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의 내용은 '기동무투전 G건담'과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매주 월요일 밤 아홉 시를 뜨겁게 달구고 싶은(?) JTBC2 슈퍼밴드 시즌2.
이제 본선 1라운드가 마무리되고 본선 2라운드로 돌입하고 있습니다. 3라운드쯤부터는 참가자 개개인도 팀도 상당히 안정화되기 때문에, 젊고 풋풋하며 불안정한 느낌(마치 뛰어난 밴드의 1, 2집에서만 느껴지는 음악적 에너지의 느낌)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슈퍼밴드, 팬텀싱어 모두 본선 1차 경연, 2차 경연을 가장 좋아합니다. 프로듀서오디션(최종예선)까지는 자신이 잘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하죠. 허나 이제 뛰어난 사람들만 남은 상황, 아직은 서로를 잘 모르고 누구와 어떤 조화를 이루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불안한 상황, 동시에 멋진 기량을 보여준 다른 참가자들과 이런 저런 걸 해보고 싶어 두근거리는 상황 속에서 누군가는 안정적인 시도를, 누군가는 도전적인 시도를, 누군가는 자신의 강점을 빛내는 퍼포먼스를, 누군가는 팀원을 빛나게 하는 보조를, 어떤 팀은 스타일이 정립된 고수의 지휘를 따라가고, 어떤 팀은 음악적 견해 차이를 극복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어떤 팀은 낯선 팀원의 제안으로 지금까지의 해본 적 없는 스타일로의 모험을 감행하는 등 제각기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려 노력하는 모습들이 마치 삶의 축소판 같고 또 한편으로는 예술전공 학부생들이 보내는 청춘의 시간을 재현하는 거 같아서 좋아합니다.
시즌1에 비하면 조금 심심한가 싶었던 시즌2입니다만, 1라운드 무대를 돌이켜보니 그렇지도 않네요. 무대 세 개 정도만 추천할 생각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빼기 힘든 매력적인 무대가 많았습니다. 제 취향 + 불판에 계시던 다른 분들의 반응 + 그리고 슈퍼밴드를 보지 않으시는 분들께서 흥미로워하실만한 요소를 중심으로 추려보았습니다.
추천 1. 김예지 팀 (김예지, 루디, 오은철, 초프라까야) : Closer (원곡 : Lemaitre)
예전에 보이스 오브 코리아에서 멋진 '골목길' 무대(
영상 링크)를 보여준 적 있는 김예지 씨가 프론트맨으로 지목된 팀입니다. 김예지 씨는 DJ프로듀서 루디 씨, 건반의 오은철 씨, 드럼의 초프라까야 씨를 선택하여 팀을 꾸렸습니다. 특히 오은철 씨는 팬텀싱어의 음악감독으로 활약하는 분이라 음악적인 완성도를 보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멋진 사운드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쪽에는 '완벽이란 더할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뺄 것이 없는 상태'라는 말이 있는데, 음악감독이라서 그런지 그런 부분을 잘 이해하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천 2. 기탁 팀 (기탁, 제이유나, 조기훈, 황인규) : Champagne Supernova (원곡 : Oasis)
참가자들에게 '함께 팀을 이루고 싶은 참가자'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아 프론트맨이 된 기탁 씨의 팀입니다. 보컬의 제이유나 씨, 드럼에 조기훈 씨, 베이스의 황인규 씨를 발탁했습니다. 1라운드 전체에서도 손꼽히게 안정적이고 완성도 높은 무대였다고 생각합니다.
추천 3. 박다울 팀 (박다울, 김진산, 정나영) : GOOD BOY (원곡 : GD X TAEYANG)
불판에서 한 분이 말씀하신대로 '본인이 팀원을 골라야지, 다른 참가자가 본인을 고를 순 없는' 사람,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 씨입니다. 실용음악 위주의 참가자들이 경연에서 거문고를 고르는 도박수는 아무래도 어렵겠죠. 기타의 김진산 씨, 기타의 정나영 씨가 선발되어 보컬 없는 현악 3인조가 완성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무대는 슈퍼밴드가 아니면 보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2라운드에서는 슬슬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할 거 같은 느낌도 있네요.
추천 4. 변정호 팀 (변정호, 김한겸, 전성배) : Tocar Você (원곡: Duda Beat)
앞서 소개한 기탁 팀(Champagne Supernova)에 맞선 변정호 팀의 무대, 가사가 포르투갈어라고 합니다. 젊음의 패기가 좋았습니다.
추천 5. 발로 팀 (발로, 문수진, 은아경) : A Million Dreams ('위대한 쇼맨' OST)
DJ프로듀서 발로 씨의 팀입니다. 프로듀서 오디션에서 안정감 돋보이는 무대를 보여준 보컬리스트 문수진 씨와 제가 시즌2에서 최고로 꼽고 있는 드러머 은아경 씨가 팀을 이루었습니다. 다른 사람과 합을 맞춰 무대를 준비하는 것이 처음이라는 세 사람, 이른바 '음악적 견해 차이'로 꽤 힘들어하는 모습도 있었으나 결국 좋은 무대를 보여줍니다.
추천 6. 데미안 팀 (데미안, 유환주, 조혁진) : Boom (원곡 : X Ambassadors)
바로 위 발로 팀(A Million Dreams)의 상대, 데미안 팀입니다. 보컬 데미안, 보컬 유환주, 기타 조혁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추천 7. 빈센트 팀 (빈센트, 대니리, 싸이언, 윌리K) : 난 괜찮아 (원곡 : 진주)
가장 위에 소개한 김예지 팀의 무대가 끝난 후 과연 상대팀이 저 'Closer'를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시선을 받으며 무대에 오른 빈센트 팀. 실은 구성원 네 명 그대로 '크랙샷'이라는 밴드입니다. 단체참가하더라도 개인별 심사를 하는 슈퍼밴드 특성 상 지금까지는 없던, 예심에 참가한 밴드가 본선에서도 그대로 팀으로 활약하는 사례죠. 사실 프로듀서 오디션 당시 보여준 자작곡 Follow me 무대(
링크)에 마음이 가진 않았기에 저도 큰 기대없이 지켜보았습니다만… 아마 지금까지 슈퍼밴드2 불판에서 가장 빠르게 많은 댓글이 붙은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추천 8. 김슬옹 팀 (김슬옹, 이다온) : 담배가게 아가씨 (원곡 : 송창식)
슈퍼밴드 본선 초반에는 추첨(공 뽑기)에 의해 팀원을 고를 순서가 정해집니다. 따라서 항상 마지막까지 뽑히지 않는 불운한 자는 다른 사람들이 고르지 않은 '남은 참가자'와 팀을 꾸려야만 하죠. 시즌1에서는
[자 'the 그만하세요 그만' 이로] 씨가 마지막까지 이름이 불리지 않아, 다른 참가자들이 외면한 보컬 세 사람을 데리고 3보컬 1기타 조합으로 멋진 역전극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시즌2 1라운드에서는 김슬옹 씨(TOP밴드 시즌1 우승팀 '톡식'의 멤버)가 불운의 주인공이 되었고, 마지막까지 남은 참가자는 초등학생 기타리스트 이다온 씨였습니다. 아무도 자신을 택하지 않은 것에 내심 서운할만도한데, 씩씩하더군요. 그릇이 큰 아이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미 두 아이의 아빠라는 김슬옹 씨가 이다온 씨를 훈훈하게 이끌며 고른 곡은 '담배가게 아가씨'. 초등학생 멤버를 고려해 '사탕가게 아가씨'로 개사까지 했는데, 두 사람의 무대는 과연 자이로 팀의 'Hard to say I'm sorry'처럼 멋진 반전을 보여줄지? 그리고 초등학생을 본선에 올린 건 실력보다는 화제성 중심의 픽인 게 아닌가 하는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다온 씨는 과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낼 수 있을지? 속는 셈치고 한 번 보시죠.
무대영상은 여기까지입니다. 한편 지난 월요일 방영을 통해 2라운드의 팀 구성과 대진이 모두 공개되었죠. 간단히 정리해봅니다.
녹두 팀 (녹두, 윤현상, 조혁진) Forever Young (원곡 : BLACKPINK)
(수정 : 댓글로 언급 많이 해주셔서 링크 빼고 영상 넣습니다!)
vs.
기탁 팀 (기탁, 문성혁, 쵸프라까야)
빈센트 팀 (빈센트, 대니리, 싸이언, 윌리K) : 6회 선공개 영상(아래)으로 곡이 공개되었는데 무려 '달의 몰락' (원곡 : 김현철)입니다. 이걸 크랙샷이?
vs.
황린 팀 (황린, 전성배, 황인규)
김예지 팀 (김예지, 김진산, 대니구, 오은철) vs. 김슬옹 팀 (김슬옹, 김성현, 변정호)
린지 팀 (린지, 은아경, 정나영) vs. 이동헌 팀 (이동헌, 손진욱, 정민혁)
박다울 팀 (박다울, 김솔다니엘, 다비, 장하은) vs. 김한겸 팀 (김한겸, 김준서, 양장세민, 유빈)
제이유나 팀 (제이유나, 문수진, 유병욱) vs. 임윤성 팀 (임윤성, 유환주, 이다온)
황현조 팀 (황현조, 양서진, 장원영, 정석훈) vs. 발로 팀 (발로, 데미안, 루디, 조기훈)
6회 선공개 영상과 예고편으로 마무리합니다. 오늘 밤 8시 50분, 불판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