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개막하고 이제 갓 모든 팀들이 10게임 남짓을 치뤘습니다. 로빈슨 카노는 .522의 BABIP으로 4할을 치고 있고, 디디 그레고리우스는 9할에 가까운 장타율을 보여주고 있죠. 그러나 카노가 이번 시즌 250안타를 치고, 디디가 유격수 버젼 본즈가 된다고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지속할 수 없는 지표들로 현재의 성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죠.
사실 시즌 초의 지표들은 대부분 믿을게 못됩니다.
당장 작년만 봐도 4월 내내 4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던 투수는 사이 영을 수상했고, 4월 1달 동안 200이 훌쩍 넘는 wrc+를 기록하며 본즈 놀이를 하던 타자는 남은 시즌 동안 102의 wrc+를 올리며 평범한 타자가 돼버렸죠. 심지어 4월은 연례 행사처럼 쉬어가는 타자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시즌 초 스탯은 선수의 남은 시즌을 예측하는데 좋은 자료가 되지 못합니다. 특히 개막하고 10게임을 갓 넘긴 지금같은 때는 더욱이요.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미래를 알고 싶어하고, 훗날 이불킥할 확률을 감수하고서라도 설레발을 치게 되죠. 그런 분들을 조금이라도 도와드리기 위해 '시즌 초에 믿을 만한 스탯들', 즉, 다른 지표들에 비해 안정화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이루어지는 스탯들을 모아봤습니다.
1. 투수의 경우a. 구종 비율
(x축=투구 수, y축=알파 계수입니다)
당장 투수의 변화중 가장 믿을만한건 구종 비율입니다. 구종 비율의 변화가 투수의 퍼포먼스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는 지난 글들에서 이미 많이 설명했기 때문에 링크로 대체하겠습니다. (시즌 초에 구종 비율 변화를 보인 투수들에 대해 많이 다룬 이유기도 합니다.)
a. 스탯캐스트 지표들(발사 각도, 타구 속도, 비거리 등)
스탯캐스트 지표들은 50개의 타구 갯수 쯤에서 대부분 .5의 알파계수를 넘어섭니다( 0.5가 신뢰도를 가지는 절대적인 마지노선은 아닙니다)
지금 대부분 타자들이 30-40개 내외의 타구를 쳐냈으니, 아직 크게 믿을만한 자료는 아니네요. 그래도 작년에 비해 유의미하게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 (ex) 미겔 카브레라, 17년 타구속도-91마일 18년 현재 타구속도-96.3마일) 변화를 기대해봐도 좋습니다.
b. 선구안 관련 지표들(헛스윙율, 스윙율)
타자의 선구안 관련 지표인 스윙율, 헛스윙율도 꽤나 빨리 안정화됩니다. 올시즌 이적과 부진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탠튼의 작년 헛스윙율은 12.5%로, 커리어 로우였습니다. 올 시즌 지금까지 스탠튼의 헛스윙율은 19.1%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고 있죠. 그냥 스윙율도 3%가량 늘었구요. 현재 공도 못맞추고, 선구안도 작년만 못한 상태입니다. 현재 스탠튼이 본 공의 갯수는 230개입니다. 기준에 따라, 지금 패닉 버튼을 누른 사람들이 오버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유 없는 걱정이라고 볼 수는 없겠죠.
물론 위에 언급된 것들이 죄다 틀릴지도 모릅니다. 스탠튼이 '엔카나시온' 해버리며 4월 내내 아무 것도 못하다 5월 이후 홈런 60개를 칠 수도 있고, 게릿 콜이 갑자기 다시 직구성애자로 돌아가면서 예년 기대에 비해 안터지는 투수의 아이콘이 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시즌 초에 이런저런 예상을 하기 좋아하신다면, 위의 지표들을 살펴보는게 확률 높은 방법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