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기에 앞서

이제 내일 새벽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시작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가을 축구(?)가 개막됩니다. 기적의 코랜드 아니 맨랜드 파일날... 39라운드는 첼시와 아스날의 유로파리그 결승전, 40라운드는 토트넘과 리버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그리고 승리팀 간의 다음 시즌 UEFA 슈퍼컵까지. 그러고보니 리버풀이 챔스와 슈퍼컵을 우승하게 된다면 정말로 커뮤니티 실드가 맨랜드 파일날이 되겠군요.



1. 최근의 상대전적

드록바를 필두로 전통적으로 아스날의 천적이라 불리던 첼시였지만 최근의 상대전적은 그렇지 못합니다. 최근 10경기 전적은 첼시 기준으로 2승 2무 4패. (승부차기로 아스날이 승리한 커뮤니티 실드는 무승부로 계산) 그리고 이 10경기에서는 커뮤니티 실드, FA컵 결승, 리그컵 4강 홈앤어웨이 등 컵대회 매치업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전부 아스날이 웃었습니다.






2017. 05. 27. Arsenal 2 (Sanchez 4', Ramsey 79') - 1 Chelsea


이 경기는 아르센 벵거의 마지막 메이저 트로피를 따낸 경기기도 했죠.



2. 하지만 유럽대항전이라면

이 두 팀이 잉글랜드 밖에서 만난 유럽대항전 기록을 찾아보면 15년전 2004년 챔피언스리그 8강 매치업이 유일합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1승 1무로 첼시가 아스날을 꺾고 4강에 진출. 너무 예전 경기긴 하지만요. 이 외에도 UEFA 주관 대회에서 이 두 팀의 잉글랜드 팀 상대 전적은 꽤 차이가 나는데 첼시는 잉글랜드 팀을 만나서 6승 7무 4패를 기록한 반면, 아스날은 2무 4패만을 기록하며 잉글랜드 팀을 상대로 유럽대항전에서 이긴 적이 없다고 합니다. 첼시를 제외한 이 전적들의 상대는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둘 다 챔스 토너먼트에서 만났었네요.

참고로 첼시와 아스날의 모든 대회 역대 전적은 첼시 기준으로 197전 63승 57무 77패라고 합니다.



3. 첼시의 사정

결승전을 앞두고 첼시쪽 뉴스들의 상태는 꽤 좋지 않습니다. 일단 햄스트링 부상에서 잘 회복되고 있던 캉테가 훈련 중 무릎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일단은 경기 직전까지 체크를 하면서 출장 여부를 따져볼테고 사리가 출전 가능성이 50-50 이라고 코멘트하긴 했는데... 꽤 부정적으로 보이긴 합니다. 여기에 시즌 말 좋은 모습을 보여주던 로프터스-치크 역시 미국 친선경기에서 아킬레스건이 파열되어 출전 불가능, 뤼디거와 허드슨-오도이도 출전 불가입니다. 조르지뉴 역시 훈련 중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도 있고 전체적으로 부상에 너무 시달리고 있습니다.

동시에 아자르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과, 사리의 경질 및 유벤투스행 루머도 팀을 뒤숭숭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 하지만 아자르는 이번 경기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시즌 말에 니가가라 챔스의 일원으로써 졸전을 펼친 팀들 중 하나이지만 정작 4월 이후로는 모든 대회를 통틀어 리버풀 원정에서 패한 것 이외에 패배를 기록한 적은 없다는 것도 참고할만한 자료. 동시에 첼시는 유로파리그에서는 조별리그를 포함해 무패를 달리고 있습니다.

요비치와 함께 유로파리그에서 10골을 넣고 있는 지루는 이번 경기에서 골을 기록하게 된다면 단독 득점왕에 오를 수도 있게 됩니다. 한편 올림피크 리옹은 이번 결승전에서 첼시를 응원한다네요. 첼시가 이겨야 유로파리그 우승 팀의 챔피언스리그 출전 슬롯이 사라져서 리옹이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직행할 수 있기 때문에...



4. 아스날의 사정

아스날의 사정은 매우 절박합니다. 모로 가도 챔피언스리그만 가면 된다는게 이번 시즌 에메리 아스날의 성공 과제였는데, 리그에서는 눈 뜨고 보기 힘든 마무리를 보이면서 밥상을 걷어차고 5위로 마무리. 이제 챔스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이 경기에서의 승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가뜩이나 돈이 없는데다가 보드진부터가 챔스를 나가냐 안나가냐에 따라서 재정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고 이적 자금 투자 금액부터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다니는지라... 유로파리그 악순환을 끊어버릴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이후의 전망도 어두워질 수 밖에 없겠죠.

첼시와 달리 램지를 포함해 기존의 시즌 아웃된 선수 이외에는 추가적인 부상 소식은 없습니다. 미키타리안의 결승전 출전이 불발되었다는게 안좋은 소식. 영 만족스럽지 못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미키타리안이지만, 아스날 2선 공격수들 상태가 매우 처참하기 때문에 그거마저도 아쉬운 상황입니다. 홈과 원정에서의 기량 차이를 지적받았던 아스날이지만 8강부터는 나폴리, 발렌시아 같은 강팀들을 상대로 홈 원정 가리지 않고 전승가도를 달려왔다는 점은 희소식. 이외에 발렌시아 원정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오바메양은 득점 선두인 지루, 요비치와 2골차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결승전에서 멀티골 이상을 가동한다면 득점왕 등극 가능성이 있습니다.

참고로 아스날이 이번 경기에서 이기게 된다면 1994년 UEFA컵 이후로 25년만에 유럽대항전 타이틀을 추가하게 됩니다.



5. 우나이 에메리

이번 경기에서 재미있게 관전할만한 포인트 중 하나는 우나이 에메리의 유로파리그 신화. 2013-14 시즌부터 세비야로 유로파리그 3연패의 기록을 쓴 에메리는 이번에 4번째 유로파리그 우승에 도전하게 됩니다. 물론 에메리가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하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2009-10 시즌 유로파리그 초대 대회 때 발렌시아를 이끌던 에메리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만나 8강에서 탈락한 적이 있었죠. 그 이후 챔스에서 죽쓰고 유로파에서는 황제가 되는 행보를 반복하며 UEFA Europa League를 Unai Emery League로 만들어 버렸지만.

이번 시즌 아스날에서는 가뜩이나 큰 지원도 받지 못한데다가 팀 내 중요한 자원들이 줄줄이 시즌 아웃 당하면서 시즌 구상을 다 망쳐버리기도 했는데 이번 경기에 아스날 뿐 아니라 본인의 성공과 실패 여부도 달려있는 상황. 만약에 이번에도 우승한다면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우나이 에메리 트로피라고 이름 붙여도 할 말이 없을듯.



6. 과연 첼시의 선발 원톱은 누가?

물론 아스날 쪽에서 주전 골키퍼로 레노가 나오느냐 체흐가 나오느냐를 가지고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지만, 개인적으로 경기 결과에 더 직접적으로 신경이 쓰이는 자리가 있다면 바로 첼시의 원톱 자리. 아스날 팬이라면 디디에 드록바와 디에고 코스타가 아스날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줬는지 잊을 수가 없으니까요. 역사적으로 첼시가 아스날을 무너뜨릴 때에는 첼시의 강력한 원톱이 아스날을 상대로 크게 활약할 때가 많았습니다. 심지어 이번 시즌 초에 첼시가 아스날을 이길 때는 모라타마저도 골을 기록했었으니...

동시에 첼시가 최근 가장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포지션도 이 자리라는 것이 아이러니. 리그에서는 4위 경쟁에 힘쓰던 이유인지 첼시의 유로파리그 이전 선발 라인업들을 살펴보면 4강 프랑크푸르트 시리즈까지 전부 올리비에 지루가 원톱으로 출장했습니다. 이젠 다른 일정 부담도 없고 지루의 플레이 스타일이나 조커로의 모습 등을 고려한다면 결승전에서는 주전 공격수를 세우는 것이 수순이긴한데, 이과인의 상태가 영 메롱인지라... 첼시가 이과인의 임대 연장을 취소하고 유벤투스로 돌려보낸다는 루머도 여럿 나오고 있는 실정이니까요. 설마 여기서 아자르 제로톱이 다시 등장하려나..?

아스날은 램지가 멀쩡했더라면 램지를 위시한 에메리가 큰 경기에서 자주 사용하던 고강도 압박 위주의 전술을 사용했겠지만... 내일 경기에서는 램지가 부상으로 못나오니 아마 시즌 말 자주 가동되던 외질을 포함한 3-4-1-2 라인업이 가동되지 않을까 합니다. 제 생각에 이건 에메리 플랜과는 많이 어긋난 포메이션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시즌 마무리가 그리 개판이 된게 아닌가 싶긴한데... 램지도 없고 미키타리안도 없고 여기에 이워비를 끼얹지는 않을꺼고 훈련 복귀는 했다지만 반시즌 넘게 실전 경기 경험이 없는 웰백 아니면 유스 밖에 남지 않으니 아스날 스쿼드도 참 처참하네요.



7. X-Factor는 마르코스 알론소?



2018. 01. 03. Arsenal 2 - 2 Chelsea (M.Alonso 84')







2018. 08. 18. Chelsea 3 (Pedro 9', M.Alonso 81') - 2 Arsenal


물론 첼시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아자르이겠지만, 아스날 전에서 특별히 활약하던 첼시 선수가 있다면 바로 마르코스 알론소. 앞서 언급한 최근 10경기에서 첼시가 승리한 2경기 모두 마르코스 알론소가 골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 맞대결에서는 골과 함께 어시스트까지도 기록. 마르코스 알론소는 아스날을 상대로 총 3골을 기록 중이며, 그의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골을 많이 넣은 클럽이 바로 아스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