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http://sports.new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468&aid=0000360122
◇ 안경의 비밀? “경기 중 또 다른 나 찾기…실제 여자여자해요.”
“사실 성격 자체가 ‘여자여자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한다. 다만 운동할 땐 내 역할 자체가 책임감을 보여야 해서….” 4년 전 소치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김은정은 매우 괴로웠다. 팀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이었다. 냉철하고 묵직한 기운을 품어야 하는 스킵 포지션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다. 심리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답을 찾았다. 그는 “마음이 여러서 컬링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샷 실수도 그래서 나온다고 여겼다. 내 성향을 강하게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구대 김성범 교수로부터) ‘은정 씨는 정말 여성스러운 것을 좋아한다. 그것을 배제하고 무시할수록 오히려 역량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쉴 땐 예쁘게 가꾸고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 뒤로 나답게 취미 생활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익혔다. 자존감이 올라가면서 컬링 역시 슬럼프에서 벗어나더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과거 한 대회에서 상대 선수가 처음 본 은정이에게 경기 중 반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은정이는 가만히 있더라. 그 정도로 여리고 소극적이어서 팀을 잘 끌고 갈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나중에는 자기 스타일대로 이끌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장 밖에서는 한없이 언니, 동생으로 팀원을 대하지만 경기 중엔 무서울 정도로 냉철해졌다. 그 원동력 중 하나가 안경을 쓴 채 표정 변화 없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경 선배’ 이미지는 어쩌다가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