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06 07시즌 부터 알레띠 팬을 했는데 개인적으로 기억도 정리할겸 그때부터 봐온 공격수들 평가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응원하기 시작하고 나서부터 매년 30경기 이상 봤구요. 시메오네 부임 이후로는 매년 3~4경기 제외하곤 다 봐왔습니다. 다만 기억에 의존해서 쓰는거라 제 평가가 정확하다고 말 할 수는 없는데 그냥 재미삼아서 써보는거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 세르지오 쿤 아구에로: 제가 아틀레티코 팬이 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쿤의 존재 때문이었습니다. 알레띠 시절 쿤은 좋은 민첩성을 바탕으로 정적인 상황에서 두 세명을 제치는 드리블을 할 줄 알고 필드 좌우를 넓게 헤집으면서 수비수들을 끌어모은다던가, 끌고다니면서 찬스 메이킹을 잘했고, 골도 감각적으로 넣긴 했는데 포를란이나 팔카오처럼 슛이 완성이 된 상태가 아니라서 골을 쉽게 넣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드리블이랑 민첩성이 좋긴 한데 그 가동 범위가 메시나 네이마르처럼 종이나 횡으로 길지 않아서 폭발적인 드리블러라고 보기에는 부족함이 있었고, 슛이 완성되지 않아서 어려운건 넣는데 오히려 1:1 찬스 같이 쉬운걸 종종 놓치는 선수였죠. 쿤이 초창기에 제2의 호마리우라는 평을 많이 들었는데 쉬운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상황을 많이 본지라 제2의 호마리우라는 평은 틀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던적이 있네요. 이외에는 바르샤 원정에 강했고 푸욜이랑 발데스는 기깔나게 잘 털었는데 알레띠의 적 그리스도였던 카시야스에게는 별로 힘을 못쓰더군요. 뭐 당시 알레띠 선수들 모두가 레알 상대로 힘을 못쓰긴 했지만요.-_-; 맨시티 가서는 알레띠에서 뛸때처럼 좌우로 헤집기 보다는 피니셔로 뛰는것 같긴 했는데 떠날 때 입턴 것 때문에 개인적으로 정이 떨어져서 나간 이후는 경기를 별로 안 본지라 별 평가할 건덕지가 없는 선수이기도 합니다.
- 디에고 포를란: 아게로가 슛이 완성되지 않아서 쉬운걸 종종 놓친다면 포를란은 알레띠에 와서는 슛이 완성된 상태라 쉬운걸 아주 쉽게 넣는 선수였습니다. 거기에 리켈메에게 갈굼당하면서 배운 오프 더 볼 움직임도 아주 좋았고, 좋은 피지컬과 침투 능력이 좋아서 역습 상황에서도 혼자서 해결할 능력을 갖춘 선수였죠. 포를란의 제일 큰 장점은 슛 거리가 아주 길면서 양발 모두 다 정확하다는데 있습니다. 특히 08/09 피치치 시절에는 걍 축구 판의 스테판 커리 같은 느낌이 들정도였는데 그 당시 중거리 슛의 정확도가 워낙 좋아서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 약간의 틈이 났을때 양발로 슛을 후리면 거진 다 들어가는 수준이었습니다. 더할나위 없이 말 그대로 개사기였죠. 피치치 시즌에 후반기에 8경기 연속골인가 넣으면서 팀을 챔스로 이끌었는데 이 시즌의 경기력은 2010년 월드컵때 경기력 못지 않았을 정도로 경기 운영에서도 발전한 모습을 보인 시즌이었고 공격수 1인 캐리가 뭔지를 보여준 시즌이었습니다. 피치치 시즌을 기점으로 2010년 월드컵까지 기량을 유지하다가 꺽이기 시작했는데 개인적으로 절정기의 포를란은 21세기 아틀레티코 모든 공격수를 통 틀어서도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였다고 평가하고 있을정도로 대단한 선수였습니다. 다만 말년에 급속도로 기량이 퇴보한게 갠적으로 아쉽긴 하더군요. 절정기때 공미수 삼단 분리 축구를 하던 알레띠가 아니라 레바 같이 지원이 좋은 팀이었으면 지금보다 평가가 몇배는 업 되었을 선수였는데 말이죠.
- 라다멜 팔카오: 쿤이랑 포를란이 나가고 40M을 들여서 포르투에서 사온 선수였는데, 당시 디렉터였던 카미네로는 팔카오가 세계에서 5손가락 안에 드는 기량을 가진 선수라고 인터뷰로 소개를 했었고, 그말이 허언이 아님을 알레띠에서 기량으로 증명한 선수가 바로 팔카오입니다. 팔카오는 포를란과 마찬가지로 양발을 잘 썼는데 포를란의 슛이 직선적이고 거리가 길다면 팔카오는 곡선적이고 더 정교한 슛을 구사했습니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슛의 질은 포를란보다 한 수 위이기도 했구요. 오프 더 볼이 좋은건 두말하면 잔소리이고 온 몸으로 다 골을 넣는 능력을 가졌는데 특히 헤더가 워낙 좋아서 지상과 공중 어디로 볼을 줘도 결과를 만들어 내는 선수였죠. 셋피스에서도 발군의 점프력과 헤더를 바탕으로 굉장한 파괴력을 자랑했는데 한 가지 재미있는건 프리킥 상황이 되면 상대방이 벽을 쌓을때 팔카오는 자기가 달려가서 점프할 자리에 먼저가서 자기가 저기로 뛸거라고 표시하는듯이 두리번 거리다가 벽으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프리킥이 팔카오가 찍은 지역으로 날라가면 거기서 경합하고 경합에서 이기면 골 아니면 노골 이런 상황이 자주 벌어졌었죠. 아쉬운 점은 온 더 볼 파괴력이 좋지 않아서 페널티 에어리어 밖 트래픽 상황에서 파괴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좀 아쉬운 점인데 그게 되었다면 팔카오가 아니라 메시였겠죠. 암튼 큰 경기에서도 엄청 강하고 유럽 대항전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보인 선수라서 절정기때 챔스에서 뛰었으면 어땠을까 아니면 알레띠가 돈이 있어서 1년만 더 잡았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있는 선수이긴 하네요.
- 디에고 코스타: 처음 라요로 임대 보냈을때 15골을 넣었던가 그랬는데 그때부터 쉬운 상황에서 쉽게 골을 넣는걸 보고 기대를 했던적이 있습니다. 그러다 십자인대 파열로 관심도에서 멀어졌는데, 다시 복귀하고 기량을 찾다가 팔카오 튜터를 받더니 오프 더 볼 움직임과 슛팅을 배우면서 기량적으로 급상승하게 되죠. 코스타는 팔카오나 포를란처럼 스킬적으로 완성된 선수는 아니었지만 골에 대한 특유의 집착력과 피지컬을 활용해서 수비랑 부대끼는 플레이는 이들보다 더 좋았습니다. 역습 상황에서 좋은 피지컬을 바탕으로 탱크처럼 돌진해서 슛을 아주 정교하게 톡 차넣는게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정도로 역습을 잘하는 선수였고, 그것 때문에 역습 덕후인 시메오네가 좋아 할 수 밖에 없는 선수이기도 했었죠. 쿤처럼 정교하게 좌우를 헤집지는 못해도 피지컬로 할 헤집고 다니면서 수비를 잘 끌고 다니기도 했구요. 다만 중요할때마다 부상으로 활약을 못했다는게 첼시로 가기 전이나 첼시에서 복귀한 후나 그게 정말 아쉬운 선수입니다.
- 다비드 비야: 사실 골넣고 무릎 세레모니 하다가 부상으로 나가리 되어서 3분의 2시즌 정도만 활약한 선수라 뭐라 평하긴 그런 선수이긴 합니다. 그래도 명색이 우승멤버라서 짧게 평을 해보자면 알레띠 시절의 기량은 노쇠화 되어서 떨어지는게 눈에 보이긴 했는데, 비야 특유의 센스가 살아있어서 고비고비 마다 골을 잘 넣어줬던 기억이 있네요. 개인적으로 비야의 무릎 세레모니 부상을 보고 난 이후로 무릎 세레모니 하는 선수들 볼때마다 아찔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 마리오 만주키치: 넓은 활동량과 아주 좋은 수비가담 그리고 발군의 헤더까지 시메오네가 좋아할 요소를 많이 갖추긴 했는데 역습 상황에서 너무 느리다는게 문제였던 선수입니다. 시메오네가 442를 쓸때 아주 컴팩트하게 역습하는걸 주 공격 전술로 썻는데 거기에서 만주키치는 느려도 너무 느렸던지라 결국 토레스를 영입했고 후반기에는 토레스를 더 기용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죠. 다만 셋피스 상황에서는 고딘, 미란다, 만주키치 3지 선다 강요를 잘해서 셋피스 연속골을 기록하기도 했었죠. 스피드만 좀 더 빨랐다면 오래봤을 선수인데 약간 아쉽긴 합니다. 오히려 지금 알레띠 구성에 만주키치가 있으면 더 오래 봤을거라고 생각되네요.
- 앙트완 그리즈만: 처음에는 적응기를 반시즌 정도 거치긴 했는데 그 사이에서도 경기에 윤활유 역할을 잘 해주면서 경기력은 아주 좋았던 선수입니다. 빌바오전 헤트트릭을 기점으로 피니시가 정교해졌고 그때부터 챔스 결승 갔을때까지의 그리즈만은 필드를 넓게 쓰기 보다는 팀원이 공간을 열어주면 그걸 파고 들어가서 골 넣는 능력이 발군이었죠. 한 마디로 주위 동료를 아주 잘 활용하고 공간을 잘 파고들며 수비가담이 좋은 피니셔가 알레띠 초창기 그리즈만의 모습입니다. 그러다 챔스 결승에서 준우승하고 난 이후 알레띠의 기동력을 담당하던 필리페, 후안 프란의 노쇠화가 오고, 코케가 기복을 타기 시작하면서 그리즈만의 경기 스타일이 변화하기 시작했는데 이전에는 피니시에 좀 더 신경을 썻다면, 이때부터는 경기장 전지역을 관할하기 시작했는데, 수비도 하고, 빌드업도 하고, 볼 운반도 하고, 튀어올라와서 골도 넣고 하는등 그야말로 알레띠의 만능 열쇠 같은 역할을 했었죠. 당시 시메오네가 그리즈만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볼 운반용으로는 비톨로를 영입했고 공간을 열어주고 피니시의 부담을 줄어주는 선수로는 디에고 코스타를 영입했는데 둘다다 부상으로 맛이가면서 결국 그리즈만 부담 줄이기는 실패하게 되었죠. 그리고 르마도 그리즈만의 볼 순환의 역할을 줄이기 위해 영입한 선수였는데 적응하지 못하면서 그리즈만에 대한 부담이 나날이 늘어날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마 그리즈만이 떠난 이유도 이런 과도한 부담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긴 하네요. 암튼 그리즈만은 포지셔닝이 아주 좋고 넓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볼 순환을 아주 잘 시키죠. 발도 빠른편이라서 1인 역습도 잘하고, 버티는 능력이 좋아서 경합 상태에서도 잘 버팁니다. 특히 퍼스트 터치가 아주 좋은데 공을 아주 쉽게 받고 쉽게 안정화 시켜서 다음 플레이에 대한 판단을 아주 잘했었죠. 수비력이야 동 포지션에서 역대로 손 꼽아도 될 정도로 좋은편이구요. 다만 온 더 볼 파괴력이 좋지 않고 피지컬적으로 한계가 있어서 공간을 열어주는 선수가 파트너로 있거나 아니면 원투 패스를 받아줄 동료가 있어야 더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리즈만은 가야될때 잘 간것 같아서 다른 알레띠 팬들과는 다르게 쿤 처럼 싫어하진 않는 선수네요.
- 주앙 펠릭스: 펠릭스는 재능만큼은 위에 거론된 어떤 선수랑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고 개인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드리블의 경우 쿤 처럼 민첩하진 않은데 좀 더 길고 유려한 온 더 볼 능력을 가지고 있고, 퍼스트 터치는 그리즈만이랑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개떡같은 공도 찰떡같이 받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죠. 창의력은 지금까지 거론된 선수들 중에서 최고이고 패스의 정확도가 아직은 대단하진 않은데 가끔씩 나오는 천재성과 창의력 하나로도 종종 나오는 어처구니 없는 패스 미스들을 다 눈감아줄만 합니다. 오프 더 볼도 나이에 비해 좋고 양발도 잘쓰는 편입니다. 의외로 헤더도 임팩트를 잘 주면서 잘하구요. 단점은 슛팅의 기복이 있고, 피지컬적으로 완성되지 않아서 체력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것과 상대방이 피지컬적으로 거칠게 몰아 붙였을때 경기력이 하락한다는점이 있네요. 특히 피지컬적인 면에서 좀 더 풀어보자면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편은 아니라서 유려한 드리블을 가지고도 수비에게 따라 잡히면서 그 파괴력이 반감되는 경우가 있고, 경합시에 몸으로 치고 나가야 할때 몸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넘어지거나 제지 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 라리가에서 펠릭스 대응법으로 펠릭스를 거의 담그다시피 할정도로 거칠게 마크하고 있는데 이걸 대응하지 못하면서 펠릭스의 경기력이 떨어지고 있죠. 뭐 이런 상황들은 메시나 네이마르와 같이 볼을 잘 다루는 선수들은 한번씩은 다 거쳐온 과정인지라 이걸 극복해낸다면 펠릭스의 그릇의 크기가 더 커질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온 더 볼이 더 깔끔하고 창의력이 좋은 그리즈만 같은 느낌인데 그리즈만이 철강왕에 체력과 포지셔닝이 훨씬 좋고, 몸을 훨씬 잘 사용하는지라 아직까진 둘의 차이가 크긴 하죠. 그래도 저는 펠릭스가 그리즈만 보다 그릇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부디 큰 부상 없이 잘 발전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잭마나 비에토 가메이로 등도 있긴 한데 더 쓸려니 귀찮아서 안썼습니다. 크크
암튼 스스로의 기억도 정리할겸 한번 써봤는데 좀 난잡하긴 하네요. 그점 양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