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팀들은 99%까지 소진하고, 이제 소프트캡 도입되면 100% 이상의 소진율을 기록할 팀도 나올텐데...

거의 10년 가까이 항상 소진율 꼴찌를 도맡아하다시피 하고, FA로 옮기는 선수들은 보상 선수 받을 수 있는 선수도 눈물을 머금고 보상금을 택해야하던 팀 사정을 생각하면 지난 10년간 보여준 성적, 챔피언 결정전 꼴랑 1회 진출이 부끄럽진 않네요.

실제로 올시즌도 김지완의 FA 보상금이 팀 운영하는데 엄청 도움 됐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일하느라 라이브로 보진 못했는데, 틈틈히 스코어 확인할 때마다 하도 이 팀을 오래 응원해와서 그런가 딱 그려지는 양상이 있었는데, 정말 소름끼치게 그대로 진행이 되었더군요.

특히 막판에 낙현이 다리 풀리고, 김지완한테 3점 얻어맞을 때는 '아, 이게 현실이였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기도 했고요.

시즌 전에 저 샐러리캡 소진율 봤을 때 '와 올시즌은 못해도 뭐라고 할 말이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제 섣부른 동정까지 다 박살내버리고 기어이 4강까지 오른 선수단에게는 그저 박수를 보내는 것 말고는 그들이 만들어낸 전자랜드의 마지막 시즌에 더 할 일이 없습니다.

진짜 시즌 내내 '아, 김지완만 잡았어도, 아니다 보상 선수로 유현준만 뽑았어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군분투해준 김낙현은 개인적인 올시즌 MVP였습니다. 정말 덕분에 경기력이 구려도 끝까지 다 볼 수 있었던건 덤이고요.

김낙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선수들이 스텝업한 모습을 저 60.28%-샐러리캡 짜다는 V리그 여자부에서조차 올시즌 전자랜드보다 팀 연봉이 낮은 팀은 하나도 없었습니다-라는 말도 안 되는 소진율에도 불구하고 보여줘서 전자랜드라는 이름의 마지막 시즌이 마냥 짠하지만은 않을 수 있었고, 그렇게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다행스럽게도 인수 의사를 표명한 기업이 재정이 꽤나 탄탄하다는 썰도 들리고, 당연히 단기 알바 뛰러온 줄 알았던 모트리가 의외로 재계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니, 하루라도 빨리 인수 되고, 선수단 보강 작업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래봅니다.

결국 예상했던대로 우승으로 끝나진 않았지만, 최저 연봉팀의 라스트 댄스는 오랜 시간 이 팀을 응원한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니 선수들도 전자랜드의 마지막을 마냥 슬퍼하지만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