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ports.new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477&aid=0000058081
김동현 선수가 방금 미국 라스베가스 티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UFC 207 메인 카드 두 번째 경기에서 타렉 사피딘에게 고전 끝에 스플릿 판정승을 거뒀습니다. 경기를 생방송으로 시청하면서 적은 메모를 토대로 약간의 경기 감상을 남깁니다.
- 두 선수 모두 수비가 좋고, 웰터급에서 한방의 타격으로 승부를 보는 선수라고 하긴 어렵기 때문에 치열한 타격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김동현 선수는 판정으로 가지 않겠다고 했는데 사실 저는 경기 전에 판정을 예상하고 본 경기였고, 경기 양상도 제 예상과 비슷하게 흘러갔습니다. 다만 제가 예상하지 못한 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제가 기대한 것보다
경기가 심각하게 재미 없었다는 것이죠. 뭐 좋게 말하면 수준 높은 클린치 공방전을 볼 수 있는 경기라고 포장할 수 있겠지만... 단지 경기를 즐기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살짝 난감했습니다.
- 김동현 선수는 3라운드 내내 전진해서 압박하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1라운드에는 그 압박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고 오히려 상대에게 잠시나마 발목받치기를 허용해 넘어져 테이크다운을 당하는 등 매우 고전했습니다. 곧이어 클린치 상황에서 김동현 선수의 주특기인 허리후리기를 이용한 유도식 테이크다운에 사피딘이 순간적으로 넘어지긴 했지만 넘어지는 반동을 이용해 금방 일어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정말 김동현 선수를 사피딘이 참 잘 분석해 나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동현 선수는 전진만 했을 뿐이지 많이 얻어맞고 소득이 없었던 1라운드였습니다. 심지어 김동현 선수는 1라운드 막바지에 이미 헉헉대는 것 같은 모습으로 체력이 다 빠진 게 아닌가 싶은 의심이 가는 행동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 하지만 2, 3라운드에는 양상이 뒤바뀝니다. 김동현 선수가 헉헉거리면서 전진하는 건 마찬가지였는데 저는 지쳐서 그러다 말 줄 알았더니 그 상태 그대로 경기 끝날 때까지 주욱 가더군요. 본인의 주특기인 매미권(?)을 사용해 상대에게 1라운드보다 더 끈덕지게 달라붙는 전략을 선택하자 사피딘은 1라운드와는 달리 굉장히 난감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스탠딩 타격의 깔끔함에 있어서는 사피딘이 훨씬 나았습니다만 김동현 선수의 막무가내 전진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치고 빠질 줄도 알았던 1라운드와는 달리 2,3라운드에는 후반으로 갈수록 뒤로 피하는 일이 많아지며 무뎌지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경기 말미에는 사피딘이 김동현 선수에게 테이크다운을 시도했다가 본인이 찌그러지는 모습도 보여주는 등 사피딘은 경기 후반으로 갈 수록 자기 점수를 계속 깎아먹었습니다. 다만 김동현 선수도 그렇게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지요. 좀 나쁘게 말하면 상대를 지치게 만드는 근성만 보여줬다고 할까요.
- 경기 전에 김동현 선수는 판정까지 안 가는 모습을 보여서 전성기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만, 다음 경기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경기 상대가 누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처럼 안면 열어두면 콘딧이나 우들리에게 당한 것처럼 웰터급 더 위의 괴물들에게는 여전히 안 통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그리고 매미권 때문에 정말 경기 보고 나서 진이 다 빠지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 이번 승리로 김동현 선수는 오카미 유신이 거둔 UFC 승수와 동일한 승수를 거뒀습니다. 그리고 경기 사이 기간이 좀 길지만 UFC 3연승입니다.
- 판정 결과는 27-30, 29-28, 29-28로 김동현 선수의 스플릿 판정승이었습니다. 뭐 혹시나 질 수도 있겠다 싶고 스플릿 가겠다 싶긴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27-30은 뭔가 싶네요.-_-
- The xian -
P.S. 글을 쓰고 나서 다음 경기를 보니 딜라쇼가 리네커를 상대로 압도적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더 비교가 되는 경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