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에 거친 레슬매니아데이가 끝났습니다.
제가 느낀 감동도 사라질 것 같고요
우선 3일전으로 돌아가서...
Mr.Wrestlemania, The Phenom 언더테이커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습니다.
2년전 레슬매니아에서 AJ 스타일스와의 대결을 끝낸 후 Last Ride에서 은퇴를 얘기했으며 2020년 서바이버 시리즈에서 30년 레슬러 생활의 끝을 공식적인 무대에서 밝혔죠.
제가 WWE에서 최고로 좋아하는 슈퍼스타가 언더테이커와 오스틴이었는데... 서바이버 시리즈에서 언더테이커의 공식 은퇴 멘트를 들으면서 꽤 많은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언더테이커는 마크 캘러웨이로 돌아가서 자신에게 환호를 해주는 팬들의 목소리에 감정이 차오르는 듯 몇번 눈물을 훔쳤고 헌액된 자리에서는 본인의 삶과 프로레슬러로서의 인생을 주욱 얘기했습니다.
그 얘기 중간에 제가 더욱 울컥하게 만든 장면이 있었는데 바로 위에 있는 사진의 주인공 케인을 비출 때 였습니다.
시종일관 눈에 눈물이 글썽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언더테이커의 위트있는 멘트에 활짝 웃는데 그 와중에 눈가로 흐르는 눈물이 보이더군요
케인의 저 눈물자욱이 왜 그렇게 슬펐는지 지금봐도 좀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만감정이 교차하는 가운데 마지막으로 Never say never란 WWE의 명언아닌 명언을 남기고 언더테이커는 그렇게 WWE 역사에서 본인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그리고 엊그제였죠.
참가는 공식적으로 확정됐지만 실제로 경기를 뛸 것인지 아닌지 의견이 분분하던 레슬매니아 1일차의 KO쇼가 있었습니다.
대다수의 예상은 그냥 몇마디 하다가 두들겨패고 스터너로 끝낼 것이다. 아니면 경기를 하더라도 2~3분간의 짧은 스쿼시 매치로 끝낼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두의 예상을 다 뒤엎고 14분 넘는 정식 경기를 치룬 것도 모자라서 맨바닥에 슈플렉스를 접수하는 범프를 선보이기까지...
물론 주요한 기술의 접수와 경기 흐름은 케빈 오웬스가 정말 잘 이끌어갔고 그 흐름에 맞춰서 화려하진 않지만 오스틴식 브롤러 스타일의 경기를 정말 잘 만들어냈습니다.
전날의 언더테이커에 이어 가장 좋아하는 64년생의 노장 레슬러가 인생 마지막의 매치를 위해 은퇴를 선언한 지 19년이나 지난 지금 투혼을 불태우며 최선을 다하는 것을 보고 이 순간에도 눈물이 콱 터졌습니다.
제가 프로레슬링을 보며 감동을 받은 적도 몇번 있었고(숀마이클스 대 릭플레어, 언더테이커 대 숀마이클스) 보면서 미친듯이 소리를 지른적도 몇번 있었긴 했지만 그냥 가슴 깊숙한 곳에서 푹 찌르고 들어오는 경기는 아마 제 인생에서 이게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아마 프로레슬링을 수십년씩 보셨고 저와 같이 오스틴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제가 느꼈던 감정이 공유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해봅니다.
마지막으로...참으로 안타깝게도 제대로 된 은퇴경기를 갖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은퇴를 선언하게 된 트리플H가 이틀째 오프닝을 장식했죠
여전히 등장씬에서부터 링 전체를 장악하는 카리스마, 호쾌한 물쇼...
그는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인채로 당장에라도 양복을 벗어 집어던지고 클러치 챱을 먹이고 페디그리를 날려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조용히 본인의 경기용 부츠를 들고 와서 무대 중간에 내려놓는 모습을 보면서
순간 전날 인생 최후의 매치를 원없이 끝낸 오스틴과 로먼 레인즈와의 경기를 끝내고 자신의 모자와 코트를 내려놓던 언더테이커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그 모습에서도 크게 울컥했습니다.
물론 언더테이커는 모자와 코트를 다음해에 다시 주워들었지만...그 때 그 장면에서 만큼은 이제 이렇게 끝났구나 생각에 마찬가지로 크게 슬퍼했는데 그 슬픔이 같이 겹치면서 오프닝에서부터 좀 감정이 크게 올라왔던 것 같습니다.
몇번을 봐도 이게 끝이란 느낌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트리플H가 그간 보여왔던 묵직함과 강렬한 카리스마는 여전한데...
본인조차 이 마무리를 어떻게 받아 들일 수 있을 지 감히 상상이 안되는데 묵묵하게 부츠를 받아들고 무대 가운데에 내려놓으며 조용히 퇴장하는 모습은 앞선 두 전설의 퇴장과는 또 다른 먹먹함을 낳았습니다.
이렇게 헌터까지 링과의 작별을 고하며 제가 가장 레슬링을 사랑했던 시대의 주역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아주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저의 추억 한켠에서 같이 살아온 전설들이 이제 그 추억의 문을 닫는데
정말 잊지 못할 강렬한 감동, 짜릿한 쾌감, 그리고 추억의 끝을 맞이하며 느끼는 슬픔 등등 참 많은 감정들이 교차합니다.
그 많은 감정들을 뒤로하고 아주 긴 시간동안 함께해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Thank you Taker, Thank you Austin, Thank you Hunter
정말 감사합니다