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월드컵이 이번 주말부터 시작인데 그 최종 모의고사로 저번 주말부터 이번 주 화요일까지 리투아니아, 체코, 앙골라를 초청한 4개국 대회가 있었습니다. 대회는 (고맙게도) KBL 회장사 모비스가 유치했고요. NBA에서 뛰는 선수들도 참가했고 하루에 2경기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런데 일요일 경기가 끝나고 퇴근길에서 문제가 있었네요.

귀화선수인 라건아(모비스 소속)가 퇴근길에 경기가 열린 삼산 체육관 주차요원을 밀쳐 요원이 넘어지며 의족이 파손되어 경찰 조사까지 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양측의 입장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라건아 측의 주장은 아내와 딸 앞에서 주차요원이 욕설을 해 사과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고, 자기는 돌아가려는데 주차요원이 갑자기 다가오길래 밀쳤다는 것이고, 주차요원측과 사건을 취재한 기자들의 말은 1) 대회 주최측에서 대표팀 선수들의 가족에 초대권을 주지 않아 선수단이 삐져있었고 2) 라건아가 주차요원 3명의 차량통제에 따르지 않고 불법 차선변경을 하려고 했으며 3) 주차요원이 저지하자 라건아가 중지를 올리고 욕설을 했으며 4) 라건아의 주장과 다르게 나머지 목격자들은 모두 욕설도 먼저 라건아가 했다는 입장이며 5) 그 후 맞시비가 붙자 라건아가 밀쳤고 경찰 올테니 기다리라고 하자 라건아가 경기장을 떠났다고 합니다.

아무튼 사건이 벌어진 날 국가대표를 관장하는 농구협회가 찾아가 입원한 주차요원과 합의를 하려던 것은 불발되고 이튿날 소속팀 모비스와 라건아가 찾아가 주차요원과 합의했다는데(주차요원이 치료비와 의족 실비 외 다른 것을 요구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그 후 라건아가 평소 코트에서 하듯 인스타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사건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물론 농구협회나 KBL에서 상벌위원회를 연다거나 하는 중간과정은 생략한 게 아니라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습니다. 라건아는 현 대표팀에서 대체불가 선수지만 농구로 보답하겠습니다 하기엔 세계무대의 벽이 너무 높아서 보답도 못할거라 한국농구다운 결말이 예상됩니다. 협회들이 이러니까 농구가 망한건지, 농구가 망해서 협회들이 이 모양인지 그것만 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