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상황

내일 경기를 또 말아먹으면 챔스 16강도 못가고 탈락하게 될테고, 그러면 어제 아스날, 오늘 맨유가 그랬던 것처럼 온 세상에서 난리가 날테니 시류에 편승하는 글 티를 안내려고 미리 써봅니다.

설마 홈인데 지겠어 하지만 이 팀은 이미 코로나로 스쿼드가 박살난 샤흐타르한테도 더블을 당한 팀이고 묀헨글라트바흐는 조에서 득실이 가장 좋은 팀이라서 딱히 낙관적이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시즌 홈 경기에서 절반은 이기고 절반은 패배한 팀이에요.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탈락 확률이 40%는 되는 것 같아요. 만약에 홈에서 패배하고 인테르가 승리하면 아예 4위가 되면서 유로파리그도 못 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솔직히 그렇게 흘러간다고 해도 아주 이상하지만은 않은 상황이죠. 요즘 하는 꼴을 보면...



공격진의 퀄리티 문제

어제 아스날 글에서는 엉망진창인 공격에 대해 선수들의 퀄리티보다 감독의 전술 문제가 크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레알 마드리드는 반대에 가깝다고 봅니다. 여기는 선수 퀄리티가 좀 더 문제라고 보여요. 후방에서 뭐 흠 잡을 것 없는 완벽한 지원을 해준다는건 아니지만 적절하게 볼이 빠져나오더라도 전방 쓰리톱이 속도를 살리지 못하고 정체되는 장면이 훨씬 많습니다. 결과 자체는 여기도 아스날과 비슷해요. 아스날은 미들서드에서 스타트 자체가 안된다면 레알 마드리드는 파이널서드에서 속도가 안 붙습니다. 그래서 의미 있는 슛팅 루트 자체가 꽉 막혀있죠.

특히 비니시우스. 사람들이 스털링보고 개발이네 세모발이네 그래서 거품이네 이런 말들이 나오지만 스털링은 비니시우스에 비하면 양반은 물론이고 문벌귀족까진 가야합니다. 제가 살면서 본 빅클럽 공격수 중에서 가장 피니시가 엉망인 선수에요. 웰벡도 얘보단 낫습니다. 영점이 안맞는다 수준이 아니라 임팩트 자체가 제대로 되질 않거든요. 본인 의도대로 제대로 맞아 골이 들어간 장면은 아마 한 손에도 꼽을 수 있을 듯?

비단 슛팅뿐이 아니라 박스 안에서 보여주는 터치가 모조리 엉망입니다. 트래핑, 패스, 연계 제대로 할 줄 아는게 없어요. 이전에는 어리니까, 그리고 적응기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이제는 라 리가 3년차 입니다. 나이 핑계될 시기도 지났죠. 엉망진창인 기본기로 날려먹는 찬스가 경기마다 몇개씩 될 겁니다. 훈련장에서도 이렇게 엉망일 것 같진 않은데 이쯤되면 심리적인 문제인가 싶을 정도. 이거 해결안되면 월클은 커녕 빅클럽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네요.

벤제마는 한창 폼이 좋던 지난 2년간의 모습을 많이 잃었고 기복이 많이 심해졌습니다. 호드리구는 한두번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외에는 무색무취라는 느낌이 들죠. 아센시오는 부상 이후 장점을 잃어버린 평범한 선수가 되었고, 나머지 선수들은 그말싫.



늙어가는 크카모

지금 이 셋의 나이를 합치면 93살입니다. 예전의 위력은 진작에 잃었죠. 그럼에도 고군분투 중이긴 한데 앞뒤로 좀 더 전술적인 지원을 받아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양쪽 모두에서 더 큰 문제점을 도출하고 있습니다. 점점 적어지는 역동성은 발베르데가 나름 메꿔줬는데 부상으로 아웃. 이스코는 지단이 컴백한 이후 애초에 팀의 중심으로 삼은 적이 없습니다. 빠르면 겨울에도 나갈 기세...

애초에 크카모 중심의 중원은 스스로의 위력으로 상대를 찍어누르는 스타일이 아니고 이 조합에서 전방 쪽으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드리치가 이제 언제 망가져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라 여기도 수술이 필요한데 앞뒤로 더 심각한 포지션이 있다보니 뭐 일단 보류죠.



타격을 그대로 받는 수비진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진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건 지다네스 파보네스부터 계속되는 유구한 전통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결국 이 팀의 수비수로서 중요한 덕목은 트랜지션 상황에 돌발 변수를 개인 역량으로 얼마나 잘 제어하느냐입니다. 아무리 잘하는 수비수라도 이게 안되면 레알에서 살아남기가 힘듭니다. 이게 되면 평소에 실수를 좀 하는건 나름 허용이 되죠. 이 팀에서 그런거 수습은 또 골키퍼 몫으로 맡기기 때문에...

바란은 커리어 초기에 이 방면에서 꽤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퇴보하는 것 같더군요. 득점으로 연결되는 결정적인 실책은 근래 최고 수치를 기록 중이고 뒷처리는 아직도 라모스가 합니다. 라모스가 빠지면 이제 본인이 그런걸 좀 도맡아 해야되는데 오히려 명백한 서브인 나초가 돋보이고 있으니...

아쉬운게 많지만 제가 보기엔 수비진 자체가 심각해보이는 것 같진 않아요. 그냥 적당히 불안한 거는 이전 그대로인데 앞선 부진의 영향이 그대로 수비진에게 가중되는 느낌.

풀백 쪽을 살펴보면 멘디는 괜찮지만 카르바할은 또 많이 아프고, 오드리오솔라는 백업인 주제에 또 카르바할 아플 때만 골라 아프고 있습니다. 바스케스는 딱 땜빵 수준만 하더군요. 아무리봐도 풀백에 어울리는 선수는 아니고 열정으로 수비하는 수준입니다. 바스케스가 풀백으로 이적설이 나오면 무조건 찌라시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스카우터들이 저보다 축구를 못 볼리가 없으니. 결정적으로 풀백이 아무리 공격적으로 부지런히 공헌해도 전방 공격수들이 연계를 하지 못하면 위력은 급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팀의 측면 공격수의 역량은 근 20년간 손에 꼽힐 정도로 최악인 상태고.

그리고 이 모든걸 신들린 선방으로 커버하던 쿠르투아도 미쳐 날뛸 때의 폼은 아니고요.



이러한 부진에 지단의 지분이 없진 않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음바페나 홀란드로 뉴 갈락티코를 꿈꿀 거라면 지단을 자르는 일은 멍청한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크죠. 지단은 선수 개개인의 우월한 탤런트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그려나가는 스타일이니까요. 그리고 이 팀에서 현재 가장 우월해야 하는 탤런트는 역대 최악의 영입으로 달려가고 있으니.

솔직히 내일 이겨서 16강 가도 비관적입니다. 16강, 운이 좋으면 8강도 갈 수 있겠지만 딱 거기까지고 그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준 적은 지난 2년간 없습니다. 역으로 그렇기 때문에 내년 여름 이후를 봐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은 수확기가 아니라 육성기이고 정리할 자원은 손절하며 내부 어린 자원들의 정착을 목표로 리가 레이스에 힘쓰는 것이 최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라 리가 팀들 상태가 다들 메롱이라 리가 경쟁까진 붙어볼만 한 것 같아요. 레알 마드리드가 어쩌다 이렇게 됐나 같은 한탄은 따져보면 의미가 없어요. 허울 뿐인 연속 기록들을 지키는 것보다 다음 시즌의 발전 방향성을 꾀하는 것이 옳습니다. 챔스 티겟을 아예 놓치는게 아닌 이상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