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2G 폰 안 쓰나?
하하, 이젠 안 쓴다. 친한 언니가 제발 스마트폰 쓰라면서 사줬다. 폰을 쥐고 사는 성격이 아니라서 신경 안 썼었지. 이젠 잠깐만 안 봐도 대화를 못 알아들으니까 나도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보게 된다. 그래도 남들에 비해 안 하는 편이다.
-정말? 조금 전까지 트위터 보고 있더니.
트위터에 웃긴 사진을 많이 올린다. 셀카는 재미없고, 일상 사진도 먹는 장면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먹는데 왜 살이 안 찔까?
주기가 있다. 먹을 때는 확실히 보충해주고, 안 먹을 때는 식단 조절하면서 운동한다. 그래도 먹는 것만큼 재밌는 일은 없지.
-난 연애하는 게 제일 재밌던데? 연애할 때는 주로 뭘 먹었나?
그때는 대학생이었으니까 떡볶이를 주로 먹었다.
한국체육대학교 앞에 싸고 양 많기로 유명한 떡볶이집이 있었거든. 학교 앞 식당도 많이 갔다. 매일 그날의 찌개라고 있었다. 부대찌개, 제육볶음 나오는 날이면 꼭 갔지. 그리고 양푼에 비빔밥 해먹는 날도 있고, 고추장과 간장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까다롭지 않아서 남자친구가 좋아했겠다.
딱 스무 살에 할 수 있는 연애를 했다. 함께 자전거 타고, 지하철 타고. 재밌었다. 너무 재밌었지.
내가 서울 사람이 아니어서 더 그랬을 거다. 하하.
-전주도 큰 도시인데?
서울에 비하면 소도시지. 서울 올라오고 나서 뭐든 신기했다. 정말 넓구나. 매번 느꼈지.
-쉴 때는 뭐하나?
예전부터 책방 가는 걸 좋아했다. 만화책은 어렸을 때 다 끝냈고.
-그럼 고우리에게 최고의 만화는 뭘까?
[진짜 어려운 질문이다. <드래곤볼>도 좋아했는데, 애니메이션으로만 봤다. Z 끝내고 GT까지 봤는데, 주인공들이 약 먹고 다시 어려져서 관뒀다. 가뜩이나 안 늙는데!]
-GT는 진정한 <드래곤볼>이라고 하기에는 무리지.
[프리저와 싸울 때까지가 좋았다.]
-요즘은 뭘 읽고 있는데?
얼마 전 <빅 픽처> 끝냈고, <1Q84>는 이름이 헷갈리고, 어려워서 잠시 쉬고 있다. 기욤 뮈소의 <종이 여자>를 읽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 보니 대학교 때 신문 만들었다. 나도 기자였다. 신문 동아리에서 기사 쓰면서 느꼈지만 기자는 정말 힘든 직업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음, 솔직할 수 없는 직업이랄까? 적성이 맞아야만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난 아직도 뭐가 적성에 맞는 일인지 모르겠던데.
하긴 어느 직업이나 그렇겠지.
-그럼 왜 아이돌을 직업으로 선택했나?
전공이 발레였고, 무대에 오르는 건 자신 있었다. 처음 춤출 때는 어렵다고 못 느꼈다.
-무대에 오르는 것 외에도 힘든 일이 많지 않을까?
연습도 힘들다. 만일 이런 과정들을 다 알고 있었다면, 아이돌이란 직업을 쉽게 선택했을까? 아마 몰랐으니까 뛰어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연예인이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운이 좋았다.
-아이돌 되고, 후회한 적은 없고?
물론 있다. 다른 연예인들도 다들 똑같이 하는 말인데, 사람 때문이다.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는 법이니까.
이 사람, 저 사람 전부 다르다. 하지만 다른 것이지 틀린 건 아니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 서로 편하게 살 수 있을 텐데, 타인의 다름을 인정 안 하는 사람이 있다. 지금은 그런 사람을 만나면 노하우가 생겨서 잘 피할 수 있지만, 처음에는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굉장히 힘들었다.
-그렇게 능구렁이가 되는 것 같다.
하하하 뭐 어떻게 보면 좋은 거지. 스트레스를 덜 받고 사는 거니까. 그것 외에 다른 일은 어렵다고 할 수 없다. 이 직업이 가진 필연적인 고뇌들이다.
-고우리의 화두는 뭔가?
평범하다. 나는 뭘 잘할 수 있을까? 내게는 뭐가 어울릴까? 나는 어떤 아이일까? 나의 매력은 뭘까? 이런 것들이다. 그래서 머리를 잘라보고, 다양한 것을 많이 시도하는 편이다. 연기를 하면 잘 할지, 랩을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으로 할 수 있는지 그런 것들이 궁금하다.
-랩을 하니까 가사도 직접 쓰나?
가사를 쓰긴 쓰는데, 새삼 느꼈다. 나는 밝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하하.
-삶에 대해 고민할수록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긴 어렵지.
글을 쓰다 보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진지해지고, 머릿속이 복잡하고 그렇다. 삶에 대해 긍정적인 편은 아닌 것 같다.
원래 성격은 낙천적이었는데 이 일을 시작하고 굉장히 예민해졌다. 하, 옛날엔 진짜….
-왜 그렇게 힘없이 웃나?
별로 안 웃긴 이야기니까. 예전에는 터프했다. 애들을 주도하는 성격이었다. 근데 이제는 많이 조심스러워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직업이니까.
-아이돌은 힘들어 보인다. 20대 초반 남자들이 귀여운 척하고, 깍듯하게 행동하는 걸 보면 그렇다. 한창 거만하고, 방황할 때인데.
다들 애늙은이 같다. 어린애들도 어른스럽다. 그래야만 하니까.
대중의 기준에 맞추기가 힘들다. 요즘 아이들 장래 희망 1순위가 연예인이라고 한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직업을 우리는 하고 있으니까.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또 그 기준에 부합할 필요도 있다.
-한창 휴가철이다. 놀러 가고 싶은 곳은 없나?
해외로 익스트림 스포츠 하러 가고 싶다. 번지점프 해보고 싶고, 패러글라이딩도 욕심 있다.
-체대 출신답다. 베이스 점핑은 어떤가?
와~ 광고에서 봤는데, 그건 죽기 전에 꼭 한 번 해봐야 한다. 엄청 위험할 것 같다. 한 번 해보면 장난 아니게 흥분할 것 같다.
여행 가고 싶다. 맛있는 거 먹고, 캠핑도 하고.
-캠핑 좋아하는 여자가 내 이상형이다.
하하. 뭐, 연애할 때 캠핑 다니면 재미있을 것 같긴 하다. 나는 결혼하고 남편이랑 가야겠다.
-어떤 남자가 좋은데?
내가 잘 챙겨줄 수 있는 남자가 좋다. 굳이 연하가 아니라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남자.
때로는 남자다워서 날 챙겨주기도 하는 남자와의 연애가 재미있지 않을까?
-내가 한 모성애 한다.
하하하, 그럴 것 같다. 근데?
드래곤볼은 프리저까지가 진리죠 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