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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08/03/26 23:53:57 |
Name |
나는 고발한다 |
Subject |
홍진호, 정치 - 명승부를 기대합니다 |
1. 명승부
승부에는 승리가 있고, 패배가 있습니다.
승리는 달콤하고, 패배는 뼈아픕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Winner Takes All. 승자는 모든 것을 가지고, 패자는 모두 잃는다고,
그러나 승부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승부에 임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승리. 생존.
그러나 승부사들 자신이 아닌, 승부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도 그러할까요?,
승부 그 자체에서 더욱 큰 즐거움과 가르침을 얻을 수 있기를.
May the Best Man WIn. 더 나은 자가 살아남기를.
패한 자는 승자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니, 우리에게 교훈을 주기를.
바라보는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승자와 패자의 모든 잠재력의 발휘,
누구도 방심할 수 없는 전개,
예상치 못한 반전, 역전과 재역전,
후회없는 격돌과 결착.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결과.
그리고 승부에서 느끼는 감동과 교훈,
바로 '명승부'가 아닌가 합니다.
2. 홍진호
승리는 정말 소중합니다. 승부의 목적은 승리입니다.
그러나 당장의 승리만이 전부일까요.
승리만을 위한 승리는 패배의 교훈을 알지 못하며,
장기적인 성공을 약속하지 않습니다.
우린 승과 패의 결과보다는, 승리와 패배를 통해 '무언가를' 얻기 위해 살아갑니다.
돈일 수도 있고, 행복일 수도 있고, 미래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무언가일 수도 있습니다.
승리가 그 무언가를 약속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은 필요조건일뿐, 필요충분이 아닙니다.
승리는 소중합니다. 그러나 진흙탕과 OME로 점철된 승리는 사랑받지 못합니다. 우리는 그 승리를 통해 발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명승부의 패배자는 기억받고, 사람들의 갈채는 그를 외면하지 않습니다.
홍진호 선수는 지고 지고 또 졌지만, 누구도 그를 실패자라 부를 수 없습니다.
그는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우리는 그 미완성을 사랑합니다.
홍진호 선수는 우승하지 못했을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그를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 자신은 불행할지도 모릅니다. 그 이상으로 위대한 프로게이머는 손에 꼽기도 어렵습니다.
팬의 사랑을 먹고 사는 것이 프로스포츠. 우리의 드라마.
홍진호에게는 수많은 승리가 있었지만,
그가 우리에게 준 최고의 감동은 최연성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며 최후까지 저항하던 모습입니다.
비록 그는 졌지만, 누가 그를 비난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3. 명승부의 기억
비단 홍진호뿐만이 아닙니다.
수많은 명승부가 있었고, 그 이상의 감동과 교훈과 발전이 있었습니다.
최동원과 선동열의 연장 14이닝 완투대결은 에이스의 긍지와 프로야구의 낭만이었습니다.
무적 해태에 홀로 맞선 박충식의 투혼은 무관의 강자 삼성의 투지에 불을 질렀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박충식의 그 14이닝은
삼성의 투혼을 상징합니다.
고려증권과 현대자동차의 혈투. 꺾이지 않는 도전자와 결코 해이해지지 않는 제왕의 대결이었습니다.
연세대 대 고려대. 서장훈, 현주엽, 문경은, 전희철, 우지원, 양희승. 이상민. 신기성.
누구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다시 달려드는 끝없는 승부.
조남철과 김인. 조훈현과 이창호. 위대한 선구자와 최고의 후계자의 계속되는 인연.
레알과 바르샤. 레드삭스와 양키스. 한국과 일본. 굴복은 없다. 복수만이 존재하는 필생의 라이벌전.
승자와 패자가 누구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단지, 지켜보는 사람들의 벅찬 감동만이 생생합니다.
4.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우리는 인생이라는 승부의 의미를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합니다.
비록 세상은 각박하고 승리는 소중하지만,
무차별적인 승리 뒤에 무엇이 남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도태를 두려워한 나머지 주위의 사람들을 밀쳐내버리고
자신의 조급함으로 보다 소중한 행복을 희생했던 적은 없었을까요.
우리는 사랑을 돌아봅니까, 꿈을 돌아봅니까, 가족을 돌아봅니까?
우리의 인생은 OME로 점철된 승리입니까, 아니면 후회없는, 감동의 명승부입니까.
명승부 끝의 승리라면 최고겠지만요.
5. 한국 정치, 명승부를 기대합니다.
갈수록 수렁으로 빠져드는 한국 정치.
토론은 고성으로 시작되고, 대변인들의 인신공격으로 전개되고, 고소고발로 끝납니다.
제대로 된 토의는 하나도 없고, 회기 마지막 날에나 줄기차게 의사봉을 두드리며 졸속 마무리됩니다.
좀 중요한 문제다 싶으면 정치는 재개발지구로 변합니다. "나가!" "못나가!" "끌어내!" "어, 쳤냐?" "그래, 쳤다!" 퍽퍽퍽퍽~
그리고 문제가 어떻게 결론났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언론은 '아니면 말고'의 폭로전만 연발하고, 60 퍼센트의 지면을 광고로 도배합니다. 스태이시스 필드라도 걸렸는지 수십년이 지나도 나아지지를 않습니다. 아, 더 오만해지기는 했습니다.
그들은 정치와 사회를 마치 초등학생용 만화 그리듯 서술합니다. 누가 좋은 놈이고, 누구는 나쁜 놈이다! 왜? 내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어느새 귀신이 현실정치의 영역으로 진출했고, 여의도 텔레토비 돔의 전과자 비율은 웬만한 슬럼가보다도 높습니다.
참 웃기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들 모두 한때 청운의 꿈을 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씁쓸하기만 합니다.
그들도 추구하는 가치가 있을 것이고,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진흙탕 싸움 끝에 뭐가 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에게 <명승부>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요?
엄청난 학습과 연구, 치열한 토론, 유례없는 대논전, 충돌과 양보, 협상과 결렬, 마지막 격돌. 승리와 패배.
그러나 치열한 승부 속에서 국민은 더 많은 것을 생각했고, 우리 사회는 더욱 성숙해졌다.
이 문제는 결론났으나, 승자도 패자도 우리 사회도 더욱 발전했다. 다음 대결에서도 많은 것을 기대한다.
이런 승부를 기대할수는 없는 것일까요?
사학법, 노동법, 대북정책, 세금, 삼성, 대운하.
문제들이 참 많이도 쌓였지만 기억나는 것은 처절한 욕설뿐,
무슨 대안이 논의되고 무슨 반박이 있었는지는 기억나지도 않는군요.
PGR 평점으로는 2점도 안나올 OME들만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당들이 장사가 되는것이 신기할 뿐입니다.
6. 우리가 만드는 명승부
힘들지도 모르지요. 세상은 힘든지도 모르지요. 한국 정치는 아직 멀었는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우리 자신에게 기대를 걸어봅니다.
명승부는 선수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해설이 비명을 지르고 팬들이 환호할때, PGR과 스갤이 대폭발할때 명승부가 만들어지듯
우리 주위의 멋진 승부에 우리가 미소지어줄 수 있다면.
OME는 조금씩 도태되고 명승부들이 이어지는 것도 꿈은 아니겠지요.
따뜻한 가슴의 소시민, 이상을 포기하지 않는 정치 초년생, 나이들었지만 아직 꿈을 간직한 원로.
무모하지만 패기에 찬 애송이. 불가능에 도전하는 사람들. 손해보면서도 정직한 사람들. 어려워도 좌절하지 않는 소수자.
우리가 그들을 비웃지 않는다면, 그들의 승부에 박수를 보낸다면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자, 인격과 도의를 무시하는 자, 타인을 인정하지 않는 자,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기에 바쁜 OME들은
조금씩 사라져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명승부를 기대합니다.
한줄요약 1.
홍진호 화이팅.
한줄요약 2.
투표합시다.
* 라벤더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4-0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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