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연예 관련글을 올리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20/12/17 10:42:22 |
Name |
손금불산입 |
Link #1 |
skysports |
Subject |
[스포츠] [해축] 못한다 못한다 해서 챙겨봐본 아스날 - 사우스햄튼 경기 감상평 (수정됨) |
2020. 12. 16. Arsenal 1 (Aubameyang 52') - 1 Southampton (Walcott 18')
3시 경기였는데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스케줄을 조절해 경기를 챙겨봤습니다. 북런던 더비를 제외하면 아스날은 근 1달간 리그 경기가 계속 새벽 시간대였고 그 기간에 급격하게 연달아 패배하며 말아먹고 있어서 얼마나 못하는지 많이 못봐왔거든요. 까더라도 좀 제대로 챙겨보고 까보려고...
퇴장과 경고 누적 징계로 자카와 벨레린이 결장했고, 다비드 루이스는 벤치에서 시작했습니다. 어쩌다보니 경기력이 꽤나 부진하거나 불화설 루머의 중심에 있는 선수들이 싹 다 배제된 채로 스타팅 라인업이 꾸려지게 되더군요. 자카 대신에는 세바요스가, 벨레린 대신에는 나일스가 기용되었습니다.
아르테타가 벼랑 끝이라 생각한건지, 아니면 한참 잘 될 때의 느낌을 살려보려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경기는 시즌 전 좋은 실적들을 낼 때의 3-4-3 포메이션과 전술 컨셉을 들고 나왔습니다. 아니면 현재 프리미어리그 선두권 페이스를 보여준 사우스햄튼의 전력과 스타일에 따른 맞춤 컨셉일 수도 있겠고요.
이번 시즌 소튼은 개개인의 우월한 신체조건을 활용해 미들서드부터 강력한 개인 압박을 가하며 경기를 장악하는 스타일의 축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볼을 점유했을 때의 포지셔닝이 훌륭하게 정리되어 있는데 서로 간의 짧은 패스워크도 아주 훌륭한 수준으로 해내더군요. 요즘 왜 그렇게 좋은 성적을 찍고 있는지 바로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마이너한 바이에른 뮌헨 느낌까지 날 정도... 물론 공격진 퀄리티가 넘사벽인게 좀 티가 나긴 했습니다.
FA컵에서 잘 나갈 때의 아스날이 그랬던 것처럼 3-4-3에서 양쪽 윙백과 측면 공격수들이 앞뒤로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경기장을 메꿨고 점유율은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 팀처럼 경기를 운영했습니다. 물론 이전 몇경기들에서 하던 것처럼 해도 찍어 눌려지면서 점유율이 크게 밀리긴 했을텐데 그것을 미리 우려해서 경기 컨셉 자체를 뒤집어왔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점유율은 원정경기인양 소튼에게 내주었지만 대신에 그 당시의 아스날 경기들이 그랬던 것처럼 수비집중도나 위기 관리 능력은 꽤 개선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때처럼 공격빌드업이 좀 엉망인 모습도 자주 나왔죠. 솔직히 개인적으로 선호하지만은 않는 축구 스타일입니다. 애들이 열심히 뛰는걸 보는건 좋은데...
그러는 와중에 중원에서 큰 미스가 하나 나왔는데 그게 여지없이 실점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월콧은 에미레이츠에서 한참 뛸 때 저런 피니시를 보여준 적이 드물었던 것 같은데 할말하않 수준. 사실 실점은 했지만 수비진 쪽에서 위험 요소 제어는 나름 효율적으로 해나가고 있던 와중이었습니다. 마갈량이스가 이 경기 내에서 이상한 판단 미스를 한두개 하던 참이었는데 딸려나가서 커팅 실수를 해버렸죠. 경고를 받을 거였으면 이 때 미리 파울하며 받았어야 했습니다. 나중에 쓸데없는 지연 행위를 하면서 받는게 아니라...
요즘 워낙 많이 지고 있어서 스포티비 해설 말대로 나쁘지 않은 흐름에 실점을 준 것이 선수단에게 쎄한 기분을 들게 한 것 같긴한데, 애초에 들고온 경기 컨셉을 생각하면 스코어와 별개로 경기 내용 자체는 심각할 때에 비하면 나쁘지 않았다고 봅니다. 한참 잘될 때와 달리 오바메양의 볼터치나 상황판단이 아직도 별로인게 티가 나긴 했는데...
제가 특히 이번 경기에서 중점적으로 본건 아스날이 속도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였습니다. 이전에 관련글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북런던 더비 이전의 아스날은 볼을 주도적으로 점유했을지언정 스피드를 살리는 효율적인 공격이 아예 전무했고 그렇기에 볼이 측면으로 밀려나 죽은 크로스만 반복되었죠. 지난 번리 전은 하이라이트만 봤지만 그것보단 좀 나아진 것 같기도 했는데, 이번 경기에서는 그러한 스피드를 살리는 역량이 확실히 개선되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전술에 익숙함이 남아있던건지 소튼의 압박이 꽤 훌륭한 수준이었는데 후방 수비진이 최전방으로 낮고 빠른 패스길을 찾는 모습이나 압박을 풀어내며 측면으로 효율적인 전진을 시도하는 모습이 이전보다 훨씬 자주 보였습니다. 후반 초반에는 아예 주도권까지 잡는 모습이었고 득점에도 성공하며 기세를 탈 것 같은 순조로운 흐름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마갈량이스의 퇴장 전까진 말이죠...
첫 경고가 정말 쓸데없이 불필요한 지연 행위로 받은 경고였고, 퇴장 상황 자체도 위험 상황을 초래할 수 있으나 홀딩과 티어니가 이미 뒤에서 백업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굳이 손으로 잡아끌면서 경고를 받을 이유는 적었어요. 이상하게 오늘 경기 내에서 마갈량이스가 잔미스를 자주 보여줬는데 안되는 날인건지 상황 판단에서 대형 실수를 저지르며 퇴장을 당했습니다. 진짜 1경기 1퇴장을 약속이라도 한건지 그것도 지난 번리전처럼 흐름이 한참 좋아지고 있을 때 찬물을 끼얹는 퇴장이 나오니 좀 어이가 없긴 하더군요. 그나마 박치기를 하거나 상대 선수 목덜미를 잡다가 당한 퇴장은 아니니 위안을 삼아야하나...
그 뒤로는 뭐 없었습니다. 소튼은 수적우위를 살려 필드를 완전히 지배했고, 11 대 11일 때도 점유율을 내주면서 플레이 할 때가 잦은 상황이었는데 1명 적어지니 여지가 없더군요. 그대로 거진 쭉 수비만 하다가 끝났습니다. 빈틈을 노리기엔 소튼의 짜임새가 너무 좋았고, 마지막 홀딩의 골대 헤더가 아쉽다기엔 퇴장 이후 맞이한 아스날의 실점 위기 상황은 그것 이상이었습니다.
불화설이 뜨는 와중이길래 선수들이 어떤 태도로 뛰는지도 유심히 지켜봤는데 한창 이기면서 기세 좋을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열심히 뛰긴 하더군요. 평소에 못난 모습을 보이던 자카나 벨레린 같은 놈이 빠져서 그런가... 나일스는 이전부터 간간히 멋을 부리려는 듯한 개인스킬 활용을 보여줄 때가 있는데 뒷통수 한 대 때리고 싶었습니다. 잘 먹히지도 않는걸 팀에서 제일 쓰지 말아야 할 놈이 그러고 있으니. 페페도 공격은 좀 그렇다지만 꽤 열심히 뛰어다니며 압박을 했습니다. 영입 당시 게으른 그 놈이 맞나 싶을 정도. 가브리엘 퇴장 이후 루이스가 들어와서 꽤 흥미롭게 지켜봤는데 불화설 있는거 맞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하더군요. 선수들 하나하나 독려하고 박수 쳐 주고... 진짜 사이 안좋은게 루이스가 아니라 다른 선수인가 아니면 뻘루머인가 싶었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진정한 프로페셔널이거나...
총평을 내려보자면, 아스날이 이 순위 이 결과에 또 이딴 이야기가 나오냐 하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나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불운했다 정도. 진짜 지금 이 순위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나요? 라고 할 수 있는데 경기를 본 제 느낌은 그랬습니다. 자책골로 패배한 지난 번리전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걸 듣긴 했는데 패배와 엉망인 순위에 대한 지탄으로 묻혀버렸었죠. 그래서 새벽경기임에도 직접 라이브로 챙겨봤는데 보고난 제 심정도 그렇습니다. 다짜고짜 또 못이겼냐고 뭐라 할 경기는 못되는 것 같네요.
그 경기와 달라진게 있다면 연유야 어쨌든 아르테타가 점유율을 완전히 포기한 쓰리백 운용을 다시 시도했다는 점. 앞으로 에버튼 - 맨시티 - 첼시 전이 이어지는데 여기서도 비슷한 스탠스로 경기에 임할 가능성이 높지 않나 싶습니다. 좋은 결과를 거둘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토트넘전처럼 완전한 실패 소리듣는 경기가 나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대신에 오바메양이 폼을 좀 더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잽만 맞다가 실점하고 지는 양상이 연출될 확률은 오히려 늘어나겠죠.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