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미네기시 미나미는 벌어진 스캔들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삭발과 함께 사과영상을 찍었습니다. 이것이 운영의 강압이었는지, 운영쪽에서는 넌지시 던진걸 미네기시가 덥석 물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스캔들을 일으킨건 사실이었으니까요. 팬들은 경악했고 미네기시는 연구생으로 강등당했습니다. 반대급부로는 이제까지 AKB가 내세웠던 '연애금지조례'가 사문화되는데 일조한 사건이었습니다.
지금부터 써내려갈 내용은 미네기시 미나미가 소위 '삭발갑'이 된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어디서부터 써야할지 모르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운영놈들이 대책없이 맴버를 뽑았다는거죠. 팀4 해체로 인해 자리는 줄었는데 인원은 늘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다시 파이를 늘려야죠. 그리하여 운영은 12년에 해체한 팀4를 13년에 다시 살릴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새로 태어난 팀4의 지상과제는 기존 팀4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아야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과거 팀4의 문제점은 팀이 굴러가기도 전에 캡틴이 스캔들로 인해 근신에 들어갔고 그 이후의 팀원간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팀이 분열되버린거죠. 이러한 상황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선 캡틴의 선택이 무엇보다도 중요했으며 나이로 보나 기수로 보나 혹은 13년초부터 연구생 생활을 같이 해온터라 누구보다도 연구생들을 이해할수 있는 위치인 미네기시 미나미가 적격이었던거죠. '어떻게 스캔들을 일으킨 맴버를 캡틴으로 세울수 있냐?'라는 반대의견도 있었지만 과거보다는 신생 팀4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아야만 했으니까요. 이렇게 미네기시 팀4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미네기시 본인에게도 미네기시 팀4는 AKB에서의 큰 전환점이 된 사건이었습니다. 막내로 커리어를 시작한지라 언니맴버들에게 많이 의지하며 활동했지만, 이젠 자기를 바라보는 까마득한 후배들을 이끌어야만 했거든요. 다행스럽게도 친화력만큼은 누구보다 뒤떨어지지 않는 미네기시였는지라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기도 하고 다른선배들과 후배들을 잇는 가교역할을 수행하며 팀4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킴에 지대한 공을 세웠고, 그 결과물이 2014년 리퀘스트 아워 1위(팀4 오리지널 - 청춘 필로소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14년 대조각에서도 포화를 빗겨맞는데도 성공, 코지마 마코가 팀K로 이동했지만 무카이치 미온과 코미야마 하루카라는 재원을 얻기도 했습니다. 14년 초창기에는 조금 삐걱이기도 했지만 훌륭한 캡틴으로 불리기엔 더할나위 없는 성과였습니다.
이러한 신임을 이어받아 2015년 조각에서는 팀K의 캡틴을 맡게됩니다. 사실 팀4 캡틴시절(24개월)보다 팀K 캡틴시절(28개월)이 더 길긴한데 이 시기에 미네기시는 딱히 캡틴으로써 두드러지는 역할을 보여주진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결성시작을 함께한 팀4와 달리 팀K는 이미 체계가 잡혀있어 캡틴이 해야할 부담감이 적었고 새롭게 합류한 맴버들의 일부는 이미 팀K를 경험해본적이 있었을뿐더러(미네기시도 이전에 팀K 경력이 있습니다.), 미네기시와 같이 팀4에서 팀K로 이동하게 된 친구들도 있었기 때문이죠. 뭐 사실 더 근본적인 이유를 들자면 이 시기부턴 AKB의 하락세가 가속화되기 시작했으며 미네기시 역시 이 파도에 휩쓸려 총선, 악수회 성적은 쭉쭉 떨어지고 방송 활동도 힘들어졌는지라.. 모두가 각자 살아남기위해 분투해야할 시기였습니다.
2018년, 캡틴직을 내려놓고 일반 맴버로 돌아간 미네기시는 힘든 시기였습니다. 본인 스스로도 "AKB가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것 같다"라고 말할정도로 멘탈이 흔들려보였던지라 저 개인적으로는 이때 진짜 졸업하는줄 알았던 시기였죠. 반면 19년 신년공연에서 붓글씨로 멋지게 "不死鳥(불사조)"를 선보이며 앞으로 몇년은 더 할것 같았던 미네기시가 2019년 12월 8일, 정확히 14년을 채우고 졸업을 선언했습니다. 그녀의 리더쉽의 유산을 현 간부진만 보면 어느정도 짐작이 갑니다. 팀A 캡틴인 오카베 린을 제외한 총감독 무카이치 미온, 팀K 코미야마 하루카, 팀B 이와타테 사호, 팀4 무라야마 유이리 모두 미네기시 팀4 출신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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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걸 2020년 2월에 써두곤 당시 4월로 예정된 미네기시 졸콘보고 글 올려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2021년 5월에야 다시 꺼넬줄이야. 한 4달만 하면 끝날줄 알았던 미네기시의 금주선언도 어제까지 정확하게 530일간 지속되었습니다. 또한 장소도 요코야마 아레나(1.5만)에서 피아 아레나(1만)으로 바뀌었고 그마저도 반밖에 입장시킬수 밖에 없었던, 아직 코로나가 우리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시기에서 어떻게든 열린 미네기시 미나미 졸업 콘서트 - 벚꽃이 피지 않는 봄은 없어 -가 어제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간만에 하는 콘서트라서 그런지, 1년반을 기다려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세트리스트도 그렇고 공연수준도 매우 높았습니다. 하루 10시간씩 연습했다던데 연습의 성과를 보여주는것 같아 팬으로써 기쁘기도 하구요. 또한 AKB 15년 역사와 함께해온 1기의 마지막으로써 많은 게스트들이 와서 콘서트를 빛내주기도 했는데요.
동기이자 가장 친한 언니들이자 같은 유닛 노스리브스 맴버인 타카하시 미나미와 코지마 하루나
이제는 유부녀가 되버린 동기 이타노 토모미와 시노다 마리코
오오시마 유코
뿐만아니라 팀K를 이끈 아키모토 사야카, 미야자와 사에, 동갑내기 친구였던 사시하라 리노와 키타하라 리에등 AKB의 예전 팬들이라면 추억에 빠지기 충분한 레전드 맴버들이 많이 와주었습니다. 이제 이번 졸업콘서트를 마지막으로 위 맴버들의 무대를 볼 수 있을 기회가 없지 않을까싶은 생각이 드니 조금 아쉽기도 하네요.
아직 방송인 미네기시 미나미로서 이런 역할밖에 없는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하나하나 해나가는거죠.
아침드라마 여주를 꿈꾸지만 들어오는건 망가지는 예능밖에 없는 본인역을 맡은 '내 부인은 미네기시 미나미'라는 페이크 드라마? 이건 꽤나 볼만했습니다. 솔직히 이것도 예능>드라마 느낌이 강했지만.
졸업 공연은 5월 28일입니다. 집합금지때문에 아직 금주선언을 깨진 못했지만 5일남은 아이돌 생활 마무리 잘하시고 하고 싶은거 다 하시기 바라며 글을 마무할까합니다.
ps1. 사실 오늘 AKB 단독 콘서트에 나오는 공지까지 보고 그것도 포함시켜서 글을 써야지라 생각해서 콘서트 당일이 아닌 오늘에서야 글을 쓰게 됬는데, 오늘 별 공지가 없는지라... 다음 싱글이 9월 29일에 나온다는거 정도?
ps2. 어제 오늘 진행된 AKB 콘서트는 팬분들이라면 필수로 봐야될 아주 수준 높은 공연이었습니다. 어제 레전드들이 출연한데 이어 오늘은 노MC로 48곡 다이렉트로 진행한 극한의 컨셉을 추구했는데 아주 재밌었습니다. 또한 17라이브에서 내일부터 일주일간 어제오늘 공연 다시보기를 무료로 제공하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