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도 거진 다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는 와중에, 이번시즌 MLB 팀들의 오프시즌 행보를 한 단어로 굳이 표현하자면 '양극화'가 적당할 것입니다. 컨텐딩 팀들은 더욱 더 전력을 보강해 강해졌고, 애스트로스와 컵스의 성공을 발판삼아 탱킹팀들은 더더욱 파이어세일을 통해 팜을 보강했죠.
이러한 오프시즌을 보낸 결과,
1. 모든 지구에 '슈퍼팀'이 한팀(AL동부의 경우 두팀)씩 존재하게 되었고,
2. 캔자스, 디트로이트, 마이애미, 화삭 등 대놓고 100패를 향해 달리는 팀들 또한 늘었으며,
3. 샌디에고같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는 팀들을 제외하면, '중간에 낀 팀'들이 FA시장에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죠.
이러한, '중간에 낀 팀'들의 문제는, 대형 FA를 잡을만한 페이롤도 부족하고, 잡더라도 플레이오프를 보장할 수 없으며, 트레이드를 통해 보강, 또는 리빌딩을 하고 싶어도 마땅한 칩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팀들 중 '제한된 자원 속에서 최선의 무브를 보여준 두 팀을 꼽아보자면, 에인절스와 블루제이스를 꼽겠습니다.
1. 에인절스
에인절스의 오프시즌은 '오타니' 하나로 정리됩니다.
에인절스는 지난 시즌 80승 82패로 지구 1위와 21승차의 지구 2위를 기록했고, 마이너리그 팜 순위는 어느 기준으로 보아도 바닥에서 3손가락 안에 들만큼 암울했습니다. 푸홀스의 존재..로 FA시장에서 전력 보강을 노리기도 애매했고, 리빌딩을 하자니 팀에서 트레이드칩으로 내놓을 만한 매물은 트라웃(...)을 제외하면 없다시피 했죠. 한마디로, 현재도 답이 없는데, 미래는 더 막막한 팀이었습니다.
그런데, 오프시즌에 오타니를 낚는데 성공합니다.
스프링 트레이닝 들어서 오타니의 먹튀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글들이 올라오는데, 사실 오타니의 포스팅은 '먹튀'의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먹튀'라 불러도 되나 싶을 정도로요. 오타니의 계약을 보자면, [2000만불 포스팅 비용+3년 최저연봉+3년 연봉조정기간]으로 에인절스에게 총 6년의 컨트롤 기간이 주어지는데, 마케팅 같은 부수적인 요소는 차치하고서라도, BA 1위급의 유망주를 전성기를 대부분 포함한 23살에서 28살까지 6년 동안 컨트롤 하는데 저정도 비용이라면, 에인절스 입장에서는 오타니가 마쓰자카 정도로만 해도 손해가 아닙니다. 발전 같은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당장 올 시즌 예상대로 3-4war 정도의 활약을 꾸준히 하면 대박에 가까운 계약이구요.
오타니의 영입으로 에인절스는 미래의 코어가 될만한 유망주를 얻음과 동시에, 코자트, 킨슬러의 영입으로 말도나도-푸홀스-킨슬러-시몬스-코자트라는 수비면에서 손꼽힐만한 내야진까지 갖추는데 성공하면서 당장 이번시즌도 5할 이상의 승률이 예상되고 있고, 여기에 개럿 리차즈같은 선발진의 변수가 +가 되어 돌아온다면 강력한 와일드카드 컨텐더가 됩니다.
2.블루제이스
토론토의 경우, 지난 시즌 부상 병동화되며 76승 86패로 매우 저조한 시즌을 보냈습니다. 또한, 팀의 핵심인 도날드슨의 계약이 1년 밖에 남지 않아서, 리빌딩이냐 컨텐딩이냐의 기로에 서게 되었죠. 물론 대형 FA를 잡을만한 여력은 없었습니다. 이에 에인절스와는 다르게 소소한 영입들로 오프시즌을 보냈습니다.
대강 영입들을 정리해보자면,
그랜더슨(FA)
그리척(give 도미닉 레온, 코너 그린)
솔라르테(give 올리바레스, 카커프)
알레드미스 디아즈(give 우드먼)
오승환(FA)
정도입니다.
재밌는 점은 저 모든 선수들이 해당 포지션에서 평균, 혹은 평균 이하의 활약을 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블루제이스는 2018년 예상되는 승수를 7승 가량 끌어올렸습니다. 구멍에 가까웠던 외야 두 자리를 그래도 평균(혹은 그 이하) 정도의 외야수 둘로 채웠고, 툴로, 데본 트래비스 등 부상으로 신음하는 내야를 적당히 커버해줄 만한 내야 유틸리티 둘도 구했습니다. 트레이드의 유일한 출혈이라고 할만한 불펜 레온의 빈자리를 '어쩌면' 메꿀수도 있는 오승환도 잡았구요. 이에 블루제이스는 양키스 혹은 보스턴을 제외하면, 남은 와일드카드 한자리에 가장 유력한 팀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점은 이 계획이 실패해도, 아무 문제 없이 리빌딩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랜더슨: 1년 계약(5M)
오승환:1년+1년 옵션 계약(2M)
솔라르테:1년+옵션 2년(7.5M)
그리척: 연봉조정
디아즈: 연봉조정
모두 처분하기 매우 쉽고, 저렴한 계약들입니다. 덕분에 컨텐딩에 실패해서 도날드슨을 FA로 보내던지, 시즌 중에 팔던지 해도 별 탈 없이 리빌딩에 들어갈 수 있어요. 팜에는 이미 블라디미르 게레로 쥬니어, 비솃, 알포드 등 코어로 키울만한 유망주도 많구요.
물론 11월에 뒤돌아 봤을땐, '최고의 오프시즌을 보낸 팀'은 이번시즌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팀일겁니다. 그러나 위 두 팀이 지금 한 것 보다 더 오프시즌을 잘 보낼 수 있었나 물어본다면, 아무도 쉽게 '네'라고 대답할 수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