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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연예 관련글을 올리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7/10/20 23:32:53
Name 꺄르르뭥미
Link #1 https://twitter.com/fduffy3
Subject [스포츠] [NFL] 떡대 형님들을 위한 전략 (수정됨)
지난 번에 아주 간단한 NFL 설명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https://pgr21.net../?b=1000&n=9367

그때는 재밌는 럭비 동영상을 보고 그거에 영감을 받아서 쓴 것인데,
이번에도 재밌는 영상을 보고 NFL에 익숙지 않은 분들에게 재밌는 설명이 될 것 같아서 글을 써봅니다.
이 글에 사용된 동영상은 twitter에 NFL 분석 영상을 많이 올리시는 Fran Duffy란 분의 계정에서 퍼왔습니다.


#1. 미식 축구에서의 떡대 형님들의 역할

지난 글에도 간단히 설명드렸는데, 공격 팀의 11명 중에서 5명은 패스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패스 게임에서 그들의 역할은 리시버가 뛰어나가고 쿼터백이 그들에게 패스할 곳을 찾을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것입니다.

지난 글에서 썼던 gif를 다시 퍼와서 보겠습니다.

w9CX294.gif

흰색 유니폼이 공격이고 어두운 색 유니폼이 수비입니다.
필드 중앙에서 마치 휴전선을 사이에 둔 것처럼 대치하고 있는 떡대들을 lineman이라 합니다.
공격측을 offensive lineman(OL), 수비측을 defensive lineman(DL)이라 부릅니다.
플레이가 시작되자마자 DL은 쿼터백을 향해 달려들고 OL은 대형을 유지하면서 그들을 막습니다.

NFL의 OL 포지션의 평균 키는 195cm, 체중은 141kg이 넘습니다. (!!!)
저 떡대들을 뚫고 들어가야하니 DL들도 상당한 떡대 들입니다. 대충 평균적으로 OL과 비슷할 겁니다.

재밌는 점은, 이 라인 싸움에서는 DL이 공격을 하고 OL이 수비를 합니다.
국지적으로는 공/수의 역할이 바뀌는거죠.
일반적으로 3초 이상 버텨주면 OL이 승리한겁니다.
반대로 DL이 승리하는 경우는 쿼터백을 태클하는 경우죠.


#2. stunt 전략

모든 스포츠에서 공격/수비가 그러하듯이, 전략의 선택권은 공격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라인을 사이에 둔 국지전에서는 그 공격측의 권리가 DL에게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DL의 전략은 stunt입니다. 
트위터에서 영상을 퍼오려고 했는데 iframe 태그가 안되나보네요. 그냥 링크 주소만 올릴게요.

트위터 링크 :


공격측은 초록색 유니폼의 Philadelpia Eagles고 수비측은 하양/자주색의 Washington Redskins입니다.
이글스의 11번 선수가 쿼터백입니다. 이글스의 71번부터 76번까지가 OL입니다.
반대측에는 4명의 선수가 라인에 정렬해있습니다. 

설명을 위해 포메이션을 아래 그림처럼 정리하고, 선수에게 이름을 붙여봤습니다.

uKoSlrK.png

편의를 위해 OL을 왼쪽부터 1,2,3,4,5선수라고 하고 DL을 우리가 보기 왼쪽부터 a,b,c,d라고 할게요.
(원래는 포지션이름이 다 있는데, 그거 설명하려면 귀찮고 중요하지도 않으니까요)

(1) 플레이가 시작하기 전에 OL 선수들은 머리속에 자기가 블락해야할 선수를 생각하고 있을겁니다.
1번 선수는 a를, 2번 선수는 b를, 4번 선수는 c를, 5번 선수는 d를 막을 겁니다.

(2) 그런데 DL에서 전략을 겁니다.
a와 d 선수가 자신을 블락할 1번과 5번 선수를 버려두고 가운데로 돌아 들어갑니다.
b와 c선수의 역할은 2번과 4번 선수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붙들어두는 겁니다.
전략이 성공한다면 3번 선수가 둘을 다 막을 수 없으니 적어도 한명은 쿼터백에게 갈 수 있습니다.

(3) 이걸 막으려면 OL이 눈치를 빨리 채고 바로 스위치를 해야합니다. 

이제 영상을 보시죠. 오른쪽 전선에서는 3번 선수가 가운데로 들어오는 선수를 막습니다. 
왼쪽 전선에서는 1번과 2번 선수의 스위치가 일어납니다.

2번 선수의 스위치가 살짝 늦긴 했지만, 쿼터백이 눈치를 빨리 채고 금방 패스를 던져버렸습니다.
DL도 충분히 잘했지만, 쿼터백의 빠른 판단이 더 좋았습니다.

간단히 요약을 하자면, stunt는 DL의 한 선수가 다른 선수의 뒤를 돌아서 공격해들어가는 전략입니다.
DL의 가장 기본적인 전략 중의 하나입니다.
윗 동영상에서는 그걸 동시에 두개 진행하고 있죠.


#3. 누가누가 술래인지 맞춰봐

DL의 또 다른 전략은 누가 쿼터백에게 달려갈지 아리송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패스 게임에서 수비수의 역할은 간단히 구분하면, 쿼터백을 압박하거나 리시버를 압박하거나 해야합니다.
전자를 pass rush, 후자를 cover라고 부릅니다.

전략을 잘 짜는 수비 코치들이 잘하는 것은 누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 숨기는 것입니다.
어떤 선수가 패스러쉬 들어올지 모르면 OL 블라커들은 누구를 블락할지 몰라서 혼란에 빠질테니까요.

반대로, 유능한 쿼터백들이 잘하는 것은 수비수가 어떤 역할을 할지 미리 예상하는 것입니다.
그걸 다 알고 있다면 빈틈이 어디에 있을지 다 보일테니까요.

또 다른 동영상이 아래 트위터 링크에 있습니다.

트위터 링크:

팀은 같지만 유니폼이 바뀌었네요. 
흰색 유니폼이 이글스이고, 자주/노랑색 유니폼이 레드스킨스입니다. 이번에도 이글스가 공격입니다.


31epoJn.png

이번의 포메이션은 좀 더 복잡해서 수싸움이 복잡해집니다.

(1) 수비수 6명이 라인에 가깝게 서있습니다.
극단적으로는 모든 선수들이 다 쿼터백을 향해 달려올 수도 있습니다.

(2) OL의 가장 오른쪽에 서있는 선수는 tight end (TE)라고 합니다. 
TE는 블락과 리시빙을 모두 할 수 있어야하는 포지션입니다.
그러나 이글스의 TE는 블락보다는 리시빙에 유능한 선수라서 수비측은 이 선수를 아마 리시버로 생각하고 있을것이고, 실제 그랬습니다.

(3) 쿼터백은 누가 어디를 수비할지 예측하고, 공격이 어떻게 진행될지 머리속에 미리 그려놔야합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x가 뒤로 빠져서 중앙을 cover하고 b가 OL을 뚫고 들어올거라고 생각할겁니다.

쿼터백의 입장에서는 가장 골치아픈 상황은 상대 수비 6명이 모두 패스러쉬를 들어오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일단 러닝백이 블라킹에 가담하기로 예정되어있습니다. 
덩치도 작고 전문 블라커도 아니지만, 치고 들어오는 DL의 속도를 늦춰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만일 6명이 모두 다 패스러쉬 온다면 OL 5명과 러닝백이 약속된대로 한명씩 맡아서 블락을 하고
TE에게 중앙 빈공간으로 빠르고 짧은 패스를 넘겨야지.. 라고 쿼터백은 상상하고 있을겁니다.

(4) 그러나 수비 코치는 이미 TE가 중앙 지역으로 뛰어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b선수는 이미 플레이 시작 전부터 TE를 째려보면서 이미 알고있다는 듯이 그가 올 지역으로 먼저 갑니다.

b선수가 연기력이 조금 더 좋았다면 패스러쉬 할 것처럼 보여주면서 예상을 깨고 뒤로 불러나야하는데
플레이 시작부터 옆을 보고 있는 것은 너무 패를 미리 보여주는 느낌입니다.

(5) OL의 블라킹 전략은 러닝백이 3번 선수의 뒤를 받쳐주는 것입니다.
즉, 3번은 c를 막아야하고, x선수가 들어온다면 3번의 옆을 돌아서 들어올테니
러닝백은 쿼터백 호위무사처럼 그 중간에서 막는겁니다.
x 선수가 패스러쉬올 것으로 예상했다는 것이죠. 
만약에 아니었다면 바로 리시빙을 위해 달려 나갔을 겁니다.

그런데 x선수는 오히려 바로 4번 선수 정면으로 달려듭니다. 
진짜 무기는 본인이 아니라 d선수였습니다.  
x선수의 역할은 4번 선수의 블락킹을 몸으로 받아내고 d를 위한 길을 열어줍니다.
d선수가 자신의 뒤를 돌아서 3번과 4번으로 들어가면서 러닝백과 1:1 상황을 만드는 겁니다.

러닝백은 그나마도 그것을 늦게 알아차리고 스위치가 늦어져 그냥 뚫려버립니다.

(6) 물론 이러한 전략과 별개로 그냥 e선수가 5번 선수를 1:1로 뚫어버려서 어차피 쿼터백은 다운 당할 상황이긴 했습니다.


#4. 마치며

일반 중계에선 이러한 흐름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앵글이 옆에서 잡아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떡대 형님들의 역할을 간과하기가 쉽고, 
그냥 무식한 덩어리 싸움이라 생각하는데 사실은 굉장히 많은 수싸움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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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르르뭥미
17/10/20 23:43
수정 아이콘
트위터에서 퍼온 동영상이 안나와서 검색을 해보니 피지알에서는 iframe 태그를 허용하지 않는 것 같네요.
직접 영상을 퍼올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몰라 그냥 링크로 대체합니다.
만년유망주
17/10/21 00:3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미식축구 전술에 관해 자주 써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17/10/21 01:02
수정 아이콘
미식축구가 투기 종목보다 더 부상이 잦은 이유 중 하나가 한 쪽을 바라보다가 얘기치 못한 데서 태클을 당하면서 오는 부상이 많죠. 보고 맞는 거보다 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추 부분이 위험할 때가 많습니다.
별개로 글은 정말 잘 읽었습니다.
RainbowWarriors
17/10/21 07:15
수정 아이콘
너무 재미있네요. 공격 못지않게 수비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덕분에 좋은 트위터 알아갑니다~
Korea_Republic
17/10/21 12:40
수정 아이콘
미식축구야 말로 역설적으로 피지컬보다 지능적인 플레이가 더 강조되는 경기에요. 전문가도 팬들도 지도자들도 미식축구 IQ가 높은 선수를 더 선호하기도 하구요.
Soviet March
17/10/21 14:50
수정 아이콘
와 이런 전술도 모두 디테일이 있는 것들이었군요.
아는만큼 보인다는데, 그냥 무식하게 달려드는게 아니었군요

또다른 전술도 가르쳐주세요~
칸나바롱
17/10/21 18:52
수정 아이콘
미식축구야 말로 전술전략에 끝판왕이죠. 게임한번 켜보시면 어이없어서 다시 끄게됨 =_=;;
운동화12
17/10/21 18:56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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