯합니다.
- 엠폭스는 매우 가깝거나 친밀한 접촉으로 전파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는 피부와 피부 사이의 접촉을 통해서 전파가 이루어집니다. 대표적으로 엠폭스 환자의 발진과 딱지에 직접적으로 접촉되거나, 그들의 침, 콧물, 점액, 생식기 주변에 접촉될 경우입니다.
- 또한 포옹, 마사지, 키스 등에서도 이러한 접촉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장시간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접촉하는 경우에도 전파는 가능합니다. 현재까지 미국 CDC의 안내에서 감염자가 만진 물건, 직물(옷, 침구 등), 표면을 통한 전파 위험은 낮다고 되어있습니다. (미국 CDC)
- 이 표현은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으나, 주된 전파 경로는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개인의견)
4. 엠폭스는 성 접촉으로 전파되는 감염병인가요?
- 지금 유행에서 대부분의 바이러스 전파는 일차적으로 성적 접촉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염은 성적이지 않은 접촉으로도 가능합니다. (미국 CDC)
5. 엠폭스는 치명적인가요?
- 엠폭스의 치명율은 현재 1%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또한 엠폭스에 감염된 사람 중 진단검사를 통해 확진자되는 사람의 비율이 낮을 수 있음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위험은 더 낮아 보입니다. 하지만 1세 미만 아이나, 면역체계가 심하게 약한 사람, 임산부나 수유중은 분들은 치명율이 더 높을 수 있습니다.
6. 우리나라 유행 상황과 전망은?
- 이번주는 하루에 3명 정도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 최근 1개월의 추이를 볼 때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지역사회 확산 단계로 판단됩니다. 지역사회 확산이란 감염원을 특정하거나 추적이 어려운 국내 감염사례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 저는 향후 3개월 정도는 감염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대규모 유행을 겪은 국가들은 최대 6-7개월정도의 유행 지속기간을 보였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사례에서도 향후 3개월 정도는 더 감염이 증가하고 그 뒤 차차 감소할 수 있으리라고 예상합니다. 유행의 규모는 최대 수십명 이상 확진되는 정도의 상황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견)
7. 일반 사람은 어떤 주의를 해야하나요?
- 현재까지 대부분의 강염 사례는 동성애자, 양성애자 및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자 등입니다. 그러나 성적 지향과 정체성과 관련 없이 누구나 이 밀접한 긴밀한 접촉을 엠폭스 감염자와 가지면 감염의 위험이 존재합니다. 아래는 미국 CDC가 제시하는 감염 예방 수칙 중 일부를 정리한 것입니다.
1) 엠폭스 병변처럼 보이는 발진이 있는 사람과 긴밀하거나 피부 대 피부 접촉을 하지말아야 합니다.
2) 엠폭스 감염자가 쓴 물건과 접촉하지 말아야합니다.
3) 손을 자주 씻어야 합니다.
8. 밀접한 접촉이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주의해야하나요?
- 엠폭스에 대한 증상을 잘 인지하고 파트너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신체에 새로운 발진이나 병변이 있는지를 주의해서 살펴봐야하고, 새로운 피부 병변이 있는 경우 긴밀한 접촉을 피하고 진단 검사를 받아보시는게 좋습니다. 긴밀한 접촉시에는 콘돔, 장갑, 옷 등을 잘 착용하는 것이 밀접한 피부대 피부 접촉을 줄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미국 CDC)
9. 코로나 19 만큼 우리 사회가 힘들어질까요?
- 아닙니다. 코로나 19는 매우 전파속도가 빠르고, 고연령층에게는 치명율이 높은 감염병입니다. 특히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고 사례와 사례 사이의 주기가 매우 짧아 엄청난 규모의 감염자가 동시에 나오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엠폭스는 직접 피부 접촉을 통해서 주로 전파되어 전파속도는 느리고 치명율은 낮은 편입니다. 따라서 엠폭스가 국민들에게 동시 대규모로 확산될 가능성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 의견)
10. 왜 자꾸 사회적 낙인에 대한 강조를 하나요?
- 엠폭스는 긴밀한 접촉을 통한 전파 경로가 이미 잘 알려져 있고, 대부분의 감염자가 특정 집단에 편중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이미 사회적 낙인이 심한 감염병입니다. 그러나 그 낙인 때문에 역학조사와 추적관리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문화에서 자신의 증상 발생을 의료기관에 신고하고 이 후 기관의 역학조사에 협조하는 것은 매우 큰 어려움이 따르는 일입니다.
- 하지만 그러한 낙인 때문에 감염자의 발견이 늦어진다면 이는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다수의 문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감염병은 말 그대로 긴밀한 접촉으로 전파가 이루어지기에 발견이 늦어지고 확산될 경우 이성 간의 접촉, 일상적 가족간 접촉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개인 의견)
11. 엠폭스의 박멸은 가능한가요?
- 감염병의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되면 이를 단기간 내에 추적관리해서 국내에서 제거하는 형태의 접근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엠폭스는 아마 오랫동안 사회를 괴롭힐 것으로 생각됩니다.
- 질병청의 역학조사, 접촉자 관리 역량은 매우 훌륭한 편입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분위기와 환경에서는 추적 자체도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