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룬 것은 일본 축구가 한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된 사건이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터져나온 유소년들이 유럽 무대 진출 이후 만개하기 시작하면서 일본 축구 대표팀 사상 최고 전성기가 왔던게 2010년대 중반까지였던 것 같네요.
한일전의 경우에도 2010년 10월 12일부터 2015년 8월 5일까지, 한국이 일본 상대로 5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한 시기가 바로 이 무렵이었습니다.
그리고 차마 어디 가서 말하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사이의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을 상당히 좋아했었습니다.

특히 당시 아시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것이 바로 미드필드의 짜임새였습니다.
FC 바르셀로나가 끌고왔던 패스와 점유율 중심의 티키타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구사하는 모습을 보여줬었거든요.
당시 일본 미드필드는 엔도 야스히토 - 하세베 마코토 - 카가와 신지 - 혼다 케이스케로 이어지는, 그야말로 역대급 중원이었습니다.

후방에서 넓은 시야와 확실한 패스로 경기를 조율하던 엔도.
왕성한 활동량과 다양한 포지션 소화로 팀의 밸런스를 잡아주던 하세베.
기회 창출과 득점에 공히 능하던 카가와.
무회전 프리킥과 측면 돌파로 공격을 이끌던 혼다.
네 선수 각각의 역할이 확고할 뿐더러 공격 전개 상황에서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상당히 매력적인 축구를 펼쳤던 기억이 납니다.
다만 결과적으로 이 팀이 제대로 남긴 것이 2011년 아시안컵 우승 하나 뿐이라는 게, 결과적인 평가에 있어서 다소 아쉬운 부분입니다.

당시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 4명의 미드필더 뿐 아니라, 유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를 다수 보유한 화려한 팀이었고, 고질병인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부재 정도를 제외하면 구성 측면에서는 딱히 흠 잡을 것이 없는 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 2013년 컨페더레이션스 컵 조별리그 3전 전패,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1무 2패 4위 탈락이라는 참담한 결과만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감독과 선수단 모두가 최초의 원정 4강을 이룩하겠다고 희망에 가득차서 떠들었던 것에 비하면 정말 충격에 가까운 결과였죠.

정작 일본 축구가 제대로 성적을 낸 것은 한참 기세를 올리던 2010년대 중반이 아니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겨우 이뤄졌으니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네 선수 모두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지만, 아마 네 명 모두 다시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보지는 못할 거 같네요.
남의 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을 그렇게 관심 가지고 본 건 아마 그 무렵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문득 오늘 축구 동영상들 찾아보다 생각이 나서 옛날 이야기를 적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