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나 히딩크나 1년만에 팀 만들기 힘든건 똑같습니다. 차라리 신태용을 정말 아낄 생각이 있고 키워주려면 히딩크 카드가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슈틸리케와는 다르게 감독으로 분명 성공했던 사람이고, 옆에서 배울게 많을겁니다. 히딩크 감독 나이 생각해봤을 때 2022년까지는 무리니 2018년 월드컵만 치르게 될텐데, 그 이후 신태용 감독에게 4년 맡기면 되는겁니다. 물론 신태용 감독 본인의 의중이 가장 중요한건 당연합니다. 신태용 감독이 거부한다면 당연히 안될 말입니다.

홍명보 감독에 이어서 축협은 지금 신태용 감독을 밀어주고 있습니다. 홍명보 감독처럼 차근차근 테크를 밟고 있죠. 홍명보 감독 케이스 생각해보면 궁극적으로 국대에서 큰 역할을 맡겨보려고 그렇게 밀어줬을텐데, 여러 구설수가 있기도 했습니다만 고작 1년 전에 월드컵팀 맡았다가 졸전과 함께 난도질 당하고 물러났습니다. 물론 이후에 홍명보 감독은 중국에서도 실패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클럽에서 감독하는 홍명보와 우리 국가대표팀에서 감독하는 홍명보는 지원받을 수 있는 부분이나 선수 장악력, 선수 이해도 등에서 차원이 다르니 어차피 국대 제대로 맡아도 실패할 감독이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올림픽에서 그 정도 성공을 거둔 홍명보 감독도 그럴진데 그보다 입지가 약했으면 약했지 강하다고는 못할 신태용 감독이 월드컵을 치르고 나서도 과연 2022년까지 감독직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신태용 감독의 능력을 떠나서 여러 여건을 종합해볼 때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 보여줄 가능성에 대해서 솔직히 회의적이고 괜히 또 아까운 사람만 하나 잃을 것 같습니다.

연봉은 정확히 얼마 정도 논의가 될지 모르겠지만 본인이 크게 받지 않는다고 하니 가능하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적응면에서 히딩크 감독은 다른 외국인 감독들과 다르게 한국 적응이 크게 필요없는 사람이고, 보여준게 있던 사람이라 선수단 장악도 다른 외국인 감독들보다 훨씬 쉬울겁니다. 하락세에 있다고 하나 이탈리아로 그 꿀조에서 월드컵 광탈해서 한물 갔다는 소리 들으며 중국 간 리피가 다른 팀도 아니고 중국 국대 맡아서 바로 이 정도 성적 보여줬고, 퀘이로즈나 자케로니 같은 케이스 생각해봤을 때 그래도 유럽에서 명성 좀 날린 감독이면 한물 갔다고 해도 이쪽에서는 최상위 레벨입니다. 더군다나 외국인 감독 선임에 장애가 되는 기타 요건도 상당히 완화되는 히딩크 정도면 지금 우리가 데려올 수 있는 최고의 감독입니다. 월드컵 경험도 여러번 있던 사람이라 어떻게 팀을 준비시켜야할지 플랜도 확실할겁니다.

저번 월드컵 때 이영표 해설도 말했지만 월드컵은 경험으로 삼을 대회가 아니라 증명해보이는 대회여야 합니다. 유럽, 남미가 아닌 다른 지역 선수들에게 월드컵은 더 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입니다. K리그, J리그, C리그, 중동에서 몇년 잘하는 것보다 월드컵에서 몇 경기 잘 뛰는게 더 좋은 기회 얻을 확률이 훨씬 높을겁니다. 유럽쪽 스카우터들 눈에 드는 것도 좋고, 이 참에 다시 한번 히딩크 네트워크 통해서 몇 명이라도 유망한 선수들이 유럽에 갈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기억은 좋은 기억으로 묻어두자는 분도 계시는데 그건 사실 히딩크 입장이지 우리가 신경쓸 바는 아닙니다. 실패했을 때 명성이 깎이는 것도 본인이고, 그 리스크를 지겠다고 하는 것도 본인입니다. 그동안은 다시 우리 국대를 맡지 않겠다고 말하던 사람이 이제 그걸 알면서도 오겠다는건 그만한 의지가 있다는 걸로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본인 스스로가 클럽팀은 맡지 못할 정도로 한계를 느끼고 있고, 4년 뒤면 너무 나이가
많으니 아마 이번 월드컵 정도가 커리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양반입니다. 본인 스스로가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최선을 다할겁니다. 어쩌면 앞으로 다른 곳에서라도 감독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신태용 감독보다도 더 절박할지 모르겠습니다.

신태용 감독이 동의한다는 전제 하에 오히려 안 쓸 이유를 찾기가 더 힘든 충분히 괜찮은 카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