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적 당시에 가장 가능성이 크게 예견된 그림이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도전과 빅 이어를 위해 레알 마드리드에서 유벤투스로 이적. 사실 누가봐도 약간 모순적인 이적이긴 했어요. 현실적으로 유벤투스는 레알 마드리드만큼이나 스쿼드가 고착화된 팀 중 하나였고, 그걸 갈아엎을 역량이나 자금력도 레알 마드리드에 비해 부족합니다.(그래서 실제로 갈아엎냐 마냐와는 별개로..) 그래도 레알 마드리드보다는 더 높은 지점에서 챔피언스리그를 마무리했다고는 하나 똑같은 상대인 아약스한테 거의 똑같은 문제점을 노출하며 무너졌습니다. 그래도 1승이라도 건진 레알 마드리드가 나은지 대패는 안당한 유벤투스가 나았는지 따지는건 뭐 의미가 없고.

현실적으로 호날두의 이적 사유 중 절반 이상은 탈세 스캔들로 인한 페레즈와의 관계 악화라는 것을 고려해볼 때 결국 이 이적은 레알 마드리드와 호날두에게는 루즈-루즈로 끝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레알 마드리드야 뭐 빨리 일어선다고한들 아무리 박하게 잡아도 구단에서 세 손가락안에 드는 레전드를 허무하게 잃어버린데다가 호날두가 불만만 품지 않았다면 리빌딩 과정에서도 호날두를 안고 가는 것이 무조건 득이었기에 당연히 루즈고, 호날두는 애초에 유벤투스 가서 챔피언스리그 우승 못하면 루즈인 이적이었죠. 그렇다고 세리에 A에서 압도적인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냐고 하면 태클당할만한 거리가 많고... (물론 저는 절대적인 골 수치를 제외하면 리그에서도 나름 괜찮게 본인 역량을 보여주는 편이라고 봅니다만..) 그리고 유벤투스는 무조건 윈입니다. 못해도 호날두 이적료는 이미 다 뽑았다고 생각이 들정도로. 100m과 호날두의 어마어마한 주급이 절대 적은 돈은 아니지만은 호날두 이적으로 유벤투스는 유럽 축구 무대에 안방 호랑이에서 주역 중 하나로 명함만큼은 새로 새길 수 있었습니다. 이제 어지간한 빅리그 선수들에게 세리에 A 이적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유벤투스 이적을 퇴보라고 생각하는 선수는 거의 없어졌을테고.

어쨌든 호날두 쪽으로 돌아와서 레알 마드리드가 리빌딩 기간에 들어가는 동안만큼은 레알 마드리드보다도 유벤투스가 본인의 기량과 커리어를 펼치기에 더 적합하다는 계산이 섰기에 이적을 감행했을텐데, 이번 챔스 8강 스테이지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듯이 그 영역에서는 레알 마드리드보다도 못한게 현재 유벤투스입니다. 오히려 본인이 2선 밑으로 내려와서 공까지 운반해야할 정도로 열악한 상태. 스쿼드에 좋은 자원도 있지만 대대적으로 갈아 엎어야 하는데다가 당장 감독의 입지도 불안합니다. 알레그리가 잘려도 마땅히 그보다 나은 검증된 감독도 별로 없어보이니.. 물론 검증되었다고 더 잘하고 검증안되었다고 안될 것이라고 단언내리는건 틀린 이야기입니다만 이적까지 한 호날두 입장에서는 어쨌든 좋은 소식이 아니니.

호날두의 이번 시즌 기록은 38경기 26골 12어시스트인데, 당장 챔스 토너먼트에서 5골을 몰아넣은 것도 있고 골 넣는 장면들만봐도 클래스 자체가 아직 내려온 수준은 아닙니다만 확실히 예년만큼 어마어마한 생산성을 보여줄 나이는 이미 지난게 아닌가 합니다. (물론 이래놓고 다음 시즌에 다시 부활할 수도 있습니다만...) 호날두가 시즌 40골을 넣던 시즌은 이미 지난 시즌이 마지막이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죠. 과연 여기서 발롱도르 4대1 따라잡기 같은 반전을 또 호날두가 쓸 수 있을지..



p.s. 그러고보니 데 리흐트는 누가 사려면 빨리 사야할 것 같은데요. 제일 급해보이는 팀은 맨유 같은데 챔스 못나가면 얘를 못 살거고... 바르셀로나가 노린다지만 데 용한테 이적료든 주급이든 지출이 너무 큰데 얘까지 살 여력이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