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잠잘까입니다.
요새는 아예 안올리지만, 자게나 스게 제 닉넴 검색해보면 꽤 많은 류의 K리그 게시글 나올겁니다. 그만큼 K리그를 굉장히 좋아하고 깊게 봤고요. 제가 왠만해선 실생활에서 조차 자랑 같은거 안하고 겸손만 떨면서 살지만, K리그만큼은 자신있게
좋아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너무 재미있는 나머지, 10~30대 내내 only PGR유저였던 제가 타사이트 외도까지 하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매수가 터지고, 안좋은 일이 일어나고....결국 환멸을 느껴 지금은 다시금 10여년전 모습 그대로 라이트 팬으로 돌아섰습니다.
비아냥, 비난 이런 건 사실 스포츠판이라면 당연히 감수해야하고 또 그래야했기에 참을 수 있었는데 구단의 대처가 제가 원치 않는 방식으로 처리를 했어요. 구단 내 관계자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구단의 발표에서 '그 일'을 반면교사 삼지 않고 빨리 치워 없애자 같은 뉘앙스를 많이 느꼈습니다. 적극적으로 숙이는 자세를 원했던 저는 소극적인 대처도 모자라 하이리스크 만큼은 얻지 않으려는 방어적 자세 때문에 결국 라이트한 팬으로 남기로 했어요.
그래도 떠나지 않고 라이트팬이라고 하면서 전북 경기를 보는 이유는 '나라도 지켜주자'라는게 좀 있거든요. 이 일은 크나큰 타격이고 되돌릴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지만, 언젠가 그릴 장밋빛 미래의 토대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걸 믿고 지켜보자 마인드로 바꾼거죠. 그 뒤론 다른 K리그 경기는 전혀 안보고 전북 경기만, 그리고 뉴스나 인터뷰 따위 역시 보지도 않습니다. 제가 축구 한창 볼때는 오랜시간 혼자 전술/전략 다 짜고 타팀 분석도 다해가면서 얼마나 이길 가능성이 높은지 별애별 수단을 다 동원해가면서 경기를 봤거든요. 그게 머리에 남으니까 글도 썼고요. 이제 그 시간이 비니까 따로 할 취미생활이 없어졌어요. ㅠㅠ
반대로 저희 집은 야구 라이트팬입니다. 제가 좀 낀 세대라고 할 수 있는데 유딩 이후 쌍방울이 창단되었고, 제 어린시절 추억을 상징했던(전북 다이노스, 쌍방울 레이더스) 팀이기에 쌍방울 망하곤 야구는 안보거든요. 08년 야구가 흥할때 국내 팀하나 정해서 보려고 했지만.....아무래도 쌍방울 야구 보던게 남아있던지라 새롭게 낄 수가 없었습니다.
반면 동생은 저보다 어렸던 지라 쌍방울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기아로 탑승, 아버지께서는 당연히 저보다 훨씬 높은 연령대라 쌍방울이 망해도 기아로 갈아타는게(예전부터 호남은 해태기도 했고....) 무리가 없으셨습니다.
그래서 최근 집에서 야구를 간혹 보거든요. 몇개월간 기아야구가 대단했자나요? 저번달에는 거의 보름 내내 저녁밥상에서 야구 이야기만 했던 것 같네요. 제가 야구는 안봐도 규칙은 어느정도 알아서 아버지 말벗 해드리고요. 그동안 야구이야기는 거의 안했는데 성적이 워낙 좋고 드라마 같은 경기가 많다보니까 야구 대화가 늘었습니다.
직관 자주하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이런 팬(아버지+동생)이 딱 이 시기를 넘기면 라이트팬에서 적극적 팬층으로 바뀝니다. 기사를 자주 찾아보고 상대팀 어떠한지 대충 보면서 결국 직관을 가고 유니폼을 사고 선수들 싸인 받고.... 이런 식의 흐름으로 호구(?) 하나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서 성적이 떨어질때가 되면, 이들이 자리를 지켜서 고정 수익을 만드는 거고요.
이제 이들이 얼마나 팬심을 유지할까요.
직관도 자주하고 분석도 자주 하면서 느낀건, 이런 라이트한 팬들이 쉽게 떠나게 만드는 지름길이 연고이전, 승부조작, 매수 입니다. 물론 시작하자마자 갑자기 '아 나 안볼거야'라는 팬은 사실 적어요. 라이트하게 보니까 피부로 와닿지 않거든요. 골수팬 같은 경우는 저처럼 '나라도 지켜주자'마인드가 강하고요.
대신 이들이 떠나가는 건 언론, 커뮤니티 등의 입방아에 제대로 오른 뒤 시작됩니다. 전북팬임을, 기아팬임을 자랑스럽게 표출하는 사람들이 넷상이든, 오프라인이든 적어지고 움츠려들죠. 직관을 가도 상대팀의 응원구호에서 '매수'라는 단어가 들리고, 스포츠 게시물에 매수, 승부조작이란 단어가 넘칩니다. 승부조작, 매수와 전혀 상관없는 A라는 사건이 터져도 그게 꼬리표처럼 따라 붙고, A라는 사건에 매수가 붙자 정황상 딱 들어맞는 B라는 새로운 사건이 탄생됩니다 정작 B사건은 사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루머나 같은데 말이죠. 그럼에도 매수라는 꼬리표 때문에 일파만파 커지고 오해와 불신이 쉽게 생깁니다.
라이트팬은 이런 걸 주도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겉만 볼 수 밖에 없거든요. 이 상황을 피부로 느끼게 되고 발을 띠게됩니다. 자기팀의 성적이 좋아 자랑스러워 한다였는데 댓글을 보곤 부끄러움과 자괴감에 빠지며 잘못된 사상에 빠지기도 합니다. 골수팬은 움츠려들면서 적극적인 대처를 포기하게 되버리고요. 흔히 말하는 '그들만의 경기'가 되버리죠. 성적은 좋고 인기는 많지만 그 안의 뼈대는 시궁창인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힘의 원천은 사라지고 잔기술만 늘어나고요.
지난 1년간 전북 현대에 매수색깔을 칠했을때 벌어진 일들이 이러합니다. 2년전 경남이 매수색깔을 칠했을때도 그랬고요. 약 5년전 승부조작때가 그랬고, 약 10여년전 연고 이전때 역시 마찬가지였네요.
물론 구단의 지원방침이 똑같고 성적이 잘나오면 잊혀질 겁니다. 근데 우리가 언제나 바라던 EPL, MLB 같은 시장성의 첫걸음이 이런 라이트한 팬층을 적극적인 지지층으로 바꾸는 것부터 되야하는데....지난 몇년간 쌓아온 실적은 다시금 제자리 걸음 혹은 뒤로 걸음이 되겠네요.
저야 축구팬이다보니 앞으로도 야구 볼일은 없겠지만, 밥풀 튀기면서 기아에 대한 강함을 말해주던 아버지, 동생의 말이 앞으로 점점 줄어들 것을 생각하니 참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